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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8 옆차기

갤럭시 노트8을 만났다. 참 좋은 녀석이었다. 누구라도 이 제품을 사면 강한 ‘폰부심’에 사로잡힐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은하계 최고의 스마트폰일지도 모르겠다....
갤럭시 노트8을 만났다. 참 좋은 녀석이었다. 누구라도 이 제품을 사면 강한 ‘폰부심’에…

2017. 09. 07

갤럭시 노트8을 만났다. 참 좋은 녀석이었다. 누구라도 이 제품을 사면 강한 ‘폰부심’에 사로잡힐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은하계 최고의 스마트폰일지도 모르겠다. 잘 만들었다. 다만 이 같은 만족감은 갤럭시S8이나 갤럭시 노트7(살 순 없지만)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흔히 말하는 ‘옆그레이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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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니 ‘충격’이나 하는 구태의연한 단어를 들먹이고 싶은 건 아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전작에서 모델명을 숫자 두 칸이나 건너뛰고 출시된 제품치고는 싱겁다는 얘기다. S펜을 덤으로 끼워주는 갤럭시S8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요즘 삼성이나 LG 모두 서로 다른 개성을 자랑하던 스마트폰 라인업의 특징이 희석되고, 섞여 심심해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제품이 나쁘다는 얘긴 아니다. 그냥 좀 섭섭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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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앞모습이다. 보기 좋다. 갤럭시 노트8의 화면은 크기로 소문난 노트 시리즈 중에서도 역대 최고인 6.3인치. 기억하시는지. ‘패블릿’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갤럭시 노트의 첫번째 작품은 고작 5.3인치였다. 그 당시엔 외국에서 ‘몬스터’라고 평가할 만큼 커다란 몸집이었다. 지금은 화면이 1인치 더 커진 제품을 더 슬림하게 만들어낸다. 한 손에 쥐어도 거북하지 않다. 베젤이라고는 씨를 말려버린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와 18.5:9의 오묘한 화면 비율이 만들어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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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화면은 쩐다. AMOLED는 언제봐도 선명하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갤럭시S8이나 갤럭시 노트8에서 디에디트 웹사이트를 열어보면, 플랫한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것보다 배로 근사해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겠지. 물방울처럼 볼록하게 입체감을 이루는 엣지 디스플레이의 곡선미 또한 끝내준다. 그런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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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 리뷰에 애플워치가 등장했다, 자연스러웠어!]

이번에 갤럭시 노트8을 쓰면서 강한 의문에 부딪혔다. 노트 시리즈에 왜 엣지 디스플레이가 필요할까. 갤럭시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서? S펜으로 그림을 그려보니 엣지 디스플레이의 곡선 때문에 화면 가장자리까지 캔버스로 활용하기가 힘들다. 스케치를 하다 선이 뚝뚝, 끊기거나 흘러 내리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어렵더라.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S펜과 엣지 디스플레이는 처음부터 상충되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단지 삼성의 킹왕짱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두 가지 요소가 함께 들어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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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 리뷰에 소니가… 이번에도 자연스러웠어!]

