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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커피 가이드 : 센트럴, 성완 편

지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 6곳
지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 6곳

2023. 10. 12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오사카, 도쿄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도시 홍콩에 다녀왔다. 새삼스럽지만 홍콩은 여전히 무질서하고 번거롭고 분주하면서, 자유스러움과 뜨거움 같은 해방감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홍콩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센트럴과 성완 지역의 대표적인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을 소개한다.

홍콩의 구획을 간단히 설명하면, 홍콩의 관광지는 크게 구룡반도(북쪽)의 침사추이와 남쪽 홍콩섬의 센트럴, 성완 지역으로 나뉜다. 서울의 경우 강남, 강북, 연남, 성수, 가로수길처럼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듯이, 홍콩의 센트럴 지역은 서울의 강남, 성완 지역은 연남, 성수와 비슷한 느낌이다.


[1]
커핑룸
Cupping Room 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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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룸은 2014년 WBC (World Barista Championship) 준우승 카포치우가 시작한 홍콩 최초이자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며, 서울 리브레, 도쿄 마루야마와 함께 아시아의 3대 스페셜티커피 회사로 손꼽힌다. 이번에는 동선상 방문하기 편리한 센트럴에 위치한 커핑룸 매장을 방문했다. 홍콩의 센트럴 지역은 공중회랑과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더운 여름에도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커핑룸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상행선 중간 즈음 왼쪽의 작은 검정색 건물 1,2층을 사용하고 있다. 커피룸 센트럴 매장 1층은 카페, 2층은 커피와 음식을 함께 제공하는 공간이다. 커핑룸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작년까지 3년 연속 세계 바리스타 대회 전용 머신으로 사용되었던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브루잉 커피 그라인더는 가장 섬세하게 분쇄가 조절되는 말코닉 Ek43 이다. 빅토리아 아르두이노는 챔피언들의 머신으로 유명한데, 아름다운 외관과 섬세한 온도조절, 정교한 온도보정, 정확한 추출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스타벅스 리저브 전용머신으로 널리 알려졌다. 커핑룸 1층은 머신과 커피바를 제외한 좌석이 5개 내외의 간소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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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룸에서 트라이컬러 CGLE 브루잉커피와 코타도(플랫화이트보다 진한 밀크커피)를 마셨다. 트라이컬러는 콜롬비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 파랑, 빨강의 삼색을 의미하는데, 향미가 좋은 게이샤 품종과 수확량과 병충해에 강한 카투라의 혼종으로 개발된 콜롬비아 하이브리드 품종이다. 커핑룸의 코타도는 올해 아시아에서 마셨던 커피중에서 가장 맛있는 밀크커피였다. 커핑룸의 대표적인 애터보이 블렌딩을 베이스로 촉촉한 스팀과 적절한 온도의 밀크가 궁합으로 커피와 우유와 절묘하게 조합되었다. 커핑룸은 홍콩 전역에 7개의 매장이 있고, 센트럴과 성완의 매장이 상징적이다.

  • 주소 G/F, 18 Cochrane St, Central, HongKong
  • 추천 메뉴 에스프레소, 코타도

[2]
코코에스프레소
Coco Espr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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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스프레소는 커핑룸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커핑룸을 포함해 대부분의 홍콩의 스페셜티커피가 그러하듯이 매장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커핑룸이 스페셜티커피에 집착할 정도로 노력한다면, 코코에스프레소는 꾸준하게 대중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코코에스프레소는 커핑룸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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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에 위치한 매장은 (홍콩에 8개의 매장이 있다) 커핑룸에서 1분 거리다. 현지인에게 인기가 많은 침차이키 식당을 지나서 한블럭 뒤편에 있다. 코코 에스프레소의 추천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밀크커피. 이외에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콜드 브루 커피를 함께 마셨다. 코코는 산미가 강하지 않고 안정적인 단맛을 베이스로 하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와 멜버른 스타일의 부드럽고 마일드한 밀크커피를 지향하고 있다. 산미가 강하지 않은 밀크커피가 현지에서 반응이 좋다. 콜드 브루의 경우 아이스 커피를 많이 마시는 (홍콩도 한국처럼 아이스 커피가 인기가 많다) 지역의 특징상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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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스프레소는 매장 입구에 콜드브루 커피를 포함해 병음료와 원두를 판매하고 있고, 에스프레소 머신은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의 스피릿을 사용하고 있다. 판매하는 원두는 블렌딩 이외에 다양한 싱글오리진이 있었는데, 기본 블렌딩과 에티오피아봄베, 브라질 핀할, 에쿠아도르 라파파야와 같은 품질 좋은 커피를 사용한 싱글오리진이 구성되었다.

