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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추구미는 이걸로 정했다, 스타일 추천 4

일단 하나만 바꿔보자. 실패해도 괜찮은 입문템
일단 하나만 바꿔보자. 실패해도 괜찮은 입문템

2026. 03. 19

안녕, 봄을 준비하며 장바구니를 잔뜩 채우고 있는 객원 에디터 지정현이다. 그런데 위시리스트를 보다 보니 기시감이 든다. 나의 패션 취향은 소나무다. 매년 사는 건 결국 비슷한 아이템. 컬러만 바꾸거나, 살이 찌고 빠진 만큼 사이즈를 갱신하는 정도다. 장바구니에 기껏 담은 신상들은 옷장에 이미 있는 것들 아닌가? 내가 심심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맥이 빠진다.

시들해진 패션 물욕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단순하다. 새로운 스타일을 한 번 도전해 보는 것. 문제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 ‘한 번’이 제일 어렵다는 점이다. 한 스타일을 오래 붙잡고 살아온 이들은, 변신을 결심하는 것부터 도전이다.

그럴 땐 거창하게 갈아엎지 말고, 핵심 아이템 하나부터 사보자. 마음에 들면 새 아이템을 중심으로 다른 옷을 매치하면 되고, 영 아니면… 어쩌겠나. 어떻게든 살려보는 과정에서 뜻밖의 조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번 시즌, 도전해 볼만한 스타일 4가지와 각 스타일별 입문 아이템을 소개한다.


[1]
컨템포러리 클래식 

현대 의복은 점점 더 편안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두드러지는 건, 특별한 날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직장에서도 데이트에서도 단정함을 놓치지 않으면서 ‘어른스러움’을 챙기고 싶다면, 컨템포러리 클래식이 정답이다. 유려하게 흐르는 실루엣과 과하지 않은 디테일만으로도 ‘세련된 남자’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입문 아이템 
(1) 하이웨스트 슬랙스 

컨템포러리 클래식
©soshiotsuki
Saint Laurent
Todd Snyder

최근 슬랙스는 룩의 중심을 잡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여유 있는 핏에 플리츠나 드레이프처럼 유려한 디테일을 더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그중 하이웨스트 슬랙스는 하나쯤 갖춰두면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만능 바지. 모든 ‘하늘하늘함’이 트렌디한 건 아니다. 가뜩이나 치켜올려 입는 바지인 만큼, 무겁게 떨어지면 망토를 두른 듯 둔탁해 보일 수 있다. 완성도는 신발까지 떨어지는 라인과 원단의 질감에서 갈린다. 이번 SS 시즌에는 린넨, 실크 혼방, 얇은 울처럼 가벼운 소재가 특히 많이 쓰이니, 참고해서 골라보자. 

추천 아이템
쿠어(Coor) 스트라이프 울 블렌드 플리츠드 트라우저

쿠어

깊은 밑위와 더블 플리츠 디테일로 풍성한 볼륨감을 구현한 슬랙스. 울과 폴리 혼방 소재를 사용해 매끄럽게 흐르는 유연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가격은 19만 원으로 구매는 여기에서. 

(2) 빅 블레이저 

블레이저
Studio Nicholson
Graphpaper
Lemaire

무작정 크다고 다 ‘빅 블레이저’가 되는 건 아니다. 상체 프레임을 키우되, 어깨 라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봐야 한다. 파워 숄더가 심심찮게 보이지만, 아직은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사양인 것도 사실. 캐주얼하게 풀고 싶다면 드롭 숄더를 고르는 편이 낫다. 입었을 때는 박스처럼 몸을 감싸되, 라펠의 크기도 중요하다. 라펠이 과하면 아빠 정장을 훔쳐 입은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체형과 얼굴에 맞는 비율을 찾자. 빅 블레이저는 레이어링하는 재미가 있는 아우터다. 그러니 소매와 암홀에도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추천 아이템 
어나더오피스(Another Office) 산티아고 스포츠 자켓 

어나더오피스

여유로운 드롭 숄더 실루엣의 2버튼 스포츠 자켓. 과하지 않은 라펠과 단정한 핏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며, 넉넉한 품을 바탕으로 폭넓은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가격은 27만 8,000원으로 구매는 여기


