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틈날 때마다 한국의 식품산업을 탐구하는 객원 에디터 김정년이다. 오늘은 편의점 냉장고 안에 진열되는 ‘편의점 빵’ 리뷰를 준비했다. 냉장 베이커리는 최근 편의점 업계가 경쟁적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 카테고리인데, 맛과 종류가 김밥이나 도시락 못지않게 다양해졌다. 일부 편의점은 빵 전용 냉장고를 설치할 정도.
필자는 아침마다 베이글이나 피타브레드로 샌드위치를 해먹을 정도로 빵을 즐긴다. 하지만 빵 수십여 종을 혼자 시식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절대 무리. 상상만 해도 혈당 스파이크가 가슴을 친다. 피크닉을 핑계로 음식 리뷰 전문 시식단을 긴급소집했다. 빵 심사위원은 돌잡이 아들딸을 기르는 30대 부부 두 쌍. 두 사람은 디에디트 인기 리뷰 기사인 닭강정, 도시락, 아이스크림 리뷰 작업에 참여한 먹잘알 게스트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일이라면, 흑백요리사 심사위원만큼 진지해지는 친구들이다.
우리는 빵의 수준이나 내용물의 향미를 차근차근 따지며 2024 편의점 냉장 빵 리뷰를 정리했다. 겉보기에 비슷한데 속이 다른 빵이라 개별제품 촬영은 집에서 따로 진행했다. 빵을 반으로 갈라 단면을 바라보니 오호라… 빵마다 개성이 남다르다.
「2024 ‘편의점 빵 in 냉장고’ 시식단」
부천 강현이네: 빵을 정말 좋아하는 엄마, 빵을 정말 싫어하는 아빠.
부평 은빈이네: 크림빵을 엄청 좋아하는 아빠, 건강 빵을 엄청 좋아하는 엄마.
석바위 정년이네: 빵 잘 먹는 총각. “우리 집에서 빵 먹고 갈래요?“라고 말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
1.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
제철 꽃게처럼 속이 꽉 찬 크림빵이다. 빵 식감은 촉촉하고 크림 맛 선택의 폭이 넓다. 2022년 출시작으로 이 빵의 맛과 비주얼은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처럼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비결은 ‘압도적인 크림 양’. 개발진이 빵 공장과 합심해 생크림을 최대한 많이 담는 법을 고민했다. 출시 2년 만에 5000만 개 이상 팔리며 K-편의점에 ‘냉장 크림빵’ 유행을 몰고 온 기념비적인 식품이다.
시식단은 피크닉 현장에서 연세우유 크림빵 4종을 시식했는데, 그중 피넛버터생크림빵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겼다. 빵 중심부 바닥에 스키피 피넛버터가 필링으로 살짝 깔려있는데, 버터의 묵직함과 생크림의 부드러움이 만족스러운 하모니를 이룬다. 빵을 갈라 단면을 본다. 연세우유 크림빵은 어떤 맛을 고르더라도, 크림이 빵 중심부에 둥근 돔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구조적 특성은 시식자가 어느 방향에서 빵을 물어뜯든 균일한 맛을 약속한다. 편의점 냉장 크림빵 입문자에게 추천한다.
편의점: CU
가격: 우유버터생크림빵 2,700원, 피넛버터생크림빵 3,300원
중량/칼로리: 130g 397kcal, 159g 481kcal
다른 맛 추천
은빈이 엄마- 피스타치오 생크림. 필링 대신 들어간 견과류가 킥!
강현이 아빠- 초코 생크림빵. 달콤한 초코 크림으로 모든 걸 사로잡겠다는 패기가 마음에 든다.
2. 브레디크 크림빵 시리즈
연세우유 크림빵이 등장할 무렵, CU의 라이벌 GS25도 샤니와 손을 잡고 ‘브레디크’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빵 브랜드를 개발했다. 크림으로 승부하는 냉장 빵 싸움에 적극적으로 맞불을 놓은 셈. 그 결과가 브레디크 크림빵이다.
