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나는 솔로다. 솔로가 된 지 1년 정도가 지났다. 지금 내 삶에는 하트시그널도 없고, 환승연애도 없다. 그런 건 TV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연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질문들이 있다. “소개팅은 생각 없어요?”, “썸은 없어요?” 소개팅은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썸도 없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그게 썸은 아닌 것 같아서.
30대의 연애는 조금 어렵다. 20대의 연애처럼 한두 가지 장점만 보고 불타오르기엔 겁이 많고 냉정하며 현실적이다. 괜찮은 사람을 발견해도 손을 내밀기에 조심스럽다. 분명 외로움을 느끼는데, 뭐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러운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혹시 나만 이런걸까,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혹시 연애 안 하는 이유가 뭐야?”
36세, 기자 K: “사귀고 싶을 정도의 사람이 없어. 소개팅? 당연히 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소개팅이라는 게 자주한다고 성공률이 올라가는 게 아니잖아. 내가 원하는 상이 너무 특정해서 더 어려웠던 게 아닐까 싶어.”
32세, 공무원 J: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매일 집-회사만 반복하니까 ‘자만추’는 어렵고, 소개팅도 여러번 해봤지만, 잘 되기 어렵더라고.”
27세, 영업직 H: “아무나 만나기는 싫은데, 맘에 꼭 드는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연애 안하면 죽을 것 같지는 않더라고.”
29세, 프로듀서 P: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일, 그 다음이 나, 그 다음이 연애이기 때문에 남을 챙길 여유가 없어.”
32세, 기획자 Y: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고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어.”
고작 다섯 사람의 대답이라 믿지 못하겠다고? 그럴줄 알고 데이터를 가지고 왔다. 바로 한화손해보험이 7월 2일부터 7월 7일까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539의 외로움 및 관계맺기 실태>라는 서베이다. 발표 전에 미리 받아서 읽어 보니 설문 결과가 꽤 흥미로웠다. 결과만 간단히 적자면 이거다. 대부분의 젊은 남녀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중 대다수는 자신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OTT나 유튜브를 보는 등 혼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 연애를 하고 싶어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 설문 결과가 방대하기 때문에 전부 보여줄 수는 없고, 핵심만 전달하려고 한다. 응답자의 성별 비율은 남성(51.7%), 여성(48.3%), 연령 비율은 25-29(33.8%), 30-34(35%), 35-39(31.2%)임을 참고 바란다.
서베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2539 남녀 70%가 외로움을 느끼고, 나머지 30%는 스스로가 외롭지 않다고 말하지만,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과 관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스스로가 외롭다는 걸 인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삶에 대한 행복도가 낮다는 결과도 있었는데, 이건 한화손해보험에서 진행한 서베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논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가 있어서 놀라웠다.
사회성 연구의 권위자 로빈 던바를 알고 있을까.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150명을 넘지 못한다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는 개념을 만든 박사인데, 그가 인간관계에 대해 연구한 저서 <프렌즈>를 보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가 연인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관계라는 게 행복해지기 위한 최소 조건이자 절대적인 조건임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라는 책도 있다. 이 책은 1938년에 시작해 최근까지도 지금까지도 연구가 진행되는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윌딩거가 썼다. 85년이 넘도록 행복의 조건에 대해 추적한 놀라운 연구인데, 이 책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관계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다. 외로울까? 아니면 공허할까? 무력하고, 지쳤을까? 어쩌면 힘든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으나 연결될 수 없어서 불행함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한화손해보험의 서베이에 따르면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현재 삶에 대한 행복도가 낮다고 한다. 즉, 외로움과 삶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친구들에게 또 질문을 했다. “연애하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껴?”
36세, 기자 K: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고 느낄 때 뜻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덜 외롭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어.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 험한 세상을 혼자 살아가야 하다니… 너무 막막하다! 이렇게.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는 않아. 아무리 가까운 친구여도 좋은 청자에 불과한 것 같아서. 각자의 삶의 무게가 다르다보니 연인이 아니고서는 굉장히 사적인 대화를 하기는 어렵잖아.”
32세, 공무원 J: “글쎄, 나는 외로움이라기보다는… 뒤쳐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이것도 외로움인가? 주변에는 모두 결혼하고 애기가 있어서 어느새 친구 모임에 가면 주제가 결혼이거나 출산이거나 육아가 되었거든.”
29세, 프로듀서 P: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다가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이 예쁜 연애를 하기 시작하니 외로움이 느껴지더라고.”
모든 건 ‘사바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건 확실한 것 같다(일단 나부터가 그렇고). 그런데 문제는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이 크게 도움은 안된다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외로움을 느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대다수가 OTT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즉, 관계 맺기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는 뜻이다. “외로움을 느낄 때 뭐해?” 친구들한테 물었다.
36세, 기자 K: “외로움을 당장 해소하겠다고 가볍게 누구를 만나고 싶지는 않아. 관계가 깨지면 내상이 은은히 오래가는 스타일인데, 마음에 차지 않는데도 당장 마음 편하자고 힘듦을 감수할 수는 없잖아. 나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그냥 사람은 외롭구나’ 생각하면서 달리기를 했던 것 같아. 너무 드라마 주인공처럼 굴지는 않으려고 했어.”
27세, 영업직 H: “외로움을 느끼는 편이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해. 내가 왜 외로움을 느꼈지? 생각에 몰두하는 편이랄까. 그 감정을 왜 느꼈을까, 아 누가 결혼한다는 말을 들어서구나, 아 내가 결혼하고 싶은 거구나! 그러다 보면 부정적인 외로움이 나아지더라고.”
