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이번 편은 미국 서부, 천사의 도시 로스엔젤레스 특별편이다.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 톰 크루즈가 올림픽 깃발을 들고 간 그 곳, 2028년에 올림픽이 열리는 그 곳.
LA는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코리아타운이 있는 도시이다보니 다들 일가친척 한명 정도는 LA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내적친밀감 높은 이 도시 LA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준비했다. 실제로 LA의 스페셜티커피 산업은 세계 최고 커피 도시 뉴욕에 버금갈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해 정성껏 준비했다.
컴쾃커피
Kumquat Coffee Downtown
첫번째로 소개할 매장은 컴쾃커피. 지금 LA에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얼마 전까지 LA를 대표하는 스페셜티커피는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 글랜빌과 바빈스키가 공동창업한 G&B 커피였지만, 최근에는 눈에 띄게 주춤하고 LA의 역사적인 소셜 클럽, 조나단 클럽 1층에 새롭게 입점한 컴쾃커피가 어마어마하게 화제가 되고 있다.
컴쾃커피 다운타운 매장은 LA 다운타운 번화가의 조나단 클럽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조나단 소셜 클럽은 레이건 전 대통령을 포함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정치인들이 가장 자주 찾는 역사 깊은 건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경련의 오프라인 클럽인 셈이다. 숙소인 공항 옆 호텔에서 컴쾃커피 다운타운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자동차 도시 LA에서 배차 간격 한시간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건 은근히 짜릿했다. 광역버스 안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이른 아침 오픈런으로 컴쾃커피 매장에 방문했는데, 손님들이 매우 많았다. LA 다운타운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보니 출근길 방문 손님부터 차를 타고 픽업해가는 손님들까지 매장 분위기가 후끈했다. 컴쾃은 한국계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매장의 입구에는 프릳츠, 모모스, 아이덴티티와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페셜커피 원두들과 세레모니, 프로디갈과 같은 미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대세 커피까지 전세계 다양한 커피들을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컴쾃의 의미는 금귤, 낑깡이라는 호칭으로 알려진 시트러스 계열의 작은 과일이다. 컴쾃의 오너 김진한 바리스타의 표현에 따르면 이름의 상징은 크게 없고 전문적인 커피인들의 커피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컴쾃에서 모모스 커피의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와 콜드브루 커피를 마셨다. 단맛이 좋고 향미와 질감까지 진폭이 확대된 느낌이었다. 이외에 콜드브루 커피는 LA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커피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아이스커피를 많이 마시는 LA 지역을 상징하는 커피랄까. 컴쾃은 외부 커피를 소개하는 편집 매장이면서, 독자적으로 로스팅하는 로쾃(비파) 커피도 운영하고 있다. 컴쾃, 로쾃 이름이 재밌지만 현지에서 인정받는 내공이 범상치 않다. LA에서 가장 뜨겁고 핫한 매장이다.
Kumquat Coffee DTLA
주소 | 545 S Figueroa St, Los Angeles, CA
엔도르핀
Endorffeine
컴쾃이 한국계 현지인들이 시작한 매장이라면, 엔도르핀은 중국계 태국인 잭 벤차쿨이 시작한 매장으로 LA 차이나 타운을 대표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예전부터 커피인들에게서 인기가 많던 매장이었는데 LA 타임즈에 특별기사로 소개된 후 지역 상권 전체가 바뀔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매장은 오너바리스타 1인과 어시스턴트(누나)로 운영되고 있다.
엔도르핀의 위치는 차이나타운 건물의 안쪽이다. 창문과 간판조차 없는 조그마한 장소이다. 얼핏 파리가 날릴 듯 한가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지역 유지들이고 먼곳에서도 꾸준하게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장의 메뉴는 오직 커피만. 에스프레소와 브루잉 커피 이외에 창작메뉴가 없다. 컴쾃을 포함한 대부분의 LA의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이 다양한 창작메뉴를 선보인다면, 엔도르핀는 유일하다시피 커피만을 추구하는 전문매장이다.