앞서 소개한 CU 연세우유 크림빵과 비교하면 먼저 식감에서 차이가 난다. 촉촉함은 덜한 대신 빵에 씹는 재미가 있다.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크림빵이 떠오르는 식감인데, 상온보관 크림빵의 푸석푸석한 밀가루빵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호감 요소였다. 위 사진처럼 빵을 반으로 갈라 단면을 살피니, 크림의 양이나 필링의 배열이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빵을 한입 물었을 때 느끼는 첫인상은 제품마다 제각각일 것으로 짐작된다.
빵 속을 살피면 꾸덕꾸덕한 크림이 신경 쓰인다. 동물성 크림 함량이 타사 제품보다 높다는데, 크림의 풍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옵션. 잼이나 필링이 더해지는 경우, 자기주장이 강한 향이 담긴다는 인상이다.
향미가 자극적인 크림빵의 대표격은 요아정 콜라보를 들 수 있다. 우유 생크림이 아닌 요거트 생크림을 담았고, 빵 바닥에는 꿀 필링을 짙게 깔았다. 삼립호떡에 들어가는 제과용 꿀 필링이라고 짐작된다. 시식단은 꿀 필링에서 나는 계피 향과 요거트 크림의 산미가 서로 충돌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인기 제품 단종과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은 편이라, 생크림 빵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실험적인 빵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브레디크 크림빵을 추천한다.
편의점: GS25
가격: 우유생크림빵 2,800원, 설향딸기생크림 3,000원, 요거트생크림빵 3,200원
중량/칼로리 : 135g 463kcal, 145g 399kcal. 145g 423kcal
다른 맛 추천
정년이- 우도땅콩생크림빵. 크림 아래 깔린 필링이 필 소 굿.
3. 푸하하 크림빵 시리즈 & 제주우유 크림빵 시리즈
2024 한국 편의점 업계 점유율 3위 세븐일레븐도 크림빵 라인업을 정비하는 한편, 다른 회사와 전략적 동맹(?)을 맺고 크림빵 신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연남동의 크림빵 맛집 푸하하의 레시피로 PB 제품을 제작 중이며, 제주우유 생크림을 활용한 베이커리 컬래버레이션 시리즈 중에서 프리미엄 크림빵을 출시했다. 촉촉한 식감의 빵과 진하고 담백한 생크림 맛이 매력적이다. 위 사진은 제주유유 우유생크림빵인데, 냉동고에 넣어두니 베이비 슈를 먹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푸하하 크림빵의 경우, 본사 직영점 빵 시식 경험자가 있어서 즉각적인 비교를 할 수 있었다. 편의점 빵이 오리지널 빵보다 조금 더 두껍다. 푸하하 연남점이나 합정점에서 파는 크림빵의 내용물과 빵 껍데기 비율이 8 대 2라면, 세븐일레븐 PB 빵은 6 대 4 정도. 앙금도 오리지널이 더 진하다. 편의점 빵은 좀 연하다. 하지만 입에서 사르르 녹는 크림만큼은 오리지널의 품격을 지켰다는 평.
여담이지만 푸하하 크림빵은 편의점 3사 PB 크림빵 중 원하는 맛을 모으기 가장 힘들었다. 세븐일레븐 점주님들이 크림빵 발주를 많이 안 하는 탓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크림이 맛있고 속도 알찬 크림 빵인만큼, 좀 더 인기가 많아지길 응원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가격: 제주우유 생크림빵 2,800원, 푸하하 통단팥크림빵 3,300원
중량/칼로리: 130g 430kcal / 125g 335kcal
다른 맛 추천
정년이- 푸하하 소금우유크림빵. 슬슬 단종 각이 보인다. 냉동고에 넣어두고 차갑게 먹을 것.
