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웹툰 골라주는 여자 에디터H다.
우리 회사(디에디트)의 몇 없는 복지 중 하나가 레진 코믹스 코인을 무제한 충전해준다는 것. 덕분에 나는 돈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미친듯이 웹툰을 본다. 레진 코믹스는 다른 포털 웹툰 서비스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르의 수작들이 넘쳐난다. 만화라면 장르 가리지 않고 씹어 삽키는 타입이라 레진 코믹스는 천국같은 곳이다. 당연히 <디에디툰> 코너를 통해 추천하고 싶은 웹툰도 정말 많았다.
[시작부터 무서워요오오오오 ㅠㅠㅠㅠㅠㅠ]
오늘은 여름밤에 혼자 맥주 마시며 보기 좋은 으스스한 작품을 준비했다. 와, 진짜. 너무 재밌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흡입력이다. 사실 겁이 너무 많아서 공포물은 클릭도 잘 못하는 편인데, 레진 코믹스의 적극적인 지하철 광고에 영업당했다.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려 3번 출구로 올라가려고 하면, 항상 섬뜩한 그림체의 포스터가 날 바라보고 있다. 내용도 충격적이다. 무섭게 생긴 놈이 이런 대사를 던진다. “그래서, 내가 범인이라고?”
제목은 <그다이>. 제목의 어감이 아주 독특하다. 그다이. 무슨 뜻인가 찾아봤더니 ‘Good Day’라는 영어 표현의 호주식 슬랭인 ‘G’day’의 발음을 한글로 옮긴 것이다. 물론 작품 속에서 좋은 날은 하루도 없다. 나쁘고, 오싹하고, 두려운 날의 연속이다.
[밀실 살인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의 등장인물 소개]
호주 슬랭을 제목으로 삼았으니, 웹툰 속 무대가 호주인 것까지는 짐작하셨으리라. 등장인물 대부분은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한국 청년들이다. 한국인들끼리 셰어 하우스에 머물며 일어나는 사건들이 주내용이다. 한 청년이 호주로 떠나서 연락두절이 된 누나의 행방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런 장르의 웹툰이나 영화는 스포일러에 예민하니 내용을 말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볼 때마다 무서워ㅠㅠㅠㅠㅠㅠ]
참으로 다행인 것은, 범인이 누군지 말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만화는 시작과 동시에 범인이 누구인지를 까발린다. 독자들은 프롤로그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안 상태로 작품을 보게 된다. 덕분에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는 재미보다, 범인이 등장할 때마다 마음 졸이며 보게되는 긴장감이 크다. 게다가 누가 누나를 죽였는지가 명확한 상태에서도, 대체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절묘하게 자극한다.
나는 한스(범인)이 등장할 때마다 꽥 소리가 나올 만큼 놀래곤 한다. 캐릭터를 잘 잡았다. 극의 긴장감을 좌우하는 범인 캐릭터가 독특하면서도 공포스럽다. 에피소드 별로 등장인물 시점을 바꿔가며 진행해나가는 방식도 영화 뺨친다. 아니, 영화 뺨친다는 표현은 만화를 영화보다 못한 장르로 한정짓는 것 같으니 취소하겠다. 화면 구성이나 이야기 전환이 소리가 들리고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영상물’ 만큼이나 생생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상하 스크롤 방식을 사용한 연출은 또 얼마나 절묘하고 적절한지 모른다. 에피소드1 자이언의 이야기 마지막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대박… 미쳤어…”라고 말하게 될 걸. 장담한다.
불행하게도 올해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들이 죄다 신통치 않았다. 이 웹툰 만큼 몰입하게 만든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여러분. 제 말을 믿고 영화 한편 값을 투자해서 그다이를 보시길. 나 역시 아직 결말까지 보지 못했다. 결제만 다 해둔 상태. 급하게 추천을 남기고, 다시 만화 보러 갑니다. 무섭고 짜릿하고 서늘한 여름밤이 되시길.
+덧 – 리뷰 다쓰고 밤 새서 완결까지 다 보고 왔다. 와, 재밌어. 외전까지 재밌어. 대단하게 의미있는 메시지 따윈 없다. 이건 구조가 아주 잘 짜여진 스릴러 웹툰이다. 우리의 심장을 쫄깃하게 튀겨 먹으려고 찾아온.
TITLE : 그다이
TYPE : 레진 코믹스
GENRE : 인류애 깎아먹는 공포 스릴러…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