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끔 거울을 보면 배우 최민식이 겹쳐 보이는 객원 필자 에리카팕이다. 왜 갑자기 최민식 이야기로 시작했냐면 오늘 소개할 음식은 그의 얼굴만 봐도 떠오르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나는 거울 속 나를 보면 ‘이 음식’이 떠오른다. 바로 만두다. 누가 주는지, 어디서 만드는지 모르는 군만두를 15년 동안 먹었던 올드보이의 오대수도 “아 그 집 만두 참 맛있는데…” 하고 군침을 흘릴 만한 중국식 만두 맛집 세 곳을 소개한다.
서울에만 해도 만두 맛집은 너무나도 많다. 오늘 소개하는 맛집은 자타공인 만두 전문가로 떠오르고 있는 만두 생활자, 만오데 @mandoo_of_the_day 와 에디터B의 자문을 곁들여 엄선된 곳들임을 미리 일러둔다.
[1]
산동만두
마포 산동만두는 마포역과 공덕역 사이, 주소를 알아야 간신히 찾아갈 수 있는 골목 깊은 곳에 자리하지만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도 나올 정도로 이미 만두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개인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던 시절 부서장님이 부서원의 공을 치하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부서원들을 삼삼오오 조를 짜서는 택시까지 태워 호기롭게 데려가는 맛집으로 이 집을 접하게 됐다.
아니 뭐 얼마나 맛있길래 만둣집에 데려가시면서 이렇게나 의기양양하실까 싶었는데, 이곳의 만두와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부서장님의 위풍당당함이 그럴만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맛도 맛이지만 예약이 어려운 곳으로도 유명한데, 올해만 해도 6월까지 평일 예약은 다 차 있다고. 그럼 어떻게 갔냐고? 둘째, 넷째 토요일은 15시부터 워크인으로 방문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주여.
안내 사항이 많은 집은 유명인 사인이 많은 집만큼 신뢰가 간다. 안내할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손님을 많이 받은 짬이 있다는 것. 나는 산동만두를 온몸으로 맞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복 상태로 오후 2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대기 중 가게 외벽에 가득한 안내 사항을 보며 기대와 입맛을 돋웠다.
새빨갛게 엄격한 안내 사항 사이에 청일점 같은 팬아트가 있어 무척 따뜻하면서도 기대를 증폭시켰다. 줄을 서도, 예약이 어려워도 팬이 되는 집이면 말 다 했지.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각종 자격증과 상장이 걸려있는데, 자세히 보면 아드님 명의의 자격증과 상장이다. 사장님의 아드님 사랑, 가족 사랑이 담뿍 묻어나서 사랑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 접시에 8알이 담겨있고, 가격은 7,500원이다. 개당 1,000원도 안 한다는 이야기인데, 찐만두를 한 입 베어 먹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돈을 더 드려야 한다고. 제발 내 돈을 더 가져가시라고! 개인적으로 찐만두보다 군만두를 선호하는 편이라 찐만두는 그저 맛만 볼 생각이었는데도 한 입 먹고 이미 내 눈시울은 붉어지고 있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육즙처럼.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눈물도 나오고 아이유 노래도 흥얼거리게 만드는 만두다. 오직 맛으로부터 기인한 환희였다.
같이 간 일행은 찐만두를 먹고 이렇게 말했다. 혹시 우리가 시킨 게 만두가 아니라 만둣국이었냐고. 아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찐만두가 맞다고 일러줬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처럼, 먹고 있어도 먹고 싶은, 먹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산동만두 찐만두의 육즙. 마치 만둣국 육수를 한 수저 곁들여 입에 넣은 것처럼 입 안 가득 육수의 파도가 요동치니 만둣국 드립을 날릴 만두.
보통의 만두나 딤섬은 아무리 육즙이 많아도 첫입 다음으로 육즙이 계속 느껴지기 쉽지 않은데, 산동만두의 만두는 일단 만두 한 알 크기가 크기도 해서 여러 번 베어 물게 되고 그때마다 같은 양의 육즙이 밀려온다. 그러니 만둣국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겉바속촉’의 어원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아마 이 만두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겉은 “콰욱” 소리가 나며 청쾌하게 바삭하고, 안에는 찐만두에서 이미 감동했던 육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격은 역시나 8알에 7,500원.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한 그릇 더 주문하는 수밖에.
만두만큼 요리 메뉴도 이 가게를 빛내는 주인공들이다. 벼르고 벼른 날인 만큼 고기 튀김과 일품가지까지 욕심내서 주문해 봤다.