4. 성수빵 시리즈
‘성수’라는 핫플레이스 이름을 신상 디저트 이름에 나란히 붙여버린 GS25의 프리미엄 디저트 야심작. 제품명에 깃든 알레고리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요즘 성수동이 트렌디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도 시식 전에 이름으로 맛을 미리 유추해 봤다. “성수동은 힙해, 힙한 건 베이글, (요즘 핫플) 베이글은 쫀득해.”
시식해 보니 코스트코 베이글같은 클래식 베이글의 풍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처럼 쫀득하고 쫄깃한 식감. 차갑게 먹어도 그럭저럭 먹을만했으나, 베이글은 역시 따끈따끈하게 가열조리를 해주는 게 낫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에어프라이어 사용을 추천한다. 오븐 온도를 180도로 맞추고 5분 정도 넣었다 꺼내 먹으면 식감과 치즈 풍미가 극대화된다.
신제품으로 크로와상이 출시됐고, 향후 소금빵을 비롯한 인기 K-베이커리의 기묘한 레시피를 재현하지 않을까 싶다. 따끈따끈할 때 맛있는 빵을 대체 어떻게 냉장고에 집어넣을지. 필자는 개인적으로 성수빵 시리즈의 장수를 내심 응원하고 있다.
편의점: GS25
가격: 성수 베이글 무화과 크림치즈 3,700원
중량/칼로리: 160g 480kcal
다른 맛 추천
은빈이 아빠- 성수 크로와상 마스카포네 생크림. 치즈 향이 감도는 차가운 크로와상… 상식 밖이지만 나쁘지 않은걸?
5. 널담 고단백 저당 배꼽 베이글
빵을 자르기 전, 위에서 바라보면 정말 사람 배꼽처럼 생긴 베이글. 단백질 함유량이 10g 대 후반에서 20g 대 초반이다. 어지간한 단백질 음료 수준이다. 제조사는 이 빵을 우유, 버터, 계란이 담겨있지 않은 비건빵으로 홍보 중이다. 정희원 박사님의 저속노화 식사법을 지키는 사람, 양질의 탄수화물 섭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간편식이겠다.
지금까지 소개한 빵은 알다가도 모를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다. 살다 보면 달고 기름진 고열량 빵을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건강을 염려하는 현대인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고영양 건강빵을 소비한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영양 성분이 우수한 빵을 따로 모아 냉장고에 진열 중이다.
시중에 출시된 맛을 전부 시식했는데 시식단은 만장일치로 바질 맛을 추천했다. 전반적으로 밀가루 향이 강하게 나는데 바질 향이 그나마 결점을 가린다는 평. 에어프라이어 사용보다 전자레인지 사용을 추천한다. 렌지 업 후 즉석에서 다 먹으면, 식감과 맛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빵에 스며든 수분이 순간적으로 수증기로 바뀐 영향으로 짐작된다. 오늘 하루 죽도록 운동 열심히 한 다이어터는 이 베이글을 주목하시라. 여러분의 식사 후 급속 영양보급 아이템으로 추천한다.
편의점: GS25
가격: 바질저당베이글 2,000원
중량/칼로리: 140g, 383kcal
다른 맛 추천
정년이 – 플레인 베이글. 반으로 갈라 무화과 잼을 바른다는 조건이면 OK.
리뷰는 여기까지다. 어른 다섯 명이 모여서 커피와 우유로 목을 축이며 부지런히 시식했으나, 속이 점점 더부룩해지고 입안이 느끼해져서 결국 단체 시식을 중단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먹었던 인상적인 냉장 빵 하나를 더 소개하자면, 많은 이들이 ‘고대빵’이라 부르는 CU의 고대 1905 시리즈를 주목할 만하다. 그중 맘모스빵의 엄청난 비주얼과 살벌한 칼로리(800kcal대)가 인상적이다. 토핑과 잼에 신경 쓰는 베이커리라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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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년
브랜드와 음식문화를 탐구하는 피처 에디터. 세계를 떠돌며 아름다운 논픽션을 쓰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