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거리에 사람이 많다. 인구 밀집도가 높다는 뜻은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도 높다는 걸 의미한다. 생로병사를 꿈꾸며 건강한 삶을 지향한다면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홈 프로젝터가 되어야 한다. 커플이라면 육체적 접촉 대신 즐길거리가 가득한 OTT에 접속하는 건 어떨까. 내가 솔로여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고, 이번달엔 볼 게 진짜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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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어떤 인생
미안하다. 첫 영화는 그리 신나는 영화는 아니다. 원제는 ‘Living’이다. 리빙이라는 제목에 ‘어떤 인생’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는 당연하다. ‘리빙’이라고 하면 리빙센스, 리빙템 같은 단어가 연상되고 ‘삶’이라고 번역 하자니 지루해 보일 테니까. 필리핀 어학 연수 6개월 경력의 에디터가 봤을 때 Living은 Life와는 다른 뉘앙스다. 현재도 살아 있으면서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는 동적인 느낌, 관념적이지 않은 느낌이랄까. 여기에 ‘어떤 인생’이라는 부제를 붙임으로서 주인공의 삶을 사연 있어 보이는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줄거리는 이렇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차를 타고 집과 직장을 오가며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하는 런던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빌 나이). 그는 자신에게 살날이 몇 달밖에 안 남았다는 소식을 듣고 늦었지만 인생을 즐겨 보기로 결심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각본을 썼고, <캐롤> 제작진에서 제작했다. 윌리엄스 역의 빌 나이는 이 영화로 데뷔한 지 47년 만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개봉 2023.12.13
러닝타임 102분
감독 올리버 허머너스
출연 빌 나이, 에이미 루 우드, 알렉스 샤프, 톰 버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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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드디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트릴로지 마지막 작품이 공개된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노량해전을 소재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명량>을 그리 재밌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영화에는 저마다의 미덕이 있고, 나는 그 매력을 존중한다. 1000만 관객 이상이 한 영화를 감상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는 뜻이다. <한산: 용의 대첩>에서 1편의 아쉬움을 보완했으니, 곧 개봉할 3편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바빠서 시사회는 못 갔다). 의아한 건, 12월 20일에 개봉한다는 점인데 연말에 사극이라, 크리스마스와 이순신이라…아마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한다.
개봉 2023.12.20
러닝타임 153분
감독 김한민
출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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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낙엽을 타고
한 여자를 만났다.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였다. 친구가 묻는다. “근데 왜 결혼 안 했어?” 주인공은 대답한다. “전화 번호도 모르고, 이름도 몰라.”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2024년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것 없이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원 프로그래머의 소개에 따르면 “브레송, 고다르, 자무쉬, 채플린 등 거장들에 대한 헌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얼핏 <세렌디피티>에서 기적적인 사랑을 꿈꾸는 두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개봉 2023.12.20
러닝타임 80분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알마 포위스티, 주시 바타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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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예전에도 밝힌 적 있지만 나는 마블의 깨발랄한 세계보다는 음울한 DC가 좋다. 마블 스튜디오가 연이은 흥행 실패로 위기에 빠진 지금이 바로 DC가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DECU의 마지막 작품이다. 차라리 잘 됐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연출한 제임스 건이 DC 스튜디오의 수장이 되었으니 이제 뭔가를 보여주겠지. 전작 <아쿠아맨>을 성공적으로 연출한(서사가 빈약하다는 비판은 있었다) 제임스 완이 이번에도 메가폰을 잡았다. 한 가지 불만을 더 얘기하자면 제목이 너무 벡터맨 같지 않나? 우뢰매라거나.
개봉 2023.12.20
러닝타임 124분
감독 제임스 완
출연 제이슨 모모아, 패트릭 윌슨,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앰버 허드, 니콜 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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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곧 죽습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나는 없다. 다시 태어나는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어쨌든 한국에 태어나서 삼시세끼를 꼬박 먹으며 주말엔 영화를 보고 맛집을 다니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이재, 곧 죽습니다>의 주인공은 희망 없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지만, 초월적 존재 ‘죽음’으로부터 12번의 환승 기회를 얻는다. 목숨을 담보로 한 랜덤 박스랄까. 네이버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가 원작이다. 원작이 꿀잼이니 시간 되면 한번쯤 보는 걸 추천한다.
공개 2023.12.15
회차 8부작
연출/각본 하병훈
출연 서인국, 박소담, 김지훈, 시원, 성훈, 장승조, 이재욱, 고윤정, 김재욱, 오정세, 김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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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문
잭 스나이더가 연출하고 촬영 감독까지 맡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우주 활극’ 정도가 되고, 스타워즈 시리즈, 스타트렉 시리즈가 스페이스 오페라로 분류된다. 국내 영화 중에는 <승리호>가 있다. 잭 스나이더는 <레벨 문>에 대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는데, 언젠가 세계관이 이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12월 신작이다. 줄거리는 은하계의 아웃사이더들이 힘을 합쳐 적들과 싸우는 내용이고, 일원 중 한 명인 네메시스를 배두나가 연기한다.
공개 2023.12.22
러닝타임 134분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소피아 부텔라, 디몬 하운수, 에드 스크레인, 미힐 하위스만, 배두나, 레이 피셔
❼
왓 이프…? 시즌 2
작은 선택 하나가 큰 결과를 초래한다. MCU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닥터 스트레인지가 나쁜 길로 빠진다면? 토르가 외동 아들이라면? 울트론이 이겼다면? <왓 이프…?>는 이 같은 상상으로 에피소드가 하나씩 구성되어 있다. 시즌 1 때는 평가가 상당히 좋았는데, MCU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진 요즘엔 어떨지 모르겠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공개 2023.12.22
회차 9부작
연출 브라이언 앤드류스, 스테판 프랭크
각본 AC브래들리, 매튜 천시, 라이언 리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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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3
이별한 커플들이 서로의 관계를 숨긴 채 같은 숙소에 지낸다. 사실 이 기획은 처음부터 ‘마라 맛’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이상하게 과거를 끄집어내며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시나리오로 흘러가더니 결국 레전드 연애 리얼리티가 되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인기를 얻어가는 환승연애가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일단 과몰입할 준비 끝났다.
공개 2023.12.29
연출 김인하, 이인순
출연 사이먼 도미닉, 이용진, 김예원, 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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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크리처
넷플릭스는 <경성 크리처>를 연말 정주행의 헤드라이너로 내세우는 것 같다.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박서준, 한소희, 수현, 김해숙, 조한철 등 믿고 볼 만한 배우가 다수 포진했다. 설정과 출연 배우만 보면 꿀잼각인데, 맛있게 차려진 밥상에 실망할 때도 있으니 일단은 파트1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12월 30일에 공개되어 연말을 뜨겁게 만들었던 <더 글로리>를 올해는 <경성 크리처>가 이을 수 있을까. <낭만닥터 김사부>, <여우각시별>을 쓴 작가 강은경과 <스토브리그>를 연출한 감독 정동윤이 합심했다.
공개 2023.12.22
연출 정동윤
각본 강은경
출연 박서준, 한소희, 수현, 김해숙, 조한철, 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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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