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외계인이 있는데, 굳이 우주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때는 2022년 7월, 영화 <외계+인 1부>가 개봉했던 시기였다. ‘따옴표 사이’에 적힌 말은 당시 시사회가 끝난 뒤 씨네21에 공개한 나의 한줄평이었다. 외계인이 그 어디도 아닌 ‘한국’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 좋았다. 세상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하는 장면이 없어서, UN의 막강한 함대가 극적으로 현장에 도착해 전황을 뒤집는 장면이 없어서. 혹은 우주에 나가 또 다른 생명체들과 미지의 조우를 하는 장면이 없어서 더 마음이 움직였다. 마음뿐만 아니라 보는 내내 몸이 들썩거렸었고, 앞으로 이어질 2부에서도 또 한번 기분 좋게 몸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로부터 어느새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2024년 1월 10일,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2부>(이하 ‘외계인 2부’)를 들고 다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외계인 2부>는 감독이 1부로 많은 사람들의 가혹한 평가를 받은 이후, 긴 시간 동안 무려 52개의 편집본을 만들 정도로 이를 갈며 재정비한 끝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영화다.
우려가 많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이 영화가 ‘망한 영화’의 2부라는 점이었다. 아니 이렇게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외계인 2부>는 시리즈의 1부가 망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영화다. <1부>를 본 사람보다 <1부>가 망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더 많다. 관련해서 <1부>에 대한 반응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건, 모두가 같은 말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들었던 것보다는 ~’, ‘망했다고 한 것 치고는 ~’.
이 말은 <1부>의 입장에선 나름 위안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 <2부>를 편집하고 있는 감독 입장에선 정말 고통스러웠을 테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망한 걸로 유명한 영화에서 이어지는 영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안 봤다는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감독 자신도 잘 알고 있는데도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니. 1부에 돌을 던졌거나 아예 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제발 2부를 봐달라고 말해야 하는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 그런 것까지 헤아리면서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다만 <2부>에는 그런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인 채, 최대한 관객들에게 나이스한 태도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질적 세계를 소개하는 감독의 태도가 베어 있다. <2부>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의 시작에 ‘이전 이야기’를 상세히 이야기 해주는 오프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몇 개월 만에 새 시즌을 재개하는 OTT의 흔한 드라마들처럼 말이다. 영화는 2부의 핵심 인물인 이안(김태리)의 목소리로, 1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제부터 진행될 2부의 관전 포인트가 무엇인지 마치 친절한 영화 유튜브인 양 핵심을 짚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1부의 이야기를 모른다는 것을, 자신이 ‘망한 영화’의 감독이라는 것을 깔끔히 인정하며 들어가는 감독의 태도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시 말해 <외계인 2부>는 아이러니하게도 <1부>를 보지 않았더라도, 봐도 되는 영화다. 그리고 그것이 <2부>의 주요 전략이다. 그러나 ‘봐도 되는’ 영화와 ‘좋은’ 영화는 상관 관계가 없다. 그건 ‘외계’와 ‘인’만큼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렇다면 과연 <외계인 2부>는 좋은 영화일까. 아니 다 떠나서 ‘재미’는 있는 영화일까.
“함께 리듬 타긴 쉽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은 세계”. <외계인 2부>를 본 나의 한줄평이다. 일단 나는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몸을 들썩거렸다. 이 세계관 속 다양한 등장 인물들이 따로 또 같이 자아내는 경쾌한 리듬에 기분 좋게 몸을 맡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독이 이 영화를 2부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느껴졌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자세히 적을 순 없지만, 솔직히 말해 <2부>가 준비한 반전과 결말이 그렇게 충격적이거나 새로운 것이라곤 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끝에 찡함이 느껴지는 건,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평화를 찾은 이 세계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이처럼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세계이므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2부작’을 바쳐서라도 지켜내야만 한다고 영화가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2부>는 나처럼 <1부>와 그 세계관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이번에도 재밌게 볼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지만 <2부> 관람에서 확실히 느낀 건, 이 세계가 확실히 ‘함께 리듬 타기엔’ 쉽지 않은 영화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최동훈 감독이 구사하는 유머는 꽤나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구석이 있다. 옛날 사람도 웃기지 못하고, 미래인들도 웃을 것 같지 않은 헐렁한 유머 코드가 산재되어 있다. 그 헐렁함 자체까지 애정 하지 않는다면, <2부>의 많은 장면들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캐릭터들의 개성/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전편과 그대로다. 물론 이건 시리즈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갑자기 인물의 성격을 개조시키거나, 없었던 초능력을 <무빙>처럼 각성시켜 새로이 선보이게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다만 기대해도 좋은 건, <1부>에서도 압도적이었던 흑설&청운(조우진&염정아)은 이번에도 큰 활약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부>엔 새로운 주요 인물도 등장한다. 첫째는 1부에서 주변을 맴돌았던 민개인(이하늬)이고, 둘째는 과거 파트에서 신검을 쫓는 제3의 인물인 능파(진선규)다. 두 인물의 합류는 이 세계에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키며, 결말이 주는 찡함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치기도 한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 영화의 거대 프로젝트인 <외계+인>이 대망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외계’에 ‘인’을 더하고, 거기에 ‘한국’이라는 아스트랄한 무언가를 곱한 너무나 이질적인 방정식으로 인해,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분노했다. 그 결괏값의 정체가 무엇인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영영 파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풀이 과정을 재밌게 즐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찾아가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이 헐렁한 농담에 분개한 한 외계인이 인간의 몸에서 또 한번 탈옥하기를, 그래서 언젠가 이 세계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땐 정말로 많은 한국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리듬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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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에서 최우수상 수상. 영화 글과 평론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