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LIFE

한 번쯤은 테크노에 빠져보자, 이태원 테크노 클럽 5

혼자 있고 싶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은 의외로 테크노다.
혼자 있고 싶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은 의외로 테크노다.

2026. 10. 13

안녕, 에디터 기은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조지아’를 알고 있을까. 대개 ‘조지아’라는 말을 들으면 미국 조지아 주를 떠올리는데, 내가 말한 곳은 그곳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나라, 러시아 아래 있어 이들에게 많은 침략을 받으며 독립해온 국가다.

그래서인지 조지아의 테크노 음악은 저항 정신을 담고 있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독일 베를린, 그리고 조지아로 꼽힐 정도로 테크노 신이 발달해 있는데, 저항해온 역사를 음악이 품고 있달까.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되게 저항적인 사람인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고, 그들이 건실하게 저항하는 모습에 반해서 그렇다.

아무튼, 갑자기 조지아 얘기를 꺼낸 이유는 나의 테크노 사랑이 그때 처음 시작됐기 때문이다. 조지아의 축구장 아래 지하클럽 ‘BASSIANI’에 다녀온 후부터 테크노의 멘탈적 특성과 혼자 즐기기 딱 좋은 몰입성이 마음에 들어 더 빠져들게 되었다. 안 가봐도 알 수 있도록 BASSIANI 사운드 클라우드를 소개한다.

같은 전자음악이지만 EDM이 ‘화려한’ 느낌이라면 테크노는 ‘최면’에 걸리듯 빠져드는 그루브, ‘하우스’는 좀 더 발랄한 느낌으로 봐주면 된다. 장르로 써칭해서 계속 들어보면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입만 열면 조지아를 사랑한다 외치는 나지만 솔직히 오프라인이나 사운드클라우드로 매번 갈 순 없는 노릇이다. 하여 이태원에 갈만한 테크노 클럽 5개를 찾아봤다. 옵션이 많으면 좋잖아.


[1]
VOLNOST 볼노스트

“어두운 방에서 베이스에 몸 맡기고 싶을 때“

볼노스트

입구부터 친절하지 않다. 건물 사이에서 화장실 가는 길처럼 생긴 통로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간판을 보고 찾아가는 곳이라기보다 베이스가 새어 나오는 쪽을 의심하며 들어가는 곳에 가깝다. (음악이 들리는 곳을 따라가 보세요.)

안으로 들어가면 인센스 향과 어둠으로 가득하다. 촬영도 제한된다. 2층엔 DJ가 있고, 1층은 스피커에서 음악만 나온다. 사운드시스템으로는 마틴오디오의 THV 탑스피커와 SXH218의 서브우퍼를 장착했다고. 모니터스피커로는 XP15를 쓴다.

테크노가 익숙하지 않다면 처음에는 리듬이 어디 있는지 느낄 포인트를 찾느라 조금 헤맬 수 있다. 익숙한 후렴도, 곧 떨어질 것 같은 드롭도 잘 오지 않는다. 대신 한참 서 있다 보면 몸이 먼저 반복되는 소리를 잡는다. 여기서는 혼자 왔다는 사실이 가장 빨리 사라진다. 아무도 나를 안 봐서가 아니라, 다들 자기 앞의 음악을 보느라 바쁘다. 그게 참 좋다. 춤추는 내 모습까지 신경 쓰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가장 편한 클럽이다. 참고로 볼노스트라는 이름은 체코어로 ‘자유’를 뜻한다.

  • @volnostseoul
  • 입장료 | 1만 4,000원
  • 다크·실험 테크노. 묵직하게 밀고 가는 쪽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142

[2]
RING 링

“외향인 친구의 파티에 놀러 간 것 같은 공간”

링

클럽 링(RING)에 들어가면 맥북 화면보다 레코드 가방이 먼저 보인다. 바이닐 레코드로 음악을 틀기 때문. DJ가 한 곡을 트는 동안 다음 음반을 찾기 위해 계속 뒤적거린다. 바빠 보이는 DJ의 퍼포먼스에 눈과 귀는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건 그날 그 DJ의 취향이 아니라 링의 규칙이다. 링은 레지던트 전원이 100% 바이닐로만 튼다. 그리고 여기도 촬영은 금지.

볼노스트에서는 사람 얼굴이 잘 안 보였다면 링에서는 누가 왔는지가 먼저 보인다. 공간이 밝고, 음악 사이로 대화가 계속 들린다. 나는 그곳이 파티장 같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인사를 했다. ‘나만 빼고 다 아는 사이야?’ 약간의 서운함과 약간의 시끌벅적 한 스푼.

공간은 전체적으로 밝다. 2,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층 천장이 높고 이 천장이 곧 3층으로 이어져 있다. 3층에서 2층 플로어가 내려다보인다. 구조가 매력적인 곳. 3층 라운지로 올라가면 파티장과는 아예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쉬는 시간처럼 분위기가 확 바뀐다.

볼노스트가 내향인을 위한 테크노 클럽이라면, 링은 외향인들을 위한 곳이다. 혹시 외향인들의 사교 활동이 거슬린다면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된다.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지면 음악만 바라보며 즐길 수 있으니까.

테크노 음악 잘 즐기는 사람 보면 뭐랄까, 음악을 꽤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나 역시 테크노 클럽에 가자는 친구들을 따라간 뒤부터 친구들이 멋있게 보였다. 근데 어떻게 하면 잘 즐길 수 있을까. 그게 어렵고 궁금한 분들을 위해 팁 아닌 팁을 준비했다.

