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애플TV+의 알짜배기 명작 8편

안녕. 국내 출시된 OTT는 모조리 구독 중인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꿉꿉한 날씨 탓에 집 밖을 나가기가 꺼려지는 요즘, 나의 하루...
안녕. 국내 출시된 OTT는 모조리 구독 중인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꿉꿉한 날씨…

2022. 07. 18

안녕. 국내 출시된 OTT는 모조리 구독 중인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꿉꿉한 날씨 탓에 집 밖을 나가기가 꺼려지는 요즘, 나의 하루 중 가장 근사한 시간은 편한 자세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좋은 작품을 감상할 때다. 종종 주변에서 “이젠 딱히 뭐 볼 것 없지 않냐”고들 하는데, 사실 OTT에는 볼 게 너무 많아서 탈이다. 시간은 한정적인데 각각의 플랫폼에서 신작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오죽하면 이용자가 쉽사리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콘텐츠 목록만 뒤적거리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넷플릭스 증후군’이 생겼을까. 그래서 대신 골라봤다. 애플TV+ 오리지널 콘텐츠 중 알짜배기 작품 8편을 소개한다. 넷플릭스 시그니처 사운드 ‘두둥’이 다소 지겨워졌다면, <파친코> 보려고 애플TV+ 구독했는데 남은 기간에 뭘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 중에서 취향껏 잡숴보시길 바란다.


[1]
<세브란스: 단절>

일터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집으로 끌고 와야 할 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일할 때의 나를 ‘나’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고 싶다는 상상. <세브란스: 단절>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헬리(브릿 로우어)는 낯선 사무실 책상 위에서 눈을 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그의 신원을 묻지만, 헬리는 ‘단절’로 인해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다. 단절은 한 사람의 기억을 분리하는 뇌 시술로, 출근하면 직장에서의 기억만을 가진 ‘이니’, 퇴근하면 그 외 기억을 가진 ‘아우티’가 활성화되도록 한다. ‘워라밸’을 추구할 필요가 없게 하는 대단히 편리한 시술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존재 이유에 의구심을 품게 된 이니들은 단절과 그 뒤에 숨은 거대한 시스템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분절된 기억이 연결되듯 촘촘하게 심어진 복선들이 회수되는 플롯과 세밀한 심리묘사가 흥미진진한 작품. 시즌1 전편이 공개됐고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 연출 벤 스틸러
  • 출연 아덤 스콧, 브릿 로우어, 패트리샤 아퀘트 외

[2]
<포 올 맨카인드>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 그와 동료 버즈 올드린이 착륙을 기념하며 달에 두고 온 명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We Came in Peace For All Mankind” <포 올 맨카인드>는 여기에 ‘만약’을 가정한다. 만약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달에 착륙했다면,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 것인가. 소련은 최초의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하고 이어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낸다. 미국은 소련을 따라잡기 위해 급히 여성 우주비행사 후보들을 모집하고 아폴로 10호 사령관이었던 에드(조엘 킨나만)에게 훈련을 맡긴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파일럿 커리어를 뒤로하고 집안일에만 매여있던 트레이시(사라 존스)가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한다. 달에서는 얼음이 발견되고,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SF 애호가라면 꼭 봐야 한다. 실제 역사와 다른 점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시즌3가 방송 중이며 시즌4 제작이 확정됐다.

  • 연출 세스 고든, 서지오 미미카-게잔, 미라 메논 외
  • 출연 조엘 킨나만, 마이클 도먼, 사라 존스, 샨텔 반샌튼, 조디 발포어 외

[3]
<더 모닝쇼>

방송,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고민과 자기반성이 담겼다. 15년간 매일 ‘더 모닝쇼’를 진행해온 앵커 알렉스(제니퍼 애니스톤)는 공동 진행자였던 미치(스티브 캐럴)가 성추행 의혹으로 해고당하면서 방송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더 모닝쇼’ 제작진은 점차 하락하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 얼굴을 물색하고, 입지가 위태로워진 알렉스는 시위 현장에서 찍힌 ‘사이다’ 영상으로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 지역 방송국 기자 브래들리(리즈 위더스푼)를 자신의 파트너로 영입한다. 불의를 참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브래들리는 보도국을 향해 묻는다. 미치의 일을 정말 아무도 몰랐느냐고. 애플TV+의 문을 연 시리즈로, 주연을 맡은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에도 참여했다. 시즌2까지 공개됐으며 시즌3 제작 여부는 미정이다.

