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과몰입 유발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

안녕. 한동안 뜸했던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첫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출간하고 정신이 없어서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안녕. 한동안 뜸했던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첫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출간하고…

2022. 12. 15

안녕. 한동안 뜸했던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첫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출간하고 정신이 없어서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뻔하다 욕하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마는 한국 신파 영화처럼, 별거 없을 줄 알면서도 매년 이맘때면 설렐 수밖에 없는 시즌. 이왕 설렐 거 제대로 설레기 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 과몰입 유발 플레이리스트를 들고 왔다. (1) 듣는 순간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으로 데려가는 팝 캐럴 (2) 추억 소환하는 낭만 가득 K-캐럴 (3) 고요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잔잔한 재즈 캐럴까지. 각각 유튜브 재생목록으로도 만들어 뒀으니 마음껏 저장하고 과몰입을 즐겨주시길.


1. 로코물 재질 팝 캐럴

크리스마스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대책 없이 들뜨고 설레는 기분으로 화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누리고 싶은 분들도 잘 오셨다. 재생 버튼 누르자마자 선남선녀 등장, 내내 투닥거리며 지지고 볶다가, 결국 행복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결말이 지나간다. 뻔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지. 신나고 경쾌한 팝 캐럴 모음이다. (12곡) [플레이리스트 바로 듣기]

Britney Spears – My Only Wish (This Year)

이 플레이리스트를 구상하며 단번에 떠오른 노래.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더불어 로코물, 하이틴물 재질 팝 캐럴계의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 당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앳된 목소리와 경쾌한 셔플 리듬,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후렴구 멜로디까지 한 번 들으면 귀에 착 감긴다. 가사 내용도 단순명쾌하다. 산타 할아버지, 들려요? 저 올해 착하게 살았잖아요. 소원은 딱 하나예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크리스마스 보내게 해주세요.

Tori Kelly – 25th

사랑하는 사람과 크리스마스 보내게 해달라는 애간장 캐럴 하나 더. 이미 점 찍어둔 사람이 있는 이쪽이 훨씬 적극적이다. ‘다른 선물 필요 없고, (12월) 25일에 너랑 보내기만 하면 돼.’ 싱어송라이터 토리 켈리의 간드러진 음색이 쫀쫀한 그루브를 타고 흐른다. 듣다 보면 언뜻 아리아나 그란데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당연히 아리아나 그란데가 부른 ‘Santa Tell Me’도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Bebe Rexha – Count on Christmas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시원하게 노래하는 캐럴을 들으면 설렘이 배가 된다. 걱정과 불안은 다 사라지고 이 순간만큼은 마음껏 신나도 될 것만 같은 기분. ‘Hey Mama’의 가창자로도 알려진 독보적인 음색의 비비 렉사가 부르는 ‘Count on Christmas’가 딱 그렇다. 음원만 듣는데도 활짝 웃으며 노래하는 표정이 그려진다. 올 한해 힘든 일이 많았어도 크리스마스만큼은 즐겁고 행복할 거라는, 대책 없는 기대로 가득한 가사 때문일까? 따뜻한 크리스마스 가족영화의 삽입곡으로도 잘 어울린다.

CeeLo Green – White Christmas

선글라스와 퍼 재킷을 걸친 채 빨간색 롤스로이스를 몰고 날아오는 산타가 있다? 익살스러운 커버가 인상적인 캐럴 앨범 [Cee Lo’s Magic Moment]. 미국의 R&B 뮤지션 시로 그린이 소울 한 가득 넣어 재해석한 크리스마스 명곡들로 가득하다. 고전 중의 고전 ‘White Christmas’ 역시 펑키한 그루브로 흥을 한바탕 돋운다. 경쾌한 쿵짝쿵짝 리듬에 풍성한 브라스와 코러스까지 더해지니, 영화의 해피 엔딩 삽입곡으로 제격이다.


2. 낭만 가득한 K-캐럴

 K-캐럴이 주는 낭만은 또 다르다. 익숙한 목소리와 공감 가는 가사 등 해외의 캐럴이 주지 못하는 친숙함과 아련함이 있다. 이맘때가 되면 거리의 상점에서 흘러나왔던 것만 같은 음악들이 난데없는 추억 (조작) 여행을 선사한다. 한국의 크리스마스 풍경 속으로 떠나보자. (12곡) [플레이리스트 바로 듣기]

윤종신 – 12월

매년 12월이면 연례행사처럼 찾아 듣는 노래. 들뜨고 설레면서도 괜히 뒤숭숭해지는 연말,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고백이 작은 공감과 위로를 준다. 곡 후반부에 이르러 불꽃놀이 사운드가 깔리며 ‘이제 또 다른 일 년이 우릴 기다려’하고 외치는 하이라이트에서는 매번 덩달아 벅차오른다. 언젠가 꼭 한 번은 눈 오는 광화문 거리를 걸으며 듣고 싶다.

