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내 브랜드를 소개하는 아워 페이스 매거진 에디터 강현모입니다. 5월, 반바지에 스웻셔츠를 입기 좋은 시기라는 광고 문구로 보게 됩니다. ‘땀쟁이’인 저와는 한참 거리가 먼 얘기인데 말이죠. 그렇다고 반팔을 입자니 야근 후에 으슬으슬할까 봐 고민됩니다. 아침 일찍 출근길에 현관을 나서다 이마 위로 흐르는 땀을 느끼셨다면, 당신도 땀쟁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초여름까지 가볍게 입기 좋은 셔츠를 소개해 드릴게요. 면접을 앞뒀을 때도, 출퇴근할 때도, 각종 경조사에도 셔츠는 꼭 필요하잖아요. 잘 준비한 셔츠 한 벌이면, 어떤 상황에도 유용하게 입으실 수 있을 거예요.
손수건을 사계절 쓸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제가, 여러분 대신 직접 구매해서 3개월 이상 입어본 것들만 알려 드릴 겁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여자친구도 경험한 제품이라, 여성분들께 도움이 될 겁니다. 참고로, 지금 소개하는 제품은 모두 ‘국내 브랜드’입니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다양한 샵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니 참고해 주세요.
[1]
“풍성한 실루엣, 산뜻한 패턴을 원한다면?”
소프터 Softur 깅엄 와이드 셔츠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따뜻함을 전하는 곳. 소프터는 남성/여성 라인 모두 전개하는 브랜드입니다. 타 브랜드에 비해 넉넉한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고, 시그니처인 ‘깅엄 와이드 셔츠’는 여러 차례 리오더 됐어요. 깅엄 패턴이 비교적 굵어서 SPA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얇은 체크 원단을 꺼리시는 분들께 훌륭한 선택지가 될 거예요. 큼직한 실루엣이 살짝 부담스러운 여성분들께는, 여성용 원피스 또는 크롭 와이드 셔츠도 추천드려요(아래 사진). 높은 밀도가 주는 탄탄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깅엄 와이드 셔츠는 얇은 편이고, 그만큼 빨리 말라요. 저녁에 손빨래 끝내고 아침에 탈탈 털어 입으면 끝! 주 3회 이상 이렇게 입어봤는데, 갖고 있는 셔츠 중에 가장 빨리 말라서 맘에 들었어요. 한여름에도 사무실에서 입기 좋은 두께의 셔츠입니다.
깅엄이 살짝 어려우시다면, 같은 브랜드의 ‘빅 보이 셔츠’를 추천드려요. 단색으로 나오는 것도 꽤 많고, 셔츠에 포켓이 달려 나와서 정말 유용하거든요. 함께 보셔도 좋을 듯해요.
- softur.co.kr
- 깅엄 와이드 셔츠 11만 8,000원
[2]
“포멀한 착장에도 어울리는 균형 잡힌 실루엣을 원한다면?”
러프사이드 rough side 셔링 셔츠
러프사이드는 ‘편안한 캐주얼 웨어를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과거의 의복을 바탕으로 현대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군복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을 활용하고 밴딩을 추가한 바지가 좋은 예시겠네요. 남성복 기반의 브랜드라 약간 거칠어 보일 수 있지만, 소매나 등판의 주름, 바지 앞부분의 핀턱 등 부드러운 실루엣을 만드는 디테일이 담겨 있어요. 녹색과 갈색 등의 따뜻한 색감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요.
러프사이드의 셔링 셔츠는 이름대로 등판의 셔링(주름)이 특징이에요. 셔츠를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올해 나온 제품은 이전 시즌 대비 소매의 기장이 살짝 줄었다고 해요. 이렇게 고객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수정한 게 벌써 네 시즌째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빼어 입을 때 과하지 않은 오버핏을 보여주고, 바지에 넣어 입으면 편안해 보이는 포멀함을 느낄 수 있어요. 한 제품이 두 가지 핏을 모두 잡아줘서 맘에 드실 거예요. 소재도 옥스포드부터 혼방 원단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재미는, 허리쪽의 거셋이 비교적 높게 자리잡았다는 거에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을 때 셔츠가 말려 올라가지 않습니다. 어떤 자세에서든 형태를 잘 유지해줘요. 일상생활에서 전천후로 가볍게 입기 좋은 셔츠예요. 이너 티셔츠를 빼입으면 거셋 주변이 그만큼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티셔츠는 넣어 입는 편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조금 더 부드럽고 무게감 있어 보이는 아웃핏을 보게 되실 거예요.
