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시티 보이가 되고 싶은 아저씨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뽀빠이 매거진이 서울에 왔다. 거기가 뭐 하는 데냐고? 1976년에 창간해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대표 패션&라이프스타일 월간지다. ‘Magazine for City Boys’라는 부제에 걸맞게 즐거운 도시 생활을 꿈꾸는 남자들을 위한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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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뽀빠이 매거진의 2023 7월호 주제는 바로 ‘SEOUL CITY GUIDE’. 창간 이후 처음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룬다. 국내에도 뽀빠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발간 전부터 기대가 높았는데, 거기에 뉴진스로 커버를 채운 스페셜 에디션까지 나온다고 해서 더 화제가 됐다.
오랜 시간 시티 보이와 시티 걸들의 동경과 애정을 받아온 뽀빠이 매거진은 과연 서울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들은 이 도시에 와서 무얼 보고, 무얼 듣고, 무얼 먹고, 무얼 경험하고 갔을까? 오늘의 기사는 뽀빠이 매거진 915번째 이슈 ‘SEOUL CITY GUIDE’ 리뷰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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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펼쳐보자. 가운데 4장의 사진을 기준으로 좌측의 6개 콘텐츠가 서울 가이드에 관한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LOST IN SEOUL부터 Welcoming Summer in Seoul ! ‘NewJeans’까지,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영어 제목은 원문 그대로, 일어 제목은 DeepL 번역기를 활용해 번역했다).
• LOST iN SEOUL •
서울 편의 포문을 여는 패션 에디토리얼. 청계천서점과 7212번 버스, 우사단길과 종로3가, 한강과 도산공원 등을 배경으로 서울 한복판을 거니는 시티 보이의 모습을 담았다. “이 도시는 생각보다 넓고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용기를 내어 길을 잃어보자.”
• SEOUL CITY GUIDE •
이번 호의 핵심 기사라고 할 수 있는 2박 3일 일정의 서울 여행 가이드. 뭘 먹고, 뭘 보고, 뭘 하면서 놀지 그 힌트가 되어줄 풍성하고 다채로운 여행 코스가 4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실려 있다.
• 한국 친구에게 안내받은 장소 •
서울에 사는 유명인 4인의 인터뷰. 프로듀서 250, 전 스투시 코리아 지사장 백규희, 래퍼 빈지노, 다나카가 애정하는 서울의 장소를 소개한다.
• 맛있는 가게 : 서울 편 •
푸드 에세이스트 히라노 사키코가 연재하는 ‘맛있는 가게’의 서울 편. 일주일간 체류하며 탐구한 서울의 식문화를 전한다.
• 모두의 서울 체류 일기 •
최근 서울을 방문한 적 있는 일본인 6명이 보내온 체류 일기. 포토 다이어리 형식으로 펼쳐지며, 뽀빠이 편집부의 취재기도 읽어볼 수 있다.
• Welcoming Summer in Seoul ! ‘NewJeans’ •
뉴진스 그리고 ADOR 총괄 프로듀서 민희진과의 인터뷰. 특별히 이번 호는 뉴진스가 커버를 장식한 스페셜 에디션도 발매됐다.
어디 어디 다녀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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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30개에 달하는 서울의 장소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쏟아진다. 식당・카페・술집・빵집・옷 가게・서점・소품숍・공원・시장・노래방・찜질방・야구장까지. 2주간의 타이트한 취재 일정 동안 미친 듯이 돌아다녔을 편집부의 지친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렇게 수많은 장소 가운데 특정 지역을 전면에 내세워 그 안에 여러 공간을 묶어 소개한 경우는 딱 네 곳이다. 성수동, 용산, 망원동, 한남동.
• 성수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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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수동. 패션과 F&B 산업을 필두로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건 다 몰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성수를 앞 순서에 배치했다. 젊고 감각 있는 요소로 가득한 이 지역의 활기가 일본의 시티 보이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거라 판단했겠지.
편집부의 눈을 사로잡은 건 “스트리트와 하이엔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섞이고 “쇼핑과 카페 투어를 나온 젊은이들과 작업복을 입고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아저씨들”이 공존하는 풍경이다. 11년째 운영해 오며 인근 노동자들의 든든한 단골집이 되어준 저렴한 한식당 온누리식당과 지난해 번화가와는 멀찍이 떨어진 한산한 골목에 문을 연 서브컬처 기반의 편집숍 가스스테이션을 한 페이지에 같이 소개한 것도, 올드 앤 뉴가 함께함으로써 생기는 독특한 동네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함일 테다.