2022년 맥마스터대 연구팀은 일렉트로닉 듀오 Orphx의 공연에서 관객에게 모션캡처 장비를 씌우고, 귀로는 거의 들리지 않는 초저역 스피커를 몰래 켰다 껐다 했다. 관객은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는데 움직임이 11.8% 늘었다. 그러니까 음악을 알아야 즐기는 장르가 아니란 소리며, 청각적으로 들리는 정보 외에도 다른 기관으로 진동을 느끼면(쉽게 말해 ‘비트가 몸을 감싸면) 의지와 상관 없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잘 놀 수 있을까 너무 걱정말란 말이다.

*출처: <Undetectable very-low frequency sound increases dancing at a live concert>(인식할 수 없는 초저주파음이 콘서트에서의 춤추기를 증가시킨다)(Current Biology, 2022)

  • @ring.seoul
  • 입장료 | 1만 4,000원
  • 현대 테크노 중심이되 DJ 라인업에 따라 장르 변주가 있다.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65-6

[3]
FAUST 파우스트

“테크노에 진심이라면”

파우스트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라운지다. 입장료는 2만 5,000원. 조금 비싸다 싶겠지만, 프리 드링크 포함이라 인정되는 가격이다. 라운지에는 좌석이 많아 맥주 마시기 좋은 펍 같은 느낌도 난다. 플로어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바뀐다. 베이스 소리에 말소리는 묻히고, 사람 얼굴보다 몸의 윤곽만 보여주는 조명이라 어둡고, 강력하다.

파우스트는 국내 최초로 ‘공간음향설계’ 개념을 적용해 지은 테크노 클럽이다. 어쩐지 소리가 짱짱하더라. 심장을 소리로 직접 터치하는 느낌이랄까. 이태원 한복판이라 소리를 막는 것보다 흡수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로 인해 소리가 벽에 부딪혀 뭉개지지 않고 몸에 그대로 꽂힌다고. 소리도 강렬하고 어두침침하니 음악 말곤 신경 쓰이는 게 하나도 없는 진짜다.

‘No Techno No Life’ 무대에 걸려있는 사인을 보고 있노라면 테크노와 정말 친해진 느낌이 든다. 테크노 없는 삶 좀 재미없을 것 같긴 해. 테크노 러버라면, 러버가 되고 싶다면 파우스트에 마음 편하게 들어가 보자. 유독 외국인이 더 많은데 오래된 성지라 그럴지도. 아직 잘 모르더라도 ‘사람들이 이걸 왜 밤새 듣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딱인 곳. 강렬한 사운드가 반겨줄 것이다.

  • @faustseoul
  • 입장료 | 2만 5,000원 (프리 드링크 포함)
  • 테크노 전문. 해외 헤드라이너를 꾸준히 초청하는, 국내에서 가장 ‘정통 테크노 클럽’에 가까운 곳.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27-15 3층

[4, 5]
SHELTER쉘터 & PAPER페이퍼

“루프탑에서 음악 듣고 싶을 때“

쉘터

둘 다 한 번에 갈 수 있어서 묶어서 소개한다. 쉘터와 페이퍼는 한 건물 안에 있다. 5층과 6층. 쉘터는 초록빛 조명에 거친 마감, 하드 테크노를 트는 반면, 페이퍼는 벽돌과 나무 소재의 공간에 하우스를 튼다. 계단 하나로 장르도 느낌도 확 바뀐다.

솔직히 쉘터는 쾌적함을 기대하고 가는 곳은 아니다. 늦은 시간에는 플로어도, 바 앞도 금방 꽉 찬다. 다만 입장료가 프리 드링크를 포함해 1만 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편.

더 솔직히 말해보자면 이곳엔 헌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소개하는 이유는 공간이 좋기 때문. 애인이나 친구 여럿이 함께 가 귀찮은 대화들을 차단한다면 딱이다.

공간이 답답해지면 한 층 위에 있는 페이퍼로 올라가면 된다. 음악은 하우스 쪽으로 가벼워지고 천장 대신 밤하늘이 나온다. 이런 클럽이 있다뇨. 시야가 트여 기분이 좋다. 사운드시스템으로 아날로그 기반의 McIntosh 앰프에 JBL 4344, 4425를 스피커로 쓴다.

  • @shelterseoul, @paper.seoul
  • 입장료 | 1만 5,000원 (프리드링크)
  • 해 질 무렵 노을 보며 듣는 음악 환경이 참 좋다. 이른 시간대에 올라가 볼 것.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7가 길 3층, 루프탑

가기 전 Tip
1. 녹사평역 물품 보관함은 지하철이 끊기면 함께 문이 닫혀 이용할 수 없다.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물건을 꺼낼 수 없으니 유의할 것.
2. 신분증 필수.
3. 편한 신발 필수.
4. 혼자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볼노스트는 혼자 오는 사람이 많은 편.
5. 테크노 클럽이라 그런지 오픈 시간에 일찍 방문해도 나쁘지 않다.

20살 즈음 대학 동기가 혼자 있는 시간엔 무조건 테크노를 듣는다고 했다. ‘저런 음악을 왜 듣지’ 그게 도대체 무슨 재미일지 의아했다. 이제 보니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혼자 있고 싶다. 방해 없이.’ 30대가 된 후부터 이 생각을 매일 하고 살다 보니 드디어 이해되더라. 그녀는 얼마나 앞서 평온을 찾았던 걸까. 세상의 방해가 극심한 사람들이여, 세상과 차단되고 싶을 땐 테크노를 듣자.

About Author
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