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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발 사는 게 지겹다면, 운동화 ‘졸업화’ 5가지

평생 함께할 신발만 고르라면
평생 함께할 신발만 고르라면

2025. 01. 08

안녕하세요. 신발이 인생의 전부였던 객원 에디터 강현모입니다. 신발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 가장 사랑하는 뉴발란스에 소속되어 일할 수 있었고, 평생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한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연을 쌓을 만큼 신발은 제 삶에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정이 너무 크면 그만큼 빨리 식는 법.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신제품을 매번 직접 사서 경험해 보니 휘황찬란해 보이는 것들도 별것 없더라고요. 결국 외출할 때 신는 건 한 족이고, 매일 아침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에 이제는 지쳤습니다. 거의 모든 신발을 팔거나 선물하고 나니 신발장에는 마지막 라인업만 남았습니다. 이걸 ‘졸업화’라고 하겠습니다.

이 길고 긴 선택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을 ‘졸업화’ 5가지. 평생 돌려 신어도 되는 신발들만 브랜드별로 모아 봤어요. ‘다 귀찮은데 그냥 하나만 골라서 계속 신고 싶다’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클래식하고 유명한 모델일 거예요. 모델별 대표 색상만 정리했으니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먼저 고르고, 그 후에 색상을 정해보시기를 바라요.


[1]
나이키 포스
가격대 | 10만원 초중반

흔히들 ‘에어 포스’라고 풀네임을 불러주는 그 제품입니다.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포스가 누구나 쉽게 신는 대중적인 모델이 되었지만, 스니커씬 안에서 나이키의 레전드 모델이나 셀럽들의 이름을 딴 ‘000 신발’은 항상 포스였습니다. 

NIKE x Concrete Boyz 콜라보 / 2024

태생부터 농구화. 스포츠와 음악이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미국 시장에서 포스는 힙합 뮤지션들의 대표적인 ‘간지템’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본토 멋쟁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니 자연스레 한국의 아티스트들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댄서와 뮤지션들 같은 스타일 아이콘들이 포스를 착용하며 한국에서도 유행을 만들어갔죠.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서태지 포스가 있고, 포스를 시작으로 신발을 좋아하게 됐다던 지드래곤도 협업 아이템으로 포스를 골랐습니다.

서태지 포스
포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서태지 포스’
지디 포스
공식 협업 모델로 포스를 선택한 지드래곤
닥터 드레 포스
새하얀 포스를 가장 좋아한다는 닥터 드레

이렇게 특색있는 포스를 제외하고 기본 제품에는 스토리가 없을까요? 많이들 신으시는 ‘올백 포스’ 관련하여 한 가지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에미넴, 스눕독, 켄드릭 라마 등 다양한 뮤지션을 발굴하여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닥터 드레는 큰 행사나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 올백 포스 로우컷을 신는데, 깨끗한 포스를 신는 것이 클래식이라 생각해서 한 번 신은 포스는 버리고 새 걸로 갈아 신는다고 합니다. (저는 양말도 한 번 신고 버리면 아까운데..)

발매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필수 아이템의 반열에서 항상 언급되는 신발은 포스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착장이든 다 받쳐주는 쉐입, 다양한 색상,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때 기본 색상도 리셀 열풍이었지만, 지금은 공식 발매처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 권해요
– 갑피가 부드럽고 쿠셔닝이 물렁한 것보다 적당히 단단한 재질에 안정감 있는 착화감을 원한다! 다만, 가죽+통고무창이라 가벼운 편은 아니에요.
– 신발에 큰 욕심이 없다! 떨어지면 또 사고, 떨어지면 또 사고. 학생 때부터 다 큰 어른이 될 때까지,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계속 신을 수 있는 신발이기도 해요.

스타일링 팁
– 후드/맨투맨 + 청바지/스웻팬츠(츄리닝). 딱히 팁이라 할 것도 없는 조합이지만, 신발이 위아래로 높고 둔탁한 편이기 때문에 셔츠/슬랙스처럼 단정한 차림에는 매치하기 어려운 편이에요. 단정한 차림보다는 편안한 차림에 매치하기 쉬우니 참고해주세요.

