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H다. 얼마 전에 Apple 강남이 오픈했다. 2018년 겨울에 가로수길에 첫 번째 스토어가 오픈한 뒤로 벌써 다섯 번째 스토어다. 여의도, 명동, 잠실 그리고 강남. 서울 시내의 사람이 붐비는 상권에는 모두 사과 마크가 떠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스토어가 없던 시절엔 낯선 해외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도장 깨기 마냥 Apple 스토어를 찾아다니곤 했다. 웅장한 규모에 놀라는 일도 있었고,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을 보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하지만 수십 곳의 해외Apple 스토어를 탐방하며 내가 느낀 가장 강렬한 인상은 “동네 사랑방 같다”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 이상의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위치한 벤치에 앉아 쉬었다 가기도 했고, 스토어 내부의 직원들과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더러는 네모난 테이블에 둘러앉아 스터디 모임이라도 하듯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가 자주 회자하는 풍경이 하나 있는데, 10년 전 쯤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까탈루냐 광장에 있는 Apple 스토어였다. 아이폰을 소매치기당한 직후였고, 제품을 찾는 데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해서 Apple 스토어에 들린 상황이었다.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나이 지긋한 신사분이 스토어에서 맥북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마음은 혼란 그 자체였는데 그 주변 공기가 아주 평화로웠던 게 기억난다. 당시는 나 역시 맥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였기 때문에 머리가 희끗한 나이에 새로운 운영체제를 배운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런 풍경이 조금 부러웠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건 Apple 스토어에서 진행 중인 무료 교육 프로그램 Today at Apple이었던 것 같다. 현재 국내 스토어에서도 다양한 교육 세션을 진행 중이다. Apple 잠실에서는 인근의 석촌 호수를 산책하며 인물 사진을 찍는 법을 배우거나, 영화 속 장면처럼 동영상을 찍는 방법을 체험해볼 수 있다. 코딩 기본기를 배우거나 아이패드 드로잉을 배울 수도 있고 각 애플 제품을 처음 구입했을 때 설정하는 방법이나 기본적인 사용법을 배워볼 수도 있다. 생각보다 실용적인 세션이 많기 때문에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작년에 나 역시 명동 스토어에서 Today at Apple 세션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어보는 세션이었다. 기본 카메라 앱의 인물 사진 모드를 활용해서 사진을 촬영하고, Keynote 앱으로 간단한 디자인 레이아웃을 잡은 다음, 노션 앱에서 누구에게나 공유할 수 있게 포트폴리오 틀을 잡아보는 게 골자였다. 똑같은 내용을 배웠지만 그 자리에 모인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게 흥미롭고 즐거웠다.
오늘은 Today at Apple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한다. Apple에서 Today at Apple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트레이시 하넬리와 메일을 통해 간단한 인터뷰를 주고받을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두었으니 재밌게 읽어주시길. 그리고 Today at Apple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링크는 [여기].
Q. 디에디트 독자들과 한국의 Apple 팬들에게 애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Apple 리테일 인게이지먼트 및 마케팅 부문 시니어 디렉터인 트레이시 하넬리입니다. 저는 Apple에서 15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직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저희 팀이 이끄는 리테일 프로그램 중 하나인 Today at Apple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Q. 저는 한국에 Apple 스토어가 생기기 전부터 해외의 다양한 Apple 스토어를 방문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풍경이 있는데, 바르셀로나에 있는 Apple 스토어에 갔을 때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한 분이 안경을 끼고 앉아서 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기초부터 배우고 있었어요. 그때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 같은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교육 세션이 Apple 스토어 초창기부터 운영되어 온 것인지, 어떤 의미로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Today at Apple은 2017년 Apple Store가 위치한 모든 커뮤니티에 교육 및 영감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 아래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사진, 음악, 코딩, 앱 개발, 예술, 디자인 등 어떠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든 관계 없이 누구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세션을 제공해왔습니다. Today at Apple은 무료 세션이며 전 세계 모든 Apple 스토어에서 제공되고 있고, 방문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와 숙련 정도에 따라 맞는 세션에 참여할 수 있어 창의력을 발휘하고 배움을 격려하여 소통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Q. 저 역시 작년 11월과 12월에 ‘비즈니스를 위한 창의성’ Today at Apple 세션의 연사로 참여해, iPad와 생산성 앱 노션을 이용해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는데요. Apple 스토어가 일반 고객을 위한 교육 세션뿐만 아니라 소규모 비즈니스를 위한 세션까지도 제공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진행해온 Today at Apple 세션 중 고객들로부터 특별히 좋은 반응을 얻은 세션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국내와 해외의 사례가 모두 궁금합니다.