일품가지는 가지가 아니라 솜사탕을 튀기신 게 아닌지 의심했다. 분명히 있었는데, 없어요. 찹쌀을 먹인 반죽을 살짝 입힌 가지를 튀겨 새콤한 소스와 채소를 버무려 낸 요리다. 조금 식어서 먹었을 때는 찹쌀 반죽 덕분에 한 층 쫄깃해져서 또 다른 음식을 먹는 양 전혀 다른 식감이었다.
고기튀김이 탕수육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직원분은 탕수육의 소스만 없이 튀김에 살짝 간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요란한 양념이 아니라 양념의 베이직 중의 베이직, 소금 후추를 튀김에 살짝 입힌 것 같은데 이것이 바로 어른들의 술안주요 아이들의 영양간식 아닐까 싶었다. 배가 불러도 자꾸 들어가는 것이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제휴를 맺어 팝콘처럼 판매하신다면 나는 무조건 그 영화관만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건 영화관이 영광일 맛이다.
- 주소 서울 마포구 도화길 22-10
- 영업시간 평일 예약은 23년 6월까지 이미 다 찬 상태로 둘째, 넷째 토요일 15시부터 방문이 가능하다.
[2]
편의방
편의방은 두 번 방문했다. 한 번은 주말 저녁, 한 번은 평일 낮. ‘성시경의 먹을 텐데’에 나온 이후로 넓은 층으로 인기가 확산됐다. 주말에 갈 계획이라면 주말 저녁에는 빚어 놓은 만두가 소진되어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일 수 있으니 빠르게 움직이는 편을 권한다.
다른 곳들과 달리 편의방의 특별한 점은 생선만두. 메뉴판에서도 가장 상단에 있다. 주문해서 바로 나온 상태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고기만두라고 느낄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다. 식힌 이후로 생선 향이 감돌기 시작한다. 육안으로 느낄 수 있는 차이라면, 생선만두는 만두소에서 초록빛이 나고, 고기만두는 숙주의 노란빛이 돈다. 또 생선만두는 주문하면 겨자소스를 내어주는데, 이게 허니 머스타드 소스처럼 생각하고 담뿍 묻히면 큰일 난다. 꽤 알싸하니 주의해서 찍어 먹을 것.
고기만두는 물만두로 주문할 수 있었는데 찐만두와 차이라면 따수운 물기가 촉촉하게 곁들여졌다는 것. 숙주의 노란색으로 겉으로 보기엔 창백해도 안쪽은 노르스름하다. 소 안에 살짝 상쾌한 생강 향이 있어 계속 입으로 들어간다.
사실 만두를 더 극진히 소개해야 옳으나 편의방에서 먹은 음식 중 베스트는 가지튀김이었다. 살면서 먹은 가지 요리 중 베스트로 꼽을 만큼 대단했다. 특별한 것 없이 가지를 듬성듬성 썰어 반죽에 튀겨낸 것인데 겉은 바삭, 속은 솜사탕처럼 없어진다. “겉바속솜”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진 양파가 들어간 새콤한 간장소스를 같이 주시는데 당연히 가지를 찍어 먹어도 맛있고, 만두를 찍어 먹어도 궁합이 좋으니 포장해 갈 때 가지튀김 소스를 추가해 보길 권한다.
포장해 간 만두를 집에 가서 먹었을 때는 생선만두와 고기만두의 향 차이가 확연하게 났다. 물론 부담스럽게 비릿한 향은 아니었고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향과 맛이었다.
첫 번째 방문에서는 군만두를 맛볼 수 없어서 평일 낮에 재방문했다. 과연 재방문할 만한 맛인가? 그렇다. 꼭이다! 혹시 연차를 내시더라도 평일에 와서 여유롭게 맛보셨으면 한다.
편의방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36
- 영업시간 11:00-21:00 (B.T 14:30-17:00 / 월 휴무)
[3]
연교
편의방에 방문한 이후 연교에 갔다가 놀랐다. 너무 가까워서. 대로 하나를 두고 거의 마주 보다시피 위치해 있다.
연교 역시 대기가 늘 있는 편이라고 한다. 그나마 내가 방문했을 때는 줄이 긴 편은 아니었다. 대기가 길 때는 도보 2~3분 거리에 있는 월량관을 방문하라는 안내가 있으니 참고할 것. 편의방의 연관검색어가 성시경이라면 연교의 연관검색어로는 스윙스가 등장한다. 정말 찐 단골이라고. 후기들 중 스윙스와 연예인들을 봤다는 후기도 많다.
