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즘 들어 출몰 빈도가 늘어나는 객원 필자 전종현이야. 저번 주 에디터H가 카톡을 보내왔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리뷰 좀 부탁한다고. 그때 순간 PTSD 올 뻔했는데, 작년에 프리즈 서울 리뷰 기사를 쓰다가 너무 힘들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거든. 몸살이 세게 와서 며칠 내내 침대에 누워있었어. 그때 깨달았지. ‘아…욕심을 부리면 화를 입는구나.’ 10페이지 넘는 분량으로 꽉꽉 눌러 담은 기사는 지금 봐도 흡족하지만, 덕분에 프리즈 하면 부르르 떨려서 올해는 프리즈 서울에 관심도 안 두려고 했는데, 어라! 올해는 아예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한 주를 통으로 ‘서울아트위크’로 정해서 이벤트가 더 많아진다는 거야. 나, 사실 이벤트 마니아거든… 결국 여름에 못 쓴 휴가를 프리즈 서울 기간에 사용해서 설렁설렁 구경하려고 계획을 짰는데, 이렇게 급 리뷰라니!!! 작년에는 진짜 눈알 튀어나오게 모든 걸 체크했는데 이번에는 필요한 것만 유심히 보니까 편한 감이 있었어. 이번 글은 프리즈 서울에 대한 개괄적인 안내와 더불어 내년에 요긴한 꿀팁 위주로 정리해 볼까 해. 우리 디에디트 독자들은 실용적인 사람들이니까!
프리즈가 대체 뭐길래
내가 디자인, 건축, 문화, 예술 쪽 글을 쓰다 보니 프리즈 서울에 대해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질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체감했어. 프리즈 서울 끝나고 당일 저녁에 지인들과 식사를 했는데, 프리즈 서울 보느라 힘들었다고 말하니까 이렇게 말하더라고. “형, 프리즈가 뭐예요?” 그 친구는 공대에서 석사 따고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거든. 다른 친구도 프리즈 서울이란 게 열리는 건 알지만 정확히 뭔지 모르더라고. 사람 많이 모이는 힙한 예술 행사로 생각하는 걸 보고, 디에디트 독자에게도 낯설 수 있겠구나 싶었어. 그래서 일단 프리즈가 뭐길래 이렇게 야단법석을 떠는지 설명부터 할게.
아트페어라는 미술장터
[Frieze Seoul 제공]
아트페어(art fair)라는 단어, 들어봤어? 익숙하지만 애매한 요 단어는 한국말로 편하게 말하면 ‘미술장터’야. 주로 갤러리들이 모여서 미술품을 파는 행사지. 미술품 구입은 일반인에게 문턱이 높게 다가와. 그도 그럴 것이, 아는 작가에게 직접 작품을 사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일단 지인 중에 작가가 있냐고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게 도리 아니냐…) 좀 잘나가는 작가들은 갤러리와 계약을 맺어서 작품 중개를 갤러리에게 맡기거든. 고로 미술품을 사고 싶으면 (외관이 소박하든 으리으리하든) 갤러리에 가서 쇼핑해야 해. 익숙한 사람은 대접받으면서 천천히 고를 수 있지만, 안 해본 사람은 이 얼마나 부담되는 일이람. 물론 갤러리에 가지 않아도 미술품을 살 수 있어. 바로 경매에 참여하는 거야. 갤러리 한 곳이 가지고 있는 작품보다 더 다양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솔까말 이놈의 미술품이 뭐길래 서로 호가 경쟁까지 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낸 게, 바로 아트페어를 여는 거였어. 여러 갤러리가 한날한시에 모여서 각자 팔고 싶은 작품을 가져오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작품 구경도 하고, 가격도 쓱 물어보고, 마음에 들으면 찜도 하며 돌아다니는 거지.
