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한정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멋 부리며 말할 필요가 없다. 욕망이다. 희소한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단순하고 명징한 욕망. 나는 한정판의 매력을 제철 과일에 비유하곤 한다. 겨울에 먹는 무가 맛있고, 봄에 먹는 두릅이 감칠맛 나듯 한정판은 출시된 바로 그때가 제철이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한정판 쇼핑도 그렇다.
테라 싱글몰트 에디션이 출시됐다. 작년 11월에 출시되어 거의 3주 만에 전량 완판된 그 맥주다. 돌아올 이유가 충분했다. 일 년 만에 컴백을 테라는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 히트를 낸 1집 가수처럼 테라는 더 굉장한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무엇이 업그레이드되었는지에 대해 말하기 전에 테라 싱글몰트 에디션이 무엇인지, 맥주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분 정도면 읽을 수 있으니까 스킵하지는 말자.
맥주는 물, 홉, 몰트로 만들어진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깨끗한 물을 쓰는 건 기본이고, 어떤 종류의 홉과 몰트를 쓰느냐, 원료를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느냐 역시 중요하다.
홉은 맥주에 다채로운 향과 쌉싸름한 맛을 그리고 거품의 양과 타입을 더해주는 재료이기도 하다. 게다가 항균 작용까지 하기 때문에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기도 하는 중요한 재료다.
몰트는 쉽게 말해 보리다. 보리에 싹을 틔우는 발아 과정을 걸쳐야 맥주로 활용할 수가 있는데, 싹만 틔운 후 바로 건조하는 상태인 보리 맥아를 바로 몰트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몰팅이라고 하고, 이 작업을 하는 곳을 제맥소 또는 몰팅스(Maltings)라고 부른다.
테라 싱글몰트 에디션은 그 이름처럼 ‘싱글몰트’를 사용했다. 싱글몰트라는 단어는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많이 들어봤을 거다. 한 곳의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만 쓰는 게 ‘싱글몰트’ 위스키라면 테라 맥주에서의 싱글몰트는 한 단계 더 들어간다. 특정의 한 지역(호주 TASMANIA섬)에서 자란 보리를 별도 계약하여 100여 년 전통의 ‘Joe white maltings’ 에서만 몰팅(제맥)한 스페셜 몰트만 100% 사용했다고 한다.
당연히 입맛은 취향의 영역이니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싱글몰트가 블렌디드보다 고유한 향이나 개성을 더 잘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싱글몰트라는 개념은 위스키에서는 흔하지만 사실 맥주에서는 시도 자체가 드물다. 한국에서는 작년 겨울 테라가 시도를 했고, 올해는 테라가 2년 연속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토록 반가운 컴백에 보낼 수 있는 건 박수가 아니라 오픈런이다. 1년에 딱 한 번씩 출시되는 한정판 맥주라니 술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이것만큼 반가운 선물이 또 어딨을까.
테라 싱글몰트 에디션에 사용한 보리는 호주 최남단 청정지역 태즈메이니아섬에서 자란 보리다. 태즈메이니아 섬의 보리를 100% 사용했다. 태즈메이니아섬은 지역의 대부분이 국립공원 및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깨끗한 곳이기에 라벨에도 ‘from Tasmania’라고 크게 프린팅되어 있다.
위에서 보리의 싹을 틔우는 몰팅 작업에 대해 짧게 언급했는데, 제맥소 역시 태즈메이니아에 위치하고 있다. 1926년부터 운영된 조-화이트 몰팅스에서 오직 테라 한정판을 위해 스페셜 몰트를 공급했다.
주목할 만한 건 테라 싱글몰트 에디션이 올해는 ‘싱글홉’까지 사용했다는 점이다. 싱글몰트와 싱글홉을 동시에 사용한 타입은 국내라거 중에서 테라 싱글몰트 에디션이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태즈메이니아 산 홉을 사용했다. 태즈매이니아에서 생산된 ELLA홉 한 종류만 사용했다. 향긋한 꽃향기가 매력적인 종류의 홉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호주에서 완성된 건 아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테라 싱글몰트는 태즈메이니아섬에서 생산한 몰트와 홉을 조화이트 몰팅스에서 제맥 및 홉 가공 과정을 거친 후,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에 있는 독립된 탱크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생산과정은 캔에 프린팅된 QR코드를 통해 간단히 알 수 있다. QR코드를 통해 접속한 페이지에서는 ‘몰트 이력 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보리 수확 농장과 싱글몰트 맥주를 제품화한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내가 지금 마시는 맥주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맥주와 달리, 맥주 하나를 마시면서도 발자취를 알 수 있다는 게 흥미로운 포인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라는 싱글몰트 에디션 출시를 기념해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나는 오픈 당일 방문했다. 팝업스토어가 오픈하는 그 순간과 문을 닫는 순간에 모두 팝업스토어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상당했다. 아무리 광고여도 ‘상당했다’ 같은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정말 테라 팝업은 인기가 많긴 했다. 아무래도 테라에 대한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 싱글몰트 에디션에 대한 높은 기대 때문이 아닐까.
현장에서는 싱글몰트 에디션을 바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궁금증으로 자연스럽게 팝업스토어 안으로 유입된다. 한 모금 마시면 바로 알 수 있다. ‘어? 평소에 마시던 테라와 다른데?’ 그렇게 구매로 이어지는 거다.
싱글몰트 에디션은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캔 4개와 전용잔이 들어있는 팩을 자연스럽게 구매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용량은 355ml, 500ml 두 가지로 출시되었고, 더 현대 팝업스토어 프리런칭을 종료한 10월 27일 이후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특별히 삼성동의 유명한 명품 수제 초콜릿 브랜드 아도르(ADORE)와 협업한 초콜릿도 출시되었다. 평범한 초콜릿이 아니다. 한입 베어 물면 달콤쌈싸름한 액체가 흘러내리는데 테라 맥주를 활용했다고 하더라. 오전에는 수량이 충분히 있었지만 저녁에 방문했을 때 전량 완판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초콜릿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일찍 방문해야 할 거다.
그다음으로 가장 많이 붐빈 공간은 몰트 더미 안에 숨겨진 테라 싱글몰트를 찾는 게임이다. 몰트 바구니에 손을 넣어서 휘적거리는 경험이 촉감 놀이하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 옆으로 이동하면 싱글몰트 에디션 전용잔에 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술은 반드시 전용잔에 마셔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사람이기에 전용잔 구매는 반드시 추천하는 편이다. 각각의 잔은 그 술을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커플이라면 한 개씩 구매해서 서로의 이름을 새겨주는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혼자라면 인생의 모토 같은 걸 새겨 넣자. 취재를 위해 함께 방문했던 에디터M은 ‘인생은 거품’이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더라. 농담인가 생각했는데, 그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열심히 맥주를 계속 따른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가 됐다.
공간을 둘러 보면 테라를 상징하는 진한 녹색 컬러와 함께 귀여운 캥거루를 발견할 수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산 싱글몰트와 싱글홉을 사용했다는 걸 귀엽게 캥거루로 표현한 거다. 팝업 여기저기 그려진 캥거루처럼 캔에도 귀여운 캥거루가 프린팅되어 있으니 싱글몰트 에디션을 마실 땐 친구에게 살짝 아는 척해보자. “이 맥주가 말이야, 1년에 딱 한 번 나오는 한정판인데, 태즈메이니아섬이라고 아니?”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은 길지 않다.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다. 짧은 운영 기간인 만큼 서둘러 방문해 보자. 언제나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이 글에는 하이트진로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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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