그래도 진정한 연교의 셀럽은 만두를 빚는 분들이 아닐까.
특이사항은 만두 추가 주문이 안 된다는 것. 한 팀당 60분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첫 주문 시 메뉴판을 정독하고 신중하게 리스트업해야 한다.
연교의 시그니처 만두, 성젠바오는 상해 스타일 만두로 반죽에 효모를 넣어서 기존의 만두피보다 폭신하고 부드럽다. 만두와 찐빵 사이의 식감인데 밑동을 살짝 구워내서 찐만두, 군만두, 찐빵식 만두 취향을 모두 아우르는 만두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은 돼지고기 소를 넣은 고기 성젠바오와 비건도 즐길 수 있는 채소 성젠바오가 있다. 모둠 성젠바오를 주문하면 2개씩 사이좋게 맛볼 수 있다.
위 사진은 채소 성젠바오의 단면이다. 고기 성젠바오는 갈비 맛이 ‘찐하게’ 나는 고기와 육즙이 그득하게 가득하다.
메뉴판에 군만두 같은 사진이 있어 시키려는데 점원분이 군만두가 아니라 꿔티예라며 정정한 메뉴다. 꿔티예도 성젠바오처럼 하이브리드 만두다. 찐만두 근데 이제 밑에는 구워낸. 그래서 비주얼은 군만두로 보이지만 식감은 쫄깃하고 보송하면서 구워낸 단면이 고소하게 스며든다. 소는 역시 갈비 맛이 나는 고기소가 들어있다.
챠우셔우는 매콤하고 투명한 라유 소스가 곁들여진 새우 딤섬이다. 통살 새우가 들어가 있어 식감이 탱글하다. 둘이 가도, 셋이 가도 똑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2*3의 숫자, 6피스가 제공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꼭 똑같이 나눠 먹도록 하자. 누군가 하나 더 먹게 되면 평화가 깨질 수 있는, 최소한 누구 하나 마음 상할 수 있는 맛이다. 아니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만두를 먹으러 왔지만 뭔가 새콤한 탕이 필요할 것 같아서 주문한 메뉴다. ‘쏸라’라는 이름이 시고 맵다는 뜻이라 해서 똠얌꿍 같은 비주얼과 맛을 떠올리며 주문했는데 식초와 매운 고추가 들어간 울면 국물 같은 것이 나와서 적잖이 당황했다. 첫인상은 솔직히 당황스러웠지만 먹다 보니 그런대로 또 새로운 맛이었다. 맛의 지평을 열어가는 과정에는 당황하고 당혹스러운 순간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안정적인 선택을 하실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고 싶다. 하이리스크지만 하이리턴은 아닌 선택.
만두는 추가 주문이 되지 않아도 맥주는 추가 주문이 되어 다행이다. 야속하게도 헤어질 시간은 다가오고 무언가 아쉬움이 남을 때 시키기 좋은 망고 맥주를 디저트 삼아 연교에서의 자리를 마무리했다.
- 주소 서울 마포구 연희로1길 65 1층
- 영업시간 오전 11:30-21:30 (B.T 15:00-17:00 / 수 휴무)
세 집의 공통점은 편리화된 대기 시스템이 없다는 것. 랜선 줄서기는 물론, 그 흔한 이름 적는 판도 없다. 그저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기다릴 가치가 있는 집들로, 설령 연차를 쓰더라도 방문해 볼 만한 집들로 추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먹어도 먹어도 육즙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만두들이라는 것. 예상컨대 만두소에 있는 고기가 다져지는 수준을 넘어 짓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추론해 본다. 그래서인지 통상 만두를 먹고 났을 때 느껴지는 불편한 소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과정만 미루어 봐도 만두는 이 한 덩이, 한 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과 노하우가 압축된 음식인지 알 수 있다. 주먹보다 작은 한 덩이에 꾹꾹 눌린 정성을 폭폭하게 찌고 바삭하게 튀기고 구워낸 만두를 먹으러 떠나보는 꿈을 가져보자. 살면서 한 번쯤 맛있는 만두를 위해 연차를 내고 풍류를 즐기는 것도 현대인의 낭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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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팕
요리연구가 라고 스스로 소개할 자신은 없으나 요리를 먹고 가게 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서 '요리먹구가'라고 소개한다. 음식 얘기를 하다 보면 자꾸 말이 길어져서 요리 박찬호라고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