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대전하면 줄곧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을 것이다. 노잼도시, 그리고 성심당.
재미없기로 소문난 대전에는 그나마 성심당이라는 터줏대감 빵집이 있다. 거의 유일한 볼거리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필수코스. 그렇지만 골목 몇 바퀴를 감은 어마무시한 웨이팅에 하염없이 소중한 시간을 축내다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대전의 빵집들은 성심당과 경쟁하기 위해서인지 상향평준화가 되어있어 맛집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 대전에 사는 대학생 에디터, 서희가 진짜 대전 현지인이 주로 찾는 빵지순례 필수 맛집 5곳을 소개, 아니 자랑한다. 맛으로는 유잼 도시, 대전. 리스트를 저장해두었다가 대전 가실 때 꼭 방문해 보시길. 일단 따라와봐!
[1]
‘성심당도 견제하는’ 몽심
들어는 보았는가? 이름하여 대전의 자존심, 빵어워즈! 처음으로 소개할 몽심은 빵어워즈에서 무려 성심당을 제치고 1위를 거머쥔 디저트 맛집이다.
현재는 본점과 도안점, 2개의 매장으로 이루어져있고, 가게 내부가 작은 테이크아웃 매장이니 취식은 불가하다는 점 참고하길 바란다. 난 이번에 한남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몽심 본점에 방문했다.
일단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 냄새를 거부하지 못하고 홀린 듯 들어간다. 고개를 들면 귀여운 두건과 앞치마를 입은 직원분들이 친절한 미소로 함께 맞아주신다. 바닐라 색감의 벽지와 알록달록 귀여운 초,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꾸며진 내부 덕에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
게다가 갓 구운 마들렌 냄새가 더해져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오픈 시간 11시를 조금 넘겨 방문했지만 아침부터 빵을 찾아 달려온 손님들 덕에 가게 내부는 북적이는 편. 순식간에 줄어드는 마들렌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다급해진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마들렌’이다. 밀키, 레몬, 초코 등 여러 종류가 즐비하니 원하는 맛으로 두둑이 담아갈 준비는 필수!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그니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밀키 연유 마들렌이다.
여기 마들렌은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버터향과 함께 적당한 달콤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한번 발을 들이면, “딱 한 개만!”이란 말은 무용지물. 어느새 손에는 마들렌이 한가득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를 좋아해서 어디서나 꼭 먹어보는 편인데, 여기 에그타르트는 정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속의 커스터드는 사르르 녹으며 혀를 감싼다. 먹어보면 다른 에그타르트는 생각도 안 날 정도이니, 꼭 한 번 드셔보시길!
선물로 포장하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디자인부터 세심함과 정성이 느껴져 단번에 이해되는 비주얼. 구움 과자류 좋아하는 덕후라면 한 번쯤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 주소 | 대전 대덕구 한남로38번길 28 1층
- 영업시간 | 매일 11:00-19:30/준비한 디저트 모두 소진 될 경우 조기마감
- 성심당 본점 -> 차 15분, 버스 20분
- 차로 방문시 매장 바로 앞에 주차 / 골목이 좁아 대중교통 추천
[2]
‘파이를 사랑하는 당신’, 빵 한모금
다음으로 소개하는 맛집은 자양동에 위치한 빵 한모금이다. 이전에 ‘파이 한모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곳은 대전 빵순이들도 항상 오픈런할 정도로 인기있는 파이 전문 빵집이다. 지금은 빵 한모금으로 이름을 바꾸어 운영 중.
문을 열면 보이는 따뜻하고 묵직한 원목 인테리어와 엄청난 종류의 파이들로 일단 눈이 즐거워진다. 테이블은 대략 4-5개 정도로 오전에 갓 구워낸 파이와 향긋한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다만 주말에는 오픈런이 필수!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비주얼이 일품인 이곳의 파이들. 빵 한모금의 베스트셀러, 미트파이는 미소를 저절로 짓게 하는 최고의 맛이다. 황금빛으로 완벽하게 구워진 파이 위에는 바삭바삭한 페스츄리가 겹겹이 쌓여있다. 아작, 한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미트파이 속에 가득 찬 토마토와 고기, 치즈필링은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아, 바로 이맛이지.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도 좋고, 종류도 다채롭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득 골라 함께 나누어 먹기도 좋을 듯하다!
- 주소 | 대전 동구 백룡로5번길 59 1층 빵 한모금
- 영업시간 | 매일 08:00-19:30/월,화 휴무/준비한 디저트 모두 소진 될 경우 조기마감
- 인스타그램 @piegarden
- 성심당 본점 -> 차 13분
- 차로 방문시 건물 바로 옆 주차장 이용
- 대전역에서 버스로 10분 소요
[3]
‘유럽의 정취가 깃든 구움과자 천국’ 콜드버터베이크샵
멀리서부터 보이는 밝고 따뜻해보이는 건물. 작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환하게 밝히고, 벽에 걸린 빈티지한 소품들이 낭만적인 이곳은 대흥동에 위치한 콜드버터베이크샵 본점이다.
아이보리 톤의 우아한 인테리어가 아늑함을 더하고, 각종 빵들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어 마치 유럽의 한 카페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구움과자 대표 빵집답게 일단 이곳 휘낭시에 정말 잘한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구워진 겉면은 씹는 맛이 있으며, 속은 놀랍도록 촉촉하고 부드럽다. 버터의 깊고 풍부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미세한 단맛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맞춘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뻘뻘 기다린 보람이 있지.
옆에 보이는 갓 구운 소금빵 냄새 역시 장난아니다. 이미 소금빵은 여러 번 접해봐서 식상하다 싶을 수도 있지만 크랙소금빵, 생우유크림소금빵, 황치즈소금빵, 바질토마토소금빵 등 종류가 정말 다양해서 그냥 입맛따라 하나 둘 집어가면 된다.