  • 주소 Central, Stanley St, 50 Ho,, World Trust Tower, HongKong
  • 추천 메뉴 에스프레소, 콜드브루 아이스

[3]
아라비카
Arabica StarF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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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아라비카의 오너 케네스 쇼지는 젊은 시절을 캘리포니아에서 보내고 부모님의 회사에 입사해서 처음으로 홍콩 지점에 발령을 받았다(따지고 보면 아라비카도 금수저).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회사의 해외 지점에서 근무하던 케네스 쇼지는 홍콩에서 시험 삼아 아라비카 커피를 시작했다. 덥고 습한 날씨의 홍콩에서 시작한 아라비카 커피는 아시아 대중들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발전시켰고, 홍콩에 이어 교토의 매장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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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카 홍콩의 분위기는 기존 매장들과 비슷하다. 아라비카 커피는 케네스 쇼지 가문에서 수입하는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과 반자동 그라인더를 사용한다. 내부가 투명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온도 유지가 어렵고, 반자동 그라인더는 바리스타의 부상 확율이 높지만, 머신의 비주얼과 그라인더 특유의 소음이 아라비카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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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분위기는 밝고 깨끗하고 시원하다. 아라비카 홍콩에서는 아이스 라테와 레모네이드를 추천한다. 비주얼 위주의 매장이라는 디스카운트가 있지만, 라떼와 같은 밀크커피가 상대적으로 좋다. 아라비카의 아이스 라테는 강인한 질감의 에스프레소와 아이스 밀크가 조합되었는데, 아라비카의 커피 중 가장 맛있다. 아라비카에서 레모네이드는 신선한 레몬과 청량감 있는 구성이 괜찮다. 아라비카는 홍콩에 몇군데의 매장이 있는데, 홍콩 페리 내부의 매장이 가장 접근이 쉽다.

  • 주소 Shop KP-41, 1/F, Star Ferry Pier, Tsim Sha Tsui, Hongkong
  • 추천 메뉴 아이스 카페라떼, 레모네이드

[4]
블랙슈거 PMQ
Black Sugar Coffee PMQ

홍콩의 미드레벨과 센트럴, 성완의 공간중에서 PMQ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PMQ(Police Married Quarters)는 홍콩 경찰 기숙사 오래된 아파트 건물을 재개발 해서, 지역의 다양한 인디예술가와 매장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마치 한국 인사동 쌈지길의 업데이트 버전이라고 할까? 최근 들어 홍콩의 핫한 매장들이 PMQ에 많이 입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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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슈거 커피는 PMQ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다. 블랙슈거는 최근 홍콩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매장의 구조는 일본의 교토풍이다. 매장의 입구가 가려져있고 내부가 잘 보이지 않지만, 커튼을 하나씩 걷고 들어가면 쾌적한 커피바가 위치하고 있다. 매장의 머신은 라마르조코이고 브루잉 커피용으로 사용하는 말코닉 Ek43 그라인더를 에스프레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말코닉 EK 그라인더를 에스프레소용으로 사용하면 커피의 농후한 질감과 단맛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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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슈거에서 파나마 마마카타 수세식 게이샤 브루잉 커피와 커피밀크 펀치(시그너처 목테일-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 칵테일)를 마셨다. 마마카타 농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중 한 곳으로 섬세한 향미와 절제된 밸런스, 여운이 있는 단맛이 좋은 커피로 정평이 났다. 블랙슈거의 밀크커피 펀치는 비주얼상 우유의 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마셨을 때는 우유 특유의 고소함과 질감이 미묘하게 표현이 된다. 상당히 재밌고 인상적인 메뉴다. 블랙슈거의 커피밀크펀치를 꼭 마셔볼것을 추천한다.