세계 최고 아트페어, 아트 바젤
이런 아트페어는 세계 곳곳에서 엄청나게 많이 열리고 있어. 그중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아트페어를 꼽아보면 두 곳, 정확하게는 두 브랜드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 일단 세계 최고 아트페어를 물어본다면 십중팔구 ‘아트 바젤(Art Basel)’을 말할 거야. 아트 바젤은 스위스 바젤에서 1970년 시작한 아트페어야. 돈 많은 아트러버가 전용기 타고 모인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장터지. 아트 바젤은 바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행사를 확장했어. 2002년 미국에 진출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를 시작했고, 2013년 홍콩에서 ‘아트 바젤 홍콩’을 열었어. 그리고 작년에는 ‘파리 플러스 파 아트 바젤(Paris+ par Art Basel)’을 시작했지. ‘아트 바젤 파리’라고 하면 되는데 이름이 쓸데없이 긴 이유는 자존심 강한 파리 사람들 눈치 보느라 그랬다고 해. 그러면서 터줏대감으로 있던 현지 아트페어인 피악(FIAC)이 30여 년 동안 행사를 열던 파리 그랑팔레를 140억 원에 7년 장기 계약하면서 돈으로 피악을 한순간에 날려버렸어. 무서운 놈들이야… 그렇게 해서 3월 홍콩, 6월 바젤, 10월 파리, 12월 마이애미라는 황금 스케줄을 구축했지.
아트 바젤의 경쟁자, 프리즈
[Frieze Seoul 제공]
이런 아트 바젤에도 경쟁자가 있으니, 바로 오늘의 주인공, 프리즈야. 아트 바젤은 굉장히 상업적인 행사로 유명해. ‘미술장터인데 상업적인 게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겠지만, 아트 페어가 촉발하는 공적인 기능이 있어. 부자 컬렉터만 입장하는 곳이 아니라 티켓값을 감당한다면 누구든 구경할 수 있는 게 아트페어이다 보니, 어느새 그 해의 아트 신을 파악하고, 될성부른 작가들을 살펴보는 기회가 된 거야. 그래서 시장에서 인기 있는 뻔한 작품만 나오는 페어에 대한 반감도 생겼어. 프리즈는 이런 흐름을 타고 21세기에 ‘짠’ 하고 나타난 아트페어야. 프리즈는 동명의 미술 잡지인 <프리즈>에 기반을 두고 있어.
1988년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서 템스강변 허름한 창고를 빌려 <프리즈(Freeze)>라는 전시를 열었어. 당시 세계 최대 광고회사였던 사치앤드사치의 공동 창업자, 찰스 사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들이 앞으로 굉장해지겠다고 느꼈지. 그래서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을 싹 사들이고 사치갤러리를 만들어서 후원했어. 곧 그들은 영국 현대미술의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특정 분야에서 떠오르는 무서운 신인을 말해)이 됐어. 바로 ‘YBAs(Young British Artists)’의 탄생이야.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그 유명한 데이미언 허스트였고!
이 전시를 주의 깊게 본 사람은 사치 아저씨뿐만이 아니었는데, 젊은 미술 평론가 매슈 슬로토버와 어맨다 샤프는 전시명을 조금 바꿔서 1991년 미술 잡지 <프리즈(Frieze)>를 창간했어. 첫 호의 표지에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실었지. 이듬해 데이미언 허스트가 영국 최고의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 후보에 오르고 1995년 터너상을 수상하면서 YBAs를 포함해 많은 영국 현대 미술 작가에게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졌어.
21세기 현대 미술의 흐름이 런던으로 모이는 분위기 아래 <프리즈> 매거진은 기존 아트페어보다 실험적이고 젊은 느낌의 아트페어를 시작해. 바로 지금의 ‘프리즈 런던’이야. 돈이 없어서 리젠트 파크에 임시 천막을 치고 시작했던 프리즈 런던은 곧 런던이라는 뒷배를 타고 엄청나게 흥행하기 시작했어. 빠르게 성장한 프리즈는 아트 바젤의 성공 루트를 그대로 밟았지. 2012년 뉴욕으로 건너가 ‘프리즈 뉴욕’을 시작하면서 같은 해 런던에서 고전 예술 중심의 ‘프리즈 마스터스’를 열었고, 2019년에는 LA에 날아가 ‘프리즈 LA’를 시작했어. 이후 아시아 진출의 중심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서울이야. 2022년 첫선을 보인 ‘프리즈 서울’의 탄생이지!
