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안경을 쓴 지 20년이나 되었다. 처음에는 칠판이 안 보여서 쓰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안경을 찾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안경을 쓴다. 안경만큼 나와 가까운 물건이 있을까 싶다. 계절에 따라 옷차림이 변하더라도 안경은 언제나 얼굴에 찰싹 밀착해있으니까.
사람을 기억할 때 안경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나는 오늘 소개할 ‘이 브랜드’의 안경을 쓰고부터 주변에서 “왜, 그 있잖아, 조그맣고 동그란 안경 쓴 애”로 불린다. 난 그 설명이 내심 마음에 든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바로 진저아이웨어다.
“존재감을 일깨우는
디자인 아이웨어 브랜드“
국내 안경 브랜드 진저아이웨어는 올해로 6년 차를 맞았다. 진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ginger, 생강이다. 안경 브랜드의 이름이 생강이라, 약간 생소하다. 하지만 이름을 잘 보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 생강이 어떤 채소인가, 입이 얼얼할 정도로 강한 맛을 가졌지만 조금만 넣어도 맛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채소.
이를 안경에 적용해보자. 독특한 형태와 컬러의 진저아이웨어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동시에 독특한 분위기를 준다. 그 분위기는, 그 사람이 풍기는 것인지 안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조화롭다. 마치 음식 속 생강 가루가 그러하듯이. 생강의 향기를 직접 맡아 보고 싶어서, 용산역 부근에 있는 진저아이웨어의 쇼룸 ‘진저하우스’를 방문해봤다.
쇼룸에 입장하자마자 후각적으로 ‘여기가 바로 진저의 쇼룸’임을 알 수 있다. 생강을 활용한 티, 천연 생강향과 베르가못 향이 조화를 이룬 향이 난다. 진저 시그니쳐 룸스프레이의 향이다. 글자 그대로 생강을 활용한 제품이라 무척 재미있다. 향은 과하지 않고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진저아이웨어의 라인업은 크게 안경과 선글라스로 나뉜다. 먼저, 안경 라인의 이름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안경’이라는 뜻이 담긴 워커즈(Workers).
워커즈는 또 한 번 두 가지로 나뉜다. 워커즈, 워커즈 볼드. 각각 금속테와 뿔테다. 금속테는 스테인리스 스틸, 뿔테는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져 알레르기 반응이 없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워커즈 볼드는 두툼한 프레임이 매력이지만, 평소 안경을 쓰지 않거나 얇은 프레임의 안경을 쓴다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를 위해 프레임의 두께가 얇고 렌즈의 크기가 더 커진 ‘light’ 라인이 존재한다. 안경을 쓸 때 프레임이 얼굴을 많이 가리지 않아 부담없이 휘뚜루마뚜루 착용할 수 있다. 구매는 [여기]에서. 기본적인 라인업은 이렇고 본격적으로 몇 가지 제품을 하려고 한다. 첫번째는 진저아이웨어의 대표 모델이다.
❶
WORKERS BAKER & BOLD
“이 정도로 충분한 하입”
진저아이웨어의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커는 프레임의 모양이 식빵의 단면을 닮아 베이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프레임의 상부는 완만하게 둥글고 하부는 바깥쪽은 각이 있고 안쪽으로 갈수록 코를 따라 부드럽게 올라가는 모양이다. 곡선과 직선이 조화를 이루어 지적인 느낌을 준다. 연상되는 직업군을 상상해보면 왠지 개발자가 떠오른다. 늦은 저녁 며칠 동안 고생하던 코드를 수정하고 뿌듯하게 얼굴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는 손엔 아마 워커즈 베이커가 있을 거다. 작은 렌즈에 배인 트렌디함이 과하지 않아 어느 룩에도 어울린다.
‘내 얼굴에 어울릴까?’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좋다. 얼굴형마다 어울리는 안경의 형태가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안경을 쓰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베이커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면 일단 써보자. 눈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러워질 거다. 그것이 진저아이웨어 안경의 매력이다.
❷
WORKERS KOOK & BOLD
“조금 이상하지만 착한 친구”
두 번째 제품은 워커스 Kook & bold. kook은 영어로 ‘괴짜’를 뜻한다. 안경 프레임을 보면 그 이름의 이유가 단박에 이해가 간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도 나와있듯 쿡은 창의적인 직업군의 인상을 준다. 디자인, 음악, 문학에 몸을 담고 있을 법한 이미지다. 예술가를 동경하는 나는 겨울에 추워지는 것만큼 당연하게(약간의 의무감까지 느끼며) 쿡을 골랐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안경으로 나를 기억하는 걸 경험했으니깐. 아무래도 둥글고 작은 렌즈 덕이다. 워커즈 볼드 기준 렌즈 가로 길이가 38mm로 시중에 나와있는 다른 제품에서는 보기 힘든 사이즈다. 렌즈가 작은 만큼 엔드피스(프레임과 안경다리가 연결되는 부위)가 길게 뻗어 있어 착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시야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안경이 처음이라면 첫날 정도는 시야에 걸릴 수 있겠지만 금방 익숙해져 불편함은 사라지고 뿌듯함만 남는다. 뭐라도 된 듯한 그런 뿌듯함.
❸ WORKERS DIVER & BOLD
“둥글고 귀여운 사람이 되고 싶어”
다음은 물안경과 닮아 이름 붙여진 ‘다이버’다. 가로로 길쭉하고 전체적으로 계란처럼 둥근 형태로 베이커의 지적인 이미지와 쿡의 창의적인 이미지가 골고루 섞였다.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완만한 각도는 부드럽고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 가로로 길쭉한 안경이 주는 레트로함이 가미되어 영한 분위기로도 연출할 수 있다.
워커즈는 금속테 중에서도 ‘판테’다. 판테란 판 모양의 프레임으로 제작한 평평하고 얇은 테를 의미한다. 얇은 스테인리스 철판 위에 도면을 그리고 그대로 컷팅하여 제작한다. 일반 메탈테보다 가볍고 차분한 매력이 있다.
❸
SUNGLASSES
“사계절 필수템 선글라스”
마지막으로 설명하는 제품은 선글라스. 흔히 선글라스를 여름에 착용하지만 사실 겨울에도 선글라스는 필요하다. 태양열의 강도는 낮지만 태양의 고도가 낮아 직접광이 많아지고 눈이라도 오면 햇빛 반사율이 높아져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눈 보호를 위해서라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 기능이 기능이다 보니 선글라스는 어느 정도의 렌즈 크기가 필수적이다. 진저아이웨어는 어떻게 디자인했을까?
진저아이웨어는 캣아이 형태를 선택했다. 캣아이는 엔드피스 부분이 위로 치켜올라가 고양이의 눈을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디자인으로 고양이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이 특징이다. 일상에서 눈 보호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룩의 한끗을 바꾸어 준다. 구매는 [여기]에서.
아무리 겨울철 멋쟁이는 추운 법이라지만 이렇게 빨리 추워진다면 어떤 태세로 겨울을 나야할 지 고민이 된다. 하지만 이럴 때가 바야흐로 안경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추위에 대항하려 온 몸을 싸매더라도 앞은 봐야할테니깐! 진저아이웨어의 안경이라면 패딩에 가려진 당신의 패션 센스를 고스란히 드러낼 것이다. “뭘 좀 아는 사람이군?” 하면서 말이다.
진저아이웨어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길 38
- 수 – 토 12:00 – 17:00
- @gingereyewear
- https://www.gng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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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