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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자에게 베이글이 있나니

안녕, 에디터B다. 에리카팕 님이 코끼리베이글만 다녀오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아침부터 품절인 걸까. 복수하는 마음으로(?) 나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었다....
안녕, 에디터B다. 에리카팕 님이 코끼리베이글만 다녀오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2022. 12. 05

안녕, 에디터B다. 에리카팕 님이 코끼리베이글만 다녀오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아침부터 품절인 걸까. 복수하는 마음으로(?) 나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었다. 성수점이 워낙 핫하기 때문에 사람이 좀 덜 붐비는 영등포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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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베이글 영등포점은 오전 8시 30분에 오픈한다. 나는 9시 1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멀리서부터 줄을 선 손님들이 보였다. 나야 리뷰 때문에 방문한 거지만… 평일 아침부터 베이글을 먹기 위해 줄을 선다…? 아니, 진짜, 얼마나 대단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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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점은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라 다행히 줄이 빨리 줄어들었다. 앞에 다섯 명이 있었는데, 5분 만에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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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서 굽는 게 코끼리베이글의 특징이다. 그래서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베이글은 종류별로 균일하게 팔리지 않기 때문에 내 앞에서 품절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땐 플레인 베이글이 남아 있지 않았다. 원하는 베이글을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언제 채워질지도 모른다. 그냥 랜덤이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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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들어가니 화덕에서 갓 나온 베이글 더미가 보인다. 베이글이 새로 나올 때마다 화덕을 다루는 분이 “초코 베이글 나왔습니다” 같은 말로 상황을 전달한다. 빠르게 줄어드는 베이글과 수시로 채워지는 베이글을 보고 있노라니 맘이 다급해진다. ‘이런… 버터 솔트는 하나밖에 안 남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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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할 베이글을 미리 메모 앱에 적어놨다. 베이글 상황을 보니 플레인이 없어서 빼고, 그 자리에 초코 베이글을 대신 써넣었다. 실시간으로 수정하면서 기다렸는데, 마치 경매에 참가한 기분이 들었다. 안 해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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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을 다루는 분은 베이글을 굽다가 꺼내고 물을 칙칙 뿌려서 촉촉함을 유지시켰다. 이땐 아직 코끼리베이글을 맛보기 전이라 그 과정이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다. 내게 베이글은 수많은 빵 중의 하나였을 뿐인데 이토록 공들여 굽는 빵인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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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반죽을 끓는 물에 데치고 오븐에 굽는 게 베이글이다. 코끼리베이글 영등포점은 오픈키친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보통 장작구이 통닭에서 참나무를 쓰는데 코끼리베이글에서도 참나무를 사용한다. 이따 얘기하겠지만 그 효과는 굉장했다. 베이글에 베인 참나무 향은 아늑하고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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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목록은 다음과 같다. 무화과 콩포트, 버터솔트, 썬드라이 토마토, 쏠티 초코, 호두크랜베리, 연어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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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베이글의 가격은 2,200원, 쏠티 초코 베이글과 호두크랜베리는 3,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샌드위치류는 조금 더 비싸다. 무화과 콩포트는 7,900원, 연어 샌드위치는 7,500원.

테이크아웃하자마자 베이글을 하나 먹었다. 내 선택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나온 쏠티 초코. 과장하지 않고 말하는 건데, 올해 먹은 밀가루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과장하지 않은 게 이 정도다. 쏠티 초코라서 맛있는 게 아니라 참나무 향이 배인 베이글이 지나치게 맛있다. 베이글을 쭈욱 찢어보는데 입에 넣어보기도 전에 맛에 대한 판단이 끝났다. ‘이렇게 쫀득쫀득하다고? 이건 무조건 맛있지!’ 빵이 맛있으면 다른 재료는 중요하지 않다. 플레인 베이글이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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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음식은 만들자마자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당연히 베이글도 그렇다. 나중에 사무실에서 나눠 먹은 베이글은 다른 베이글 가게와 비교해서 압도적이라는 인상을 받진 못했다. 그러니 나중에 코끼리베이글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갓 나온 베이글을 주문해보길 바란다. 그게 어떤 베이글이든 무조건 갓 나온 베이글이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