  • 주소 S106, 2/F, Block A, PMQ, 35 Aberdeen St, Central, Hongkong
  • 추천 메뉴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커피밀크펀치

[5]
일렉서
Elixir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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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서 커피는 코코에스프레소와 함께 최근 홍콩에서 활발하게 운영중인 대중적인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일렉서는 홍콩에 몇 개의 지점이 있는데, 이번에는 홍콩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카우키와 신홍위엔 매장 앞에 위치한 일렉서 커피 매장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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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카우키와 신흥위엔은 홍콩의 전통 길거리 음식 다이파이동에서 시작한 홍콩의 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다. 특히 카우키는 홍콩에서 저렴한 소고기(중국 남방계열 사람들은 치킨과 돼지고기를 더욱 좋은 음식으로 간주한다.)를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이용해 국수로 만들었다.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양조위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카우키의 국수 값은 한국 돈으로 1만 원 내외. 포르쉐, 롤스로이스, 벤틀리를 몰고 오는 부자들도 얄짤 없이 줄을 서고, 합석으로 먹어야 하는 불편한 매장이지만, 홍콩 최고의 국수라고 자타가 인정한다. 지향점이 다르지만, 정통성의 느낌은 서울의 우래옥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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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서는 카우키, 신홍위엔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길거리 좌판 음식점 앞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이지만, 분위기가 깔끔하고 더운 여름 냉방이 잘되어있다. 덥고 습한 홍콩에서는 카페들이 냉방여부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일렉서의 추천 커피는 라카브라 커피. 덴마크의 세계적인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일렉서에서 판매하고 있다. 라이트로스팅 라카브라 커피는 밝고 화사한 색깔의 산미를 표현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셨을 때 청량감과 후미의 클린컵이 훌륭하다.

  • 주소 9 Mee Lun Street, Sheung Wan, Hongkong
  • 추천 메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카브라)

[6]
하프웨이 커피
Halfway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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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웨이 커피는 홍콩섬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스페셜티 커피이다. 하프웨이가 위치한 곳은 성완 지역 캣스트리트이다. 성완 지역은 아편전쟁 때 영국군이 처음 상륙한 지역이다. 당시 영국인들은 중국의 희귀한 빈티지 물건들을 반출하는데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성완지역에 골동품, 중국 미술품 상점들이 많아졌다. 마치 한국의 인사동과 비슷한 분위기인 성완 지역은 센트럴과 애드미럴리티 지역에 비해서 발전이 늦었는데, 최근 들어 서울 연남이나 성수가 재개발 되듯이 개성 있는 매장들이 많아 지고 있다.

하프웨이는 성완지역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캣스트리트(중국어로 고양이는 장물아비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중고시장에서 장물들이 유통되어서 이름이 유래된듯하다.)에 위치하고 있다. 하프웨이 커피는 지역의 특징답게 오래된 빈티지 도자기 잔에 커피를 선보인다. 매장의 분위기도 중국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있으면서 상당히 괜찮은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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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입구에 스프링의 압력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빈티지 레버머신이 있지만, 대부분의 커피는 안정적인 시네소를 통해서 추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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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웨이의 추천커피는 기본 에스프레소와 밀크커피. 하프웨이 커피는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묵직하고 다크한 에스프레소를 지향한다. 밀크커피는 하프웨이 시그너처 흑당 밀크커피. 진득한 커피와 밀크에 흑설탕을 추가해서 강력한 임팩트의 단맛을 선사한다. 하프웨이 커피는 매장의 커피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홍콩의 바이브까지 조합이 되어서 가장 홍콩다운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 주소 26ho, Upper Lascar Row, Sheung Wan, Hongkong
  • 추천 메뉴 에스프레소, 블랙슈거 라떼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