하필이면 왜 서울이람
내가 생각하기엔 ‘운’이 잘 맞은 것 같아. 우리나라에는 한국화랑협회에서 개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있어. 지난 2019년 9월부터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동 개최를 논의하다가 2021년 서로 파트너십을 맺고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코엑스에서 함께 개최하기로 발표했지. 그 사이에 아시아 미술 시장이 지각 변동을 겪었어. 바로 홍콩이 흔들린 거야. 홍콩은 수많은 글로벌 갤러리가 아시아 총괄 사무소를 열 정도로 아시아 아트 허브로서의 위치가 굳건했고, 아트 바젤 홍콩의 매출도 1조 원에 달했거든. 근데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로 정국이 불안정해지고, 곧 강력한 중국화 정책이 펼쳐지자 수많은 외국 회사와 자본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어. 게다가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홍콩 방문이 엄청나게 까다로워지면서 여러모로 난리가 났지. 이런 상황에서 (프리즈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훌륭한 작가, 갤러리, 미술관 및 컬렉터가 있는 도시’인 서울이 홍콩의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했다나 뭐라나. 코로나19 때문에 늘어난 유동성 자금이 미술 시장에 모이면서 미술품 재테크 열풍이 분 것도 한몫했고. K팝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서울이란 도시가 국제적으로 힙해진 것도 영향을 끼쳤어. 한 번쯤 가고 싶은 서울에서 프리즈 아트 페어가 열리면 컬렉터 입장에서는 꽃놀이패잖아.
2022 프리즈 서울의 대성공
[Frieze Seoul 제공]
작년에 처음으로 열린 프리즈 서울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뒀어.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페어에서 거래된 금액을 7,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어. 함께 열린 키아프의 10배 정도랄까? 일단 국제적인 메가 갤러리가 엄청나게 참여하면서 아트 페어의 수준을 크게 높였어. 세계 10대 갤러리 하면 빠지지 않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위너, 페이스 갤러리, 리슨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 큐브, 리만머핀, 페로탕을 비롯해 날고 긴다는 해외 갤러리가 프리즈 서울 하나 보고 한꺼번에 참여했어. 그들이 함께 가져온 수십억 원짜리 작품은 좌르륵 팔렸고 말이지. 프리즈 런던과 함께 열리는 프리즈 마스터스의 축소판을 프리즈 서울 안에 함께 열면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장의 작품도 쫙 깔았고. 600억 원짜리 피카소 그림이 왔다고 뉴스에서 난리 쳤던 일을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어. 에곤 실레의 그림만 20점 넘게 가져온 갤러리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했지.
2023 프리즈 서울의 적응력
사실 나는 올해 프리즈 서울이 폭삭 망할 줄 알았거든. 작년에 너무 준비가 미흡했어. 내부 동선도 엉망이었고, 국제적인 행사라고 하기에 믿기 힘들 정도로 미숙하고 사람 짜증 나게 하는 구석이 널렸었거든. 프리즈 서울에 맞춰 열리는 부대 행사도 산발적으로 이루어져서 이벤트 확인하다 시간 다 가고. 무엇보다 이제 경제가 안 좋다고 하니까 아트페어 장사가 안될 거로 생각했는데. 어라, 이게 뭐람? 역시 돈의 힘은 대단한 거 있지. 작년에 불편한 점을 엄청나게 개선했어. 일단 갤러리 배치와 동선이 훨씬 좋아져서 스르륵 보는 데도 눈에 쏵쏵 들어와. 각종 이상한 짓거리도 확 줄어들었고.
해외 갤러리들이 정말 똑똑하더라. 작년에 장사하고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올해는 엄청 비싼 작품 말고 20억 원 아래의 작품들을 많이 가지고 왔어. 물론 20억 원도 엄청 비싸긴 한데, 작년에는 50억 원, 100억 원 넘는 작품도 있었거든. 5~20억 원 예산 내에서 고민할 만한 인기 작가 작품을 끌어와서 매출 급하락도 막고 효과적으로 세일즈를 끌어가더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스펙터클한 대작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친근한 작품들이 보이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어. 아, 그리고 인터내셔널 느낌도 여전했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비롯한 외국어와 한국어가 곳곳에서 겹쳐 들리는데 서울에서 열린 그 어떤 행사보다 이국적이었어. 작년에 인기 좋은 프리즈 마스터스를 확장한 덕분에 몇몇 부스에는 사람들이 미친 듯이 줄 서는 장관도 반복됐지.
