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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점심 커피를 위한, 종로구 카페 10곳

빌딩 숲 속에서 찾은 나만의 아지트
빌딩 숲 속에서 찾은 나만의 아지트

2024. 06. 04

안녕, 혼자 카페 가는 게 일상인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게 당연한 루틴이 된 지 오래다. 생각해 보면 회사에 다닐 때도 기어이 시간을 내어 혼자 카페에 간 적이 있었다. 점심 시간, 그 한 시간을 이용해서. 잠깐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으로 분위기 좋은 카페로 도망친 날들을 기억한다. 달콤한 휴식과 충전을 선물해 줄 회사 근처의 근사한 카페를 확보해 두는 건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일지도 모른다.

‘나 홀로 점심 커피’의 맛을 아는 분들을 떠올리며 이번 콘텐츠를 준비했다. 국내 대표 업무 지구 중 하나인 종로구/중구 일대로 출근하는 독자라면 특히 주목해 주길. 시청에서 광화문, 명동, 을지로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하면 좋을 카페 10곳을 소개한다.


[1]
알레그리아 덕수궁 디팰리스점

종로구 카페

덕수궁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 광화문 직장인들 사이에서 커피 맛집으로 유명한 알레그리아 덕수궁 디팰리스점이 있다. 2011년 설립한 커피 로스팅 전문 기업으로 광화문과 판교 등 5개의 직영 매장 모두 오피스 상권에서 운영 중이다. 밝고 쾌적한 실내 환경과 전문성 있는 바리스타들의 친절한 응대가 기분 좋은 덕수궁 디팰리스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더라도 세 가지 블렌드 원두 중에 고를 수 있으니 취향껏 선택해 보자. 

싱글 오리진 원두 라인업 역시 다양하다. 이날 내가 선택한 커피는 ‘콜롬비아 벨라 알레한드리아 게이샤’.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질감에 한 번 놀라고, 부담스럽지 않은 산미 가운데 여운을 남기는 그윽한 단맛에 두 번 놀랐다. 레몬그라스나 재스민의 아로마가 과하지 않아 데일리 커피로도 손색이 없다.

알레그리아 덕수궁 디팰리스점

• 주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2길 10 덕수궁 디팰리스 1층
• 영업시간 | 주중 08:00-20:30, 주말 10:00-20:30
@acr_korea


[2]
베란다

빽빽하게 들어선 오피스 빌딩 숲에서 겨우 2~3분 걸어 나왔을 뿐인데,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관광객의 인파로부터 빠져나와 5분 남짓 도망쳤을 뿐인데, 별안간 멀리 떠나온 기분을 선물하는 카페. 내자동 좁은 골목길에 자리 잡은 베란다는 미술을 전공한 주인장이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던 당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찾아갔던 숲속 리조트 ‘Veranda’. 그곳에서 받았던 위로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매장을 준비했다. 

한옥의 서까래와 투박한 나무 가구, 볕 드는 자리에 가지런히 놓인 화병과 직접 오일 파스텔로 그린 컬러풀한 그림들까지.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이곳에서 상큼한 바질 토마토 에이드와 함께 잠깐의 여유를 즐겨보자.  

베란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사직로10길 9-4
• 영업시간 | 월-토 10:30-22:00, 일 11:00-19:00
@veranda_seoul


[3]
파스텔커피웍스 서촌점

전통과 현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서촌에 가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셀 수 없이 많은 맛집과 멋집이 있다. 날 잡고 놀러 오는 관광객이야 그저 신나겠지만, 5일 내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뭐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건 성가신 고민거리가 되기도 할 터. 짧고 소중한 점심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내려면 실패 확률이 적은 곳으로 향해야 할 테고, 그런 면에서 내가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카페는 파스텔커피웍스 서촌점이다. 맛있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믿고 갈 수 있는 커피 맛집. 매장 규모는 작으나 혼자 가볍게 쉬었다 가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독특한 싱글 오리진 원두로 핸드드립 커피를 마셔도 좋겠지만… 이날만큼은 당 보충을 위해 ‘샹티샹티’를 주문했다. 고소하고 진한 커피에 우유와 크림을 더한 서촌점 한정 메뉴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날에는 야외 좌석에 앉아 누하동 거리를 넋 놓고 감상해 봐도 좋겠다.

