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숨은 웨이브 명작 8편

안녕. 한 달 OTT 구독료로 벌써 치킨 두 마리는 시켜 먹었을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그렇다고 치킨을 참는다고는 안 했다.) 오늘은...
안녕. 한 달 OTT 구독료로 벌써 치킨 두 마리는 시켜 먹었을 객원…

2022. 11. 16

안녕. 한 달 OTT 구독료로 벌써 치킨 두 마리는 시켜 먹었을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그렇다고 치킨을 참는다고는 안 했다.) 오늘은 OTT 중에서도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개하러 왔다. <조선로코: 녹두전>, <오월의 청춘>, <트레이서>, <치얼업> 등 드라마를 재밌게 본 당신, 삐빅- 웨이브 취향입니다. 여기 8편의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도 슬며시 취향 보따리에 넣어주길 바란다.


[1]
<메리퀴어>

‘국내 최초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퀴어> 출연자들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그들은 성소수자로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도 끊임없이 타인에게 ‘우리가 괜찮은지’ 양해를 구해야 하고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도 제도적으로 결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저 아끼고 사랑하고 때론 토라지며 함께 울고 웃는다. 다름이 아닌 닮음을 바라보며, 그사이 놓인 편견, 반감, 혐오를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거나 과거의 연인과 재회하는 고자극 연애 프로그램에 지쳤다면 여기, 이미 굳건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건 어떨까.


[2]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유쾌하면서도 통렬한 정치 풍자극. 여론을 의식한 정부의 파격적인 인사 단행으로 문체부 장관이 된 정은(김성령)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일 벌이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여당 눈치 보랴, 뭐든 트집 잡으려는 야당 견제 받으랴, 정신없는 와중 남편 성남(백현진)이 납치된다.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지만, 누구든 각자가 목격한 실존 인물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친다. 윤성호 감독의 전작들을 재밌게 봤다면 무조건 추천. 대사의 말맛이 차지다. 다만 이젠 청와대로 갈 수 없게 됐으니… 시즌 2가 나온다면 제목은 ‘이렇게 된 이상 용산으로 간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3]
<멧돼지사냥>

4부작 ‘시골 스릴러’. 영수(박호산)는 마을 골칫거리인 멧돼지를 사냥하기 위해 뒷산에 오른다. 움직이는 풀숲을 향해 총을 쏘자 사람 비명이 들린다. 허겁지겁 산에서 내려온 그날 밤 아들 인성(이효제)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영수는 자신이 아들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멧돼지사냥>에서 사실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불안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악몽이다. 어제의 이웃도 내 밭을 망칠 수 있다면 한순간에 쏴 죽일 대상이 된다. 불안에 잠식돼 타자를 악마로 단정 짓고 추악한 괴물이 되어가면서도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마을 사람들은 묻는다. ‘멧돼지는 과연 누구인지’를.


[4]
<SF8>

<블랙 미러> 시리즈 애청자라면 익숙할,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앤솔로지(anthology). 고도화된 기술은 삶의 편의를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여러 고민을 안긴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기술 접근성 차이가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 기반의 삶이 현실의 삶을 망가뜨리진 않을까? 작품이 던지는 물음들을 따라가며 나름대로 답을 찾다 보면 미래에 앞선 현재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총 8편으로 각각 김의석, 노덕, 민규동, 안국진,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필자의 추천 픽은 <우주인 조안>, <만신>,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5]
<널시스>

국내 의학 드라마 속 간호사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높은 구두에 짧은 치마를 입은 (현실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는 이제 줄어들었다 치더라도, 여전히 간호사는 납작한 서사로 도구처럼 쓰이곤 한다. ‘수쌤(수간호사)’ 정도만 비중 있게 다뤄지는 정도. 하지만 한 번이라도 병원에 입원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밤새 맥박을 체크하는 사람, 뒤척일 수 없는 환자의 몸을 돌려주는 사람, 그러면서도 환자와 보호자의 원성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간호사라는 걸. “내 일은 의사를 보조하는 게 아니에요. 내 일은 환자를 돕는 거예요.”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하는 캐나다 드라마 <널시스>는 제목 그대로, 간호사들의 이야기다. 그레이스(티어라 스코비), 나즈(샌디 시두), 애슐리(나타샤 캘리스), 울프(도널드 맥린 주니어), 키언(조던 존슨-힌즈)는 세인트메리병원 신입 간호사로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 환자들을 돌보고 때론 생과 사를 마주하면서, 이들은 도망쳤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기도 하고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기도 한다. 오늘도 환자를 위해 밤낮없이 애쓰는 모든 간호사에게 존경을 보내며,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6]
<키스 더 유니버스>

“만약 지구가 멸망한다면?” <키스 더 유니버스>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3부작 다큐멘터리다. 공룡을 멸종하게 한 소행성처럼, 지구의 운명은 언제든 우주의 작은 사건으로 인해 좌우될 수 있다. 그래서 소행성을 관측하고 지구를 비껴가도록 궤도를 변경시키는 지구 방위 계획을 세운다. 언젠가 지구의 수명이 다하는 때가 올 것을 대비해 화성으로의 이주를 준비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는 인류가 더 큰 우주로, 새로운 문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CG를 조금만 견딘다면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영상미를 곁들인 흥미로운 우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7]
<위기의 X>

사상 최악의 경제 상황,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자칭 ‘엘리트’였던 대욱(권상우)은 권고사직을 통보받는다. 나보다 못났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이미 부동산, 주식, 코인 투자로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욱은 뒤늦게 주식과 코인에 손을 댔다가 큰 손해를 입는다. 공황 장애, 발기부전, 스트레스성 탈모까지. 위기에 빠진 X세대의 ‘웃픈’ 고민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내가 믿고 달려왔던 길이 잘못된 걸까?” 묻게 되는 요즘, 이런 고민에 빠진 게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위안이 된다.


[8]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연지(고원희), 남희(재이), 혜영(정연주), 현이(김지은)의 스물여섯 사회 생활기. 너무도 매력적인 제목을 가졌지만, 청춘물치고는 밝거나 즐겁지 않은 작품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퇴사하는 순간의 쾌감보다는 그 이전의 지난한 삶을 보여준다. 대학만 가면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달려온 시간들이 무색하게, ‘취준생’은 매일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면서 깎이고 작아진다. 겨우 바늘구멍을 통과해 취직에 성공해도, 막상 닥친 현실은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키는 아침과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잠드는 밤의 반복이다. 그래도 살아간다. 퇴사 하든 출근 하든, 언젠가는 더 나은 순간이 찾아올 거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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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임현경

이야기와 글쓰기, 사람들을 만나 삶의 일부를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