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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달콤한 곳, 스위트 파크

신강 스위트 파크 뽀개기
신강 스위트 파크 뽀개기

2024. 04. 05

안녕! 디저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떠나는 객원 필자 김여행이다. 갈 곳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지만 그래도 새로운 곳의 등장은 언제나 반가우니까. 오늘은 최근 등장한 나의 새로운 행선지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2월 15일 오픈한 국내 최대 규모의 디저트 전문관, 신세계 강남 ‘스위트 파크’다.

스위트 파크는 호남선 고속버스 터미널과 신세계 강남점 사이 1,600평 규모의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국내외 43개의 브랜드로 빈틈없이 채웠다. 오픈 직전 공개된 전체 브랜드 라인업을 보자마자 ‘이게 된다고?’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거기다 치열한 예약 경쟁이나 오픈런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일본 내에서도 그렇게 줄을 서서 먹는다는 가리게트나 최소한 도쿄는 가야 먹을 수 있었던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피에르 마르콜리니, 파리에 있는 플랑 전문점 밀레앙 등 국내에 최초 입점한 해외 브랜드도 많았다. 누구든 한두 군데쯤은 관심이 갈 만한 라인업이라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가 아닌 ‘너희가 뭘 좋아하는지 아니까 다 줄게’다. 이 수많은 쟁쟁한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담당 기획팀의 스토리가 궁금할 정도.

디저트가 최대 관심사인 내게 스위트 파크는 디즈니 랜드나 다름이 없다. 비슷한 감상을 도쿄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식품관에 갔을 때 느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남부럽지 않은 디저트 전문관이 생기다니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다. 덕분에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치듯 동선 맞을 때면 아무 때나 휙휙 들르고 있다. 백화점 특성상 몇몇 곳을 제외하면 늦게 가더라도 뭐든 남아있을 때가 많아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대부분 기본 이상의 맛이 보장된 곳이라 취향일 것 같은 가게를 찾아보고 가면 딱히 실패할 일도 없다.

ㅡ라고 끝내면 굳이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린 보람이 없겠지? 43개 브랜드를 다 찾아보자니 막막하고, 그래도 실패하고 싶지는 않고. 누가 요약 정리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해 보았다. 스위트 파크 취향 및 상황별 요약 정리.


지금 바로 여기, 가장 핫한 디저트

1) 키친205 : 시트가 부드럽고, 크림은 꽤 단 편이지만 새콤달콤한 딸기가 가득 들어가 전체적인 균형을 잘 잡아주는 편이다. 스위트 파크 오픈 첫 주에는 줄을 그렇게 많이 서진 않았는데 역시나 이제는 제일 줄을 많이 서는 곳 중 하나. 한 시간 정도 줄 서는 데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2) 가리게트 : 밀푀유를 납작하게 누른 ‘밀프레스’ 사이에 다양한 토핑을 넣어 먹는 밀푀유 전문점. 일본 현지와 비교하면 가격이 두 배에 가깝긴 해도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는 저렴하니까. 의외로 대표 메뉴인 나폴레옹보다 하몽치즈의 피드백이 좋다.

3) 베통 : 속이 쫄깃하고 꽉 찬 스타일의 소금빵. 겉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바닥은 제대로 바삭하다. 전체적으로 버터 풍미가 있어 리치하고 밀도 있는 맛을 좋아한다면 취향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과 초콜릿이 좋았다. 주의할 점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소금빵 나오는 시간보다 좀 더 일찍 줄을 서야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주말 오픈 15분 전에 갔더니 바로 앞에서 마감되는 바람에 눈물 흘린 사람, 저예요.


완전히 새로운 디저트

1) 밀레앙 : 프랑스식 에그타르트라고 볼 수 있는 ‘플랑’ 전문점으로 2023년 파리 일드프랑스 지역 최고 제과 제빵 대회 플랑 부문(Concours du meilleur flan d’Île-de-France 2023)에서 우승한 서용상 셰프의 가게. 파리가 본점인데 스위트 파크에 국내 1호점을 냈다. 플랑의 본고장에서 대회 우승까지 한 플랑은 과연 맛있다. 바삭하면서 결이 살아있고 버터 풍미가 짙은 페이스트리에 쫀쫀하면서 부드럽게 닿는 필링의 질감이 무척 인상적이다. 바닐라 향을 살린 플레인과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흑임자 두 가지 맛이 있는데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으니 둘 다 먹어보길 권하고 싶다.

2) 피에르 마르콜리니 : 국내 최초로 입점한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초콜릿 봉봉부터 에클레어, 슈, 파르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데 초콜릿 가게여서 그런지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이 맛있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다소 남다르다는 의미. 하나만 먹어보고 싶다면 일단 초콜릿 소르베 아이스크림 혹은 에클레어 초콜릿이 좋을 것 같은데, 산뜻한 과실 뉘앙스와 깊이 있는 산미를 갖춘 초콜릿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초콜릿 소르베는 콘으로 주문할 경우 콘 내부를 생크림으로 채우고 소르베를 얹은 뒤 얇은 초콜릿까지 꽂아준다. 한 번 더 신경 쓴 디테일 덕분에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즐겁다.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다양한 산지의 카카오로 만든 그랑크루 셀렉션 초콜릿 봉봉을 골라보자. 봉봉 위에 산지가 표기 되어 있어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있다.