  • 연출 미미 리더 외
  • 출연 제니퍼 애니스턴, 리즈 위더스푼, 구구 엄바사 로, 빌리 크루덥, 스티브 카렐, 마크 듀플래스

[4]
<디킨슨>

에밀리 디킨슨은 183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에서 태어났다. 평생 아버지의 집에서 살았고,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방에서 보냈다. 미발표 작품들이 공개되며 천재 시인으로 이름을 알린 건 그가 세상을 떠난 1886년, 그 이후의 일이다. <디킨슨>은 에밀리(헤일리 스타인펠드)가 홀로 2천여 편의 시를 써낸 당시를 그려낸다. 에밀리는 번뜩 떠오른 영감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려 하지만, 당장 물을 길어오고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만 한다. 위대한 작가의 꿈은 가문의 명예와 여성의 의무라는 장벽에 번번이 가로막힌다. 그러나 에밀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계속해서 시를 쓴다. 19세기를 다룬 시대극이지만 시상을 몽환적으로 시각화한 연출과 트렌디한 음악이 에밀리의 시만큼이나 ‘힙’하다. 시즌3로 막을 내렸다.

  • 연출 실라스 하워드 외
  • 출연 헤일리 스타인펠드, 안나 바리시니코프, 엘라 헌트, 제인 크러카우스키

[5]
<울프워커스>

서로를 향해 총과 칼을 겨눈다면 절대 이뤄낼 수 없는 기적에 대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다. 모험심 강한 소녀 로빈(아너 니프시)은 숲속을 탐험하다가 덫에 걸리고 만다. 울프워커 메브(에바 휘테이커)는 로빈을 구하려다 그를 물어버리고, 로빈도 잠이 들면 늑대로 변하는 울프워커가 된다. 호국경 올리버 크롬웰(사이먼 맥버니)은 주민들을 통치하기 위해 늑대를 공공의 적으로 삼고, 로빈과 메브는 숲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다. 아일랜드 제작사인 카툰 살롱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어릴 때 읽던 그림동화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작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보로미르 역을 맡아 활약했던 숀 빈이 빌 굿펠로 역으로 더빙에 참여했다. 한국어 더빙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

  • 연출 톰 무어, 로스 스튜어트
  • 성우 아너 니프시, 사이먼 맥버니, 숀 빈, 마리아 도일 케네디, 토미 티어넌 외

[6]
<당신이 보지 못하는 나>

TMI부터 꺼내놓자면, 필자는 수면 장애를 앓았다. 친구들과 여행 중, 한 친구가 파우치에서 약봉지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야, 너도? 나도.” <당신이 보지 못하는 나>에서는 강박, 공황, 불안, 우울 등으로 고통받는 정신질환자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복서 기니는 강박으로 인한 식이 장애와 결벽증을 앓고 있다. 그는 스스로 “벽에 갇힌 것 같다”고 표현한다. 레이디 가가로 알려진 스테파니는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 오프라 윈프리, 영국 해리 왕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픔을 툭 터놓고 말하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맞선다. 홀로 버티고 감춰서는 절대 치유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상처는 고통과 흉터를 남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또 살아낸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되뇌면서. 6부작 다큐멘터리.

  • 연출 아시프 카파디아, 돈 포터
  • 출연 오프라 윈프리, 헨리 찰스 앨버트 데이비드(해리), 레이디 가가

[7]
<그해, 지구가 바뀌었다>

48분, 비교적 짧은 호흡의 다큐멘터리. 팬데믹 기간 발견된 지구의 변화에 대해 고찰한다. 복잡한 것도 없다. 그저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고래, 치타, 펭귄, 코뿔소, 사슴, 바다거북, 해마 등 전 세계 생명체들이 누리는 모든 것들은 그간 인간이 ‘당연하게’ 빼앗은 것들이다. 인간이 영원히 멈춰있을 수는 없지만, 이대로라면 지구를 멈추게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공존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볼 기회다. 더 늦기 전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인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내래이션을 맡았다.

  • 연출 톰 비어드
  • 출연 데이비드 애튼버러

[8]
<컴 프롬 어웨이>

2017년 토니상에서 최우수 연출상을 받은 동명 뮤지컬의 실황 영상이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인해 미국 영공이 폐쇄되고 38편의 비행기가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갠더에 불시착한다. 낯선 곳에 떨어진 사람들은 두려움과 불안함에 서로를 경계하고 불신하지만, 주민들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마침내 모두 함께 울고 웃으며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10주년을 기념해 갠더에 모인 주민들과 승객들의 인터뷰는 1년 뒤 뮤지컬로 탄생했고, 10년 뒤인 2021년 영상으로 기록돼 전 세계 애플TV+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발 구름으로 시작한 박자에 밴드의 연주가 더해지고 배우들의 노래가 쌓여 하모니를 이루는 도입부를 보면 절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 연출 크리스토퍼 애슐리
  • 출연 젠 콜렐라, 조엘 햇치, 토니 르페이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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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임현경

이야기와 글쓰기, 사람들을 만나 삶의 일부를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