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나는 요즘 새삼 술에 빠져 있다. 최근에 맛있는 술을 마셔서? 아니다. 사람 때문이다. 대화가 안주라는 식상한 표현처럼 좋은 대화상대를 만나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3시간, 5시간, 8시간. 그렇게 술자리가 끝난다. 잔은 비었고, 시간은 흘렀고, 차라리 이 계절이 멈춰버렸으면 좋겠고.
도시 술꾼의 본능이랄까. 좋은 친구가 생기면 더 좋은 술을 디깅하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단지, 더 맛있는 술을 나누고 싶어서(술은 혼자 마시면 재미가 반감된다). 85년 가까이 행복이 무엇인지 연구한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은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결론은 한 가지다. 인간관계다. 외롭지 않고 과하지 않은 인간관계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나는 한 가지 더 보태고 싶다. 맛있는 소주가 필요하다. 소주는 우리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 주니까. 2m의 관계에서 30cm의 관계로.
그렇게 우리의 모든 관계에 씬스틸러마냥 존재한 소주의 역사가 벌써 1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 물 좋기로 유명한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시작된 진로가 100주년을 기념하여 역사적인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름이 꽤 길다. ‘일품진로 1924 헤리티지 100주년 에디션’. 100년의 양조 기술과 노하우를 토대로 선보인 최고급 증류주다.
일단 디자인 얘기부터 하자. 기존 일품진로 1924 헤리티지가 유려한 라인에 속이 보일 듯 말 듯 반투명한 것과 달리 100주년 에디션은 완벽하게 각진 실루엣에 블랙 컬러와 자개 디자인으로 프리미엄한 감성을 더했다. 블랙 컬러로 속이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디자인 덕분에 100주년 에디션다운 고귀함까지 느껴진다.
특히 제품 정면에 위치한 두꺼비 심볼은 자개 디자인을 적용하여 기울일 때마다,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오묘한 컬러를 띄며 빛이 난다. 한옥에서 볼 법한 창살 구조를 단순화시킨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음각 병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뜬금없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온라인 게임을 한 사람이라면 미르의 전설이나 퇴마전설 같은 게임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 게임에는 비범한 약을 삼키면 능력치가 급상승하는 효과를 주는 아이템이 있는데, 왠지 무협 게임에 등장할 것 같은 프리미엄한 희귀템 느낌이랄까.
이제 술맛을 보자. 나는 술도 술이지만 안주 없이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다. 술과 안주의 페어링을 중요하게 생각한달까. 오늘의 안주는 회로 골랐다. 술 자체를 온전히 음미하고 싶어 담백하고 고소한 막회 모둠을 시켰다. 왼쪽부터 광어, 숭어, 도다리 세꼬시, 청어까지. 여름에 특별히 맛있는 생선이 민어나 병어라고 해서 시켜볼까 싶었지만, 여름 청어도 궁금했다. 좋은 증류식 소주와의 궁합은 말해 뭐해.
일품진로 1924 헤리티지 100주년 에디션은 최고급 이천쌀을 3번 증류한 증류 원액과 23년산 목통 숙성 원액을 블렌딩하여 완성했다. 좋은 술에서 느껴지는 오크 향과 쌀의 풍미가 깊고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도수는 30도로 높은 편임에도 생각보다 알코올 향이 강하지 않고 차분하게 감기는 느낌이다.
한 모금 머금으면 입안에 깊은 풍미와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연신 맴돈다. 일생에 단 한 번 누릴 수 있는 환상적인 블렌딩이 확실히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라 부를만하다. 맛을 해치지 않는 막회와의 조합도 환상적이다.
100주년 에디션은 오직 19,240병만 생산된다. 구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모셔와야겠다. 존재만으로도 그 가치가 훌륭한 에디션이니.
꼭 기억하고 싶은 날에 이 술을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어른들의 삶은 고달파서 아무리 좋았던 순간도 쉽게 휘발해버리니까. “너 그때 기억해? 왜 있잖아, 일품진로 1924 헤리티지 100주년 에디션 마셨던 그 날!” 앞으로도 수없이 되풀이될 우리의 술자리 역사에, 100주년이라는 역사를 살포시 얹어보는 거다.
*이 글에는 하이트진로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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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