프리즈 서울이 촉발한 ‘서울 아트 파티’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한 주를 ‘서울아트위크’로 명명하고 각종 연계 이벤트를 좌르륵 붙인 것도 훌륭해. 예를 들어, 5일에는 한남 나이트, 6일에는 청담 나이트, 7일에는 삼청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지역 갤러리와 뮤지엄이 야간 개장을 했는데, 작년에는 관련 정보 공유가 거의 안 됐거든. 근데 이번에는 웹사이트와 기사 등에서 알아서 정리를 한 덕분에 찾기가 훨씬 수월해졌어. F&B 등의 이벤트가 있으면 추가로 표기했고. 게다가 돈 냄새를 맡은 각종 브랜드 주최로 곳곳에서 파티하고, 갤러리들도 따로 팝업 전시를 열거나 프라이빗 파티를 여는 통에 주변 지인들은 진짜 정신없이 움직이더라. 인스타그램만 보면 다 프리즈 관련 사진만 올라오더라고. 프리즈 서울을 트리거 삼아 서울 문화 주간(말 그대로 서울아트위크랄까?)이 열리니 여기에 올라탈 수 있는 각종 이벤트, 행사, 팝업, 전시가 집결하고 여기에 모이는 수많은 사람을 노린 자본이 새롭게 나타나는 선순환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인맥도 없고, 체력도 없는 나는 첫날에 잠깐 보고 공식 파티에 갔다가 목요일, 금요일 집에서 와병하고 디에디트 리뷰 쓰려고 토요일에 출격했지만 말이야!
2024 프리즈 서울은 그래서 추천? 노 추천?
일단 추천을 박아봐. 프리즈 서울 행사는 3회를 맞이하는 내년에 더욱더 좋아질 것 같아. 올해 코엑스 C홀, D홀에 걸쳐서 총 120여 곳의 갤러리가 부스를 마련했는데, 프리즈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참여 갤러리를 확인할 수 있고, 그중 상당수는 프리뷰 서비스를 제공했어. 프리즈 서울이 워낙 핫한 행사라서 온갖 신문, 잡지에서 프리즈 서울 관련해서 기사를 도배했더라고. 그만큼 주요 부스에 대해 미리 파악할 수 있어서 관람 시간을 관리하기 편할 것 같아. 올해 나온 작품들은 평이한 편이었지만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수준이었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아트 싱가포르, 타이페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에 비해서 월등히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아트 바젤 홍콩과는 시기적으로 6개월가량 떨어져 있어서 서로 보완재가 되면 됐지,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서 서구 갤러리가 가지고 나오는 작품, 아시아 갤러리에서 가지고 나오는 로컬 작품의 결과 그 수준은 대동소이할 것 같거든. 물론 스펙터클한 대작을 보고 싶다면 홍콩에 가는 게 좋지만, 아트페어를 위해 비행기삯과 호텔 숙박료를 감당하는 찐아트러버가 아니라면 프리즈 서울은 재미있는 행사를 둘러보는 나들이 개념으로 아주아주 충분한 곳이야.
2024 프리즈 서울을 위한 꿀팁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프리뷰 티켓은 정가 25만 원, 얼리버드 20만 원이었어. 취미로 갈 거면 하루만 보는 일반 티켓을 끊어도 괜찮아. 일반 티켓 정가가 8만 원이고, 얼리버드가 6만 원이었거든. 비용에 대한 부담감은 개인이 느끼는 만족감과 반비례하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 참고로, 갤러리 한 곳당 5분만 봐도 산술적으로 600분=10시간이야. 특히 프리즈 마스터스에는 교과서에서 보던 거장의 작품이나 신기방기한 서양 중세 시대 고서적, 박물관에서 볼법한 고대 유물이 출현하기 때문에 어지러운 현대 미술이 주는 피로감을 상당 부분 상쇄하니까 들를 수밖에 없어. 이런 경우 한 40곳만 집중적으로 보고 사진 여러 장 찍으며 돌아다녀도 4~5시간은 족히 걸릴걸? 프리즈 서울 티켓은 코엑스에서 함께 열리는 키아프 서울에도 통용되는데, 올해 키아프 서울에는 200곳이 넘는 갤러리가 참여했어. 티켓값이 아까우면 키아프 부스까지 올킬해봐. 진정한 용자가 될 거야.
부스를 돌아다닐 때 펜을 가지고 있으면 꽤 편리해. 현장에서 나눠주는 맵으로 부스 위치를 모두 기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 어디를 봤는지, 어디가 좋아서 또 보고 싶은지 맵에 체크하면 실시간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급할 땐 아날로그가 최고더라. 더불어 편한 신발은 필수야.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어서 나중에 발이랑 다리가 진짜 아파. 드레스 코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자기 마음대로 입고 가도 돼. 다들 편한 대로 입었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어떤 사람은 (나처럼) 올블랙으로 대충 입었고, 어떤 사람은 완전 멋쟁이로 꾸미고 왔더라.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목걸이와 귀걸이로 치장한 남성분도 있었는데, 아트 페어라는 장소에다 외국인도 많아서인지 사람들이 수군대지도 않고 각자 마이웨이 하던 게 기억에 남아.
