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4년 세계개발자회의, WWDC24의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6월 10일에 시작하며, 1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애플은 한 해에 걸쳐 다양한 신제품 발표 이벤트를 해 왔지만, 그중 WWDC는 늘 최대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언론과 일부 유명 인사 초청에 그치는 다른 이벤트들과 달리, WWDC는 애플 플랫폼 개발자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인데, 키노트를 비롯해 다양한 개발자 세션과 러닝 행사, 그리고 유명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1주일 동안 진행됐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키노트가 사전 녹화 방식으로 바뀌는 등 포맷이 크게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래플을 통해 당첨된 일부 개발자들을 애플 본사가 위치한 애플 파크에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의 WWDC 발표 내용을 다룬 기사에서 전 WWDC가 아이폰 이벤트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바로 20억 개의 애플 기기들이 구동하는 운영체제들의 다음 1년 로드맵을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플랫폼의 새로운 미래가 될 하드웨어를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당장 작년엔 여기서 애플 비전 프로가 공개되기도 했으니까요.
올해 WWDC에 새로운 하드웨어가 등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작년만큼이나 중요한 발표들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WWDC24 예상1: AI
2022년 11월 챗GPT가 시작한 AI 트렌드를 애플도 피해 갈 수는 없었던 듯합니다. 그런 만큼 올해 WWDC에서는 애플이 어떤 AI 기능들을 소개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제품 로드맵에 대해서 노 코멘트라고 하는 것이 취미(?)인 애플도 이를 딱히 숨기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공개한 M3 맥북 에어의 보도자료에도 AI 기능이 언급되었고, 애플의 글로벌 마케팅 부문 부사장인 그렉 조스위악은 X에 올린 게시글에 대놓고 “올해 WWDC는 Absolutely Incredible(엄청나게 놀라울) 것이다”라고 올렸습니다. 대문자로 강조한 Absolutely Incredible의 앞글자를 따면? AI죠.
사실 애플은 이전에도 운영체제에 다양한 AI 기반 기능들을 꾸준히 넣어왔습니다. 다만 그때는 AI의 한 방식인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기반 기능들이라고 광고했을 뿐이죠. 사진 앱에서 사람과 반려동물의 얼굴을 구분한다던지, 장면 인식을 통해 비슷한 주제로 묶은 슬라이드쇼를 만들어주는 등의 기능이 바로 기계 학습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능들이며, 아이폰 X부터 등장한 페이스 ID 또한 기계 학습을 통해 다양한 얼굴들을 학습하여 만들어진 기능입니다. 이 기능들을 서버의 도움 없이 기기 내에서 처리하기 위해 아이폰 X에 탑재된 칩인 A11 바이오닉부터 “뉴럴 엔진”이라는 신경망 처리 가속 하드웨어, 즉 NPU가 탑재돼 있으며, 지금도 애플 워치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 비전 프로까지 모든 하드웨어에 걸쳐 뉴럴 엔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애플이 올해 WWDC에서 보여줄 기능은 생성형 AI에 기반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만 단순한 챗봇과 같은 기능보단, 여태까지 iOS나 macOS에 적용됐던 것처럼 시스템에 녹아들 수 있는 기능들이 더 중점이 되겠죠. 하지만 이런 기능에는 대형 언어 모델(LLM)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루머에 따르면 비록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은 하고 있으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구글이나 오픈AI 등의 모델을 라이센싱하여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의 이러한 생성형 AI 기능들은 단순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애플 뮤직 등의 서비스, 그리고 페이지, 키노트, 넘버스 등의 업무용 앱에도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는 루머입니다.
이미 기존의 LLM 기반 AI 서비스들이 꽤 오랫동안 존재했었기에 애플의 이러한 시도가 새롭지 않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특히 구글이나 오픈AI의 모델을 라이센싱 해서 쓴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이들 서비스가 접근할 수 없는 폰 내부 데이터에 이러한 서비스들이 접목된다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WWDC24 예상2: iOS 18의 다른 큰 변화
원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비교해 루머가 적은 편입니다. 하드웨어는 외부 부품 파트너사나 조립 파트너사 등을 통해 다양한 루머가 나올 수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애플 내부에서 나오는 루머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른 운영체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별로 없지만, iOS 18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
다양한 루머들은 iOS 18이 “iOS의 역사 중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할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위에 언급한 AI 기반 서비스를 얘기하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한 가지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홈 화면입니다. 홈 화면을 좀 더 꾸밀 수 있게끔 바뀐다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아이콘의 배치입니다. 지금까지의 iOS 아이콘 배치는 무조건 왼쪽 위에서 차례대로 배치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즉, 중간에 공간을 만들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iOS 18부터는 아이콘들을 더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게 됩니다. 앱 아이콘이나 위젯을 중간부터 배치해서 위를 비워둔다던가, 가운데를 비워둘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이미 안드로이드는 첫 버전부터 되던 것이지만, 17년 동안 버티고 있다가 바뀐다는 게 상당한 변화이긴 합니다.
그 외에도 올해 초 애플 비전 프로를 통해 선보인 visionOS의 일부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WWDC24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WWDC24는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됩니다. 키노트는 현지 시각 10일 아침, 한국 시각 11일 새벽에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살펴볼 때 이 날 발표되는 새로운 운영체제들은 이 날 첫 개발자들 대상 베타 버전이 배포될 것으로 보이고, 정식 배포는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는 가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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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백수가 되었지만, 백수가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에디터이자 팟캐스터. IT가 메인이지만 관심가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이 나는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