사이즈 팁
– 정사이즈 or 5mm 여유 있게 신는 것을 추천합니다. 갑피 전체가 가죽으로 되어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여유롭게 신는 것을 권장해요.


[2]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가격대 | 10만원 초중반

출처: KREAM
스탠스미스를 들고 있는 스탠리 스미스. 텅에 새겨진 얼굴의 주인공.

깔끔한 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신는 신발. 스탠스미스입니다. 198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발’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제품이죠. 흰색과 녹색의 컬러 조합이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일반적인 단화보다 훨씬 편한 쿠셔닝, 부드러운 가죽 소재, 슬랙스/데님 모두 잘 잡아주는 쉐입, 적당한 가격까지. 스포티한 느낌이 다른 신발들보다 덜해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잘 신고 다니더라고요.

출처: 유튜브 채널 <와디의 신발장> 영상 갈무리

스탠스미스는 테니스화로 1965년 처음 탄생했습니다. 아디다스 신발 역사상 최초의 가죽 테니스화였고, 원형은 ‘헤일럿’이라는 신발이었습니다. 프랑스의 테니스 선수 로버트 헤일럿의 시그니처 신발이었는데, 미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아디다스가 헤일럿의 은퇴 이후 미국인 스타 선수 스탠스미스와 계약을 했습니다. 스탠스미스가 테니스에서 한 획을 긋던 시기에 신발도 버전업을 진행했고, 그의 이름을 딴 신발로 자리 잡으며 수많은 미국인들이 스탠스미스를 신었다고 합니다.

출처: KREAM / 휴먼 메이드 x 스탠스미스

스탠스미스는 전체적인 소재가 가죽으로 돼 있어서, 눈이나 비 오는 날 신기에도 꽤 괜찮습니다. 어디에나 어울리는 흰색에 가죽 조합이라, 셔츠부터 반소매 티셔츠와 스웻셔츠까지 모두 다 잘 어울리는 범용성을 보여주죠. 

출처: KREAM

다만 텅이 긴 편(흔히 ‘혀’라 부르는 신발끈이 맞닿는 부분)이라, 너무 걸리적거린다 싶으면 수선해서 신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지를 덮으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니 저는 그냥 신는 편이에요.

출처: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 스탠스미스 데콘

최근에는 이 제품으로 발렌시아가와 협업했었고, 협업 모델과 비슷한 속성을 가진 ‘데콘’이라는 모델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두툼한 쿠셔닝과 라이닝이 들어가지 않은 날렵한 쉐입에 발등이 낮게 떨어지면서 얇은 가죽이 적용된 모델이에요.

왼쪽부터 에이셉 라키, 피비 파일로, 켄달 제너

나이키 포스가 젊은 세대의 클래식이라면, 아디다스 스탠스미스는 어른들의 클래식이랄까요. 단정하면서도 여기저기 매치하기 쉬운 신발이라 피비 파일로, 칸예 웨스트, 켄달 제너, 에이셉 라키 등 다양한 영역의 수많은 셀럽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스탠스미스를 신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들께 권해요
– 깔끔한 단화를 신고 싶은데, 컨버스나 반스는 발이 아프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발이 잘 젖지 않는 신발을 찾는다!
– 흰 신발을 좋아하는데, 면이나 스웨이드는 관리를 잘 못해서 가죽을 더 선호한다!

스타일링 팁
– 양말에 포인트를 주면 재밌습니다. 신발 자체가 무난한 디자인에 무난한 색이라, 착장에 맞는 색상의 양말을 매치하면 더 재밌게 신으실 수 있을 거예요.

사이즈 팁
– 정사이즈 or 5mm 여유 있게 신는 것을 추천합니다. 포스보다 유연한 편이지만, 볼이 살짝 좁게 나오는 모델도 있으니 조금 여유를 두시는 편을 권합니다.