엔도르핀에서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와 브루잉 커피를 마셨다. 에스프레소는 중남미 특유의 선명한 산미와 입체적인 질감이 인상적이었고, 브루잉 커피는 커피 본연의 향미와 지역을 상징하는 테루아의 느낌이 다양하게 발현되었다. 특히 커피를 준비하는 오너바리스타의 섬세한 추출 장면이 진심으로 감동스럽다.
커피인들의 바리스타, 커피인들의 아지트와 같은 엔도르핀. 진심으로, 인상적인 임팩트가 있는 곳이다. 수시로 커피원두가 바뀌는 편집샵이기에 오너바리스타에게 문의하면, 시즌에 따라서 적절한 커피를 제공한다. 큐레이션한 스페셜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
endorffeine
주소 | 727 N Broadway #127, Los Angeles, CA
데이글로우
Dayglow
데이글로우는 컴쾃과 함께 LA에서 가장 후끈한 매장이다. 컴쾃이 다운타운 내부 두곳의 매장을 기반으로 깊이 있게 접근한다면, 데이글로우는 LA의 다양한 지역에 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컴쾃에 비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양질의 커피를 반짝 반짝 빛나게 선보이는 곳이다. 데이글로우의 의미는 형광. 매장 내부에 형형색색이 빛나는 느낌이다. 이번에 방문한 매장 옆에는 LA에서 떠오르는 비건 아이스크림 매장이 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의 궁합이 예술인데 방문한 날에는 아이스크림이 품절이었다.
데이글로우의 특징은 현란한 색감. 데이글로우는 유난히 매장과 커피원두 패키징의 색감이 인상적이다. 스페셜티커피 전문매장이지만, 창의적인 색감까지. 오사카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 릴로커피의 싱글오리진 커피까지 형형색색이 어울린다.
데이글로우에서 말차 아이스라테를 마셨다. 일본 말차를 기본으로 우유와 당분을 추가했는데 비주얼이 명백하다. 상당히 포토제닉하면서, 인스타그래머블하달까? 대중적이라는 건 장단점이 있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특히 데이트하는 경우라면 파트너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외에도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를 함께 곁들였는데, 상당히 추출이 만족스럽다. 맛있다.
Dayglow
주소 | 5630 Melrose Ave, Los Angeles, CA
비브라이트
Bebright
마지막으로 소개할 매장은 한국계 바리스타이자, 2024년 미국 챔피언 프랭크라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비브라이트 커피다. 비브라이트 커피는 컴쾃의 오너 김진한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방문했다. 매장의 위치는 멜로즈 애버뉴. 컴쾃, 엔도르핀, 데이글로우에 비해서 외곽이지만, 직접 로스팅을 하는 매장답게 커피의 종류들이 많았다. 아쉽게도 방문한 날에는 챔피언이 해외 출장 중이었다.
비브라이트에서 블렌딩 에스프레소와 창작메뉴 바나나 아이스라테를 마셨다. 블렌딩 에스프레소는 중배전의 진득하고 달콤한 느낌의 올드스쿨 커피에 가깝다. 트렌디한 LA의 경우 산미있고, 향미가 강한 스페셜티커피들이 인기인데, 비브라이트는 독특하게 중배전의 진득한 커피로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실제로 마셨을 때의 느낌은 처음 커피를 마시던 시기의 추억처럼 진득하고 농염하면서 향미와 여운까지 좋았다. 창작메뉴는 독특하게 바나나를 포함한 커피인데 산미가 없이 단맛의 밸런스가 좋았다.
매장의 분위기가 트렌디한 느낌은 아니지만, 진득하고 농밀한 미국 챔피언의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강력하게 추천한다.
Be Bright Coffee
주소 | 7311 Melrose Ave, Los Angeles, CA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