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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좌석이 매력적인 서울 카페 3

안녕. 맛 이전에 분위기로 커피를 마시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나는 야외 좌석을 잘 갖춰 놓은 카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늘은...
안녕. 맛 이전에 분위기로 커피를 마시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나는 야외 좌석을…

2023. 06. 20

안녕. 맛 이전에 분위기로 커피를 마시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나는 야외 좌석을 잘 갖춰 놓은 카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늘은 나처럼 노상 커피를 사랑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더 더워지기 전에 방문해보면 좋을 야외 좌석이 매력적인 서울의 카페 세 곳이다.


[1]
인사동길
분더바스토어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 인사동길에 다시 활기가 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화랑, 고미술점, 전통 찻집 등이 밀집한 거리를 기웃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나까지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설렌다. 군중 사이를 유유히 거닐다 한 발짝 빠져나와 방향을 틀어본다. 한결 조용해진 갤러리 골목을 지나다 보면 펼쳐지는 오늘의 목적지. 들뜬 열기 대신 평온한 고요를 품은 분더바스토어는 커피와 맥주, 빈티지 제품이 있는 카페 겸 스토어다. 관훈갤러리 옆 지금의 이 자리를 무려 20년간 지켜온.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에서 잠시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할 때, 멀리 갈 것 없이 분더바스토어로 오면 된다. 마당을 뒤덮은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과 솔솔 불어오는 바람 소리, 기분 좋게 노래하는 참새들까지 이토록 평화로운 순간이라니.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감상하며 멍때리거나 읽고 싶었던 소설 혹은 에세이를 펼쳐보자. 6개의 테이블이 넉넉한 간격으로 구비돼 있어 강아지나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여유를 즐겨도 좋겠다. 선선한 여름밤에 앉아 마시는 와인과 맥주는 또 얼마나 맛있을까?

입간판과 수납장에 손으로 직접 메시지를 적어 놓거나 빨대 사용을 자연스럽게 줄이기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일반 컵이 아닌 생맥주잔에 내어주고,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무려 1테라바이트의 아이팟에 꽉 채워 배경음악으로 활용하는 등 공간 구석구석에서 주인장의 취향과 가치관이 묻어난다. 강렬한 컨셉이나 압도적인 자본을 이용해 보여주기식으로 채워 놓은 곳들에 비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건 역시 20년이라는 세월의 힘 덕분일 테다.

cafe 1-7

기본적인 커피 메뉴와 맥주, 와인, 간단한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건 ‘루바브 파이’다. 루바브(Rhubarb)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서양에서는 잼이나 콩포트, 파이 등에 식재료로 사용된다. 분더바스토어의 루바브 파이는 속은 루바브로 꽉 채운 뒤 겉은 쿠키 크럼블로 덮은 형태. 크럼블의 고소한 맛과 루바브 특유의 시큼하고 산뜻한 맛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재료 본연의 특성을 즐기는 데 거부감이 없고,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보시길.

  • 루바브 파이 5,500원
  • 아이스 아메리카노 5,500원
  • 카페라떼 5,000원

분더바스토어

  •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
  • 영업시간 매일 10시-21시
  • @vivawunderbar

[2]
대림상가
챔프커피 제3작업실

2009년 우사단길을 시작으로 이태원, 을지로, 코엑스 등에 매장을 내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로스터리 카페 챔프커피. 그중 제3작업실이라 불리는 3호점은 을지로 대림상가에 자리를 잡았다. 2019년 4월, 을지로가 ‘힙지로’라 불리며 뜨기 전부터. 오픈 이래로 지금까지 주변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대림상가의 커피를 책임지고 있는 카페가 이곳 챔프커피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오피스 빌딩으로 둘러싸인 상가 테라스의 매력이 확실하다. 자연이 주는 고요함이 없는 대신 도심 한복판의 활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 직장인이라면 점심시간에 나와 누리는 잠깐의 휴식이 소중할 테고, 나 같은 프리랜서라면 바쁘게 오가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여유를 누리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물 구조상 그늘 안쪽에 위치해서 뜨거운 햇볕은 피하고 시원한 바람은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투박하고 실용적인 콘셉트의 인테리어처럼 야외 좌석 역시 우유 박스를 테이블로 활용한 점이 재밌다.