[2]
아메리칸 캐주얼 

4년 전 남성복은 ‘시티보이 룩’으로 대표되는 뉴 아메카지 열풍이었다. 오버 실루엣의 느슨한 셔츠와 바지 조합은 대체로 ‘아메카지’라는 이름 아래 묶여 유행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메카지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칸 캐주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렙과 아이비 스타일을 눈여겨봤다면, 시도하기 적절한 시즌이다. 핵심은 펑퍼짐해졌던 룩을 단단히 조이는 것. 우선 다이어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입문 아이템 
(1) 럭비 셔츠

Ralph Lauren
jcrew
KLEMAN

적당히 몸에 붙는 럭비 셔츠는 단품으로도, 셔츠와 레이어드하기에도 좋은 기본 아이템이다. 반대로 말하면, 막 입으면 심심한 옷이 되기 십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요한 건 핏. 내 몸에 맞는 사이즈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이다. 대개 럭비 셔츠는 특유의 단단한 면 소재가 많아 몸매 라인이 훤히 드러난다. 벌써 뱃살이 걱정이라면, 포기하긴 이르다. 소재를 바꾸면 인상이 달라지니까. 케이블 니트처럼 조직감이 있는 원단을 고르거나, 가슴 품이 여유로운 모델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추천 아이템
브룩스브라더스(Brooks Brothers) 럭비 티셔츠 

브룩스브라더스

요란한 패턴 대신 담백한 매력을 택해 범용성을 높인 럭비 티셔츠로 핏한 실루엣을 선호한다면 다운사이즈를, 볼륨감 있는 무드를 원한다면 정사이즈로 가자. 가격은 15만 9,000원으로 구매는 여기에서. 

(2) 레더 벨트 

Buck Mason
Tatsunari Kawazu
Ralph Lauren

시티보이 룩에서 벨트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바지 안 내려가게 하기’ 혹은 ‘길게 늘어트려 뽐내기’ 정도가 아니었나. 어른의 아메리칸 캐주얼은 다르다. 튼튼한 가죽 벨트와 금속 버클을 한껏 들어내는 게 핵심이다. 상의는 짧게 입거나 바지 속에 넣어, 벨트가 훤히 보이게 하자. 고수끼리는 벨트로 패션 레벨을 가늠하기도 한다. 통짜 가죽 벨트가 부담스럽다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밴드가 포인트인 콤비네이션 벨트나, 짜임이 있는 메쉬 벨트도 훌륭한 선택지다. 

추천 아이템
유니클로(Uniqlo) 레더 콤비네이션 스트라이프 벨트 

유니클로

4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콤비네이션 벨트의 매력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유니클로 벨트. 중앙의 원 스트라이프 패턴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옷차림에 확실한 위트를 더해준다. 컬러는 그린과 레드, 구매는 이곳


[3]
네오 그런지 

요즘 국내 스트리트 신은 테크웨어와 트레일 러닝화가 점령했다. 익숙한 선택지에서 벗어나 날 것 그대로의 ‘야마 있는’ 스트릿을 표현하고 싶다면, 네오 그런지를 주목해 보자. 이름부터 알 수 있듯 뮤즈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해진 데님 팬츠와 체크 셔츠, 허리선에 맞춰 자른 듯한 크롭 아우터가 특징이다. 보헤미안 무드의 조니 뎁도 참고할 만하다. 세상일을 초월한 듯 터벅터벅 걸어 다니는 태도까지 갖추면, 당신은 이미 네오 그런지맨이다.

입문 아이템 
(1) 빈티지 데님

네오 그런지
Kevin Mazur
EGONLAB
Gucci

네오 그런지를 논할 때 빈티지 데님을 빼놓을 수 없다. 물이 빠졌거나 밑단이 해진 개체를 추천한다. 구멍이 나 덧댄 디테일이나 패치워크가 들어간 제품이면 더 좋다. 핏은 스트레이트나 테이퍼드처럼 ‘노멀’하게 가면 안 된다. 힙합 팬츠처럼 새깅을 하거나, 와이드하게 떨어져야 한다. 혹은 아예 스키니로 극단을 택해도 좋다. 그런지는 단정한 스타일이 아니다. ‘어디서 이런 걸 주워 왔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것만 피하자.

