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세상에, 다이소에서 캡슐커피가 나왔다. 아라비카 블렌드 캡슐커피는 개당 300원, 싱글오리진 게이샤 캡슐커피의 가격은 개당 500원으로 캡슐커피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가격이다. 당연히 출시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다섯 곳이 넘는 다이소를 방문했지만 구매에 실패했고 온라인몰과 여섯 번째 다이소 매장에서 간신히 몇 종류의 캡슐커피를 구입했다.
디에디트 독자들을 위해 12시간에 걸쳐 농도계, 센서리를 포함한 다양한 테스트를 했는데, 재밌는 결과가 많았다. 이번에도 영혼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 리뷰를 준비했다. 가성비의 대명사 다이소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일지 궁금하다.
이번에 출시된 다이소 캡슐커피는 총 6종. 아라비카 블렌드 3종(라이트, 마일드, 다크)과 싱글오리진 게이샤 3종(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과테말라)이다. 대부분 곧바로 품절됐다. 온라인 구매는 비교적 수월하지만, 오프라인에서 구입하려면 상당한 발품이 필요하다. 실제로 캡슐커피로 인한 다이소 유입 인구가 많다는 후문이 있다. 이번에는 대표적인 아라비카 블렌드 3종과 싱글오리진 게이샤 커피 1종을 구해 테스트했다. 10개입 한 박스 기준으로 블렌드 캡슐의 가격은 3,000원, 싱글오리진 게이샤는 5,000원이다. 판매율은 블렌드보다 싱글오리진이 높다. 참고로 다이소 캡슐커피는 기본적으로 네스프레소 머신과 호환된다.
리뷰에 앞서 캡슐커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1976년에 네스프레소에서 시작되어 2000년 캡슐 전용 머신(크룹스, 유라, 드롱기 등)이 개발되면서 확대되었다. 한국에서는 2007년 롯데 백화점 본점 첫 번째 매장을 시작으로 크게 유행했고, 지금은 홈카페 필수품이 되었다. 2011년, 네스프레소 캡슐커피의 특허가 사라지면서 스타벅스, 던킨과 같은 다양한 외부 업체들도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휴대성과 편리함이라는 장점 덕분에 스페셜티커피 업체들을 포함해 다양한 장비업체들도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카누가 제작한 캡슐커피, 하이엔드 캡슐머신 모닝에 이어 다이소 캡슐커피가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디자인
다이소 캡슐커피 만듦새는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다. 단단한 알루미늄 재질의 케이스와 틴포일 소재 필터, 질소 충전 케이스는 네스프레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참고로 일부 병행 생산 캡슐커피의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플라스틱이나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향미 손실의 비율이 매우 높다. 알루미늄 캡슐은 환경 오염의 여지가 있는데, 정품 네스프레소는 리사이클을 비롯한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편이다. 다이소도 향후 캡슐의 재활용 방안까지 잘 준비하면 좋겠다.
가장 대중적인 다크 블렌드 캡슐은 강렬한 빨간색, 한국인이 좋아하는 마일드 블렌드는 황금색, 적절한 산미가 표현되는 라이트 블렌드는 연한 핑크, 핵과일을 연상케 하는 향미의 에티오피아 게이샤 캡슐은 보라색이다. 커피의 지향점을 캡슐의 색감으로 잘 표현했다.
추출
40g을 추출하는 다이소의 레시피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하이엔드 스페셜티 커피 캡슐머신 모닝을 사용했다. 정품 및 샤오미 에스프레소 머신은 정확한 계량이 안 돼 추출 오차가 약간씩 발생한다. 다이소의 레시피는 40g 추출해서 40g의 물이나 우유를 추가해서 마실 것을 권장한다. 추출 속도와 농도감은 생각보다 좋았다. 추출 시간 및 농도(TDS, 잔존고형물 비율)를 꼼꼼히 체크했는데, 25초 내외의 시간 동안 25% 내외의 수율을 안정적으로 선보였다.
시음 결과
첫 번째로 맛 본 건 아라비카 다크 블렌드. 진득한 느낌의 브라질 40%, 깔끔한 콜롬비아 40%, 선명한 산미의 과테말라 20%의 비율로 블렌딩 되었다. 에스프레소 추출 및 농도, 크레마를 비롯한 외형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다이소에서 표현한 테이스팅 노트는 다크 초콜릿의 쓴맛이 인상적인 데일리 커피이고, 다크 초콜릿, 스모키,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 등이다. 테스트했을 때의 느낌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익숙한 스타벅스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견과류를 포함한 기본적인 커피의 단맛이 기대보다 좋았다. 작년 한 해 마셨던 스탠다드 캡슐커피 중에서 손꼽히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아라비카 마일드 블렌드는 브라질 70%, 에티오피아 20%, 케냐 10% 비율이다. 일반적인 마일드 커피에 비해 브라질의 비율이 높지만, 에티오피아, 케냐가 맛있는 양념과 같은 느낌이다. 블렌딩 컨셉이 의외지만, 풍부한 향미, 부드러운 클래식이라는 다이소의 테이스팅 노트가 공감이 되었다. 밸런스가 조금 아쉽지만, 마일드 커피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세 번째는 아라비카 라이트 블렌드 캡슐커피. 문자 그대로 가볍게 볶은 커피다. 스테이크로 표현하면 레어와 같은 느낌. 비율은 브라질, 에티오피아, 콜롬비아가 1:1:1이고, 오렌지, 아몬드, 민트, 브라운 슈거, 밝은 산미와 은은한 단맛, 매력적인 트렌드 커피를 지향한다. 초반에는 산미가 생각보다 더 튀었지만, 12시간 정도 상온에서 보관한 후에 확인해 보니 후미가 상당히 좋아졌다.
마지막은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 게이샤 캡슐커피다. 다이소 블렌드 커피 캡슐은 4.5g의 커피를 사용하고, 싱글오리진 캡슐은 5g을 사용하고 있다. 다이소의 게이샤 커피는 강렬한 산미와 우아한 단맛, 여운 등이 상당히 좋았다. 가성비가 매우 만족스럽지만, 전체적으로 산미가 튀는 느낌이 조금 아쉬웠다. 굳이 표현하면 포르쉐 스타일 스포츠카랄까? 가성비와 품질이 훌륭하지만, 포르쉐는 아니다.
참고로 게이샤 커피는 파나마의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커피 품종인데, 2006년 파나마 커피 경진 대회의 심사관 돈 홀리가 게이샤 커피를 마시고, “신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I saw God in a cup)“라는 표현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 후, 파나마의 게이샤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가 되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산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전반적인 특징은 자두, 살구, 복숭아와 같은 핵과일, 장미와 같은 우아한 꽃의 향미가 가득하다.
결론 및 총평
전체적인 가성비는 5점 만점, 객관적인 품질은 3.5점. 편차는 3점까지 변화한다. (진짜 맛있는 캡슐커피는 2년 전 디에디트의 스페셜티 커피 캡슐 리뷰 기사에서 상세하게 정리했다.)
시음해 본 다이소 캡슐 커피 4종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제품은 아라비카 다크 블렌드. 이 정도 가격과 품질이면, 가히 역대급이다. 싱글오리진 게이샤 캡슐커피는 화제 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좋은 커피의 특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합격과 아쉬움을 같이 표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없는 게 없고, 적당히 무난하고, 가성비를 만족시키는 다이소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향후 더욱 좋은 커피가 출시되고 다양한 업체들도 맛있는 커피를 출시한다면, 본진인 네스프레소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업체들의 노력 덕분에 소비자가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2024년 용의 해, 청룡의 행운이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뜨겁게 응원한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