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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떠나는 유럽, 브런치 카페 3

서울의 브런치 맛집 세 곳
서울의 브런치 맛집 세 곳

2023. 08. 02

안녕.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미라클 모닝이나 갓생 뭐 이런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가볍고 산뜻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을 뿐. 특히 늘어지기 쉬운 주말 오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따뜻한 빵과 커피를 앞에 두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면 그날은 내내 개운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조금 부지런을 떨어보면 어떨까? 아늑한 공간에 자리 잡고 앉아 느긋한 아침을 만끽해 보자. 눈도 입도 즐거워지는 근사한 브런치와 함께. 우리의 알람 시간을 당겨줄 서울의 모닝 밀&브런치 맛집 세 곳을 소개한다.


[1]
“성수동에서 맛보는 덴마크”

밋보어 카페 & 이터리

주말 아침, 서울숲 인근에서 즐기는 덴마크 스타일의 브런치는 어떨까? 덴마크어로 ‘나의 식탁’이라는 뜻을 가진 밋보어는 재철 식재료 기반의 음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제안하는 곳이다. 일전에 디에디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에디션덴마크가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 양질의 식음료 브랜드를 중심으로 덴마크의 건강하고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꾸준히 소개해 오던 에디션덴마크가 보다 풍부한 미식 경험을 나누기 위해 지난 4월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밋보어가 다른 브런치 레스토랑과 차별점화되는 건 크게 두 가지 포인트에서다. 먼저 덴마크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식재료와 제품을 활용해 메뉴를 구성한다는 점. 덴마크 양봉 장인의 스페셜티 허니 브랜드 대니시비키퍼스의 제철 꿀로 버터와 그래놀라를 만들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티숍인 A.C. 퍼치스 티핸들의 블렌딩 티를 활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식이다. 단순히 덴마크식의 식사를 내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에 에디션덴마크가 소개해 오던 제품을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확장이 무척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두 번째는 육류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런치 하면 흔히 떠올릴 법한 베이컨이나 소시지, 살라미, 닭가슴살 등의 고기를 어떤 메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엄격한 비건식을 지향해서는 아니다. 딱 이 정도의 반응을 원할 뿐이라고. ‘이렇게 맛있는데 고기가 하나도 안 들어 있네?’ 실제로 밋보어 디렉터가 덴마크에서 자주 겪었던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눠보고 싶다는 의도로 설정한 기준이다. 말하자면 밋보어의 브런치는 ‘대니시 스타일’이라는 브랜드 키워드로 귀결된다. 단순하고 지속 가능한,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가지고 건강하고 산뜻한 덴마크의 식문화를 전파하는 것.

성수동에서라도 대니시 스타일을 느껴보고 싶었던 나는 주말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만 주문 가능한 모닝 세트를 주문했다. 큼직하게 자른 꽁테 치즈를 유기농 사워도우에 얹은 다음 대니시비키퍼스의 봄 꿀로 만든 버터 한 번, 라즈베리 콤포트 한 번씩 발라서 크게 베어 먹어보자. 거기에 가을 꿀을 넣어 만든 수제 그래놀라와 요거트, 제철 과일, 봄 꿀, 바질 잎을 한입에 가득…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감동에 정신 못 차리던 와중, 회심의 미소를 띤 바 매니저님이 다가온다. 입가심을 책임질 디저트 메뉴를 들고서. 블렌딩 티 ‘화이트 템플’을 넣어 만든 소르베 아이스크림에 바질 오일을 두른 이 마지막 필살기에 나는 내적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Det her er forbandet lækkert! (개존맛!)” ・

  • 모닝 세트 1만 2,000원
  • 봄꿀 그래놀라 요거트 1만 0,500원
  • 화이트템플 아이스크림 8,000원

밋보어 카페 & 이터리

  •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1, 1층
  • 영업시간 화-금 11:00-18:00 토-일 08:00-18:00 (월 휴무)
  • @mitbord.seoul

[2]
“편히 쉬었다 가세요”
아뜰리에 르 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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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역에서 한강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어오면 망원정사거리에 도착한다.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와 국숫집이 있는 낡은 건물 2층에 보이는 아뜰리에 르 플리. 크게 눈에 띄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곳은 원래 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온 사장님이 작업실로 썼던 공간이다. 지금은 일반적인 형태의 카페로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바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제 작업실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파리의 어느 작은 아뜰리에로 놀러 온 듯한 기분이다. 옅은 크림색 천장과 벽, 따뜻한 우드 톤의 나무 바닥과 빈티지 테이블은 공간 전반에 아늑함을 불어 넣고, 중앙 구역을 차지한 초록 식물들은 생기를 더한다. 실제 작업실로 사용했다는 걸 알려주듯 커다란 캔버스와 이젤, 벽에 걸린 직접 그린 그림도 구석구석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운데를 비우고 벽면을 따라 여유 있게 좌석을 배치한 덕분에 어느 테이블에 있어도 공간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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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르 플리의 식사 메뉴는 고급 음식보다는 소박한 가정식 느낌에 가깝다. 프랑스 유학 시절 자주 먹던 음식을 바탕으로 메뉴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추억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요리들을, 깔끔하고 산뜻하게 먹기를 좋아하는 주인장의 입맛에 맞게 다듬었다.

