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가 전기차로도 출시된다? 이 루머는 캐스퍼가 처음 등장했던 2021년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캐스퍼가 처음 나왔을 때 당시에는 전기차가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닐 때였고, 막 출시된 아이오닉5도 받으려면 몇 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던 시절이었죠.
3년이 흐르고, 실제로 캐스퍼 일렉트릭이 등장한 지금은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에 대한 문제 등을 이유로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많이 늘어났지만 적은 유지비, 조용한 승차감 등을 이유로 다시는 내연기관차를 타지 못할 거 같다는 사람들도 많죠.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의견이 양극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캐스퍼 일렉트릭의 등장은 비록 상황이 달라졌더라도 여전히 전기차의 보급에 있어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 같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전기 파워트레인보다도 바로 ‘크기’입니다. 배터리를 완충했을 때 넉넉한 주행거리를 이루려면 배터리가 적당히 커야 하고, 배터리는 공간을 차지하죠. 49.5kWh의 넉넉한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캐스퍼 일렉트릭은 일반 캐스퍼에 비해 전장을 무려 230mm 늘렸습니다. 이 말인즉슨, 캐스퍼 일렉트릭은 더 이상 경차로 분류받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관련 법규로 정해져 있는 경차의 크기 기준을 초과하거든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경차를 타는 이유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주차비나 유료 도로 통행료 할인 등의 추가적 혜택이고, 이 중 많은 부분을 전기차도 적용받기 때문에 크게 매력이 반감될 사안은 아니라고 현대차는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보다 충분한 완충 주행거리 등 전기차로써의 상품성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이렇게 전장을 늘렸기 때문에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 레그룸이나 트렁크 공간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는데요, 특히 트렁크 부분의 길이를 100mm 늘리면서 일반 캐스퍼 대비 47L의 추가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고 하네요.
캐스퍼 일렉트릭의 전기 파워트레인은 앞서 언급한 49.5kWh 배터리에 115마력짜리 전기 모터를 조합합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1회 충전 시 최대 315km 주행이 가능하다고 하며, 이는 서울에서 광주광역시까지의 거리입니다. 비록 부산까지 가려면 중간에 한 번 충전을 해줘야 하겠지만, 하루 50km 정도의 도심 출퇴근의 시나리오로 가정할 때 1주일 동안 충전을 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운행이 가능합니다. 도심을 돌아다니는 일상적인 용도로는 충분한 셈이죠. 거기에 최대 120kW 속도의 급속 충전으로 10%에서 80%까지의 충전은 30분이면 충분하고, 220V 소켓을 통해 전자 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도 있습니다.
일반 캐스퍼에 비해 편의장비도 다양하게 넣어준 점도 돋보입니다. 먼저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크기를 8인치대에서 10.25인치로 키웠으며, 서라운드 뷰와 후측방 모니터, 그리고 폰 프로젝션(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을 지원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애플 워치만으로 문을 잠금 해제하고 시동을 걸 수 있는 디지털 키 기능과 무선 충전 패드도 제공하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의 캐스퍼급의 차종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고급 편의장비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이중 많은 편의장비는 일반 캐스퍼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장비이기도 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단순히 전기차인 캐스퍼를 원했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캐스퍼의 크기가 너무 작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만 비슷하게 경차 기반으로 나온 전기차인 기아자동차의 레이 EV보다는 크기나 파워트레인 사양,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확실히 윗급으로 나온 만큼 2,775만 원부터 시작하는 레이 EV보다는 더 비싼 가격에 책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현재 아직 가격과 보조금 규모 모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지금은 부정적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소비자의 다음 차는 전기차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 지역을 포함한 54개국에 수출할 예정인 캐스퍼 일렉트릭이 이 전환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첫선을 보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7월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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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백수가 되었지만, 백수가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에디터이자 팟캐스터. IT가 메인이지만 관심가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이 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