추천 아이템 
굿니스(Goodnies) 마이키 페인터 카펜터 데님

굿니스

\루즈한 실루엣의 카펜터 팬츠. 덕지덕지 묻은 페인팅과 구멍 난 곳을 수선한 디테일로 빈티지 데님의 매력을 새 제품으로 느낄 수 있다. 할인가 18만 9,000원. 구매는 여기

(2) 더티 부츠 

John Parra
Merrick Morton
Johnny Cirillo

그런지는 레이어링도 과감하다. 목걸이를 2~3개 겹치거나, 반팔 티셔츠 안에 긴팔을 받쳐 입기도 한다. 자칫 어지러워 보일 수 있는 조합을 꽉 붙잡아주는 건 큼지막한 워크 부츠다. 워크 부츠 역시 ‘깨끗하면’ 안 된다. 상상해 보라. 오염에 절은 디트로이트 데님 팬츠에 빤짝빤짝한 부츠를 신었다면, 초짜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새 걸 사서 열심히 길들이거나, 빈티지 숍에서 한 켤레 구비하자.

추천 아이템
야세(Yase) 스웨이드 처카 부츠 

야세

적당한 높이 덕분에 편하게 막 신기 좋다는 점이 처카 부츠의 가장 큰 매력. 야세의 처카 부츠는 앞코가 마치 빗물에 오염된 듯 자연스럽게 변색되어 있어 자유분방한 느낌을 내기에 더욱 좋다. 할인가 15만 원대. 구매는 이곳에서. 


[4]
포엣 코어 

포엣 코어가 유행할 거라는 얘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핀터레스트가 제시한 키워드로, 말 그대로 ‘시인이 입을 법한’ 분위기를 뜻한다. 핵심은 아날로그한 무드다. 그래서 포엣 코어 룩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보다, 빈티지한 컬러웨이와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어렵다는 ‘꾸민 듯 안 꾸민’ 느낌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 

입문 아이템 
(1) 아세테이트 또는 메탈 라운드 안경 

Steve Schapiro
Shawn Baldwin
포엣 코어
Jose Perez

포엣코어는 지적인 섹시함이 드러나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피아노 앞에 있는 빌 에반스를 떠올려 보시라.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집중하는 그를 한층 더 전문적이고 섹시하게 느껴지게 하는 건 바로 안경. 그렇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안경은 내면 깊숙이 숨은 지적 섹시함을 끌어내는 트리거다. 지나치게 현대적인 프레임보다는 뿔테, 혹은 메탈 라운드처럼 시대감이 있는 형태가 잘 맞는다.

추천 아이템
래쉬(Lash) SONNY C1

래쉬

완전 동그란 프레임은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으니 스퀘어 타입으로 시작하자. 래쉬의 소니는 곧은 앤드피스와 리벳 디테일이 살아있어 어떤 차림에도 담백하게 착용할 수 있다. 가격은 246달러, 구매는 여기에서. 

(2) 클래식 백  

Jose Perez
Stephen Gabriel
Torsten Grunwald

가방은 스타일링을 결정짓는 아이템 중 하나다. 포엣 코어에 어울리는 가방은 메신저 백이나 사첼백처럼 클래식한 서류 가방 계열이다. 가죽이나 튼튼한 캔버스 소재도 괜찮다. 다만 실용성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디자인, 예컨대 오염에 강하고 파티션이 딱딱 나뉜, 현대적인 개념의 서류 가방은 피해야 한다. 포엣 코어의 가방은 책과 필기구가 들어 있을 것 같은 ‘판타지’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추천 아이템
와일드브릭스(Wild Bricks) W24 Two Way Bag

와일드브릭스

토트와 크로스 연출이 가능한 투 웨이 백으로 톤 다운된 컬러가 고전적인 정취를 풍긴다. 소가죽 손잡이 디테일은 포엣 코어에 어울리는 아날로그적 매력까지 더한다. 가격은 16만 8,000원으로 구매는 여기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까지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그렇게 찾은 스타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전혀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매사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된다는 건, 조금 서글픈 일일지도 모른다. 거창한 변신 말고 핵심 아이템 하나만 바꿔보자. 성공하면 새로운 스타일로 가는 첫걸음이고, 실패하면 ‘역시는 역시’라는 확신만 더 단단해질 테니. 어쨌든 손해는 아닐 테다. 자, 일단 나는 다이어트부터…

About Author
지정현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는 에디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마땅히 조명받아야 할 사람과 사물을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