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금요일 밤에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맥주를 마셨다. 마트에서 맥주를 서너 캔 사서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치킨이나 군만두를 들고 집까지 걸어갔다. 그것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였고, 유일한 축배였다.
맥주는 나에게 그런 술이다. 기쁠 땐 더 기쁘게 헹가레를 둥둥, 울적할 땐 우울한 마음에 잠식되지 않게 맥주 거품으로 나를 둥둥 띄워주는 술. 매번 비슷한 맥주만 마셨기 때문에 수년 전 11월의 기억과 12월의 기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테라가 출시한 크리스마스 한정판 맥주를 보며 생각했다. 만약 그 시절의 12월에 이런 맥주가 있었다면 한 달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을 텐데.
테라가 어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크리스마스 한정판 맥주다. 라벨에 산타 모자 씌워놓고 한정판이라고 유난 떠는 거 아니냐고? 그런 거였다면 소개하지도 않았다. 이 맥주는 라벨보다는 맛에 주목해야 하는 맥주다. 바로 싱글몰트 맥주이기 때문이다.
싱글몰트 맥주에 대해 말하기 전에 ‘싱글몰트’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짧게 설명해야겠다. 맥주에 들어가는 필수적인 재료는 네 가지. 물, 효모, 홉 그리고 몰트(보리). 술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쌀로 만드는 술은 막걸리나 소주, 포도로 만드는 술은 와인 그리고 보리로 만드는 대표적인 술이 바로 맥주다. 맥주에서 느껴지는 쌉싸름한 맛과 향이 홉에서 온다면, 맥주의 바디감과 풍미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몰트다.
싱글몰트라는 단어는 위스키를 접할 때 많이 들어봤을 거다. 싱글몰트 위스키란 한 가지 몰트를 썼다는 뜻이고, 여러 몰트를 섞으면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라고 한다. 입맛은 취향이니까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싱글몰트가 블렌디드보다는 향이나 맛에 고유한 개성을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보통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보다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더 비싸기도 하고.
이런 개념을 맥주에 적용한 게 싱글몰트 맥주다. 국내에서 이런 시도가 워낙 드물다 보니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반갑고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가격까지 기존 테라와 동일하니 어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지 않을까.
테라 싱글몰트의 고향은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이다. 신비한 동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호주는 2018 환경평가지수(EPI)에서 1위를 기록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공기가 깨끗한 나라인데, 그중에서도 호주 최남단에 있는 태즈메이니아 섬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태즈메이니아 원시림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깨끗한 지역이다. 테라 싱글몰트는 오직 태즈메이니아 섬의 보리만 사용했다.
태즈메이니아에서 수확된 보리는 같은 섬 데번포트(Devonport)에 위치한 조 화이트 몰팅스(Joe White Maltings)로 옮겨서 제맥 과정에 들어간다. 1926년부터 시작한 조 화이트 몰팅스는 몰팅하우스(또는 제맥소)다. 수확한 보리를 맥주에 쓰기 위해서는 당분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맥아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일을 몰팅하우스에서 한다. 맥아의 품질이 곧 맥주의 맛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몰팅하우스의 제맥 실력이 중요하다. 100년 역사의 조 화이트 몰팅스는 오직 테라 한정판을 위해 스페셜 몰트를 공급하고, 테라는 이 스페셜 몰트를 하이트진로 공장의 독립 탱크들을 운영해 테라 싱글몰트로 만든다.
테라는 그동안 호주산 청정 맥아 100%, 리얼탄산 100%를 외치며 몰트 선별과 제조 공정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는데,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싱글몰트 맥주까지 선보이니 ‘테라 너, 이 맥주 한 캔에 정말 진심이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라벨에는 위에서 열거한 정보가 녹아있다. 크리스마스 한정판이라는 것이 빨간색 산타 모자와 ‘for Christmas’라는 문구로 드러나 있고, 싱글몰트 문구는 테라 로고를 대신해 센터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for Christmas’ 아래에 조 화이트 몰팅스가 적혀 있다.
자, 그럼 맛을 한번 볼까. 코로 먼저 향을 맡아 본다. 코를 기분좋게 자극하는 홉의 향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이 향에게 성격이 있다면 모나지 않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을 것 같다. 존재감 있게 매력을 발산할 줄 아는 플러팅 장인일 것이고, 형태가 있다면 둥글둥글하진 않을 것 같다. 이 향에게 나이가 있다면 스무 살이나 스물한 살? 때 묻지 않은 뾰족한 개성을 가졌을 것만 같다. 맥주 좀 마신다는 사람이 테라 싱글몰트를 맛본다면 “오, 홉 향이 꽤 강한데? 재미있어.”라는 반응을 보일 듯하다. IPA의 호피(Hoppy)함과 비교할 건 아니지만 라거치고, 캔맥주치고 홉의 향이 기대 이상이라 맘에 든다.
홉의 쓴맛이 이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보리의 고소한 맛이 빠르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라거임에도 가볍지 않고 꽤 묵직한 몰트의 맛이다. 고소함마저 사라지면 그 아래에는 바이젠에서 느낄 수 있는 바나나의 달콤함도 옅게 느껴진다. 향이 괜찮은 맥주라 그런지 꼭 차게 먹지 않아도 좋았다. 맥주마다 적정한 시음 온도가 있는데, 테라 싱글몰트는 기존 라거보다는 조금 덜 차게 먹어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어울리는 안주는 미트볼 파스타, 맥앤치즈, 프라이즈, 치킨 같은 느끼한 음식들이다. 테라 싱글몰트는 자기주장이 있는 올몰트 타입의 라거이기 때문에 짜고 매운 한식보다는 느끼한 음식과 페어링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
캔 옆면을 보면 QR코드가 있다. ‘싱글몰트’라는 프라이드를 담은 제품이니만큼 보리가 맥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 맥아 이력 정보 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 맥아도 한우 생산이력제처럼 맥아이력제를 확인할 수 있다니.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거다.
연말에는 술 마실 일이 넘쳐난다.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된다면 테라 싱글몰트는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왔다, 싱글몰트 맥주다, 같은 정보를 얘기하면서 소담한 시음회를 열어본다면 풍성한 연말 파티가 되지 않을까.
테라 싱글몰트는 2022년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나왔기 때문에 한정된 기간에만 구할 수 있다. 11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만 판매한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구할 수 있고 편의점에서는 스마트 오더 예약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올해가 지나면 영영 만나기 힘들 테니 가까운 마트나 편의점에서 들러 한 번쯤 마셔 보자.
*이 글에는 하이트진로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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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