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팬츠

STYLE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미기, 동네빵집룩 6

멋을 아는 동네 주민이 되어 보자
멋을 아는 동네 주민이 되어 보자

2026. 08. 19

안녕,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나는 육아휴직 중이다.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 중간에 강아지 산책까지 하려면 동네를 수도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 출근할 때보다 걸음 수가 늘었고, 까무잡잡한 피부는 더 탔다. 그렇게 쏘다니다 보면 종종 눈길 가는 사람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눈길을 붙잡는 스타일이다. ‘핫플’에 출몰하는 ‘느좋’ 스타일과는 달랐다. 우리 동네 주민이라는 것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집에 있다가 잠깐 나온 것 같은데 세련되고 우아한 아우라가 있었다.

그런 사람을 보면 호기심이 생긴다. “집에서 뭐 하다가 나왔을까?”, “무슨 일을 할까?”, “다른 곳에 갈 때는 어떻게 옷을 입을까?”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일단 로컬이라고 인식하면 상대방과 심리적 거리가 확 좁혀진다. 그 사람의 일상으로 들어간 것이니까. 그다음 보이는 취향은 다른 일상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번 기사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로컬 멋쟁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의 스타일에 ‘동네빵집룩’이라고 이름을 붙여보자. 만약 이 스타일로 룩북을 찍는다면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가 튀어나온 종이 봉투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빵 봉투에는 로컬이라는 정보와 느긋한 분위기까지 내포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제품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아이템들이다.


1. 모자
RYOO

ryoo

로컬에게 편리함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아무리 세련되고 우아해도 편리함이 빠지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동네빵집룩에 모자는 필수다. 모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익숙한 볼캡이 좋다. 그렇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볼캡. RYOO og 볼캡은 모자의 챙에 플라스틱 대신 양모를 압착한 소재를 넣었다. 그래서 챙이 자기 멋대로 구부러진다. 챙에 있는 박음질에는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겨 빈티지 모자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 역시 챙이 유연하기 때문에 생기는 특징이다.

다른 모자에 비해 관리도 편하다. 옷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자를 쓰고 있다가 벗고 싶으면 구겨서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고, 기계 세탁도 가능하다. 건조기만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푹 눌러쓰면 눈썹을 덮고, 관자놀이까지 내려오는 깊이도 큰 장점이다. 내가 써 본 모자 중에 가장 깊다. 거기에 이 모자만의 특징이 있으니 고민 없이 쓰게 된다. RYOO 볼캡 중에는 챙에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간 일반적인 모자도 있다. 유연한 챙을 가진 모자는 모델 이름에 og가 있으니 여기에서 확인해보자. 색깔도 로고도 다양하니 취향껏 고를 수 있다. 구매는 여기서. 가격은 6만 5,000원.


2. 티셔츠
세인트제임스

세인트제임스

요란하지 않게 취향을 드러내려면 티셔츠 하나로 승부를 봐야 한다. 몸에 잘 맞는 단색 티셔츠도 좋지만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어떨까. 스트라이프는 시인성이 우수하지만 눈에 익숙한 패턴이라 과하지 않게 존재감이 드러난다.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줄무늬의 두께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세인트제임스 스트라이프는 2:1의 두께 비율로 서로 다른 두 색이 반복된다. 1,80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 해군에서 이 스트라이프 패턴을 사용했으니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패턴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스트라이프 중에서 우아함으로 치자면 최고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세인트제임스 스트라이프 원단은 100% 프랑스에서 직접 제작된다. 동네’빵집’룩과 잘 어울릴 수밖에.

세인트제임스 스트라이프 반팔에는 르방, 길도, 피리악 등 여러 모델이 있다. 그중에서 추천하는 모델은 피리악. 바로 보트넥 때문이다. 얇고 가로로 길게 트인 보트넥은 어깨와 목을 강조해서 자세가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인지 피리악엔 티셔츠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캐주얼한 느낌과 정돈된 아름다움이 있다. 넥 라인은 밴딩 처리가 되어 있지 않고 원단을 말아서 마감했다. 그래서 목이 늘어나기도 하는데 피리악은 신기하게 목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대로 매력이 있다. 여름이 지나면 이너로 입기도 좋은 로컬 멋쟁이 필수템이다. 가격은 10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3. 바지
롯지

고고팬츠
고고팬츠 2세대 – 페퍼민트 그린

멀리 외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벨트 차는 게 어딘가 부담스럽다. 벨트 루프에 벨트를 끼우는 행위가 출근 준비하는 거창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롯지 고고팬츠를 자주 입는다. 고고팬츠는 얇은 원단에 통이 넓고 끈으로 허리를 조이는 방식이다. 결국 벨트든 끈이든 묶어야 하지만 동네에선 조금이라도 편한 옷에 손이 간다. 거기에다 요가복이 연상되는 느긋한 분위기의 바지라니. 자주 입게 될 수밖에.