[3]
뉴발란스 990
가격대 | 20만원 중후반

뉴발란스 990
출처 : SNEAKER FREAKER / 제조업 관련 정책 보호를 호소하는 목적으로 뉴발란스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발.

100년의 브랜드 역사 속 40년이 넘은 모델. ‘1000점 만점에 990점. 어떠한 제약에도 구애받지 않는, 최신화된 기술이 집약된 신발’을 표방하며 발매된 990입니다. 긴 시간이 지나도 지금까지 사람들이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990v1 광고 포스터

뉴발란스 990은 1982년, 첫 모델인 v1 발매 당시 100달러에 육박하는 높은 발매가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인기가 가장 높았던 자사 제품 320이 32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약 3배 수준이고, 뉴발란스 내부에서는 고가이기에 판매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걱정들을 날려 버리듯이 990v1은 6개월 만에 5만 족 이상 판매 되었습니다. 수작업으로 제작하였기에 예약 주문까지 걸려 있었다고 하네요.

출처 : 다나옷 유튜브 990편.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윗줄부터 990v1 ~ 990v6

2024년 기준 지금까지 총 6가지 버전이 발매되었습니다. v1-v2는 조금 더 클래식한 색감과 쉐입을 갖고 있고, v3-v6는 기술을 강조한 디자인입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유명한 모델인 992, 993이 아니라 굳이 990을 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1. 992, 993만큼 흔하지 않다.
2. 992, 993 대비 대체적으로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하다.
3. 버전이 6개나 있으니 내 발에 조금이라도 더 잘 맞는 신발을 찾을 수 있다.
4. 한 족 있으면 출퇴근부터 가벼운 트레킹, 경조사까지 모든 상황에 신을 수 있다.
5. 비슷한 디자인의 일반 모델은 겨울에 신기 어렵지만, 990은 사계절 신을 수 있다.

왼쪽부터 차정원 990v3, 공유 990v3
출처 : jjjjound

뉴발란스 신발 안에서도 900번대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정말 많지만, 990의 진가는 하루 종일 걸어 다녔을 때 나옵니다. 발의 피로감이 확실히 다른 신발들보다 적거든요. 족형마다 맞는 버전이 다르고 가격대도 타브랜드 제품보다 높지만, 신으면 신을수록 ‘익어간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계속 꺼내 신어도 촌스럽지 않은 신발은 990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버전이 너무 많아 헷갈리신다면 제가 길게 얘기하는 것보다 유튜브 ‘다나옷’ 채널에서 버전별로 직접 뜯어보며(진짜 신발 파츠들을 칼로 뜯어냅니다) 피드백한 아래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사이즈 팁
– 정사이즈 or 5~10mm 크게 신는 것을 추천합니다. 990이 가진 착화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족형에 딱 들어맞는 사이즈가 가장 좋아요. 너무 크게 신게 되면 오히려 발이 신발 안에서 따로 놀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4]
아식스 젤 카야노
가격대 | 10만원 후반

아식스 젤 카야노
출처 : jjjjound
출처: jjjjound

뉴발에 99x시리즈가 있다면, 아식스엔 젤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쿠셔닝의 말랑함-딱딱함이 고르게 갖춰진 젤 카야노를 추천해요.

출처:  ASICS JAPAN

젤 시리즈 중에서도 카야노를 권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① 거의 모든 하의에 매치 가능한 범용성(데님, 슬랙스, 스웻팬츠, 스커트까지)
② 너무 둔탁하지도, 날렵하지도 않은 쉐입
③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구매하기 쉬워진 시장 현황

출처: tune

한때 리셀 열풍이 불었다가 지금은 스테디의 반열에 오른 신발입니다. 주로 무난한 색조합을 이루어 옷을 매치하기도 정말 쉬운 편이에요. 아침에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죠.

