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에 못 누워본 게 한이다. 뉴욕을 겨울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넓은 들판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서 샌드위치와 와인과 치즈 따위를 펼쳐 놓은 채 빈둥거렸어야 하는데. 센트럴파크 피크닉은 놓쳤지만 나에게는 서울숲과 잠원한강공원이 있다.금세 더워질 테니 서둘러야 한다. 가장 먼저 사야 할 건 피크닉 매트. 구매욕을 합리화하려는 핑계가 아님을 밝혀둔다. 쯔쯔가무시병은 피해야 할 거 아니에요.
이왕 사는 거 은박돗자리는 피하고 싶다. K-돗자리의 상징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나 이왕 기분 내서 소풍 가는 거 좀 화사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경쟁자를 뒤로하고 PEPA의 컬러 피크닉 매트를 담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센스 있는 색 배합. 핑크 ・ 블루 ・ 브라운 등 단색 바닥만으로도 예쁘지만 매트 테두리와 손잡이에 다른 색상을 입혀 한층 더 귀엽다. (2) 손잡이가 달려 있어 휴대가 용이하고, 손에 들었을 때 귀여운 로고까지 한눈에 들어옴으로써 차려입은 피크닉 룩에 포인트를 더한다. (3) 블랭킷과 함께 세트 구매가 가능하다. 다소 쌀쌀해지는 저녁에 덮기 좋은 건 물론이요, 경쾌한 패턴과 색상 덕에 무지 디자인의 매트와 탁월한 조합을 자랑한다. 구매는 여기에서.
어딜 가도 의자를 유심히 살핀다. 정확히는 의자 등받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20분 이상 앉아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 온통 스툴 밖에 안 보인다면 이 빈약한 척추의 소유자는 울고 싶어진다. 피크닉을 가도 달라질 건 없다. 내내 자빠져 있을 건 아니니까. 보다 쾌적하고 행복한 시간을 위해서는 가여운 허리와 엉덩이를 든든하게 받쳐 줄 휴대용 의자가 필수다.
롬버스랩의 스틸 체어를 발견하고는 마음이 놓였다. 의자는 필요하지만 기존의 캠핑 체어는 다소 거추장스러워 보인다고 느꼈던 쓸데없이 까다로운 내 눈에도 적당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보이니까. 기능을 논하기 전에 피크닉의 낭만과 감성을 해치지 않는 심플-담백-세련 삼박자의 외형부터 일단 합격. 앞서 소개한 PEPA를 비롯해 컬러풀한 피크닉 매트 옆에 두면 과하지 않고 잘 어울릴 것 같다. 원단만 쉽게 분리해서 세탁할 수 있다니 꼬질꼬질해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구매는 여기에서.
아름다운 공원에 돗자리 펴고 앉아 있는데 뭔들 맛이 없을까. 그럼에도 나는 기본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샌드위치가 빠지면 안 된다는 얘기다.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다는 게 나의 피크닉 푸드 제1 법칙, 깔끔하고 정갈하게 먹어야 한다는 게 제2 법칙이다. 맘 같아서는 샌드위치에 와인을 곁들이고 싶지만 ‘갬성’에 살고 ‘무드’에 죽는 내게 대낮부터 얼굴 벌게져서 돌아다니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 커피는 평소에도 수시로 들이키는 만큼 패스하고, 콜라나 사이다는 집에서 치킨 주문할 때나 먹는 걸로. 쓸데없이 깐깐한 기준을 두루 충족한 음료가 바로 과일 소다수다.
이탈리아의 미네랄 워터 브랜드 갈바니나에서 만든 유기농 과일 탄산음료다. 설명을 읽다가 맛이 너무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문까지 마쳤다. 오렌지, 레몬, 자몽, 블러드 오렌지 중 내가 고른 건 레몬 맛. 이탈리아 브랜드라고 해서, 유기농이라고 해서 뭐가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상큼하다. 청량하다. 무엇보다 단맛을 이렇게 깔끔하게 낼 수 있다는 데서 놀랐다. 인공 감미료 없이 사탕수수로만 뽑아낸 단맛이라더니 한 병을 다 마셔도 딱히 물리지 않았다. 트레비나 씨그램 레몬 탄산수가 2% 아쉽게 느껴질 때 이걸 사 들고 가면 되겠다. 구매는 여기에서.
차갑게 먹고 싶어서 산 음료를 미지근한 상태로 마시는 것만큼 열받는 일이 또 있을까? 큰맘 먹고 준비한 값비싼 샴페인을 강렬한 오후 햇빛이 뜨끈하게 데워버린다면. 그렇다고 자차 없는 뚜벅이에게 아이스박스를 들고 피크닉을 가라는 건 너무 가혹한 소리다. 허나 인간은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내기 마련이고, 피크닉 한 번과 전완근 통증을 맞바꿀 수 없었던 이들은 칠링 백이라는 위대한 답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PVC 소재의 투명 칠링 백을 써본 적이 있지만 예쁜 것과는 별개로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매번 얼음을 채우고 물을 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조차 귀찮으면 그냥 피크닉을 가지 말라’는 비난이 들리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호주 브랜드 프로젝트 텐의 칠링 백이 있다. 내부에 도톰한 단열재가 있어서 별도로 얼음팩 따위를 넣지 않아도 와인의 냉기를 잡아준단다. 단순히 차갑게 유지하는 게 아닌, 와인을 맛있게 먹기 좋은 적당히 시원한 온도로 유지해 준다는 게 핵심이다. 4가지 옵션 중에서 내 선택은, 그린 네이비. 색 조합과 굵은 스트라이프 패턴, 노란색의 손잡이까지 상당히 귀엽다. 구매는 여기에서.
피크닉 백을 장바구니에 담은 이유는 단순하다. 차가 없어서. 내 차만 있으면 돗자리고 와인이고 블루투스 스피커고 굳이 한 가방에 죄다 때려 박을 필요는 없겠지. 그러나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택시 타기도 쉽지 않은 리얼 뚜벅이로서, 나의 두 손을 해방시켜줄 보부상 스타일의 피크닉 백은 다른 어떤 아이템보다 중요하다. 다만 화창한 날에 어울리는 알록달록 화려한 가방을 구입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할 것이다. 1년 365일 중에 피크닉을 솔직히 몇 번이나 간다고. ‘피크닉 백이 피크닉 갈 때 쓰는 가방인데 뭔 소리냐’ 하기엔 나는 가방이 많지 않다. 이왕 사는 거 장 볼 때, 빨래방 갈 때, 여행 갈 때, 그 밖의 다양한 용도로 아주 뽕을 뽑고 싶다.
가성비를 고려해 어디에나 어울릴 만큼 무난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의 가방을 찾던 중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GBH가 떠올랐다. 하나같이 간결하고 깔끔한 기조를 지니고 있어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외형과 탄탄한 헤비 캔버스 소재 덕분에 유행이나 용도에 상관없이 오래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일상을 채우는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일본의 무인양품이나 스웨덴의 아르켓이 떠오르기도 하는 브랜드다. 구매는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