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난이도上,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 4

안녕, 놀이공원보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객원필자 김은아다. 현대미술은 알쏭달쏭하게 느껴진다. 평평한 액자 속에 들어있는 그림과 다르게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감을 잡기...
안녕, 놀이공원보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객원필자 김은아다. 현대미술은 알쏭달쏭하게 느껴진다. 평평한 액자 속에…

2023. 02. 23

안녕, 놀이공원보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객원필자 김은아다. 현대미술은 알쏭달쏭하게 느껴진다. 평평한 액자 속에 들어있는 그림과 다르게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워서다. 아니, 애초에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오늘은 이렇게 알쏭달쏭한 작품들이 많은 전시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는 미술관에 들어오면 작품일까? 알록달록 팬시한 캐릭터는 왜 캐릭터가 아니고 미술 작품일까? 미술관을 거닐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자.


[1]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1400_Comedian, 2019, Fresh banana, duct tape,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코미디언 comedian, 2019, 사진: 김경태]

미술관에 들어오면 안 되는 것, 또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일까? 지금 리움에서는 미술관에 출입 금지된 어떤 존재들이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풍자와 유머를 무기로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싸운다. 그는 한 번도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채 미술계에 들어섰는데, 그래서 스스로를 ‘미술계의 침입자’라고 부른다.

1400_Him, 2001, Platinum silicone, fiberglass, pigment, human hair, clothing, shoes, 101 × 41 × 53 cm,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그 him, 2001, 사진: 김경태]
1400_La Nona Ora, 1999, Silicone rubber, human hair, clothing, crucifix, accessories, stone, carpet,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아홉 번째 시간 La Nona Ora, 1999, 사진: 김경태]

이 별명에 걸맞게 그는 작품에서 대상을 사회적인 통념과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시킨다. 예를 들면 히틀러는 간절히 참회하는 모습을 하고 있고, 교황을 운석에 깔려 바닥에 볼품 없이 쓰러져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리고 전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주인공, 미술가의 권위도 스스로 팽개친다. 미술가인 자신의 모습을 축소해 벽에 걸거나, 바닥을 뚫고 몰래 숨어들어온 불청객의 모습으로 그리는 방식으로.

1400_Untitled, 2001, Platinum silicone, epoxy fiberglass, stainless steel, human hair, clothing, shoes,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무제 Untitled, 2001, 사진: 김경태]

이번 전시는 38점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작품마다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카텔란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보면 좋을 듯하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언급하지 않은 한 작품이 있다. 전시관 밖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해주는 작품이다. 관람하면서 우리가 ‘이것’을 미술관에서, 또 우리의 삶에서 기꺼이 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 리움미술관
  • 2023.1.31-7.16

[2]
무라카미 다카시
<이우환과 그 친구들Ⅳ : 무라카미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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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라는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웃고있는 얼굴의 총천연색 꽃 캐릭터는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거다. 미술관에서가 아니라 TV나 유튜브에서라도. BTS나 지드래곤 등 월드 와이드 셀럽들이 이 로고가 새겨진 패션 아이템을 종종 착용하고 등장하기 때문. 이 깜찍한 꽃이 바로 ‘카이카이 키키’ 또는 ‘무라카미 플라워’라고 불리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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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캐릭터가 현대미술 작품이 될 수 있나? 당연히 그렇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성기 속에서 자라면서 <은하철도 999>와 <미래소년 코난>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대중문화에 일본의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서브컬처를 자신의 창작에 녹여내게 된다. 이렇게 해서 피규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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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에 만화의 작법을 차용하면서, 만화가 가진 귀여움 또는 기괴함, 덧없음의 메시지를 전한다. 예를 들면 활짝 웃고 있는 카이카이 키키의 얼굴 이면에는 밝지만은 않은 또 다른 감정들-슬픔이나 공포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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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망라해서, 변화하는 작업의 경향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기괴함’에서 ‘좀비’의 키워드로 한층 더 확장되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었던 작품도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 부산시립미술관
  • 2023.1.26-3.12

[3]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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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a movie or be part of one.”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영화의 일부가 되거나.)

아이맥스관에서 영화 시작 전에 이 문장이 뜨면 그렇게 가슴이 웅장해질 수가 없다. 만약 갤러리에서 이런 문구를 띄워야 한다면, 미구엘 슈발리에의 전시장이 딱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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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뷰티>는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한 전시다. 미구엘 슈발리에는 198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오직 컴퓨터를 중심으로 해온, 그야말로 디지털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LED 디스플레이와 3D 프린팅, 홀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그의 솜씨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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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것은 관람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색과 모형이 변하는 인터랙션 이미지 작품들. 손을 작품 위로 뻗으면 닿는 곳마다 꽃이 피거나, 새로운 모형이 생겨나기도 하고, 새로운 컬러 팔레트가 나타기도 한다. 얼굴인식 기능이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문객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기계의 눈’이나 ‘머신 비전’등 첨단 기술을 예술에 접목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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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가 있는 빌딩 5개 층을 사용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그만큼 멋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스폿이 많다. 작품 위를 걷고 만지면서 예술의 일부가 되어 놀다 보면 한나절은 금방이다.

  • 아라아트센터
  • 2023.1.18-2024.2.11

[4]
나난
<TeaTime>

1400_22023 Mixed media 28x 48 cm

이쯤되면 겨울이라는 계절이 슬슬 지루해진다. 청량한 겨울밤의 공기, 눈이 내리는 풍경에 대한 기쁨은 시들해지고, 어서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럴 때는 조금 먼저 봄을 만나볼 수 있는 갤러리에서 차 한잔을 음미해 보자.

1400_4media45 55cm

나난의 개인전 <티타임>에는 봄처럼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다. 파스텔 색감으로 피어난 매화와 자연 속의 푸르른 생명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평소에도 자연이 지닌 생명력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왔지만,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시리즈에서는 한지를 접목해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미감을 만날 수 있다.

1400_5Plum Blossom

전시 제목에는 차를 우려낸후, 향과 맛을 음미하고,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듯, 작품을 천천히 관람하고 교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 이길이구 갤러리
  • 2023.3.18-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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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전시, 공연, 와인에 대한 글을 씁니다. 뉴스레터 '뉴술레터' 운영자. 뭐든 잘 타요. 계절도, 분위기도, 쏘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