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술 이야기를 쓰는 객원 에디터 김소영이야. 위스키, 와인, 사케, 우리술, 고량주, 맥주 할 것 없이 다양한 주종의 술을 마시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 술 덕후라는 소리야. 얼마나 술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잠깐 얘기하자면, 맥주 전문 잡지사인 비어포스트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수입 맥주부터 국내 크래프트 맥주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술을 마셨어. 특히, 사워 맥주를 좋아해서 벨기에에서 8박 9일 동안 온종일 사워 맥주만 마신 적도 있어. 지금은 주류 스마트 오더 플랫폼 데일리샷에서 다양한 주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정말 덕업일치에 성공한 것 같아. 매일매일 새로운 술들을 만나고, 마시고, 소개하고 있거든. 나는 술은 더 많이 마셔보고 공부할수록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여전히 열심히 마시고 탐구하고 있어.
오늘은 전설의 마스터 디스틸러 빌리 워커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 그리고 나의 눈물겨운 글렌알라키 오픈런 이야기도 들려줄게. 더현대 팝업스토어 오픈런 꿀팁도 적어뒀으니 다른 오픈런에도 참고하길 바라!
그는 왜 위스키 애호가들의 전설이 되었을까?
우선, 빌리 워커가 왜 위스키 애호가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인물이 되었는지 알려줄게. 나도 위스키를 잘 모를 때는 빌리 워커가 누군지 몰랐어. 군인이 아니면 4성 장군을 마주쳐도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일 뿐이라고 하잖아. 한때는 나한테 빌리 워커가 그랬어. 그냥 위스키 만드는 할아버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
그런데,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빌리 워커가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칭송하는 거야. 그래서 다들 레전드라고 말하는 그가 어떤 사람일까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 그렇게 그가 만든 위스키를 조금씩 마시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너무 맛있는 거야. 특히, 빌리 워커가 글렌드로낙 마스터 디스틸러였던 시절 출시된 ‘글렌드로낙 18년’과 오늘 소개할 글렌알라키 증류소에서 만든 ‘싱글 캐스크 2011 PX 펀천’이 너무 맛있었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점점 빌리 워커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지 뭐야.
그가 남긴 업적은 그저 운이라고 볼 수 없는 빛나는 능력의 결과물이야. 그의 나이는 올해로 79세이고, 1972년 위스키 업계에 입문해 정확히 52년째 현역 마스터 디스틸러로 활동하고 있어. 50년 넘게 올타임 레전드 신화를 쓰고 있는 그의 인생,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볼까?
회사원부터 사업가까지 차근차근 밟아온 위스키 인생
빌리 워커는 발렌타인 증류소가 있는 스코틀랜드 덤바텀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5년간 화학 연구자로 근무했지. 그러다가 발렌타인 증류소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위스키 업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어.
왜 주변에 그런 사람 있잖아. 정말 능력이 끝내줘서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 사람. 빌리 워커가 딱 그랬어. 이런 능력에는 그가 화학을 전공했던 것도 한몫했지. 위스키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전 제조 공정을 섬세하게 연구했기 때문에 뛰어난 품질을 가진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거든. 그는 능력을 인정받고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위스키 회사들을 거치면서 모든 회사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어.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2000년대에 회사를 나와서 사업을 하기 시작했어. 벤리악, 글렌드로낙, 글렌스코사 증류소를 인수해서 성공적으로 위스키를 출시하고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했어. 그리고 마침내 2016년, 잭 다니엘스를 가지고 있는 미국 주류 회사 브라운 포맨에 세 증류소를 4천억이 넘는 거액에 팔았어.
새로운 도전, 글렌알라키를 인수하다
천부적인 능력에 사업 수완까지 갖춘 빌리 워커, 그는 이제 많은 돈을 손에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명예도 얻었어. 사람들은 70세가 넘은 그가 당연히 은퇴할 줄 알았어. 그런데 2017년 다시 한번 당시 유명하지 않던 증류소 ‘글렌알라키’를 인수한 거야. 위스키 애호가조차 잘 모르던 증류소 ‘글렌알라키’는 빌리 워커의 인수 소식에 순식간에 유명해졌어. 그리고 그 후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엄청난 관심을 받고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지. 요즘은 글렌알라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예전보다는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스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술인 것은 분명해.
‘글렌알라키 인 서울 바이 빌리 워커’ 팝업스토어
얼마 전 더현대 서울에서 <글렌알라키 인 서울 바이 빌리 워커> 팝업스토어가 열렸어. 이번 팝업스토어는 특히나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글렌알라키의 마스터 디스틸러 빌리 워커가 이 행사를 위해 서울에 방문했기 때문이야. 특히, 3일간 일 20병 한정 판매되는 ‘글렌알라키 PX 2007 용의 해 에디션’을 구입하면 빌리 워커가 직접 위스키에 사인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는 스페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었어.
나는 빌리 워커 내한 소식을 듣고 먼발치에서라도 빌리 할아버지를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점점 욕심이 커지더니 나중에는 가까이서 만나서 사인도 받고 싶고, 사진도 함께 찍고 싶은 거야. 이런 기회는 정말 흔하지 않잖아. 덕질이란 이런 걸까? 빌리가 그새 나에게 아이돌이 되었나봐.
