안녕,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사우나를 찾는 객원 에디터 길보경이다. 긴 달리기를 마친 날이나 월간지 마감 직후, 온몸이 찌뿌둥할 때면 어김없이 사우나 생각이 난다. 머릿속을 싹 비우고 싶은 날에도 목욕 바구니 하나 가벼이 들고 동네 대중탕으로 향한다. 사우나를 회복 루틴으로 삼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요즘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다.
바로 SNS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효소 찜질이다. 피부 관리실이나 마사지 숍처럼 에스테틱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교외로 나가면 자연 속에서 찜질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최근 알고리즘 덕분에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우이령불가마주쉼사우나’를 발견했다. 서울에 있는데 북한산 숲이 훤히 보이고,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시설도 새것이라고? 무엇보다 효소 찜질과 목욕탕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니. 이건 대충 봐도 역대급이잖아?!
마음 같아선 당장 내일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캘린더를 째려보며 빈 날짜를 찾기 시작했다. 기왕 가는 거 효소 찜질부터 사우나까지 제대로 즐기려면 반나절 정도는 넉넉히 비워둬야 할 터. 극강의 ‘P’ 인간도 놀 때만큼은 ‘J’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더 치밀했어야 했다.) 사람이 비교적 적을 법한 평일, 그것도 애매한 시간대인 이른 오후로 방문 날짜를 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다만 미리 알았더라면 더 기깔나게 즐겼을 정보도 몇 가지 있었다. 생애 첫 효소 찜질의 생생한 후기와 함께, 방문 전에 알아두면 좋을 꿀팁을 풀어본다.
우이령불가마주쉼사우나로 향하는 길, 쾌청한 가을 날씨까지 한몫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북한산 우이령길 인근에 자리한 사우나는 북한산우이역에서 차로 약 8분, 걸어서는 20분 정도 걸린다. 뚜벅이라면, 북한산우이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자. 오전 8시 30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20분쯤이야 걸어가지 뭐’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비포장 산길에 오르막이 줄줄이 이어지는 코스라, 도착하기도 전에 땀을 쏙 뺄 수 있다. 오늘 할 일이 많으니, 체력은 찜질방 안에서 쓰는 걸로.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북한산의 맑은 공기가 먼저 반긴다. 올해 2월 문을 연 신상 찜질방답게 내외부 시설도 말끔하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니, 등산객이나 외국인 손님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효소 찜질부터 목욕, 찜질방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 이용료는 목욕 1만 원, 목욕과 찜질방을 함께 이용하면 1만 5,000원이다. 효소 찜질은 4만 5,000원인데, 찜질방 이용객에게는 3만 9,000원으로 할인해 준다. 일반적인 효소 찜질 가격이 4~5만 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합리적인 편.

입장 시 카운터에서 효소 찜질을 신청하면 초록색 쿠폰을 건네준다. 이걸 들고 2층 효소방으로 가서,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하면 된다. 평일에는 비교적 여유롭지만 주말에는 일찍 마감되기도 하니 오전 방문을 추천한다. 직원분이 알려준 꿀팁도 있다. 공복에는 어지러울 수 있어 식사 후 2~3시간이 지난 뒤 이용하는 것이 좋고, 일반 찜질방까지 즐길 계획이라면 효소 찜질부터 먼저 받으라는 것. 역시 찜질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수건 두 장과 찜질복, 쿠폰을 챙겨 우선 목욕탕으로 향했다. 신상 목욕탕답게 내부는 말끔하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건식·습식 사우나부터 온탕, 열탕, 냉탕, 이벤트탕까지 있을 건 다 있다. 본격적인 효소 찜질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기에도 충분하다.

키이야. 찜질방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커다란 창 너머로 북한산의 울창한 숲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웬만한 뷰 맛집 카페도 부럽지 않은 전망이다. 아이스방과 소금방, 한증막, 매점까지 시설도 군더더기 없이 알차게 갖췄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언제든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쐴 수 있다는 점. 뜨끈하게 몸을 지지다가 숲을 바라보며 외기욕이라니. 찜질하러 왔다가 산림욕까지 덤으로 즐기는 셈. 이 정도면 일석이조 아닌가?