• 용산&망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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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역동적인 성수동을 뒤로 한 채 향한 곳은 용산과 망원동이다. 도쿄로 치면 각각 메구로와 세타가야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덧붙이며 두 지역을 이렇게 표현했다. “번화한 쇼핑몰이 아닌 한적한 주택가에 개인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다. 중심부와는 다르게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은 카페나 개성 강한 옷과 잡화를 만드는 독립적인 가게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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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하이브나 아모레퍼시픽 사옥 같은 고층 빌딩이 대도시의 위용을 드러내는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 낮은 기와집과 벽돌 담이 뻗어 있다. 골목 골목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근사한 분위기의 가게들은 여행자의 산책을 한층 즐겁게 만든다. 건강하고 산뜻한 브런치를 제공하는 퍼멘츠・바통 밀 카페・먼데이 모닝 마켓, 세련된 옷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구비된 리리스토어・더 차일드후드 홈, 여유롭게 술과 음악을 즐기기 좋은 애시드와 에코까지. 한강대로-삼각지-효창공원에 이르는 동선 안에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이 많다는 걸 뽀빠이 매거진 덕에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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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역시 오래된 주택가에 소규모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적한 분위기에 주목했다. 여러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망원시장부터 개인적으로 뼈해장국 탑 티어로 꼽는 일등식당, 동네 주민들의 든든한 아침을 책임지는 카페 604 Seoul과 친절한 태도로 품질 좋은 커피를 내어주는 스몰커피・도래노트 등을 소개한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동네 ‘고토쿠지’를 언급하는 걸 보니 덩달아 도쿄의 망원동에 한 번 놀러 가보고 싶어졌다.
• 한남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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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도산공원과 더불어 힙하고 핫하고 트렌디한 거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빼놓지 않고 놀러 가는 동네 한남동.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쇼핑하기 좋은 상업 공간이 밀집한 6호선 한강진역 인근에서는 하루 날 잡고 핫플레이스 투어를 도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뽀빠이 편집부도 이러한 특성에 맞춰 “서울의 시티 걸들은 어떤 휴일을 보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남동에 놀러 나온 4명의 친구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한남동 힙스터들의 사랑방 앤트러사이트와 디자이너 브랜드 기준 쇼룸, 갤러리 워킹위드프렌드, 내추럴 와인바 블루누드, 셀프사진관 하루필름까지 풀코스로 보여준다.
- 여기서 아쉬운 점
서촌이나 부암동 같은 종로 지역도 심도 있게 다뤄줬으면 어땠을까? 전통과 역사는 물론이고 동시대 서울의 힙과 트렌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동네인 만큼 소재는 무궁무진했을 텐데.
- 여기서 TMI 1.
더 차일드후드 홈과 애시드, 604 Seoul과 도래노트는 디에디트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더 차일드후드 홈 & 애시드 소개 기사
604 Seoul 소개 기사
도래노트 소개 기사
- 여기서 TMI 2.
50-51쪽에 걸쳐 소개되는 망원동 파트에 나도 한 숟가락 얹었다. 야무지게 오뎅을 뜯어 먹고 있는 털보가 나다. 담당 에디터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울의 장소를 비롯한 여러 정보를 제공했고, 이와 관련해 어쩌다 지면까지 진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점이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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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서울 시티 가이드’에 충실한 점이 좋았다. 빠르고, 바쁘고, 뭐가 많아도 너무 많은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여행할 때 이거 하나만 챙겨도 충분하다 싶을 만큼 알차게 구성한 가이드북이다. 전통적인 관광지부터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까지 넓게 아우르며, 뽀빠이 매거진의 관점으로 선별한 밀도 있는 여행 코스를 제안한다.