3) 비스퀴테리 엠오 : 그 유명한 메종 엠오의 세컨드 브랜드로 비스퀴(Biscuit)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과자를 만날 수 있다. 기존 메종 엠오와 다른 점은 한 피스로 포장된 사브레 종류가 더 다양하고, 비스퀴 드 사보아처럼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과자 종류를 판매한다. 케이크 종류도 본점과는 다소 다르다. 무엇보다 주문 즉시 바로 만들어주는 크레이프 수제트와 수플레를 만나볼 수 있는 게 참으로 반갑다. 둘 다 각자의 장점이 있지만 내 취향은 상큼한 트로피컬 소스와 화사한 향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수플레. 세 가지 요소의 조화가 익숙한 듯 낯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디저트 러버라면?!

1) 아우치 : 허니비 서울의 세컨드 브랜드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콘, 컵, 플래터 등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데 바로 옆 껠끄쇼즈, 르솔레이와 콜라보하여 내놓은 아우치 아이스크림, 껠끄쇼즈 미카롱, 르솔레이 마들렌을 매치한 셰프 스테이지(Chef’s Stage) 메뉴가 경험해 볼 만하다. 피넛버터 아이스크림에 쑥 마들렌, 로즈 마카롱 조합이 오묘하게 잘 어울린다.

2) 껠끄쇼즈 : 말이 필요할까. 껠끄쇼즈를 강남 한복판에서, 오픈런 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니. 마카롱과 샌드 쿠키를 판매하는데 본점에서는 샌드 쿠키를 세트로만 판매하지만, 스위트 파크에서는 맛별로 낱개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다. 버터 풍미가 좋은 사브레에 진하고 달콤한 가나슈 필링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들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하다. 어떤 맛이든 맛있어서 원하는 맛을 고르면 되겠지만 우유, 녹차, 캐러멜, 피스타치오 중 하나쯤은 선택지로 고려해 보는 게 좋다. 마카롱은 꼬끄의 식감이나 필링의 맛이 여리고 섬세해서 먹을 때마다 이 아름다운 맛에 감탄하고야 마는데, 제일 좋아하는 건 로즈꿀. 하지만 껠끄쇼즈는 다 맛있다. 아무렴.

3) 수르기 : 일부러 찾아가는 가게 중 하나. 예약만 받던 홀케이크를 워크인으로 편하게 구매할 수 있고 다양한 맛의 슈를 판매하는 게 스위트 파크 지점의 특징. 모양도 귀엽지만, 맛도 좋다. 특히 현미와 유자의 합을 긍정적으로 잘 이끌어낸 현미 유자 생토노레는 여러 번 먹었다.

4) 코운코운 : 폭신한 쉬폰 산도 전문점. 본점에서는 케이크도 판매하는데 스위트 파크 지점에서는 산도가 중점이다. 종류가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는데, 와사비 타마고 쉬폰 산도가 참 맛있다. 푸딩처럼 살짝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한 계란이 입안 가득 차는 느낌이 좋다. 와사비마요 소스로 알싸한 향과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더해 끝없이 들어가는 맛. 또 먹고 싶다.


보기에도 좋은 선물용 디저트

1) 해피 해피 케이크 : 본점은 팝업 형태로 한시적인 운영을 하고 있고, 스위트 파크에서는 중간에 카라멜이 들어간 샌드 쿠키와 휘낭시에를 만날 수 있다. 틴케이스의 선물 포장도 좋고 간단히 집어 먹기 좋은 스타일.

2) 콘디토리 오븐 : 패키지가 멋스럽고 맛도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만하다. 작은 사이즈의 까눌레가 구성이나 가격 면에서 꽤 합리적이라 부담없는 선물로 좋다.

3) 삐아프 : 삐아프를 선물해 주는 사람은 사랑이지. 특히 발렌타인데이 시즌에는 치열한 티켓팅으로도 유명한 초콜릿 가게로 스위트 파크 지점에서는 낱개가 아닌 베스트 셀러를 모은 세트 구성으로 판매한다. 봄 시즌을 맞아 ‘벚꽃 봉봉 상자’도 판매하고 있는데 무척 귀여워서 나도 당장 선물했다. 나에게.

스위트 파크가 문을 열고 한 달간 약 140만 명이 다녀 갔다더라. 하루 평균 4.6만 명이 넘는 수니까 실로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디저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니 디저트 러버로서 감개무량할 따름이라 마음 같아서는 43개의 브랜드를 모두 소개하고 싶었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만나당, 스코프, 르빵 등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실속 있는 브랜드가 많다. 그러니 스위트 파크를 들른다면 놀이공원에 온 기분으로, 혹은 새로운 여행지를 만난 기분으로 어디든 즐겁게 탐험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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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행

디저트와 빵에 진심인 사람. 먹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때 제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