🔎거셋(Gusset): 셔츠 하단 허리 양옆, 갈라지는 부분에 덧대는 천입니다. 연결하고 보강하는 의미로 쓰이곤 해요. 셔츠의 앞/뒤가 뒤틀리거나 변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뜯어지거나 풀리는 현상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거셋이 낮은 위치에 있으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 셔츠 앞단이 같이 말려 올라가요. 손을 넣고 하루 종일 다니는 건 아니지만, 미관상 좋지는 않겠죠. 반면에 높은 위치에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 앞단이 거의 말려 올라가지 않습니다. (세면대 앞에서 핸드폰 꺼낼 때, 셔츠가 말려 올라가 젖는 상황이 거의 생기지 않을 거예요.)
정말 풍성한 실루엣을 찾는다면 맞지 않을 수 있고, 과한 오버핏을 지양하시는 분들께서 오히려 더 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품과 기장 모두 적당히 여유로운 느낌이라, 넣어 입을 때나 빼어 입을 때나 모두 유려한 실루엣을 보여주거든요. 마찬가지로 세탁 후에 금방 말라서, 저는 아침에 탈탈 털어 가볍게 걸치고 있어요.
- roughside.co.kr
- 셔링 셔츠 10만 8,000원
[3]
“구김이 적고 독특한 색감의 원단을 원한다면?”
홀리선 Horlisun 타이프라이터 셔츠
홀리선은 ‘호라이즌(Horizon)’ 과 ‘선(Sun)’을 결합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홀리선 대표님께서 패션 회사에 다니다가 퇴사 이후 1년 정도 미국 여행을 갔는데,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광경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해요. 이런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와 제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타이프라이터 셔츠는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질감과 산뜻한 촉감이 특징이에요. 예를 들면 ‘빵 봉투’로 사용되는 크라프트지를 접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그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부서지는 촉감이긴 합니다. 가격은 13만 4,000원으로 오늘 소개한 제품들 중 가격대는 살짝 높지만, 그만큼 한번 입으면 매일 손이 가게 될 겁니다. 은은한 라벤더 컬러부터 산뜻한 그레이, 경쾌한 깅엄 체크까지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경험하실 수 있어요.
🔎타이프라이터(Typewriter): 촘촘히 짜여 밀도가 높고 가벼운 원단입니다. 바스락거리는 느낌의 원단이라고 보시면 돼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크라프트지를 살짝 접거나 구길 때 부서지는 느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이고, 살갗에 닿을 때에는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브랜드에서도 종종 보이지만, 그동안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급 수입 원단입니다.
이전에는 타이프 라이터 원단을 쓰는 국내 브랜드가 적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곳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밀도가 높아 튼튼한 편이고, 변형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무게는 가벼워서 사계절 내내 입기에 적당해요. 이런 특징 때문인지 가격대가 살짝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홀리선이 저에게는 유독 합리적으로 다가왔어요. 정말 그 ‘바스락’ 거리는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만족하실 거예요.
체감상 기장이 타 브랜드보다 살짝 짧은 편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기장이 긴 것을 좋아하지만, 기장이 너무 긴 것을 꺼리시는 분들께 홀리선 제품은 정말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해요. 품은 살짝 여유 있고, 바지 안에 넣어 입을 때나, 빼입을 때나 모두 안정적인 기장을 보여주거든요.
마찬가지로, 세탁 후에 금방 마르는 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제품들 중에 세탁 후 주름이 가장 적게 지는 편이니, 다림질이 어려우신 분들께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겁니다.
- Horlisun.com
- 타이프라이터 셔츠 13만 4,000원
[4]
“버튼 다운 카라의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면?”
슬릭앤이지 Slick and Easy 슬릭 셔츠
슬릭앤이지는 편안하고 담백한 제품들을 소개하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명과 같이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슬릭 셔츠’를 추천해요. 과하지 않은 적당한 정도의 루즈핏입니다. 기분 좋게 가벼운 원단이고, 캐쥬얼한 치노팬츠와 포멀한 슬랙스를 모두 커버하는 셔츠입니다. 그래서 범용성이 높은 편이에요. 이 제품은 버튼 다운 카라(Button Down Collar)로, 셔츠의 카라 부분에 단추가 달려 있습니다. 비슷한 소재의 셔츠들이 대부분 단추가 없거든요. 카라가 펄럭이는 걸 꺼리시는 분들께는 좋은 선택지가 될 거예요. 참고로, 등판 양옆에 잡힌 주름이 별것 아닌 듯해도 활동에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셔츠를 입은 날 팔과 어깨가 걸리적거리는 걸 안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합한 제안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슬릭앤이지 초기의 ‘빅 셔츠’ 제품을 먼저 경험했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거슬리지 않는 풍성한 실루엣, 넉넉한 기장감이 맘에 들었거든요. 이번에 소개한 ‘슬릭 셔츠’는 빅 셔츠보다 조금 더 몸에 맞는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어요. 오히려 가볍게 경험하시기엔 슬릭이 적합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슬림하고 정핏인 셔츠는 아닙니다. 슬릭도 충분히 여유 있는 핏을 보여주거든요.