29세, 프로듀서 P: “외로움을 느낄 때는 혼자 영화를 보거나(머리를 비울 수 있는 코미디나 판타지 장르의 영화를 주로 보고, 로맨틱 코미디는 싫어.) 친구들을 만나.”
32세, 기획자 Y: “개인적인 루틴(운동, 독서 등), 여행, 친구나 지인들과의 인간관계 등에 매일 둘러싸여 살다보면 외로움이 느껴지다가도 금방 사라지더라고.”
다행히 내 친구들은 유튜브나 OTT로 외로움을 달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번아웃이 자주 올 정도로 워커홀릭이다. 좋게 말하자면 생산성 덕후라서 생산적인 것이 아니면 관심이 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도 좋을 주말에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맛집을 다니는 등 ‘경험치를 쌓기 위해’ 열심히 사는 편이다. 이런 활동을 친구와 함께해도 좋지만, 혼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그게 더 효율적이어서.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외로움은 느끼지만 혼자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왜 굳이 혼자 하려고 했을까? 마음 맞는 사람이 아니면 차라리 혼자하는 게 나은 것 같아서일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연애하던 시절의 떠올려본다. 그 시절의 나는 최소한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것이 많았고, 덕분에 일중독에서도 조금 벗어날 수 있었고, 삶을 즐길 수 있었다.
또 다른 결과도 흥미롭다. 2539 남녀 2명 중 1명은 연애 중이고, 자만추 또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 최소 1년 이상 연애를 지속했다고 응답했으며, 연애 중인 응답자의 10명 중 9명은 연인과의 만남/연락이 삶을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고, 비연애자 10명 중 8명은 연애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즉, 계속 지속하고 싶은 좋은 연애는 삶에 대한 행복감을 준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혹은 못하는 사람들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친구들에게 왜 연애하고 싶은지부터 물어봤다.
36세, 기자 K: “잘 맞기만 하면 연애만큼 재밌고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이 없다고 생각해. 정신 건강에도 좋고.”
32세, 공무원 J: “재밌잖아. 설레고 즐겁고 슬프고 의지되고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27세, 영업직 H: “잘 맞는 친구이자 동반자 하나쯤 있어야 인생이 더 재밌을 것 같아. 그래서 누굴 만나면 오랫동안 만날 걸 생각하고 만나는 편.
29세, 프로듀서 P: “어떤 상황에도 내 편이 있고,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많이 부러워. 연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세상만큼 내 세상이 넓어지는 걸 너무 좋아해”
스스로에게도 물어봤다. 나는 왜 연애하고 싶은지. 친구들과 만나 연애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얘기하거나, 지나간 연애사에 대해 얘기한다. 얼마 전에도 충무로에 있는 도루묵 요리 전문점에서 낮술을 마시며 연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해가 쨍한 한여름, 밖에서는 바람이 솔솔 불어와 적당히 알딸딸하고 기분 좋은 날, 이런 말을 들었다. “책도 좋지만, 연애만큼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없는 것 같아.” 나는 그 말에 크게 동의하며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연인 관계만큼 밀접한 관계는 없잖아.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거리감이라는 게 있는데, 연인은 그런 것도 없어. 나 자신의 초라한 점까지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되잖아.”
이쯤에서 궁금하지 않을까. 한화손해보험은 왜 이런 서베이를 진행했을까. 보험사가 왜? 한화손해보험은 여성이 나 다운 삶을 살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립한 게 펨테크연구소다.
펨테크연구소는 여성이 라이프사이클에서 가지는 니즈에 대해 연구하는 곳으로, 이번 서베이 역시 연구소에서 진행했다. 최근 연구소에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30세대의 마음 건강이 많이 무너져 있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특히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인간관계와 외로움에 대한 심층조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관계형성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기대를 해보자.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결과 한 가지. 이 결과를 보면 배우자를 고를 때 가치관,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치관이 얼마나 잘 맞는지, 대화가 얼마나 즐거운지 등. 20대 초반에도 이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가중치가 더 커진 것 같다. 내 나이 36살, 정말 많은 사람과 스쳐지나갔지만, 몇 시간 동안 떠들어도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걸 자주 깨닫는다. 아, 그리고 세 번째로 중요한 건 남녀가 달랐는데, 남자는 외모, 여자는 경제였다. “너는 뭐가 중요해?”
36세, 기자 K: “가장 중요한 건 인간 됨됨이. 그리고 자기 세계를 갖춘 사람이 멋있어 보여.”
32세, 공무원 J: “처음부터 훅 끌리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조금 변한 것 같아. 역시나 제일 중요한 건 성격인데, 구체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 문제 해결방식, 가치관이 나와 맞는지를 따지는 것 같아. 외모는 예선전 통과의 느낌이고, 나머지 경제력이나 집안은 만나면서 생각하고.”
27세, 영업직 H: “성격이 최우선. 풀어서 말하자면, 생각이 깊고 포용성이 있는데, 유쾌하고 겸손한 사람.”
29세, 프로듀서 P: “가치관과 성격이 정말 중요하더라고. 취향과 유머코드가 잘 맞고 사랑에 빠지는 속도와 방향이 비슷한 사람이 좋아. 외적으로는 중성적이고 장발이 잘 어울리는 사람, 경제적으로는 사회에서 제 몫을 잘하는 정도면 좋겠어.
이 글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이번 주말에는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젊음도 인생도 유한하니 외로움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지 말자.
*이 글에는 한화손해보험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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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