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화창한 날이면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바야흐로 피크닉 시즌이다. 미세먼지라는 지긋지긋한 불청객이 수시로 방해하지만, 마냥 포기한 채 실내 공간만 전전하기에 이 계절은 너무 짧다.
찰나의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하고자 하는 이들, 숲으로 공원으로 강가로 피크닉을 떠나려는 이들을 위해 또 하나의 장바구니 리스트를 공개한다. 피크닉을 풍성하게 채워줄 5개의 아이템이다.
[1]
피크닉 매트 + 블랭킷
PEPA
© PEPA
센트럴파크에 못 누워본 게 한이다. 뉴욕을 겨울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넓은 들판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서 샌드위치와 와인과 치즈 따위를 펼쳐 놓은 채 빈둥거렸어야 하는데. 센트럴파크 피크닉은 놓쳤지만 나에게는 서울숲과 잠원한강공원이 있다. 금세 더워질 테니 서둘러야 한다. 가장 먼저 사야 할 건 피크닉 매트. 구매욕을 합리화하려는 핑계가 아님을 밝혀둔다. 쯔쯔가무시병은 피해야 할 거 아니에요.
© PEPA
이왕 사는 거 은박돗자리는 피하고 싶다. K-돗자리의 상징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나 이왕 기분 내서 소풍 가는 거 좀 화사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경쟁자를 뒤로하고 PEPA의 컬러 피크닉 매트를 담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센스 있는 색 배합. 핑크 ・ 블루 ・ 브라운 등 단색 바닥만으로도 예쁘지만 매트 테두리와 손잡이에 다른 색상을 입혀 한층 더 귀엽다. (2) 손잡이가 달려 있어 휴대가 용이하고, 손에 들었을 때 귀여운 로고까지 한눈에 들어옴으로써 차려입은 피크닉 룩에 포인트를 더한다. (3) 블랭킷과 함께 세트 구매가 가능하다. 다소 쌀쌀해지는 저녁에 덮기 좋은 건 물론이요, 경쾌한 패턴과 색상 덕에 무지 디자인의 매트와 탁월한 조합을 자랑한다. 구매는 여기에서.
© PEPA
- Go Out Package 15만 3,000원
[2]
접이식 의자
롬버스랩
© rhombus lab
어딜 가도 의자를 유심히 살핀다. 정확히는 의자 등받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20분 이상 앉아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 온통 스툴 밖에 안 보인다면 이 빈약한 척추의 소유자는 울고 싶어진다. 피크닉을 가도 달라질 건 없다. 내내 자빠져 있을 건 아니니까. 보다 쾌적하고 행복한 시간을 위해서는 가여운 허리와 엉덩이를 든든하게 받쳐 줄 휴대용 의자가 필수다.
© rhombus lab
롬버스랩의 스틸 체어를 발견하고는 마음이 놓였다. 의자는 필요하지만 기존의 캠핑 체어는 다소 거추장스러워 보인다고 느꼈던 쓸데없이 까다로운 내 눈에도 적당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보이니까. 기능을 논하기 전에 피크닉의 낭만과 감성을 해치지 않는 심플-담백-세련 삼박자의 외형부터 일단 합격. 앞서 소개한 PEPA를 비롯해 컬러풀한 피크닉 매트 옆에 두면 과하지 않고 잘 어울릴 것 같다. 원단만 쉽게 분리해서 세탁할 수 있다니 꼬질꼬질해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구매는 여기에서.
© rhombus lab
- steal chair low 10만 5,000원
[3]
음료
갈바니나
© 마켓컬리
아름다운 공원에 돗자리 펴고 앉아 있는데 뭔들 맛이 없을까. 그럼에도 나는 기본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샌드위치가 빠지면 안 된다는 얘기다.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다는 게 나의 피크닉 푸드 제1 법칙, 깔끔하고 정갈하게 먹어야 한다는 게 제2 법칙이다. 맘 같아서는 샌드위치에 와인을 곁들이고 싶지만 ‘갬성’에 살고 ‘무드’에 죽는 내게 대낮부터 얼굴 벌게져서 돌아다니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 커피는 평소에도 수시로 들이키는 만큼 패스하고, 콜라나 사이다는 집에서 치킨 주문할 때나 먹는 걸로. 쓸데없이 깐깐한 기준을 두루 충족한 음료가 바로 과일 소다수다.