여러 개 쟁여두고 하나씩 꺼내먹어도 좋을 것. 상대적으로 크기도 큼지막해서 손에 쥐어졌을 때의 묵직한 만족감이 상당하다. 아,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재고를 알아보고 예약 후 방문하는 것도 꿀팁이다. 누구든 방문해도 실패하지 않을 맛집이라 빵지순례 코스에 꼭 넣는 것을 추천한다.
- 주소 | 대전 중구 중앙로112번길 37 1층 일부 1호
- 영업시간 | 매일 12:00-19:00
- 인스타그램 @coldbutter_bakeshop
- 성심당 본점 -> 도보 8분
- 차로 방문시 인근 주차장에 여유있게 주차 후 방문
- 바로 근처에 중앙로역이 있어 지하철 이동도 추천
[4]
‘겉바속쫀 소금빵 애호가들 모여라’ 시오네베이크샵
갓 나온 소금빵을 기다리는 손님이 보이는 이곳은 탄방동의 작은 골목에 위치해 있는 시오네베이크샵이다.
문밖에서도 느껴지는 갓 구운 소금빵의 냄새가 따뜻한 환영의 손길처럼 다가온다. 이 냄새 맡고 안 들어갈 자신이 없다, 나는. 오븐에서 방금 나온 순간, 바삭하게 구운 빵의 고소한 향과 소금의 짭조름함이 은은하게 공기 중에 퍼지며 코를 간질인다. 따뜻한 아침을 알리는 이 빵 냄새! 아, 향긋하다.
이곳 시오네 소금빵 특징은 빵의 밑부분이 바삭하다는 점. 바닥까지 바삭하게 구워진 소금빵은 손으로 살짝 눌러보면 ‘사각’ 소리가 날 것만 같은 완벽한 바삭함을 자랑하는데, 그 속은 촉촉하면서 쫄깃한 반전이 숨어있다. 씹을수록 빵 속 깊숙이 배어있는 풍미가 입안을 감돌아, 어느새 빵 한 덩이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 부드러운 소금빵보다 겉바속쫀 스타일의 소금빵을 좋아한다면, 바로 이곳을 추천한다.
아차,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빵 라인업을 확인하고 방문하면 더 만족스러운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주소 | 대전 서구 남선로9번길 47-3 1층
- 영업시간 | 목.금 12:00-19:00 토.일 10:00-18:00(월-수 휴무)/ 준비한 디저트 모두 소진 될 경우 조기마감
- 인스타그램 @sione_bake.shop
- 성심당 본점 -> 차 15분
- 차로 방문시 가게 앞, 인근 골목에 주차 / 좁은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 불편
- 중앙로 역에서 탄방역으로 이동 -> 탄방역 정류장에서 버스로 3분 소요되기에 대중교통 추천
[5]
‘하루를 고소하게 시작하는 법’ 굿베이글
마지막은 나의 최애 플레이스, 문화동에 위치한 굿베이글이다.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여긴 맛깔나는 베이글을 파는 유일무이한 베이글집이다. 아마 베이글 좋아하는 대전 사람이라면 모두 가봤을 정도.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건 바로 정성스럽게 진열된 갓 구운 베이글. 거기에 부드럽고 차분한 색감의 인테리어가 아늑함을 더한다.
여기를 대표하는 베이글은 아무래도 이 소금빵 베이글이다. 소금빵과 베이글 그 사이의 맛을 내는데 적당히 버터의 풍미가 돌며 정말 쫄깃한 게 멈출 수 없는 맛이랄까. 빵 본연의 밋밋하고 고소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강력 추천하고 싶다. (바로 나.) 게다가 3,200원의 저렴한 가격은 덤. 서울의 유명 베이글 집에 비하면 혜자다.
개인적으로 내 투픽인 체다치즈감자베이글도 추천한다. 크리미하게 으깨진 감자샐러드와 치즈의 조화는 말해 뭐해. 씹을 때마다 퍼지는 짭조름한 감칠맛과 든든함은 만족도를 최상으로 높여준다. 어머, 이건 꼭 먹어야 해!
이외에도 잠봉베이글, 올리브치즈베이글, 양파베이글 등 인기있는 베이글들도 있으니 포장해서 찬찬히 맛보시길. 한 쪽에 여러 가지 크림치즈도 같이 판매하고 있으니 함께 구매해서 다채롭게 즐겨도 좋겠다. 분명 나가는 길 어느새 손이 묵직해질 것이라 장담한다.
아차, 옆에 위치한 카페 moona에 베이글을 들고 방문하면 사장님께서 접시를 내어주신다. 시원한 음료와 함께 즐길 수도 있으니 참고할 것!
- 주소 | 대전 중구 과례로 79-24 1층
- 영업시간 | 수-일 11:00-19:00(월.화 휴무) / 18:30 라스트오더
- 인스타그램 @good_bagel__
- 성심당 본점 -> 차 17분
- 차로 방문시 매장 앞, 인근 골목 주차
- 대중교통이 복잡해 차, 택시로 이동 추천
대전의 빵집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이 가득하다. 성심당 외에도 이렇게 많은 보석 같은 빵집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전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즐겁고 특별하게 느껴질 것. 이번 탐방이 대전을 더 재미있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그 고소한 매력에 푹 빠져보길 권하고 싶다.
이제 당신만의 빵지순례를 떠나보자. 그 여정에서 만나게 될 맛있는 순간들이, 대전을 더 사랑하게 만들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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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희
사랑이 많은 월드컵 베이비 에디터. 매력적인 글과 미학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