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최근 건강검진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식단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쩍 늘어난 체지방을 통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건강하게 오래 살며 맛집을 다니는 게 이번 생의 꿈이기 때문에 식단 관리를 하려고 하지만, 나폴리맛피아 버거는 참을 수 없었다(못 참는 게 왜 그렇게 많은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폴리맛피아 버거(정식 명칭은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 버거)를 먹고 호평을 남겼으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맛있다는 건 알고 있지 않을까. 이 글은 조금 뒷북일 수 있지만 그래도 버거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리뷰를 남기지 않을 수 없어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본다. 왜냐하면 이 메뉴는 롯데리아에겐 꽤 의미있는 메뉴가 될 것 같으니까.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의 위상은 몇년 동안 내림세였다. 국내에 수제버거 열풍이 불며, 곳곳에 수제버거 전문점이 생겼고, 해외의 유명 브랜드까지 한국에 진출했다. 사람들의 인식은 어느새 ‘수제버거는 최고, 수제버거는 핫해’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패티 퀄리티의 차이, 맛의 차이가 있지만 사실 맥도날드, 롯데리아 같은 버거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맛이 있어서 어느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과 핫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프랜차이즈 버거는 조금 올드해보이긴 했다.
나는 오늘 소개할 메뉴가 롯데리아의 의미 있는 반격이라고 생각한다. <흑백요리사>의 우승자(지금 말하는 건 스포 아니죠?) 나폴리맛피아(권성준 셰프)가 롯데리아와 협업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 버거’다. 맛은 토마토 바질, 발사믹 바질 두 가지. 롯데리아가 기존에 판매하던 모짜렐라 인 더 버거를 재해석한 메뉴라고 보면 된다.
권성준 셰프는 이탈리안 푸드 셰프라는 특성을 살려 토마토, 바질, 발사믹, 치즈 등을 사용했는데, 이 조합이 상당히 좋다. 맛이 어렵지 않고 직관적으로 맛있다. 씹을수록 은은하거나, 끝맛이 좋다, 그런 것 없다. 혀가 닿자마자 맛있는 저돌적인 맛이다. <흑백요리사>에서 연이은 심사로 지친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이 밤 티라미수를 먹었을 때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맛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햄버거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모짜렐라가 뿌려진 번은 아주 새롭다.
대부분의 버거는 소고기 패티에 집중한다. 비싼 버거는 패티가 두 장 들어간다거나 두꺼워지는 쪽으로 진화를 하는데, 이 버거는 토마토의 탈을 쓴 한국식 이탈리안 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소고기 패티는 생각보다 존재감이 약한데, 대신 토마토 소스, 모짜렐라 패티, 바질 소스의 조합이 압도적이다. 양상추 소스는 돈가스와 우동을 파는 일식집에서 반찬으로 먹어봤던가 싶고, 토마토 소스도 왠지 추억을 건드리는 맛이다. 이게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 버거의 매력이다. 어디선가 먹어본 익숙한 맛, 하지만 새로운 버거! 모짜렐라 패티가 들어가 있으니 반드시 매장에서 직접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너무 토마토 바질에 대해서만 말한 것 같다. 발사믹 바질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자면, 발사믹 맛이 강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래도 토마토 바질이 워낙 중독성이 강해서 ‘대중 픽’은 토마토 바질이 될 것 같다. 토마토 바질은 한정 메뉴가 아닌 1,300여개의 점포를 지닌 강력한 프랜차이즈의 상시 판매 메뉴가 되기에 충분하다.
처음에는 뻔한 맛일 거라 생각했다. 조금 핫하다가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메뉴는 롯데리아의 스테디셀러가 되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만원에 가까운 가격은 롯데리아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모짜렐라가 뿌려진 번을 바꿔서 가격을 내려도 좋지 않을까. 지금은 스테디셀러가 된 맛초킹의 시작을 보는 것 같다.
p.s. 나폴리맛피아 버거가 너무 맛있다보니 ‘롯데리아의 실수’라고 농담을 하는데, 롯데리아에는 사실 맛있는 메뉴가 많다. 궁금하다면 롯데리아 알바생이 추천하는 메뉴 추천 기사를 읽어 보자.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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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