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주를 마셨다. 마음 심, 소 우, 술 주. 이게 무슨 뜻일까?
막걸리에 ‘소 우’자가 들어간 이유는 치즈 유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유청은 치즈를 만들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치즈 1kg를 만들기 위해서는 10kg의 우유가 필요하고, 나머지 9kg은 유청이 된다.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라고 하니 찜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유청은 그자체로 귀한 단백질이다. 소화 흡수가 빠른 유청 단백질이 가득 들어 있으며,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유청이 리코타 치즈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건 아니고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팔팔양조자의 심우주 막걸리는 자칫 버려질 수도 있는 유청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농협축산경제 사내벤처에서 팔팔양조장과 손을 잡고 선보이는 첫번째 전통주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농협이 앞으로도 이런 신선한 시도를 보여주면 좋겠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팔팔양조장을 알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했다는 수상 경력이 실력을 증명한다. 그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팔팔막걸리’는 극강의 가성비와 품질로 막걸리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기도 하다.
다시 심우주 막걸리로 돌아와서. 치즈를 넣은 건 아니기 때문에 막걸리에서 치즈 맛이 직관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감각 기관을 부드럽게 감싸는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아스파탐 등 같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쌀이 필요하고, 오직 쌀에서 나온 단맛은 인공감미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쌀은 김포산 쌀을 사용했다. 어떤 쌀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막걸리를 마셔봐도 나는 잘 모르겠다.
도수는 6%, 산미는 아주 살짝. 병뚜껑을 열면 작은 소리로 ‘치익’하는 소리가 속삭이듯 들린다. 색깔은 아이보리 빛. 흰 종이컵에 따라 놓고도 마셔봤는데, 하얀색과 대조하면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많은 막걸리를 마시면서 심우주 막걸리를 콕 집어서 리뷰하는 이유는 순수하게 ‘맛’ 때문이다. 약간의 신맛, 시큼함이 느껴지고 입 안에 머금으로면 상당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탄산이 약하며 걸죽한 정도는 아니지만, 입 안에 머금다가 목구멍으로 넘겼을 때 ‘꿀떡’ 넘어가는 그루비한 촉감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이 느낌이 좋아서 멈출 수 없이 계속 마시게 된다. 역시 팔팔양조장이다.
심우주를 마시면서 조상들이 괜히 막걸리를 괜히 농주라고 부른 게 아니구나 싶었다. 막걸리를 촬영하던 시간이 5시 정도였는데, 한 모금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실시간으로 배가 든든해지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든든한 술이라니, 2024년의 한국에도 새참 타임을 재도입할 필요가 있다. 오후 2시쯤 막걸리 한 잔씩 하고 30분 정도 낮잠을 자면 능률이 쑥쑥 오를 것 같다.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릴 거다. 매운 족발이나 아라비아따 파스타와 곁들이는 걸 추천한다. 가격은 750ml 세 병에 1만 8,000원이다. 구매 링크는 [여기]인데, 아쉽게도 현재는 구매할 수 없는 상태다. 사실 나도 몇 주 기다렸다가 겨우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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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