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김은아다. 바야흐로 연말, 홈파티가 제철인 계절이다. 야심차게 ‘테꾸'(테이블 꾸미기)를 준비하고 있는 홈파티 호스트 꿈나무를 위해 준비했다. 택배 서비스가 가능한 안주 리스트. 몇 가지 페어링 디테일만 더한다면 손님들에게 ‘오, 좀 놀 줄 아는 집인가?’라는 감탄사를 듣기에 충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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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스데이스터핑 샤퀴테리
누가, 어디서 열든 변함 없는 홈파티의 법칙이 있다면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게스트가 드물다는 것. 모든 손님이 모여 본격적인 홈파티를 즐기기까지, 어색하고 붕 뜬 시간을 자연스럽게 메꿔주는 것은 바로 핑거푸드다. 그리고 이럴 때 샤퀴테리 보드만 한 것이 없다. 샤퀴테리는 육가공품을 뜻하는데, 수제 소시지나 살라미 등이 대표적이다. 슈퍼마켓의 육포도 괜찮지만, 한층 더 센스있는 테이블을 만들고 싶다면 수제 샤퀴테리숍을 찾아볼 것.
써스데이 스터핑은 연희동의 델리숍으로, 직접 만든 살라미, 소시지, 파테까지 다양한 육가공품을 판매한다. 건조육인 소시송, 무화과 테린 정도면 근사한 샤퀴테리 보드가 완성된다. 특히 돼지고기와 닭간으로 만든 테린은 육류의 무거움과 무화과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밸런스가 좋다.
두 가지를 얇게 썰고 참크래커(홈파티의 필수품이다)와 과일잼, 치즈를 있는 정도만 곁들여내면 충분하다. 시원하게 꿀꺽꿀꺽 넘길 수 있는 라거 맥주나, 뽀글뽀글 기포가 가득한 1~2만 원대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모두 잘 어울린다. 귤잼이나 적양파 처트니, 지아르디니에라(이탈리아식 야채 절임), 사우어크라프트 등 이국적인 이름의 사이드까지 곁들인다면, 이날 홈파티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할 듯 하다.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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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보트스모커 훈제연어
기나긴 홈파티의 본격적인 스타트.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음주 전 속을 채워줄 적당한 볼륨감을 갖춘 애피타이저로는 훈제연어만 한 게 없다. 북유럽 전통 방식으로 연어를 훈연하는 롱보트스모커의 훈제연어는 평소 훈제연어 특유의 인위적인 훈제향을 꺼리는 사람이더라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훈제연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 번도 냉동하지 않는 덕분에 부드럽고 통통한 육질이나 크리미한 질감 등 생연어 못지 않은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샐러드에 넣어 먹기보다는 연어 자체로 즐기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 오리지널, 비트, 트러플 등 다양한 시즈닝의 연어를 고르고, 딜이 듬뿍 들어간 허브 크림치즈까지 더하기만 하면 웬만한 메인 디쉬에 뒤지지 않는 일품 요리가 된다.
한입 크기로 잘라 참크래커 위에 얹어 카나페처럼 내놓아도 좋다. 신선한 풀 향기가 가득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매치하면 잘 어울린다.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정도면 훌륭하다.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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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바게트
고도로 발달한 홈파티 호스트는 손주를 맞이하는 할머니와 구별할 수 없다. 대화가 끊기는 것은 괜찮지만, 손님이 먹기를 멈추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묵직한 메인 메뉴 사이에 입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줄 간식은 필수템이다. 1차와 2차 사이, 또는 넷플 작품 감상 중에 어울리는 간식으로는 성심당의 바게트만 한 것이 없다. 빵으로 전국을 제패한 성심당의 명성이야 익히 유명하나, 택배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그중에서도 바게트류는 안주로서 더없이 훌륭하다.
송송 박힌 롤치즈와 바질페스토가 환상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에멘탈바질바게트는 와인 페어링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맛. 어떤 와인과도 잘 어울리지만, 짜릿한 산미보다는 부드러운 버터향이 감도는 샤르도네와 함께하면 좋겠다. 명란을 듬뿍 넣고 김가루를 더한 명란바게트는 성심당 베스트셀러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짭쪼름하고 고소한 맛이 좀처럼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시트러스의 산미가 살아있는 화이트 와인과 곁들여도 좋지만, 탄산감 가득한 위스키 하이볼에 곁들인다면 최고의 안주. 얼그레이 하이볼 같은 달콤한 하이볼은 조심하는 게 좋겠다. 단짠단짠이라는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에 갇히고 싶지 않다면. 아쉽게도 명란바게트는 대전 내에서만 배송이 가능하다. 대전 밖에 거주자라면 에멘탈바질바게트만 구매 가능하다. 그래서 한 가지 종류만 주문하기에 섭섭한 사람들을 위해서 몇 가지 더 골랐다.
고다치즈와 체다치즈로 빈 틈 없는 교황님의 치즈스콘, 무화과와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피칸 등 달콤바삭하게 코팅한 넛츠가 풍성한 성심성의파운드도 추천한다. 과연 성심당은 ‘안주빵’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라 할 만하다.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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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O 고사리 파스타
손님의 다양한 기호를 고려하는 것도 호스트의 임무. 메뉴에 채식이라는 옵션을 더하는 센스 있는 호스트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더군다나 홈파티의 메인 디쉬는 묵직한 육류일 가능성이 높으니, 채식 파스타는 테이블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고사리 파스타는 고사리 페스토와 함께 볶아내기만 하면 완성인 밀키트. 간편한 조리법에 비해 맛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고사리의 고소하고 깊은 맛이 색다른 감칠맛을 보여준다. 채식이 슴슴하고 별 맛은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진 친구라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맛이다. 매콤해서 밤이 늦을수록 칼칼함과 탄수화물을 찾는 한국인의 소울을 만족시켜준다. 덕분에 여리여리한 와인보다는 자기 주장이 뚜렷한 스파이시한 레드와인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칠레나 미국의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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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덕하우스 호두정과
밤이 깊어지면 대화의 밀도도, 술의 도수도 높아지기 마련. 이쯤 되면 계획에 없던 술이 테이블에 하나 둘 씩 테이블에 등장한다. 조금씩 아껴마시던 위스키라거나 깊숙이 넣어두었던 와인이라거나. 배는 부르고, 취기도 올라 홀짝이는 속도도 느긋해질 무렵에 어울리는 안주는 호두정과다.
호두에 캐러멜 시럽을 얇게 입혀 겉은 파삭하면서도 고소한 간식으로, 도수가 높은 술이나 보디감이 묵직한 와인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오랜 숙성으로 깊은 맛을 내는 콩테 치즈를 함께 내어도 좋겠다.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리지만, 레미 마틴 VSOP,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처럼 꿀에 절인 과일과 바닐라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술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라면의 강렬한 MSG로 분위기를 깨기보다, 홈파티의 여운을 오래도록 은은하게 남길 수 있는 마무리 페어링이라고 할 수 있다.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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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일로 여행하고, 취미로 술을 씁니다. 여행 매거진 SRT매거진 기자, 술 전문 뉴스레터 뉴술레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