파스텔커피웍스 서촌점

• 주소 |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3길 2
• 영업시간 | 주중 08:30-17:00, 주말 10:00-18:00
@pastelcoffeeworks


[4]
커피스니퍼 서울 시청역점

서울시청 인근 북창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커피스니퍼. 노포 식당과 관광호텔 사이에서 세련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이곳은 2019년에 문을 연 로스터리 카페다. 40년 동안 전통 다방으로 운영되던 자리를 이어받아 커피를 사랑하는 시청-명동 일대 직장인들의 소중한 한 잔을 책임지고 있다. 블랙과 다크 브라운, 그레이 그린 등 차분한 색상이 공간 내부를 채우되 흘러나오는 음악과 직원들의 에너지는 쾌활해서 부담 없이 머무르다 가기 좋다.

더위를 식혀줄 아이스 커피를 마셔야겠다 생각했고, 고심 끝에 ‘에티오피아 시다마 아르베고나 물루게타 문타샤 내추럴’이라는 긴 이름의 원두를 골랐다. 화이트 플로럴, 복숭아, 자두라는 테이스팅 노트처럼 화사하고 산뜻한 맛이 일품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에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커피를 찾는다면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시그니처 메뉴 ‘커스터드 라테’를 주문해 보자.

커피스니퍼 서울 시청역점

• 주소 | 서울 중구 세종대로16길 27 남양빌딩 1층 102호
• 영업시간 주중 | 08:00-20:00, 주말 10:00-20:00
@koffee.sniffer


[5]
리사르커피 종로점

국내에 에스프레소 바 문화를 전파한 일등 공신 리사르커피. 본점인 약수점을 시작으로 청담점과 명동점에 이어 지난해 12월, 종로1가 대로변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에 종로점을 오픈했다.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와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들이키는 에스프레소 한 잔.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대리석 커피바와 헤링본 패턴의 바닥, 앤티크한 나무 선반이 채우는 근사한 공간에서 1,500원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니!

식곤증을 대비하기 위해 진한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보자. 별도의 요청이 없다면 컵 바닥에 설탕이 깔려 나오므로 스푼으로 잘 저어 녹인 뒤에 마시면 된다. 가볍게 곁들이기 좋은 스낵으로는 아마레띠를 추천한다. 아몬드가 들어간 이탈리아 비스킷으로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이다.

리사르커피 종로점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5길 7 1층
• 영업시간 | 주중 07:00-20:30, 주말 08:00-20:30
• 인스타그램 | @leesarcoffee


[6]
케이코쇼텐

평일 점심의 명동 거리,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단체 관광객과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의 인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어디로 향하는 게 좋을까? 1시간 남짓의 점심시간이지만 잠시나마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케이코쇼텐으로 향해보자. 오래된 적산가옥에 자리한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빈티지 아이템의 향연이 펼쳐진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밝고 올라간 2층. 푹신한 의자에 앉아 벽과 선반에 걸린 소품을 구경하다 웨스턴 스타일링이 근사한 사장님이 다가오면 밥과 음료를 주문한다. 커피나 주스, 소다 외에도 간단한 요깃거리와 든든한 식사가 준비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마일 카레라이스를 꼭 먹어볼 것. 1970년대 스마일리 페이스 머그잔에 새겨져 있던 웃는 표정을 카레에 적용해 시각적으로도 무척 귀여운 메뉴다. 

케이코쇼텐

•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24길 12-1
• 영업시간 | 월-금 09:30-20:00, 토 12:00-20:00 (일요일 휴무)
@keiko_shoten


[7]
코인 명동2호점

명동의 직장인 독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또 다른 카페는 코인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명동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으로 중국 대사관 쪽의 1호점과 을지로입구역 인근의 2호점을 운영 중이다. 대학로의 학림다방, 신촌의 미네르바, 안국역의 브람스 등과 함께 여전히 올드 패션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의 상징적인 카페다.

