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만화 골라주는 여자 에디터H다. 첫번째 디에디툰으로 네이버웹툰 ‘여중생A’를 소개하고 나서 한달이 지났다. 다음으론 뭘 소개하는 게 좋을까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했다. 아카데미 웹툰 시상식도 아니건만 뭐 이리 신중해지는지. 레진코믹스에서 두 개의 후보를 두고 저울질하던 중 갑작스런 복병이 등장했다. ‘마스크걸’ 2부가 완결된 것. 정주행하기 좋은 때가 아닌가. 그래, 너로 정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중인 매미/희세 작가의 마스크걸.
이 만화는 정말이지 충격적이다. 19세 딱지를 붙였다곤 하지만 네이버에서 연재중이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의 문제작이기도 하다. 단순히 야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논란이 되기에 충분한 자극적 소재가 매 회마다 켜켜이 쌓인다. 나중엔 뭐가 잘못된 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설수 하나 없이 놀라운 평점을 기록하며 연재가 계속된 비결은 무엇일까(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나는 웹툰의 평점 시스템을 굉장히 싫어한다). 마스크걸의 작가가 이른바 ‘선비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모지상주의, 여혐, 남혐, 이기주의,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대상화까지. 선비질하기 딱 좋은 소재가 나열되건만 작가는 의연하다. 독자를 계몽하려 들거나, 주제의식을 가르치려들지 않는다. 과장되고 그로테스크한 캐릭터로 극단적인 스토리를 이어간다. 잘못됐던 것들은 더 잘못되어 가고 악한 것들은 감각을 잃어간다.
주인공은 모미. 우울할 만큼 못생긴 얼굴에 바비인형 같은 몸매를 지녔다. 모두의 비웃음을 사는 얼굴과 모두가 선망하는 탐스러운 바디라인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다. 속옷 가게에서는 서슴없이 맨가슴을 보여주며 수술하지 않은 몸매를 뽐내면서도, 습관처럼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을 만큼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가장 재밌는 건 그녀의 정체다. 밤마다 마스크를 끼고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다. 아프리카TV를 패러디한듯한 아메리카TV에서 말이다. 마스크를 낀 그녀는 거리낄 것이 없다. 커다란 가슴을 절반쯤 드러내고 교태를 떨며, 욕망의 대상이 되는 걸 즐긴다.
몇 가지 재밌는 설정에서 시작한 이 만화는 불륜과 협박, 살인과 성형을 넘어 막장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진짜 이건 막장이다, 더 갈데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스크걸은 그 이상의 막장을 보여준다. 캐릭터들이 작가의 손아귀를 벗어나 미쳐날뛰고 있다고 할까? 이건 만화라는 장르라서 소화할 수 있는 극적 과장이다. 사람이 직접 캐릭터를 연기하는 장르였다면, 틀림없이 보기 거북했을 것이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재밌다. 속수무책으로 빨려들어간다. 만화적 매력을 살린 특징있는 캐릭터와 리드미컬한 진행. 드라마틱한 전개까지. 나의 가장 추악하고 약한 면을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은 덤이다. 꼭 보시길.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재밌는 뒷이야기. 이 만화는 흑백이다. 거기에 딱 한 색상을 더해 작화를 완성한다. 1부엔 노란색, 2부엔 오렌지색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싶었더니 연출을 위함도 있지만, 단행본 인쇄를 염두에 두고 비용절감을 위해 컬러를 줄였다더라.
TITLE : 마스크걸
TYPE : 네이버 웹툰
GENRE : 품격있는 막장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