첫 방문이라면 우선 챔프커피(플랫 화이트)에 크랜베리 쿠키 조합으로 가보면 어떨까. 원두는 ‘알리’와 ‘토크’ 두 가지 블렌드 원두 중 하나를 고르면 되는데, 나는 매니저님 안내에 따라 조금 더 밝은 산미를 가진 토크로 선택했다. 과하지 않게 올라오는 시트러스 톤의 산미가 시원한 우유와 잘 어울린다. 통통하고 투박한 비주얼의 크랜베리 쿠키는 쫀쫀한 식감이 압권. 고소하고 달달한 맛에 크랜베리가 절묘하게 상큼함을 더해줘 하나만 먹고 끝내기엔 아쉽다. 오직 제3작업실에서만 주문 가능한 싱글 빈 필터 커피도 추천하는 메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드러운 향미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클레버라는 도구로 내려 제공한다.

플랫 화이트 위에 쿠키를 올려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 어느 고객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카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줄은 챔프커피 측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 챔프커피 5,000원
  • 챔프쿠키 3,500원
  • 필터커피 6,000원

챔프커피 제3작업실

  •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57 라열 3층 381호
  • 영업시간 매일 11:30-20:00
  • @champcoffee_official

[3]
홍제천
롱앤쇼트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홍제천 주변으로는 산책하다 들르기 좋은 작고 귀여운 가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롱앤쇼트는 특유의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맛있는 디저트로 다양한 단골 손님층을 보유한 동네 카페다.

볕이 내리쬐는 야외 좌석. 테이블은 두 개뿐이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는 수요가 높아 한쪽에 구비해 둔 플라스틱 의자를 꺼내 보다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탁 트인 뷰가 펼쳐지는 테라스는 아니지만, 차양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소소한 여유를 누리기에 충분하다. 이따금 찾아오는 고양이 ‘스콘이’를 구경하는 재미는 덤. 반려동물을 환영하는 카페인 만큼 산책 나온 김에 쉬었다 가는 견주들도 적지 않다. 테이크아웃 시에는 활짝 열린 창문 앞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면 된다.

내부 역시 밝고 따스한 분위기다. 정갈하고 담백한 나무 가구를 비롯한 전반적인 공간 제작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가구 공방 FOA에서 담당했다. 창문을 통해 공방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자연스럽게 가구를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는 게 포인트. 실제로 카페에 방문했다가 공방에 관심이 생겨 가구 제작 클래스를 신청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추천 메뉴로는 아이스 라테와 브라운 치즈 스콘을 꼽고 싶다. 우선 라떼의 경우 끝맛이 텁텁하지 않아 좋다. 진하고 고소한 라테 특성상 씁쓸하게 이어지는 뒷맛이 부정적인 뉘앙스로 남을 때가 많은데, 롱앤쇼트의 카페라테는 마지막까지 깔끔하다.

브라운 치즈 스콘은… 이거 진짜 물건이다. 사실 나는 스콘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잘고 건조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기분 나쁜 퍽퍽함만 준다고 느낄 때가 많아서. 하지만 롱앤쇼트는 버터 대신 크림을 쓰는 ‘시오코나 스콘’ 레시피를 활용해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의 스콘을 선보인다. 거기에 짭조름한 브라운 치즈를 넣었으니 일반적인 스콘에 비해 풍미가 더 살아날 수밖에. 플레인과 바질 두 가지 종류로 제공하며, 이외에 애플브라운샌드위치 또한 브런치 메뉴로 인기가 높다.

  • 아이스 카페라테 5,000원
  • 브라운 치즈 스콘 – 플레인 4,000원

롱앤쇼트

  • 주소 서울 서대문구 홍제내2나길 46 1층
  • 영업시간 월, 화, 금 09:00-17:30, 토-일 09:30-18:00 (수, 목 휴무)
  • @longandshortseoul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