S펜 이야기가 나온김에 마저 해보자. 전작의 S펜과 딱히 달라진 건 없지만 원래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좋다. 나는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을 쓰고 있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 S펜의 성능에 더더욱 감탄하게 된다. 배터리도 없고, 따로 구입할 필요도 없는 간편하고 작은 펜이 이렇게나 정교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펜이 작아서 안정적으로 쥐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필기할 때의 느낌은 수준급이다. S펜을 쓸 때 ‘사각 사각’ 소리가 나는 사용자 경험은 감탄 그 자체다. 개인적으론 갤럭시 노트의 모든 요소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펜을 빠르게 움직이면 사각 사각 소리가 스케치 속도를 못 쫓아오긴 한다). 심지어 사용할 때 S펜의 기울기까지 인식해서 연필 선의 굵기를 조절할 수도 있더라.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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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이 에디터M의 실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잠금화면에서 바로 스케치할 수 있는 기능도 편하다. 새로운 기능이거나 기술적으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S펜의 활용도를 높이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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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펜을 이용한 번역 기능도 인상적이다. 일전에 단어 단위의 번역을 제공할 때는 시큰둥하게 받아들였는데, 문장을 통째로 번역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장 번역을 선택하고 원하는 구간에 S펜을 가까이 대면 번역 결과가 팝업으로 표시된다. 구글 번역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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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뒤집어보자. 후면 디자인은 그냥 그렇다. 앞모습에서 풍기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따라가지 못하는 뒷모습이다. 일단 듀얼 카메라와 플래시, 지문인식 센서들이 자리하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해친다. 기능적으로 꼭 필요해서 들어간 것들이지만 어쨌든 디자인이란 요소가 많아질수록 아름다움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갤럭시S8 때와는 후면 컬러 표현이나 광택이 달라진 점도 애석하다. 갤럭시S8 시리즈의 때깔을 떠올려보자. 예뻐도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컬러리스트가 열일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깊고 은은하며 고급스러운 컬러를 만들어내던 삼성이 갑자기 왜? 사진 속의 제품은 오키드 그레이인데, 갤럭시S8의 오키드 그레이와는 딴판이다. 깊이감 없는 광택에 오묘한 컬러가 겉돈다. 스티커를 붙여놓은 듯 1차원적인 컬러다. 아쉽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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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듀얼카메라 씩이나 넣어줬는데 카툭튀없는 모습은 고맙다. 이제 갤럭시 노트8의 매력 포인트인 듀얼카메라를 살펴보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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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7 광각 카메라와 F2.8 망원 카메라를 각각 하나씩 넣음으로써, 아웃 포커싱을 표현할 수 있는 ‘라이브 포커스’ 기능을 구현했다. 몇 번 테스트해보니 각도나 거리에 따라 성공률(?)이 갈린다. 촬영 조건이 맞지 않아 라이브 포커스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수시로 뜬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피사체와의 거리를 맞추다 보면, 배경이 강력하게 아웃 포커싱되는 순간이 있다. 촬영 미리보기 화면에서 배경 흐림 정도를 바로 조정할 수도 있다. 아이폰7 플러스의 인물 사진 모드와 비슷하지만,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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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따운 우리 모델이는 자꾸 슬픈 표정을 짓는다]

결과는 기대 이상. 피사체(인물)과 배경과의 경계도 제법 자연스럽게 처리해준다. 부자연스러울 때는 배경 흐림 정도를 조정해서 자연스러운 수준으로 바꿔주면 된다. 얼핏보면 DSLR로 찍은 사진처럼 그럴듯 하다.

자, 우리는 비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아이폰7 플러스의 인물사진 모드와 비교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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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기 좋은 피사체였다. 시키는대로 가만히 있고, 털(?)이 있어서 디테일 비교하기에도 알맞다. 두 카메라 모두 아웃 포커싱이 잘 표현됐다. 갤럭시 노트8의 라이브 포커스 기능으로 촬영한 사진이 훨씬 밝고 화사하게 나왔다. 실제 색감에 가까운건 아이폰7 플러스 쪽이다. 저 인형들은 아래의 사진처럼 꼬질꼬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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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확대해보자. 아웃 포커싱된 피사체의 디테일 부분을 처리하는 실력은 사진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이 사진에선 갤럭시 노트8 쪽이 훨씬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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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이 갤노트8 하단이 아이폰7 플러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이 두 사진을 올리고 어떤 카메라로 찍었는지에 대한 깜짝 퀴즈를 냈다. 정답을 맞춘 분이 많았다. 색감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8으로 촬영한 사진은 훨씬 화사하고 노이즈도 적지만, 색감이 왜곡되는 일이 빈번하다. 아이폰7 플러스 인물 사진 모드로 촬영한 사진은 색감이 고르고 자연스러운 대신, 노이즈가 심하다. 저조도에 심각할 만큼 취약하다. 두 제조사 카메라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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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8 카메라에 감탄한 건 역시 저조도 라이브 포커스 촬영이다. 아이폰7 플러스로는 거의 촬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저조도에서도 심도 표현이 들어간 사진을 촬영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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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에서 아이폰7 플러스 카메라는 인물 사진 모드 촬영이 불가능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 정도라니. 무서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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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얼굴이 비수기라 셀카를 제대로 공개할 순 없지만, 갤럭시S8 까지 심하게 발생하던 셀카 왜곡 현상도 개선됐다. 얼굴이 오이처럼 길어지는 현상이 줄어들었으니 안심하고 찍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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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8의 표면적인 특징들을 대체로 훑어보았다. 이 핫한 제품에 관심 두던 분들께 도움이 됐길. 너무 너무 마음에 드는 제품이지만, 갤럭시 노트여야만 하는 이유까지는 찾을 수 없었다. S펜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게 아니라면 갤럭시S8을 사도 충분하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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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