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6월인데 이렇게 더워도 괜찮은걸까? 사실 전혀 괜찮지가 없다. 초복에도 크게 덥지 않았던 게 몇년 전인 것 같은데, 6월에 35도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신상 아이스크림을 가져왔다. 지글지글 끓는 이 날씨에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다고 기분이 갑자기 좋아질 리는 없다. 그런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노벨화학상을 받았겠지.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원래 그렇다. 쉽게 녹아버리고, 잠깐의 달콤함과 시원함을 주는 쾌락의 맛. 달콤한 1분을 위해 나는 여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올해 상반기에 출시된 아이스크림 중 괜찮은 것만 모았다.
라벨리 복숭아 익어가는 바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라벨리에서 만든 복숭아 익어가는 바는 실제 복숭아 과육이 14% 이상 함유되었다. 실제로 먹어보니 복숭아가 씹히고 너무 달지도 않고 산뜻한 맛이다. 나는 과일 맛 아이스크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이 아이스크림은 앉은 자리에서 다 먹었다. 여름에 어울리는 상큼한 맛이며, 무광 패키지가 고급스럽다. 한 번쯤 먹어보면 좋겠다. 그러다 두 번 세 번 먹게 되겠지만.
허쉬 다크초코 케이크 아이스
‘다크초코’라는 단어에 끌려 망설임 없이 구매했으나 생각보다 다크함은 강하지 않다. 쌉싸레의 ‘쌉’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맛은 있었으니까. 빵,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조화는 맛 없기가 힘들지 않을까. 오레오를 얼려 먹는 맛 같았고, 냉동실에 쟁여두었다가 술 마신 뒤 디저트로 먹기에 좋다.
빙그레 빵또아 황치즈케이크
빵또아에 환장하는 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빵과 아이스크림의 하모니는 웬만해선 맛없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빵또아는 너무 달지 않고, 폭신폭신한 카스테라빵 덕분에 좀 더 ‘빵’ 비스무리한 것을 먹는 느낌이 난다. 황치즈가 들어간 디저트는 ‘혹시나’ 하고 먹었다가 ‘역시나’ 하고 실망하는 맛 중에 하나인데, 빵또아 황치즈케이크는 다르다.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함을 추구하는 중용의 맛이다. 아이스크림 사이에 콕콕 박힌 황치즈는 식감을 살려준다.
라라스윗 저당 멜론바
최근에 아이스크림을 리뷰할 일이 있어서 여러 저당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는데, 라라스윗이 제일 맛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맛있음’은 덜 저당스럽고, 단맛이 인위적이지 않으며 중독성 있다는 뜻이다. 라라스윗 저당 멜론바 역시 잘 만들긴 했지만, 이 제품의 경쟁자가 메로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메로나는 그리 칼로리가 높은 아이스크림은 아니다. 120kcal에 불과하기 때문에 40kcal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리빙 레전드’ 메로나를 이기기 위해서는 40kcal는 부족하다. 40kcal로는 멜론으로 새긴 도시의 전설을 무너뜨릴 수 없다.
끌레도르 더단백바
왜 음식에 단백질을 넣는지 모르겠다. 나는 디저트는 온전히 맛있게 먹고, 단백질은 따로 챙겨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결론만 말하면 끌레도르 더단백바는 단백질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 괜찮은 아이스크림이기는 하다. 카라멜 맛이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호두마루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미스테리함은 있다. 원재료를 살펴도 호두가 들어가진 않았는데 참 기묘하다. 첫입은 호두마루, 먹다가 보면 메가톤바의 느낌이 난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지만, 단백질 8g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면 메가톤바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아이스크림이라는 건 다이어트에 도움이 1도 되지 않는다. 뭘 먹어도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영양소를 지녔다. 그러니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는 맛 이외에 또다른 기준은 필요없다. 저당이라거나 단백질이라거나 하는 기준 말이다.
요맘때 허니아몬드 콘
독보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요맘때의 새로운 맛, 허니아몬드다. 맛이 희한하다. 첫입에는 평범한 요맘때 같다가 중간중간에 들어간 꿀을 먹게 되면 이상하게 건강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상하게 꿀이 들어가면 건강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학습된 반응이 아닐까. 어릴 적에 엄마가 꿀 한 통을 사온 다음 날 부터, 아침마다 우유나 요거트에 꿀을 타줬는데, 온 세상에 꿀이 떨어지던 학창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아련하다. 오늘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제일 맛있었던 제품은 아닌데, 가장 생각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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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