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전날 야근을 하고 새벽부터 출근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다. 커피라도 마시려고 편의점 혹은 회사 앞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지만, 도통 마뜩찮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가끔은 핸드드립 커피가 몹시 그리운 날이 있다.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만큼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가정용 브루잉 커피 머신이 없을까? 이런 고민으로 브루잉 커피 머신을 엄선했다. 오랜 시간 전 세계(?)의 다양한 브루잉 커피 머신을 비교했으니 믿어도 좋다. 브루잉 머신 소개와 함께 ‘아이스커피의 나라’ 한국 특별 버전으로 아이스 커피 레시피도 함께 소개한다.
[1]
발뮤다 더브루
커피 한 잔의 예술

제일 먼저 추천하는 브루잉 커피 머신은 발뮤다 더브루. 선풍기, 토스터, 스피커와 같은 일상 가전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만드는 발뮤다가 선보인 가정용 브루잉 머신이다. 발뮤다 더브루의 첫인상은 갤러리의 예술품을 연상시킨다. 고급스러운 무광 블랙 바디, 촘촘하고 정갈한 곡선 이외에도 아름답게 발광하는 조명과 머신 사운드조차 물 흘러내리는 듯 부드럽고 섬세하다.

발뮤다 더브루의 기능적 특징은 일본 전통 깃사텐 스타일 핸드드립 추출 방식이라는 것. 커피 추출 원리는 ‘원뿔형 필터’와 ‘바이패스(희석) 방식’이다. 고농도의 커피를 꼭 짜듯이 추출하고, 마지막에 뜨거운 물로 부드럽게 희석한다. 첫 모금은 깊고 농밀하며 전체적으로는 맑고 깨끗하다.

발뮤다 더브루에 어울리는 스타일의 커피는 일본 깃사텐 마스터 스타일의 강배전 진득한 커피. 이외에도 발뮤다 더브루는 가정용 머신 최초로 아이스 모드를 개발했다. 커피서버에 얼음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아이스모드의 원리는 조금 더 진하게 추출하고 바이패스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단점이라면, 전체적인 농도감이 살짝 아쉽다. 진득한 커피를 원한다면 아이스 모드로 사용해서 추출할 것을 권장한다. 용량은 1~3잔 정도. 소박한 티타임에 적절한 양이다.
한줄평 “아침 커피 한 잔도 작은 의식처럼 대하고 싶은 사람에게.”
• 장점: 감성적인 디자인, 부드럽고 맑은 맛, 깃사텐 레시피 구현.
• 단점: 살짝 묽은 질감, 그란데 사이즈 한잔이 최대 분량.
• 가격: 약 60만 원
[2]
엑스블룸
가정용 커피 머신계의 테슬라

처음 엑스블룸을 봤을 때 ‘커피 머신도 이렇게 진화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엑스블룸은 ‘번거로운 건 전부 기계에게 맡기자.’라는 신조로 시작한 전형적인 테크 기반 브루잉 머신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가정용 커피 머신계의 테슬라라고 할까?

엑스블룸은 그라인더가 내장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커피 원두를 통째로 넣은 후 앱에서 원하는 레시피를 설정하면, 머신이 분쇄도를 최적으로 맞춰 적절한 용량의 커피로 정확하게 계량해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진동 기술을 활용해 물이 커피 베드에 고르게 퍼지도록 돕는다. 어지간한 국가대표 바리스타보다 정교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잔 분량의 커피 추출에서는 현존 최고다. 엑스블룸은 기본 내장 드리퍼 이외에 일회용 포드형 커피를 호환해 사용 가능하다.

엑스블룸의 모든 제어는 전용 앱에서 이루어진다. 앱으로 커피 레시피를 선택하고, 커스터마이즈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엄청 편하지만, 디지털 기기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면 다소 번거롭게 느낄 수 있다. 엑스블룸은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해서 브루오버아이스와 같이 아이스커피 레시피도 지원한다. 엑스블룸의 브루오버아이스 모드를 까다롭게 검증했는데, 1:10 레시피를 기반으로 40, 30, 28, 22ml의 온수를 93~83도의 온도로 적절한 향미와 단맛의 밸런스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섬세하게 구현했다.
한줄평 “커피도 데이터처럼 정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에게”
• 장점: 최첨단 앱 연동, 전용 파드와 레시피 활용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단점: 앱 사용 필수, 가격대가 높다.
• 가격: 약 110만 원
[3]
펠로우 에이든 프리시전 커피 브루어
든든한 커피 파트너

마지막 추천 머신은 2025년 4월 한국에 출시한 펠로우 에이덴 프리시전 커피브루어. 펠로우는 ‘커피 애호가들의 친구’라는 컨셉으로 그라인더, 커피포트, 텀블러 등 홈바리스타들을 위한 최첨단 용품을 개발하는 커피 전문 브랜드다.

펠로우 에이덴 커피 브루어는 어플과 아날로그 방식 두가지 모드로 머신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 펠로우 커피 브루어의 기능을 살펴보면, 커피의 로스팅 상태에 따라서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커피 추출량에 따라서 물의 분사 방식도 달라진다. 엑스블룸이 한잔 분량에서 최고의 성능을 구현한다면, 펠로우 커피 브루어는 한잔 분량부터 대용량까지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다.

펠로우 에이덴 커피 브루어는 별도의 아이스 모드가 없지만, 커피 추출량을 정확하게 지정할 수 있어 아이스커피용으로 추출이 가능하다. 20g의 원두를 사용해 150g을 내리고 얼음으로 희석하면 최적의 맛을 표현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추출 도중 온도 손실이 없어, 커피 맛이 일정했다는 것. 대용량(최대 1.2리터) 브루잉 방식에서는 현존 최고이다. 커피서버의 보온 기능도 훌륭해서, 오랜 시간 커피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첨단 기능에도 불구하고 그라인더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가격은 비슷한 사양의 발뮤다 더브루와 비슷하다.
한줄평 “스페셜티 커피 헤비드링커에게 최고의 옵션이다.”
• 장점: 물 온도 자동 최적화, 대용량 지원, 안정성 최고.
• 단점: 별도 그라인더 필요, 크기가 다소 크다.
• 가격: 약 60만 원

이상과 같이 핸드드립 커피보다 더 맛있는 현존 최고의 브루잉 커피 머신을 비교했다. 번외로 가볍게 하나 더 추천한다면, 오랫동안 커피인들에게서 사랑받았던 네델란드에서 생산한 모카마스터 모델. 발뮤다 더브루처럼 아름답지 않고, 엑스블룸과 펠로우 에이던처럼 최첨단기술이 접목되지 않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오랜시간 스페셜티커피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모델이니 눈여겨보자.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