슬릭앤이지 셔츠는 타 브랜드에 비해 재봉이 맘에 들었습니다. 구석구석 정말 촘촘하게 되어 있어서, 기계 세탁이나 손세탁이나 모두 변형 없이 잘 버텨주더라고요. ‘기본적인 만듦새를 잘 갖췄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도 한몫했고요. 가벼운 소재와 여유로운 핏,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대를 원하신다면, 바로 추천드립니다.
- m.niftydo.kr
- 슬릭 셔츠 8만 9,000원
[5]
“기본에 충실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셔츠를 찾는다면?”
스테디에브리웨어 라이트 릴랙스드 데일리 셔츠
일상생활에서 손이 자주 가는 제품을 만드는 곳. 스테디에브리웨어는 저에게 그런 브랜드입니다. ‘부담 없이 하루하루 함께하는 옷’에 대한 디렉터의 고민이 제품으로 드러나는 곳이거든요. 주름을 넣어 활동성과 실루엣을 잡은 치노팬츠, 물세탁 가능한 면 소재의 니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품목들에 부담스럽지 않은 변화를 주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 매일 입을 수 있는, 입어야 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SPA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상과 디테일, 핏을 보여 주기에 ‘계속해서 찾게 되는 브랜드’라는 후기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스테디에브리웨어의 데일리 셔츠는 산뜻한 색상, 가벼운 무게로 입는 순간 청량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삭스 블루’와 ‘라이트 그린’ 등이 좋은 예겠네요. 이미 많은 플랫폼에서의 구매 후기와 판매량이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어요. 가격은 7만 6,000원으로 오늘 소개하는 제품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성분들께서 경험하기 좋은 핏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여성복 브랜드에서는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거나, 어깨와 소매가 정핏으로 많이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직장인에게 가장 멋진 핏일 수 있죠. 다만, 조금 더 여유롭고 큼직한 핏으로 입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남성복 브랜드에서 오버핏을 사자니 목둘레나 소매 길이가 너무 커서 고민된다면, 스테디에브리웨어의 셔츠가 좋은 대안이 될 거예요. 대량생산 중심의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색감, 조금 더 절제된 핏, 그리고 접근성이 좋은 가격대의 제품을 찾으신다면 스테디에브리웨어를 경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사실, 1-2년 전쯤 나온 셔츠엔 크게 만족하지 못했어요. 제가 온도를 잘못 맞춘 건지, 세탁 후에 수축 현상이 있었거든요. 함께 손세탁한 다른 제품들은 멀쩡한데, 그 제품만 유독 수축이 생기니 속상하더라고요. 보통 미온수에 중성 세제를 풀어 세탁하고, 이때 이후로는 물의 온도를 살짝 더 낮게 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셔츠 이외에 니트나 팬츠는 모두 만족했던 브랜드고, 최근에 구매한 지인들로부터 만족스러운 평을 듣게 되어 편집샵에서 직접 착용해 보고 구매했습니다. 기존의 데일리 셔츠보다 조금 더 높은 등급의 원사를 사용해서인지 터치감도 조금 더 부드럽고, 가장 걱정됐던 수축도 없더라고요. 회사 미팅 등 평소보다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보여야 하는 날에 편하게 착용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루즈핏을 보여줘서 그런지 제 여자친구도 자주 착용하는 제품이에요. 여성복 브랜드에서는 보기 어려운 핏이니, 아우터처럼 크게 입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좋은 선택지가 될 겁니다.
아, 참고로 카라가 살짝 높은 편이에요. 목이 짧은 편인 분들은 맨 위의 단추를 풀고 입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 steadyeverywear.com
- 라이트 릴랙스드 데일리 셔츠 7만 6,000원
여름에도 기본적인 예를 갖출 일이 많습니다. 복장에 대한 통념이 이전보다 많이 유해졌지만, 경조사 또는 업무 관련 미팅 등 라운드 티셔츠를 입기 애매한 상황들이 종종 우리를 찾아옵니다. 저처럼 몸에 열이 많은 분들께서는 조금 더 힘드실 거예요. 이번에 다룬 제품들은 모두 가볍고 얇은 편이에요. 다양한 가격대로 골랐으니 원단/가격/핏 등을 보고 선택하면 좋을 듯합니다. 참고로, 세탁 후에 주름이 간 부분만 가볍게 다림질해서 입으시면, 훨씬 더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을 내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소비가 부디 ‘현명한 소비’이길 바랄게요. 직접 입을 셔츠, 선물할 셔츠, 추천할 셔츠를 찾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bout Author
강현모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출근 후 마케터, 퇴근 후 에디터. 회사 안에서는 브랜드 마케터로, 회사 밖에서는 '아워페이스' 매거진의 팀 리더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