한번 그런 마음이 드니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 까짓것 하룻밤 오픈런 해보자 마음 먹었어. 명품 오픈런은커녕 맛집 웨이팅 30분도 치를 떨던 내가 빌리 워커를 만나겠다고 오픈런을 하게 될 줄이야. 사람들이 보면 내가 위스키 덕후일 줄 알겠지만, 난 그저 한 업계에서 빛나는 존재가 된 인물을 실제로 만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더 컸어. 사인 위스키는 따라 왔을뿐이라구…!
일단, 오픈런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냈어. 평일에 진행되는 이벤트라 휴가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스케줄이었거든. 휴가는 썼지만 미룰 수 없는 업무들이 있어서 일을 해야만 했는데, 그래도 그냥 너무 즐겁더라고. 특히 멋진 회사 팀장님과 팀원들이 오픈런을 응원해줘서 더 든든했어. 내 눈에서 빌리 워커를 꼭 만나고 말겠다는 찐광기를 봤대.
더현대 오픈런 꿀팁 – 1
편안한 장비는 물론 할 것을 다양하게 챙겨가자. 다 활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튼 일단 다 챙겨본다.
일단, 백패킹 경력을 살려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를 챙겼고 20,000mAh 보조 배터리를 빌렸어. 그리고 노트북은 회사용, 개인용 두 개를 챙겼어. 힐링을 위해 책도 챙겼어. 아주 완벽한 준비였다고 봐. 넷플릭스 정주행할 것 정하고 가도 괜찮을 것 같아. 시간이 정말 안 가니까 꼭 다양하게 준비해 둬.
난 오픈런 전날에는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피곤함을 덜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퇴근 후 집에서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캠핑 의자와 테이블을 챙겨서 오후 10시부터 오픈런 대기를 하려고 했는데, 오후 6시쯤부터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첩보를 듣게 된거야. 10시에만 가도 내가 처음일 줄 알았는데, 웬걸… 내가 오픈런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봐. 그때부터 늦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거야.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택시를 타고 9시쯤 더현대에 도착했어. 다행히 12번째 순서더라고. 자, 이제 시작이야.
더현대 오픈런 꿀팁 – 2
지하 2층 오픈런 대기 장소를 잘 파악해두자.
더현대 지하 2층에는 지하철역과 더현대 건물이 연결된 길이 있어.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기 공간은 거기에 마련되어있어. 오픈런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다가 실패하기도 한다니까, 꼭 참고해. 오래 기다렸는데 실패하면 너무 슬프잖아!
모든 세팅이 끝난 나의 자리야. 생각보다 아늑하지? 심지어 지하 2층이라 따뜻하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오픈런 너무 편안한데? 꿀이네?’ 생각했어. 앞으로의 시련은 알지 못한 채… 사람들도 모두 돗자리, 캠핑 의자를 가져와서 삼삼오오 떠들기도, 스마트폰을 하기도 했어.
한창 이 공간이 편안해질 때쯤 보안 요원이 와서 12시부터 5시까지 스윗홈에서 나가야 한다는 비보를 전했어. 이게 찐 오픈런의 현실이야. 야외 노숙이 시작된 거지. 나는 오픈런이 처음이어서 야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 어쩐지 생각보다 너무 편안하고 아늑하더라…
더현대 오픈런 꿀팁 – 3
야외 대기가 기다리고 있다. 야외 노숙에 대비하라.
12시부터 5시까지는 건물 지하 2층 문이 닫혀. 그래서 더현대 정문 야외 화단에 일렬로 대기해야 한대. 미리 서 있던 줄 순서대로 그대로 나가서 동일한 순서대로 화단 옆에 쪼르륵 자리를 잡아야 해. 이 방식에 대해서는 더현대 보안 요원이 수시로 와서 친절하게 설명해 줬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질서정연하게 따라서 어려울 건 없었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보안 요원이 대략 1시간에 한 번씩 와서 사진을 찍어. 아마도 많은 분쟁이 벌어져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새치기나 불미스러운 일은 거의 생기지 않을 것 같아. 내심 자리 쟁탈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굉장히 평화로웠어.
12시에 나가니까 생각보다 날도 좋고 선선하고 여의도 시티뷰도 멋있고 아주 룰루랄라 했어. 마치 시티뷰 캠핑장에 온 것 같았다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나도 쌩쌩했고, 혹시 몰라 옷을 겹겹이 따스하게 챙겨가서 문제없었지. 그런데 3시가 지나니까 추위가 몰려오는 거야. 사람들도 추운지 하나둘 일어나더니 종종걸음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체온을 유지했어. 콧물이 흐를 것처럼 춥더라고. 아 이래서 오픈런이 힘들구나. 마지막 1시간은 너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어… 제발…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줘… 겨울에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 나 정말 존경한다고 하고 싶어. 진짜로.
더현대 오픈런 꿀팁 – 4
누워서 잘 수 없다. 앉아서 잠드는 훈련을 하거나, 과감히 뜬눈으로 지새우는 연습을 하자.