그리고 웬만하면 든든하게 먹고 가길 추천해. 배고프면 정말 난리 나거든. 올해는 F&B 시설이 노티드와 오설록 두 곳으로 늘어났고 공간도 커져서 작년처럼 ‘식량난’이 심하지 않았지만(작년에는 진짜 최악이었어), 사람이 많아서 오래 줄 서야 하는 건 매한가지야. 혹시 프리즈 서울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F&B 시설을 더 늘려줬으면 진정 좋겠어. 참고로 행사장에서 한 잔에 2만 원 넘는 가격에 팔았던 루이나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은 네이버 후기마다 이구동성 돈값을 못 한다고 말하니, 만일 내년에 동일한 제품이 나오면 정말 목이 타서 죽을 것 같거나, 여유로움을 즐기며 작품을 감상하고 싶을 때만 추천해.
[Frieze Seoul 제공]
프리즈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부대 행사가 있어. 작년에 대충 시작했다가 올해 제대로 공간 네 곳에서 열린 ‘프리즈 필름’, 올해 처음으로 열린 ‘프리즈 뮤직’에 이어 내년에는 ‘프리즈 조각’이 열릴지도 모른대. 여기에 대한 소식은 (온갖 매체에서) 알아서 말해줄 테지만, 관심의 더듬이를 세우고 있길 바라. 기본적으로 올해 열린 한남 나이트, 청담 나이트, 삼청 나이트는 내년에도 (확실히) 열릴 것 같아. 프리즈 서울 다 보고 이동하면 시간이 딱 맞으니 하루 종일 아트에 빠질 수 있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나이트는 삼청 나이트야.) 원하는 나이트가 열리는 날에 일정을 비워놓고 프리즈 서울에 오픈런해서 다 둘러본 후 끝나고 해당 나이트 장소로 이동해서 여러 갤러리에 들르면 완벽해. 근데 이러면 다음 날 곡소리 날 수도 있으니까, 프리즈 서울 가기 전날 저녁에 열리는 나이트에 갔다가 다음날 프리즈 서울을 관람하고 그 뒤에 있는 다른 행사들을 찾는 일정도 추천!
내년에는 서울아트위크의 여파로 일반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늘어날 것 같아. 꼭 프리즈 서울 VIP 패스 소지자가 아니라도 말이지. 작년에는 VIP 패스 소지자만 갈 수 있는 행사가 많았는데 그것도 앱에서 일일이 예약해야만 해서 손 느린 나는 다 놓쳤거든. 올해는 프레스 패스로 입장한 터라 어떤 부대 행사가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확실히 퍼블릭 행사가 풍부해졌어. 내년에는 좀 더 정리되고 밀도 있는 행사들이 운영될 테지. 앞서 말했듯,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각종 ‘보는 법’, ‘즐기는 법’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올 거라서, 잘 챙겨보면 큰 도움이 될 거야. 정말 서울 곳곳에서 아트 관련 행사가 열리거든. 아트 마케팅에 관심 있는 회사라면 이때를 놓치지 않을 테니 내년에는 서울 전역에서 행사가 터져 나올 거야. 혹시 프라이빗 행사에 관심 있다면 아트, 럭셔리 브랜드, 프리즈 서울 소식에 정통할 것 같은 지인에게 프리즈 서울에 관심 있다고 강하게 어필해 봐. 혹시 알아? 참여 링크를 슬쩍 공유할지? 미리미리 기회를 엿보도록 해.
아, 뭔가 2023 프리즈 서울 리뷰를 쓰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글을 쓴 느낌인데…그래도 여기까지 잘 따라온 디에디트 독자들, 고마워! 올해 얻은 교훈은 ‘사람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이고, 그러면 또 사람이 모이고 돈도 모인다.’ 프리즈 서울이라는 국제 아트페어에 맞춰 서울이 가진 잠재력이 극대화되어 온갖 일이 일어나는 광경을 보니, 이런 트리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다시금 생각하게 돼. 내년에는 더욱더 풍요롭고 즐거운 프리즈 서울 기간이 되길 바라며 그럼, 다음에 또 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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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디자인, 건축,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한다.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손기술로 먹고산다'는 사주 아저씨의 말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