‘이번에는 이런 테마로 묶어서 여행해 보는 거 어때? 코스별로 마음에 들어 할 만한 공간 리스트와 꿀팁도 추려놨으니까 참고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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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부분이 있다. 솔직히 뽀빠이 매거진 정도 되면 일본을 위시한 전 세계 트렌드세터들을 겨냥해 서울의 힙하고 마니악한 것들 위주로 촘촘한 큐레이팅을 선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세련된 감각과 취향으로 엄선했으니까 의심하지 말고 따라오라는 듯이. 하지만 막상 살펴보니 서울 사람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와 첫 서울 여행을 앞둔 이들을 위한 입문용 정보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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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야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치맥을 하고, 한남동 하루필름에서 친구들과 셀프 사진을 찍고,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 코인노래방에 틀어박혀 애창곡을 부르는 것.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서 하나도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서울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겐 더없이 낯설고 신기한 경험으로 다가갈 것이다. 기념품이 필요하다고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대형 김을 몽땅 사거나 이태원 자수 가게 국일사에서 한글로 뽀빠이 세 글자를 가방에 새기는 것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현지인 입장과는 달리 관광객으로서는 꽤나 즐겁고 유용한 상황일 테다. 단순히 멋있고 그럴듯한 ‘고급 정보’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풍성하고 설득력 있는 시티 가이드를 제공하려는 섬세한 기획은 나와 같은 로컬들도 이 도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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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내용이 지극히 뽀빠이다운 톤 앤 매너에 담겨 있다. 친구가 조잘조잘 여행 얘기 들려주는 듯한 친근한 문체와 편안하고 따뜻한 색감의 사진, 경쾌한 분위기를 더하는 인물 누끼와 일러스트 이미지에 이를 아우르는 아기자기한 레이아웃까지.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해외 매체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렇게나 새롭다.
마지막으로 부록을 준비했다. 뽀빠이 매거진이 소개한 서울의 장소를 한데 모은 리스트다. 서울 여행을 앞둔 서울 외 지역 독자분들, 익숙한 서울을 여행하듯 경험해 보고 싶은 서울 독자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카테고리별로 정리했다. 아, 매거진 구매는 [여기]에서 할 수 있다.
* 참고 : 뽀빠이 매거진 본문은 DeepL 번역기를 사용해 읽었다. 개인적으로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번역 품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부록] 뽀빠이 매거진이 소개한 서울의 장소.txt
* 필자도 방문해 본 장소가 더러 있어서 그중에서도 적극 추천하는 장소들은 별도로 굵게 표시했다.
음식점 : 온누리식당, 남다른본가닭한마리 성수점, 미갈매기살전문, 봉산집, 오오옥, 퍼멘츠, 바통 밀 카페, 먼데이 모닝 마켓, 일등식당, 웅파이 망원점, 블루누드, 이화원, 벽돌해피푸드 합정점, 이태원 불꽃, 스카이피자, 이포어묵 2호점, 포25, 금수복국 압구정점, 리치즈하우스, 제메이양꼬치 신사점, 남대문칼국수거리, 쟁반집, 선동보리밥, 수제비와보리밥, 옥동식, 안덕, 천하보쌈, 서산꽃게, 수정분식, 안동집 손칼국시, 광장토스트, 군밤, 효도치킨 광화문점, 타코스탠드, 온지음,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
카페/베이커리/디저트 : 콜드레시피, 젠제로, 아이스크림 소사이어티, 한남베르그 도산, 베라 브라운 청담점, 투게더, 코끼리베이글 성수, 로컬빌라베이글, BBB, 룩백커피, 604 Seoul, 도래노트, 스몰커피, 앤트러사이트 한남점, 랜디스도넛 안국점, 타르틴 베이커리 한남점, 서래수, 올레무스, 뚜르띠에르, 타크, 보닐라츄러스, 누데이크 성수점, 메종엠오, 카라멜리에오, 원형들, 토오베, 카펫, 돌파운드, 빅토리아베이커리 서촌, 학림다방
바/포차/클럽 : 페이직스, 시냅스, 콤팩트레코드바 성수점, 만선호프 노가리체인본점, 힐즈앤유로파, 만평 바이닐 뮤직 바, 오오옥, 에코, 애시드, 복덕방내추럴막걸리집, 이화포차, CMS사운드바, 모데시, 콤팩트레코드바 신사점, 온6.5, Ring, Level.2 by Pussyfoot Saloon
편집숍/쇼룸 : 가스스테이션, 튠, 볼트, 포스티스, 사운즈굿, QH, TNC 모자, 리리스토어, 더 차일드후드 홈, 도프레코드, 나이키 스타일 홍대, 아틀리에 크레타, 케일, 그레이샵, 아르켓 가로수길, 아스띠에 드 빌라트, 일상여백, 석황, 만복당,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카키스, 하이츠스토어,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 금지옥엽, 웰컴레코즈, 돌레코드
서점 : PDF, 땡스북스, 이라선, 보안책방, 더 프레이즈, 유어마인드
기타 : 동묘 벼룩시장, 약령시장, 맹그로브 동대문점, 황금스파, 락휴 코인노래연습장, 망원시장, 여의도한강공원, 북한산, 하루필름, 뚝섬한강공원x게임장, 잠실야구장, 중앙시장, 국일사, 이마트 청계천점, 망원한강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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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