© 마켓컬리
이탈리아의 미네랄 워터 브랜드 갈바니나에서 만든 유기농 과일 탄산음료다. 설명을 읽다가 맛이 너무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문까지 마쳤다. 오렌지, 레몬, 자몽, 블러드 오렌지 중 내가 고른 건 레몬 맛. 이탈리아 브랜드라고 해서, 유기농이라고 해서 뭐가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상큼하다. 청량하다. 무엇보다 단맛을 이렇게 깔끔하게 낼 수 있다는 데서 놀랐다. 인공 감미료 없이 사탕수수로만 뽑아낸 단맛이라더니 한 병을 다 마셔도 딱히 물리지 않았다. 트레비나 씨그램 레몬 탄산수가 2% 아쉽게 느껴질 때 이걸 사 들고 가면 되겠다. 구매는 여기에서.
- 유기농 과일 탄산음료 – 레몬 3,200원
[4]
칠링 백
프로젝트 텐
© Project Ten
차갑게 먹고 싶어서 산 음료를 미지근한 상태로 마시는 것만큼 열받는 일이 또 있을까? 큰맘 먹고 준비한 값비싼 샴페인을 강렬한 오후 햇빛이 뜨끈하게 데워버린다면. 그렇다고 자차 없는 뚜벅이에게 아이스박스를 들고 피크닉을 가라는 건 너무 가혹한 소리다. 허나 인간은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내기 마련이고, 피크닉 한 번과 전완근 통증을 맞바꿀 수 없었던 이들은 칠링 백이라는 위대한 답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 Project Ten
PVC 소재의 투명 칠링 백을 써본 적이 있지만 예쁜 것과는 별개로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매번 얼음을 채우고 물을 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조차 귀찮으면 그냥 피크닉을 가지 말라’는 비난이 들리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호주 브랜드 프로젝트 텐의 칠링 백이 있다. 내부에 도톰한 단열재가 있어서 별도로 얼음팩 따위를 넣지 않아도 와인의 냉기를 잡아준단다. 단순히 차갑게 유지하는 게 아닌, 와인을 맛있게 먹기 좋은 적당히 시원한 온도로 유지해 준다는 게 핵심이다. 4가지 옵션 중에서 내 선택은, 그린 네이비. 색 조합과 굵은 스트라이프 패턴, 노란색의 손잡이까지 상당히 귀엽다. 구매는 여기에서.
- Wine Bag – Green Navy 1만 3,900원
[5]
피크닉 백
GBH
© GBH
피크닉 백을 장바구니에 담은 이유는 단순하다. 차가 없어서. 내 차만 있으면 돗자리고 와인이고 블루투스 스피커고 굳이 한 가방에 죄다 때려 박을 필요는 없겠지. 그러나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택시 타기도 쉽지 않은 리얼 뚜벅이로서, 나의 두 손을 해방시켜줄 보부상 스타일의 피크닉 백은 다른 어떤 아이템보다 중요하다. 다만 화창한 날에 어울리는 알록달록 화려한 가방을 구입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할 것이다. 1년 365일 중에 피크닉을 솔직히 몇 번이나 간다고. ‘피크닉 백이 피크닉 갈 때 쓰는 가방인데 뭔 소리냐’ 하기엔 나는 가방이 많지 않다. 이왕 사는 거 장 볼 때, 빨래방 갈 때, 여행 갈 때, 그 밖의 다양한 용도로 아주 뽕을 뽑고 싶다.
© GBH
가성비를 고려해 어디에나 어울릴 만큼 무난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의 가방을 찾던 중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GBH가 떠올랐다. 하나같이 간결하고 깔끔한 기조를 지니고 있어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외형과 탄탄한 헤비 캔버스 소재 덕분에 유행이나 용도에 상관없이 오래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일상을 채우는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일본의 무인양품이나 스웨덴의 아르켓이 떠오르기도 하는 브랜드다. 구매는 여기에서.
- PICNIC BAG – IVORY 6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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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