창 너머로 넘실거리는 초록 잎과 투박한 고재를 사용한 바닥, 정겨운 무늬의 패브릭을 씌운 소파와 출처가 궁금해지는 오래된 소품 등 요즘의 트렌디한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우아함이 공간을 채운다. 한 층 더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호텔 커피숍 풍의 인테리어와 흡연실 역시 낯설지만 안락한 기분을 선사하는 요소. 묵직한 강배전 커피 혹은 재스민 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밀크티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 보자. 참고로 음료 주문 시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덩이를 함께 내어준다.

코인 명동2호점

• 주소 | 서울 중구 명동9길 29
• 영업시간 | 매일 10:00-22:30
@cafe.coin


[8]
톤티커피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왔을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북촌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과 현대건설을 비롯한 인근 직장인들로 인해 유동 인구가 상당히 많으니까. 노티드와 카페 레이어드의 웨이팅 행렬까지 더해져 안 그래도 좁은 인도가 포화 상태에 접어들 때면 얼른 조용한 카페로 도망쳐 한숨 돌리고 싶어진다. 그럴 때 톤티커피로 향하면 된다. 노티드 골목으로 진입해 다운타우너 앞에서 좌측으로 돌아,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 보자. 

골목 깊숙이 자리한 만큼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기 좋은 카페. 볕이 은은하게 내리쬐는 야외 좌석에 앉아 하트가 새겨진 아이스 커피를 마셨다. 우유에 달콤한 크림을 올린 톤티베이비라는 이름도 비주얼도 귀여운 메뉴였다. 콜드브루와 크림을 조합한 하이베어, 일몰 전의 모습을 형상화한 주스 비포선셋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시그니처 음료다.

톤티커피

• 주소 | 서울 종로구 북촌로 6-8 톤티커피
• 영업시간 | 주중 10:00-19:00, 주말 11:00-19:00
@tonti_coffee


[9]
커피사

커피사는 을지로 일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향하게 되는 곳이다. 조명 가게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어두운 계단을 올라 3층까지 찾아가야 하는 카페인데도 여기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밝고 널찍한 내부와 편안한 좌석, 연한 핑크빛의 카펫이나 벽에 걸린 그림이 드러내는 개성이 어우러지며 ‘힙함’과 아늑함을 동시에 주어서일까. 

을지로 직장인들 역시 이곳의 묘한 매력을 알아본 건지, 12시 반이 넘어갈 무렵이면 적지 않은 이들이 식후 커피를 위해 커피사를 찾는다. 물론 혼자 오는 손님도 적지 않아 눈치 보지 않고 머무르기 좋다. 브루잉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인 만큼 화사한 싱글 오리진 원두와 산미가 적고 묵직한 블렌드 원두 중에 취향껏 선택해 마실 수 있으며,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원한다면 콜드브루 라떼를 주문하면 된다.

커피사

•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 142-1 건물 왼편 안쪽 3층
• 영업시간 | 월-금 11:30-21:00, 토 12:00-22:00 (일요일 휴무)
@coffeesa_euljiro


[10]
카우치 소셜

카우치 소셜은 을지로3가역과 충무로역 사이 각종 식당과 주점이 즐비한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카페 중 가장 최근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뉴 플레이스. 시트콤을 좋아하는 두 명의 친구가 사람들이 언제든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아지트를 꿈꾸며 카페를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큼지막한 체크 패턴의 소파는 공간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카우치 소셜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다. 혼자 오든 여럿이 오든, 이 소파에 삼삼오오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공유 좌석이 부담스럽다면 창가 쪽의 테이블을 이용해도 좋다. 정갈한 마감의 나무 의자에 앉아 커피와 쿠키를 즐겨보자. 고소하고 진한 파일럿 블렌드와 오렌지의 산미가 느껴지는 피날레 블렌드 중 원두를 선택할 수 있으며, 매장에서 직접 굽는 아메리칸 홈메이드 쿠키 또한 디저트로 훌륭하다.

카우치 소셜

• 주소 | 서울 중구 수표로6길 30 201호
• 영업시간 | 월-금 11:00-20:00, 토 13:00-18:00 (일요일 휴무)
@couch_social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