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마녀2, 후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

안녕, 에디터B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를 기다린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다렸다. 슈퍼 파워를 가진 한 소녀의...
안녕, 에디터B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를 기다린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2022. 06. 15

안녕, 에디터B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를 기다린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다렸다. 슈퍼 파워를 가진 한 소녀의 등장과 비밀스러운 단체와 악당들! 할리우드 영화에서 봤을 법한 이런 코믹스스러운 설정이 한국에서는 드물었으니까(음…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마녀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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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녀>(2018)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마녀>를 잘 만든 영화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몇몇 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에 눈을 질끈 감았고, 중간중간에 장황하게 말로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길어서 졸리기도 했다. 초중반에 늘어지는 부분도 많았다. 한국형 히어로물을 기대하는 마음이 들면서, 혹시 <용가리>, <디워>를 응원했던 마음이 이랬던 것일까 싶기도 했다. 만듦새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그런 영화였다. 그리고 김다미라는 매력적인 배우를 발견했기에 2편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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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2>를 기다린 이유에는 분명 4년 동안 필모그래피를 착실하게 쌓아온 김다미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다미는 <마녀2> 마지막 장면에 아주 잠깐 출연할 뿐이다. 대신 슈퍼 파워 소녀 역으로 신시아가 출연한다. 신시아는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신인 배우인데, 박훈정 감독의 이런 모험적인 결정은 아주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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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가 맡은 역할의 이름은 ‘소녀’다. 비밀연구소 아크에서 탈출한 실험체라고 할까. <마녀>의 구자윤(김다미)처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소녀인데 한눈에 봐도 구자윤과 아주 닮았다. 스타일링을 비슷하게 한 것도 있겠지만 정말 많이 닮아서 자매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자매로 나온다. 그리고 구자윤은 마지막쯤에 임팩트 있게 등장해서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높인다.

원래 박훈정 감독은 <마녀2>를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하고 싶었지만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배급한 영화가 연달아 실패하며 <마녀2> 제작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다행히 새로운 배급사 NEW를 만나 제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구자윤의 동생 이야기가 새로 만들어졌다. <마녀>는 구자윤의 자기소개서, <마녀2>는 소녀의 자기소개서인 셈이다. 그렇다. 이번에도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는다. 또 배경설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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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2>의 줄거리는 이렇다. 비밀연구소에서 탈출한 신시아가 우연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처럼 함께 살다가 악당들의 위협을 받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마녀>의 플롯이 반복되고 있다. 한 소녀가 있다 → 알고 보니 강력한 힘을 가졌다 → 우연히 악당과 싸운다 → 세상이 소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한편 전체가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을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마녀>가 개봉한 지 4년이 흘렀고, 이제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가 싶은데, 또 새로운 등장인물 소개라니…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가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1400_0909 [전여빈, 엄태구 주연의 영화 <낙원의 밤> 한 장면]

또 배경설명을 하게 되는 이유가 제작비 때문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신세계> 이후로 박훈정 감독에게는 실망만 하다 보니 언제 제작될지도 모르는 <마녀3>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는 중이다. <브이아이피>는 지나치게 잔인했던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고, <낙원의 밤>은 권총을 든 전여빈과 물회 데이트 하는 장면 말고는 기억나지 않는다.

<마녀2>에는 생각보다 많은 유머가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게 흐름을 끊는다. 특히 용두(진구)는 지나치게 개그 캐릭터로 활용되는데 진지해지려는 분위기를 흐릿하게 만든다. 백 총괄(조민수)의 지령을 받고 출동한 본사 요원 서은수와 부하 직원의 만담은 미세한 웃음 하나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마녀 유니버스의 유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성향이 맞지 않는 MBTI의 친구와 술자리를 가진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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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도 아쉽다. 굉장히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입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인물이 가득하다. 인물은 많고 시간은 한정적이니 대사와 행동을 통해서 어떤 성격의 캐릭터인지 설명해야 하는데 입체적인 대사가 부족하다. 서사가 부족해도 화려한 액션으로 눈을 휘어잡을 수도 있는데, 그것도 만족스럽지 않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악당이 다수 나옴에도 마동석의 펀치 한 방보다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 정말 이 영화를 <신세계>의 그 감독이 연출한 게 맞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든다. 4년 전에 개봉한 <마녀>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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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는 좋았다. 주연을 맡은 신시아는 무난하게 주연을 소화했다. 비밀을 간직한 듯한 신비한 캐릭터 역할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적당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줄 장면이 없었다).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서은수. 서은수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멋진 액션이 많았고, 꽤 많은 장면에 등장하면서 독립적인 서사를 구축하고 있었다. 다른 캐릭터들이 너무 비밀스러워서 정이 가질 않을 때 서은수의 캐릭터는 그래도 행동에 대한 이유와 동기와 명확한 편이었다. 오갈 데 없는 관객의 마음을 서은수가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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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와 신시아가 같은 편이 되어서 함께 싸우는 <마녀3>를 보고 싶긴 하지만, <마녀2>를 보면 그 일이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굳이 <마녀2>를 봐야겠다면 말리진 않지만 요즘 재밌는 영화 많던데 꼭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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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