김현철 –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한국 창작 캐럴의 마스터피스. 맑은 아이의 목소리와 부드러운 어른의 목소리를 풍성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감싼다. 크리스마스만큼은 모두에게 사랑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하는 노랫말이 뭉클한 감정을 선사한다. 참고로 김현철은 2004년에 [Kid’s Pop ‘Love Is…’]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다. ‘키즈팝’을 표방하며 만든 아이들을 위한 대중가요로, 그중에서도 ‘Love Is’를 추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떠오를 만큼 순수하고 따스한 곡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 SG 워너비 – Must Have Love

한국의 로코물 재질 팝 캐럴을 뽑으라면 이 노래부터 나와줘야 한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과 SG 워너비의 김용준이 풋풋한 청춘의 목소리로 부르는 듀엣곡.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대형 쇼핑몰이나 번화가의 휴대폰 대리점에서 무조건 한 번은 흘러나온다. ‘아, 뭐야 유치해~’ 하다가도 어느새 ‘함께 있단 이유로 행복했었던~’ 하며 따라 부르게 되는 마성이 있지. 방송에서 숱한 가수들이 커버했지만 역시 원곡의 감성은 못 따라간다.

김동률 – 크리스마스 선물

디즈니에서 한국의 성탄절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이 노래가 꼭 OST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순수한 마음을 어린이 합창과 오케스트라 편곡에 담아 한 편의 동화처럼 선보이는 곡이다. 혹자는 놀이공원과 페스티벌이 연상된다고 평할 만큼 환상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2집 [희망(希望)] 수록곡을 리메이크한 버전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플레이리스트에 넣은 2011년 버전을 선호한다.


3. 잔잔하고 포근한 재즈 캐럴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성탄이 주는 고요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올해도 잘 버텨낸 나를 토닥여주는 것만 같은 부드럽고 포근한 음악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 이불 속에서, 벽난로 앞에서, 밤의 카페에 앉아서 듣고 싶은 재즈 캐럴로 골랐다. (12곡) [플레이리스트 바로 듣기]

Tony Bennett –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토니 베넷은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다.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베넷 옹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들을 때면 유년 시절부터 품어온 크리스마스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되살아난다. 고요하게 눈 덮인 거리와 반짝거리는 불빛, 식탁을 가득 채운 따뜻한 음식을 앞에 두고 가족들과 나누는 정다운 대화 같은 것들.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드럼 브러쉬 연주에 중반부 재즈 기타 솔로까지, 빈틈없이 온기로 가득한 곡이다.

Stacey Kent – Christmas Time Is Here

1965년 미국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A Charlie Brown Christmas>의 삽입곡. 곡이 품은 서정성을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스테이시 켄트의 커버를 추천한다. 차분한 재즈 연주와 함께 흐르는 스테이시 켄트의 부드럽고 우아한 목소리가 마음을 녹인다. 크리스마스이브, 조도를 한껏 낮춘 재즈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들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기쁨을 나눌 사람이 옆에 앉아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Perry Como – Winter Wonderland

토니 베넷 할아버지 못지않은 따스한 음색을 가진 페리 코모 역시 이 플레이리스트에 빠질 수 없다. ‘Winter Wonderland’는 1934년 첫 발매 이후 200명이 넘는 뮤지션들이 커버한 캐럴 송인데, 이 버전을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경쾌하고 신나는 버전도 좋지만 이렇게 천천히 나긋나긋하게 불러 주시니 낭만이 배가 되는구나. 오래된 동화처럼 말랑말랑한 기분을 안겨주는 곡이다.

Michael Buble – I’ll Be Home For Christmas

누군가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너무 멀리 떨어진,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 고전 캐럴 중 하나인 ‘I’ll Be Home For Christmas’는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한 어느 군인의 마음을 노래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집에 갈 거예요. 꿈에서라도.’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마이클 부블레의 가창과 꿈결 같은 현악 연주가 곡의 뭉클한 분위기를 돋운다.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