드디어 오전 5시, 따뜻한 곳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5시부터는 실내니까 편할 것 같지? 아니, 이제부턴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온 것 같아. 나는 원래 앉아서는 잠을 못 자는 편이라 장시간 비행을 해도 똘망똘망 깨어 있거든. 역시나 잠은 오지 않았고, 몽롱한 상태로 일을 하다가 멍을 때리다가 스트레칭도 했다가…
기다리는 사람 중에는 졸음을 못 버티고 돗자리에 누워서 자는 사람들도 있었거든? 보안 요원들이 앉아 있으라고 깨워. 이곳은 지하철역과 연결된 공간이야.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많이 돌아다니거든. 보안 요원이 공공장소니까 앉아서 기다려 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 멀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여의도 회사원들 사이에서 캠핑하는 나, 약간 현타가 오긴 해.
기다리면서 같이 기다리는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게 되거든? 글쎄 가장 처음 도착한 사람이 전날 오전 7시쯤 오셨다는 거야. 24시간 넘게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정말 무시무시하지? 기다리는 사람들끼리 심심하니까 위스키 얘기도 나누는데 위스키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고. 그리고 이쯤 되니 순서대로 얼굴도 익숙해지면서 무언가 전우애가 느껴져.
9시 30분, 드디어 번호표를 받았어. 해냈다, 해냈어. 내가 해냈다. 첫 오픈런 성공에 눈물이 아찔하게 차오르지만, 아직 끝은 아니야. 사인회는 2시였거든. 다시 생각해 봐도 오픈런은 그저 기다림의 연속이야. 나는 씻고 멀끔하게 빌리 워커를 만나기 위해서 집으로 향했어. 번호표 받고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거의 노숙한 사람 그 자체더라고…
집에서 씻고 누우니 깊이 잠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 근데 잠들면 끝까지 잘 것 같은 거야. 그럼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거지. 그래서 누워서 잠들지 않고 꿋꿋하게 버텼어. 그리고 시간 맞춰서 다시 더현대로 향했지. 더현대로 다시 가는데 뭔가 걸음이 방방 뜨는 것처럼 가볍더라?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눈을 뜬 채로 자고 있어서 꿈속에서 걷는 기분이었어. 이땐 이미 무수면 28시간을 기록하고 있었거든 세상에나…
도착한 더현대에서 글렌알라키 팝업스토어를 구경하다보니 드디어 빌리 워커가 저 멀리서 걸어오기 시작했어. 경호원과 통역사, 관계자에 둘러싸여서 6명에게 가려진 채로 등장하더라고. 그 모습이 마치 외국에서 방문한 대통령이 오는 것처럼 느껴졌어.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에워싸고 사진을 찍더라고? 처음엔 갑자기 위스키 팬들이 어디서 저렇게 나왔나 했는데, 사진 열심히 찍다가 ‘근데 누구야?’ 라고 말하는 거 내가 똑똑히 들었다..?!
훌쩍. 드디어 빌리 워커를 만났어. 빌리 워커가 “하와유~” 인사도 해주고 병에 사인도 예쁘게 해주고, 옆에서 사진도 찍어줬지. 이 순간을 위해 내가 이 고생을 했구나, 정말 꿈 같았어. 실제로 꿈꾸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하기도 했고! 사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꿈꾼 것 같아. 빌리 워커 사인이 있는 위스키가 남지 않았다면, 정말 꿈이라고 믿었을지도 몰라. 항상 글과 사진으로만 보던 그 인물이 눈앞에서 살아서 움직이니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성덕이다. 나는!
사인 위스키를 들고 빌리 워커와 함께한 사진 자랑해 볼게. 이 순간을 기다렸어. 짜잔.
누군가를 이렇게 만나보고 싶었던 순간이 있어?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나는 꼭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 물론 나는 오픈런 다신 안 할 것 같긴 해.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기다리는 게 정말 힘들었거든. 근데 이렇게 만나서 바라던 것을 이뤄내니까 그 뿌듯함이 정말 뇌리에 깊숙이 박혔어. 작은 성취감이 모여 큰 성공을 만든다고 하잖아. 기다리는 순간순간들을 떠올려보면 너무 힘들었는데, 또 이렇게 고생스럽게 얻은 이 경험이 인생에서 떠들만한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된 것 같아서 재미있기도 해.
나는 빌리 워커 할아버지가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위스키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이건 전 세계의 많은 위스키 애호가들의 바람이기도 할 거야. 빌리 워커가 만든 위스키들은 정말로 끝내주거든. 혹시 아직 글렌알라키 위스키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데일리샷 스마트 오더로 주문해봐. 링크는 [여기]
나는 이번에 얻은 이 술을 완전 먼 훗날에 그와의 만남을 회상하면서 마실 예정이야. 나의 열정과 그와의 추억이 담긴 이 위스키… 절대 쉽게 딸 수 없을 것 같아. 그날이 되면 이 위스키 맛이 어땠는지 알려줄게. 분명 정말 달콤하고 맛있는 위스키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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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주류 스마트 오더 플랫폼 '데일리샷' 에디터. 술을 사랑해서 술 이야기를 적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새로 마주친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