대망의 효소 찜질을 할 차례! 예약 시간에 맞춰 2층 효소방으로 올라갔다. 여기서 잠깐, 효소 찜질이 대체 뭐냐고? 쑥과 쌀겨 같은 유기물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열로 몸을 데우는 온열 찜질법이다. 이곳에서는 전기히터 같은 인위적인 열원 없이 오직 천연 쑥과 미생물의 발효열만으로 온도를 높인다고. 단 15분만으로도 고강도 운동에 버금가는 신진대사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실제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니 참고하시길.
효소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나란히 놓인 세 개의 효소 침대. (약간 무덤에 가까운 비주얼이다.) 이 안에 몸을 파묻고 뜨거운 열 속에서 15분을 버틴다고?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척 봐도 손길이 야무진 사장님이 새로운 찜질복을 건네주시더니, 본격적으로 누울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쑥 향을 맡아보라며 한 움큼 손에 쥐여주시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것인지 확인하시더니, 얼마나 뜨겁게 할지 물으셨다. 할머니들은 뜨끈할수록 좋아하시고 곧잘 버티시는데, 젊은 사람들은 열기를 못 견뎌 어지러워하거나 발과 종아리가 뜨거워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일단 나는 초보자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며 적당히 부탁드렸다. 아무래도 몸을 묻을 자리를 깊게 팔수록 더 뜨거운 열기를 경험할 수 있는 모양이다. 오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힐링이니까, 괜한 객기를 부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드디어 입장! 막상 몸을 파묻고 나니 생각보다 뜨끈뜨끈한 게 제법 기분 좋았다. 걱정했던 효소 특유의 냄새도 거슬리지 않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쑥 향 덕분일까. 무엇보다 사장님의 손길이 지극정성이었다. 갓난아기라도 된 듯 수시로 상태를 살펴주시고,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도 닦아주셨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발뒤꿈치와 종아리가 슬슬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15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즈음, 사장님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하신 듯 너무 뜨거우면 다리를 밖으로 빼도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시작된 사장님의 이야기보따리. 6·25 전쟁을 겪으신 이야기부터 세 손주 자랑까지, 조곤조곤 풀어놓으시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자장가 같은 음악까지 더해지니 영락없이 할머니 품에 안겨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15분이 훌쩍 지났다. 평일이라 한가하다며 5분을 더 서비스로 주시겠다는 사장님. 물론 이야기 보따리도 계속 풀가동 중이었다. 덕분에 예상보다 수월하게 버텼지만, 20분에 가까워지자 마음속에서는 슬슬 탈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는데요. 저 이제 나가도 될까요….?)
사장님께선 틈틈이 쑥을 더 덮어주시고, 마지막엔 몸을 일으켜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시기도 했다. 직접 경험해 보니 효소 찜질은 누가 어떻게 관리해 주느냐도 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이 난 자리를 유심히 살펴보시던 사장님은 승모근 쪽이 안 좋다며 한마디 덧붙이셨다. 땀만 보고 그런 것까지 알 수 있다고요? 이건 뭐,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20분간의 극진한 보살핌 끝에 무사히(?) 효소 무덤에서 탈출했다.
마지막 코스는 따끈한 계피차 한 잔. 효소 찜질 후에는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다고 하니, 이번엔 야외 휴식 공간으로 향했다. 북한산 바람을 쐬며 달아오른 몸을 식힐 차례. 이제야 진짜 힐링 타임인가 싶었다.


이곳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바로 야외 취식장이다. 놀랍게도 외부 음식 반입은 물론, 화기 사용까지 가능하다. 방문 후기를 찾아보니 이곳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북한산 숲속에서 사우나를 즐기고 고기 파티라니. 이 정도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잖아?
취식장 맞은편에서는 누룽지통닭과 생맥주도 판매한다. 다만 통닭은 주문 후 조리까지 약 1시간이 걸리니, 식사할 계획이라면 미리 주문해 두는 편이 좋겠다. 참고로 외부 주류 반입은 금지. 술은 내부 매점이나 통닭집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북한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매점에서 구매한 계란과 소떡소떡, 우유를 마셨다. 뜨거운 쑥더미 속에서 20분을 버틴 보람이 있다. 아, 이 맛에 찜질방 오는 거지!
배를 든든히 채운 뒤에는 소금방과 한증막을 차례로 돌며 틈틈이 외기욕을 즐겼다. 효소 찜질로 땀구멍이 제대로 열린 걸까? 평소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인데도 조금만 몸을 데우면 온몸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뜨끈하게 지지고, 바깥바람에 식히고, 다시 지지고. 이 무한 반복이 어찌나 좋던지.
다음에 또 온다면? 무조건 평일 오전이다. 먹을 것도 한 보따리 챙겨올 생각이다. 전체적인 시설 규모가 아주 큰 편은 아니라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이번만큼 여유롭게 즐기기 어려울 것 같다. 효소 찜질을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방문해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 꼭 효소 찜질이 목적이 아니라면 늦은 저녁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셔틀 운행이 끝나는 오후 7시 이후에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적어도 내가 방문한 평일에는 그랬다. 호젓한 숲속 찜질방을 거의 전세 낸 기분으로 누리고 싶다면 참고하시길.
그렇게 북한산에서의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소문난 효소 찜질이 궁금해서 찾아왔지만, 정작 마음을 사로잡은 건 시원한 숲바람, 그리고 사장님의 구수한 이야기 보따리였다. 몸을 지지러 왔다가 마음까지 느슨하게 풀고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다음번엔 삼겹살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제대로 신선놀음을 즐겨볼 생각이다.
우이령불가마주쉼사우나
주소 | 삼양로179길 212-22
운영시간 | 24시간, 연중무휴 (효소 찜질은 오전 11시 ~ 오후 18시 운영)
문의 | 0507-1429-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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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보경
걷고 뛰며 바라본 세상을 글로 풀어내는 매거진 에디터. 언제나 자유롭고 여유롭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