A. 우선 Today at Apple 세션에 참여하고 저희 팀원과 고객들에게 재능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의미가 큽니다! 한국 고객들이 제일 좋아하는 Today at Apple 세션은 ‘산책’ 세션인데요, 석촌 호수에서 진행한 세션처럼 자신의 창의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것들이에요. ‘아트 산책: 관찰에서 시작하는 드로잉’, ‘동영상 산책: 영화 속 장면처럼 찍어보기’, 또는 ‘포토 산책: 야외에서 찍어보는 인물 사진’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 4월 Apple 명동을 개장하면서 한국의 유명 아티스트는 물론 부상하는 새로운 아티스트가 주도하는 세션을 시작해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인기를 얻은 ‘뮤직 연구소: 세븐틴 리믹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미국 일부 Apple 스토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GarageBand 앱의 프로젝트로 전 세계로 확장됐습니다.
모든 Apple Store와 마찬가지로 Apple 강남은 여러 방식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중소기업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비즈니스 팀은 중소기업 고객이 그들의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무료 멘토링 및 상담을 제공합니다. 새로운 커뮤니티에 스토어를 개장할 때 지역 내 고객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저희에게는 중요합니다.
Q. 제가 참여했던 Today at Apple 세션의 경우 참석자들을 스토어와 온라인상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오프라인 세션과 온라인 세션에서 오는 반응 차이가 궁금합니다. Today at Apple 세션이 다른 무료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될 수 있는 특별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마지막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Today at Apple 세션은 저희 팀원들이 속해 있는 각각의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Creative가 이끄는 Today at Apple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하경화 에디터님께서 참여하신 세션과 같이 커뮤니티 내의 창의적인 구성원에 의해 세션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진행자가 직접 자신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자신의 창의적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고객들한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동시에 저희 팀원들 또한 고객들과 소통하고 고객들의 관심과 열정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Today at Apple 세션은 포토 연구소부터 코딩, 그리고 뮤직 기본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희는 고객들이 세션을 좋아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 이런 다양한 세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Apple 스토어를 떠날 때 우리의 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Apple 스토어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Today at Apple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pple 잠실의 경우, 스토어 외부에 위치한 석촌호수에 가서 iPhone으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iPad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세션을 제공하더라구요. 저 역시 석촌호수를 스케치하는 세션을 참여해본 적이 있었는데, 짧은 동선이지만 쇼핑몰 안에 위치한 Apple 스토어에서 야외에 있는 석촌호수까지 산책을 하듯 세션을 진행했던 게 아주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해외에도 오래된 건물을 Apple 스토어로 만들거나 강가에 Apple 스토어가 있거나, 입지가 독특한 스토어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해외에서 그 스토어의 위치적 특성을 활용해 재밌는 세션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세션이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저희는 저희 제품을 디자인하듯 Apple 스토어를 디자인합니다. 즉,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에 고객을 두는 것이죠. Apple은 고객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Apple은 새로운 Apple 스토어인 Apple 강남을 통해 고객들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Apple 강남은 다양한 Today at Apple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공간이 될 것입니다. 방문객들은 최신 Apple 제품의 기능을 배우고 새로운 기기 사용법에 대해 알아가며 GarageBand 또는 공간 음향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Creative 세션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사진가, 음악가 그리고 처음으로 Apple 제품 및 서비스를 접하는 고객 등 모두를 위한 ‘기본기’ 세션과 ‘연구소 세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Q. 대한민국 내 5번째 Apple 스토어가 개장했습니다. Apple 강남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pple 강남에서만 제공하는 Today at Apple 세션 중 기대할만한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 당장 운영 중이지 않더라도 향후 준비 중인 Today at Apple 프로그램 중 특별한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Apple 스토어는 Apple의 최고인 것들 즉, 제품과 서비스, 고객과 팀원이 하나로 모이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Apple은 최상의 고객경험을 제공하는데 이는 전 세계 모든 리테일 팀원들의 노력으로 그 마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pple 강남에서는 Apple의 제품 및 서비스 라인업을 발견하고 전문지식을 갖춘 Specialist로부터 업계 최고의 지원을 받으며 무료로 Today at Apple 세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Apple 강남에서만 특별히 4월 1일부터 한정 기간동안 팝업 스튜디오를 운영해 Apple 강남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ADOR 소속의 인기 K-POP 그룹 뉴진스 음악으로 공간 음향의 매력을 직접 경험해 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및 토요일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매시간 정시에 참여자들은 뉴진스의 히트 싱글 ‘OMG’을 청음해보실 수 있습니다. 15분짜리 세션 동안 참여자들은 업계를 선도하는 공간 음향의 우수한 음질을 직접 경험해보실 수 있으며 이 세션에서 들으시는 버전의 ‘OMG’는 오직 Apple Music에서만 감상할 수 있습니다.
Q. Today at Apple 세션을 통해 실제로 누군가의 삶에 변화가 있었던 사례가 있을까요?
A. Apple에서 하는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Apple 스토어는 Apple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Apple은 포용과 다양성에 대해 오랜 기간 주력해 왔으며 모든 고객과 팀원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Today at Apple은 세계적인 수준의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및 뮤지션 등 많은 재능을 가진 Apple 리테일팀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세션이 큰 영감이 되었고 Apple 기기와 함께 열정을 갖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저희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Apple의 제품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고 고객들이 자신의 창의적 열정을 따르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굉장히 도움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Apple Store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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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