출처: ASICS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아식스 신발들은 여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제품들과 다른 느낌의 편안함을 줍니다. ‘족형에 잘 맞는 편안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브랜드의 뿌리가 동양인의 족형에 맞는 신발을 만드는 것에 있다 보니, 신었을 때 신발 안에서 붕 뜨는 느낌이 적고 아치까지 발을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분들께 권해요
– 편하다는 신발 정말 많이 신어 봤는데, 발에 잘 맞지 않았다! (ex : 살로몬 xt-6, 호카 본디 등)
– 무난한 색에 착화감이 편하면서 엔트리급 신발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것을 찾는다!
– 스웨이드 신발은 발이 덥고 관리가 힘들어서, 시원하고 관리가 편한 신발을 찾는다!

사이즈 팁
– 정사이즈 or 5mm 여유 있게 신는 것을 추천합니다. 애초에 서양 브랜드보다는 발볼에 여유가 있는 쉐입이라, 무리하게 사이즈업을 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거예요.


[5]
컨버스 척 테일러 70s 로우
가격대 | 10만원 후반

컨버스
출처 : emma hill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발. 컨버스입니다. (100년간 누적 판매량 10억 켤레가 넘는다고 하네요. 나이키의 에어 포스 원은 그다음입니다.) 다들 살면서 한 번쯤은 신어 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만큼 가격 접근성도 좋고, 사계절 내내 스타일 구애받지 않고 신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출처: DICKIES

발목이 두꺼운 체형이거나, 운동화처럼 뭉툭한 신발을 좋아하지 않아 단화만 신는 단화쳐돌이가 주변에 간혹 있습니다. 컨버스를 신으면서 이런 고민을 해결하더라고요. 아디다스의 스탠스미스나 삼바 같은 스타일도 뭉툭하게 느끼고 컨버스만 고집하시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스투시 x 아워 레가시 x 컨버스

일반 척 테일러가 아닌 70s, 그것도 로우를 추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일반 척 테일러보다 푹신한 착화감, 상대적으로 높은 퀄리티의 소재
② 중창이 너무 새하얗지 않고, 스타일링하기 좋은 아이보리 톤
③ 사계절 내내 신기 좋은 로우컷(여름에는 반바지, 나머지 계절에는 긴바지)

티모시 샬라메

‘척70’으로 남녀 누구나 쉽게 찾는 만큼 가장 접근성이 좋은 신발인 듯합니다. 통이 넓은 바지에 매치할 때 발의 양옆으로 받쳐주는 부분이 없다 보니 밑단이 끌리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너무 거슬린다면 하이를 구매하셔서 발목부터 바지를 받쳐주도록 스타일링하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분들께 권해요
– 신발에 정말 욕심이 없다! 발 편한 운동화고 뭐고 짚신만 아니면 된다!
– 사계절 내내 한 신발만 신어도 상관없다!
– 균형이 잘 잡힌 기본템만 남기고 싶다!

사이즈 팁
– 5~10mm 크게 신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볼이 좁게 나온 편이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날 때 등등 불가피하게 신발 앞부분이 접히는 상황에서 정사이즈를 신으면 접합이 빨리 떨어지는 편이에요. 당연히 발도 아프고요. 살짝 여유롭게 신고 끈조절을 하는 편을 추천 드려요.


결국 신발 소비도 ‘정착’을 위한 과정인 것 같아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도 신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신어보다 보면 나에게 맞는 것들이 얼추 정리가 됩니다. 이번에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신발도 시간이 지나면 안 예뻐 보이고, 정작 구매하더라도 매일 손이 가는 신발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아요.

수없이 쏟아지는 신제품 사이에서 평생 신을 수 있는 것만 올바르게 추려내는 것. 그리고 매일 함께하며 내 흔적을 남기는 것. 두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졸업 축하드립니다.

About Author
강현모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출근 후 마케터, 퇴근 후 에디터. 회사 안에서는 브랜드 마케터로, 회사 밖에서는 '아워페이스' 매거진의 팀 리더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