롯지
고고팬츠 2세대 – 브라운

롯지는 여행자를 위한 편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다. 롯지가 말하는 여행은 고층 건물이 있는 도시보다 자연을 걷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동네를 경험하는 일. 이런 점에서 동네빵집룩과 닿아있다. 고고팬츠는 실제로 아주 편하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4일 동안 병원에 있었는데 낮에는 물론이고 잘 때도 고고팬츠를 입었다. 고고팬츠는 3세대까지 출시되었는데 각 세대마다 출시된 색과 재질이 조금씩 다르다. 1세대는 리넨 100%, 2세대는 면 100%, 3세대는 리넨, 면, 레이온이 혼방된 원단을 사용했다. 상황과 취향에 맞게 골라보자. 가격은 1세대 14만 7,000원, 2,3세대 11만 7,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4. 신발
루나샌들

루나샌들

일본 잡지를 종종 읽는데 발행 시즌의 스냅 사진이 가득 있는 특집 호를 가장 좋아한다. 어떤 브랜드나 제품이 여러 잡지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면 기억에 남는다. 루나샌들은 여름 스냅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샌들이다. 루나샌들은 일반적인 샌들과는 다르다. 쪼리에 발목 스트랩이 추가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끈으로 디자인된 샌들이다. 루나샌들이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이것이 아웃도어용이라는 점이었다. 심지어 트레일 러닝에도 신는 샌들이라니.

루나샌들 모노 윙드 모델은 하이킹, 트레일 러닝 같은 활동에 적합한 모델이다. 고정 방식이 간단해 보이지만 스트랩 길이를 조절하면 걷거나 뛸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 일반 슬리퍼는 노골적으로 로컬 신분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아무래도 동네빵집룩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런 범상치 않은 디자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밑창은 비브람 모플렉스 아웃솔로 되어 있어 가벼우면서도 접지력이 좋다. 이 점이 가장 끌렸다. 신기 편한 신발은 접지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 동네에서 신기 최적화된 샌들인 셈이다. 며칠 전에 아기를 안고 길을 걷다 미끄러질 뻔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휘청이기만 했지만 순간 식은땀이 났다. 만약 이 모노 윙드를 신고 있었다면? 아, 안 되겠다. 로컬 멋쟁이 지망생의 안전한 육아를 위해 이건 필요하다. 타비 양말도 함께 구매해야지. 가격은 16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5. 가방
페셰

페셰

로컬 멋쟁이는 스타일링을 넘어 사는 재미를 아는 사람이다. 계산대 앞에서 “비닐봉투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효용감을 느끼는 사람들. 이들은 항상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동네에선 짐이 언제라도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가볍지만 여유 있는 가방이 필요하다. 사은품으로 받은 브랜드 가방이든, 축제 굿즈든 뭐든 좋다. 그것이야말로 취향이 담긴 가방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거나 이참에 오래 쓸 가방을 찾고 있는 독자에겐 페셰의 빌리 저니백을 추천한다.

페셰는 버려지는 자원이나 더 나은 소재를 활용하는 브랜드다. 쓰임을 다한 파란색 당구대 원단을 활용한 빌리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빌리 저니백은 바깥쪽은 파란색 업사이클 원단, 안쪽은 검정색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한 리버시블 가방이다. 둥그런 장바구니 모양이라 두 쪽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바깥쪽이 더 마음에 든다. 당구공이 굴러다닌 흔적 덕에 진한 파란색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마트에서 산 무거운 양배추부터 길쭉한 바게트까지 모두 담길 정도로 듬직한 사이즈. 빌리 저니백은 그렇게 짐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더 아름답다. 가격은 7만 2,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6. 손목시계
카시오

카시오

시간 확인하려다 손가락이 습관처럼 SNS에 접속하고, 릴스까지 보다가 ‘내가 뭐하려고 했더라?’ 하는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손목시계를 추천한다. 스마트폰의 역할 일부를 손목시계에 위임함으로써 동네에서 보내는 휴식 시간을 사수할 수 있다.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로컬 멋쟁이의 기본 소양이다. 그렇다고 가벼운 외출에 고가의 시계는 어딘가 어색하다. 시간만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 우리 로컬 멋쟁이에게는 카시오 F-91W가 필요하다. 

F-91W은 단순하다. 네모난 다이얼엔 시간과 날짜, 요일만 표시된다. 세계 시간이나 나침반 기능은 아무래도 없어도 된다. 시계 본연의 기능만 남긴 기능적인 아름다움이 있어 1980년대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 받는 모델이다. 어린이 시계처럼 줄도 얇고 시계 크기도 작아 있는듯 없는듯 시선을 빼앗지 않으니 오히려 좋다. 가격은 3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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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