르 플리 아쉬 파르망티에 세트는 유기농 홀 토마토로 맛을 낸 다진 소고기와 채소 위로 감자 퓌레와 치즈, 빵가루를 층층이 올린 메뉴다. 프랑스에서는 가게별로 가정별로 조금씩 다른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고. 짭짤하고 자극적인 맛일 거란 예상과는 달리 꽤나 담백해서 놀랐다. 고기 간을 일부러 세게 하지 않는 데다가 감자 퓌레와 빵가루가 더해져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레몬 조각과 홀그레인 머스타드가 같이 나오므로 풍미를 확 끌어 올리고 싶을 때마다 곁들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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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르 플리 데쥬 세트는 정오까지만 주문이 가능한 메뉴. ‘여행자의 아침’을 모토로 호텔 조식이 연상되는 풍성한 플레이트를 내어준다. 빵과 버터와 딸기잼, 삶은 계란, 햄과 치즈, 샐러드와 미니 요거트볼에 커피 혹은 차까지. 신선한 재료들로 맛과 영양 모두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한 구성이다. 서울 여행을 온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데려가 이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근사한 아침 식사 덕에 여행의 설렘이 배가 된다는 기분 좋은 칭찬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 르 플리 데쥬 세트 1만 5,000원
  • 르 플리 아쉬 파르망티에 세트 1만 6,000원
  • 드립 커피 6,000-6,500원(르 플리 데쥬 세트 주문 시 포함)

아뜰리에 르 플리

  •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2 2층
  • 영업시간 수-월 09:00-16:50 (화 휴무)
  • @atelier_le_pli

[3]
“얼리버드를 위한 한 상”
오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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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y bird meal at 8:00am’. 가게 입구에 적힌 문구처럼 오파토는 이른 아침부터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주변에 이 정도로 일찍 여는 식당이나 카페가 적은 탓에,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 해방촌 주민들이 하나둘 오파토에 모여드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 멀리서 찾아온 이들도 많다. 매번 다짐과는 다르게 10시는 넘어야 눈이 떠지는 나로서는 든든한 아침 식사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닌 얼리버드들이 신기할 뿐이다(부럽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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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파토의 브런치 메뉴를 구성하는 건 직접 만든 재료들. 빵을 비롯해 소스와 잼 등 대부분의 기본 재료를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다. 얼리버드 모닝 세트에 샌드위치로 포함되는 소금빵은 손으로 찢어먹을 때의 느낌을 고려해 겉과 속 모두 최대한 부드럽게 굽는 편이며, 오파토 토스트와 함께 제공되는 바닐라 빈 밀크 잼은 별도의 첨가제 없이 천연 바닐라 빈 스틱과 우유, 유기농 설탕만 넣고 장시간 끓인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제조하는 만큼 포장이나 온라인 주문 판매의 인기도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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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중 하나인 오파토 토스트를 주문했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와 고소한 버터, 달콤한 바닐라 빈 밀크잼에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스크램블 에그와 짭조름한 베이컨, 당근 라페와 그라노빠다노 치즈가 올라간 그린 샐러드까지. 이렇게 알찬 플레이트를 아침부터 먹으면 안 행복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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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재료가 매일 바뀌는 데일리 수프 역시 놓치면 아쉬운 메뉴. 느타리-양송이-표고 트리오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만나 입안 가득 풍미를 터뜨리는 버섯 수프는 과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같이 내어주는 사워도우를 수프에 찍어 먹으며 마지막까지 싹싹 긁어먹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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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산뜻한 분위기의 일반적은 브런치 식당과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 낮은 조도와 고풍스러운 벽지 패턴, 어두운색의 빈티지 찬장 등 오래된 유럽 카페에 온 듯한 클래식한 무드가 공간 전반을 감돈다. 취재 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차분한 매장 내부에 앉아 창 너머로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이 퍽 운치 있었다.

  • 오파토 토스트 1만 6,000원
  • 데일리 수프 재료별로 가격 상이
  • 소금빵 3,000원
  • 아메리카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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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파토

  •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12길 1 1층
  • 영업시간 매일 08:00-17:00
  • 인스타그램 @opato_08am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