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년이면 서른여섯이 되는 에디터B입니다. 프랙탈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일부분이 곧 전체와 비슷한 형태이기에 ‘부분을 보면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이해한 것이 정확한 프랙탈 이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정말 그러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2222년에 사는 미래의 지구인(혹은 외계인)이 저의 하루를 보고 “이 사람은 게으른 삶을 살았군”이라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미래에 무엇이 될지 모르겠으나 일단 오늘 하루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2년도 그랬습니다.
가끔 쇼핑몰의 장바구니나 찜리스트를 보며 프랙탈 이론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 리스트가 곧 저의 가치관과 마음가짐, 관심사를 보여주니까요. 장바구니만 봐도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잘 나타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알라딘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담긴 책 제목을 읽어보았습니다.
돈까스를 쫓는 모험,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맛난 부사, 더 넓은 세계사,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내추럴 와인: 취향의 발견, 이 과장의 퇴근주,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저는 음식과 술, 말과 글, 우주와 세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문득 여러분의 장바구니엔 무엇이 담겨있는지 궁금하네요. 6년 동안 함께해 준 여러분은 어떤 취향을 가진 분들일까요.
2022년이 저물어갑니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이 나이가 되도록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느낌은 익숙해지지 않네요. 그래도 이십 대 때와는 다르게 “앗, 내가 또 한 살을 먹다니!”라며 부정하기엔 부정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올해도 디에디트에는 매일 하나의 글이 발행되었습니다. 에디터H, 에디터M이 디에디트를 만들며 다짐했던 약속은 올해도 무사히 지켜졌습니다. 저희가 진심을 다해 쓴 하나하나의 글이 곧 디에디트였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좋은 글 많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2023년 1월 9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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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