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영화애호가 에디터B다. 김초희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찬실이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김영과 술을 마시다가 그가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어떻게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해요?” 찬실이는 상업 영화 따위를 좋아하는 남자의 취향에 실망한다. 김영은 술자리가 끝나고 나중에 찬실에게 말한다. “그건 제 취향이에요. 왜 영화 하나를 가지고 사람을 그렇게 판단하세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예술적인 것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실수를 한다. 영화 한 편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영화 뿐만이 아니라 한마디의 말,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모든 면을 표현하는 ‘단 하나의 무엇’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4월 말부터 5월 중순 사이 개봉하는 영화와 첫 방영하는 드라마를 모았다. 극장에서 팝콘 취식도 가능해진 만큼 많은 분들이 극장에 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극장 개봉 영화 위주로 모았다. 이번 달에도 영화 같은 순간, 영화같은 만남이 함께 하길 바란다.
2022.04.20
<드라이브 마이 카>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마음속에 강한 인장을 남기는 영화들이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가 그랬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빨간색 사브 900 터보 차량을 탄 여성, 차에 기대어 허공을 바라보는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 그리고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내용이 유추되지 않는 문장. 아무리 몰라도 두 남녀의 거친 레이싱 영화는 확실히 아닐 텐데, 무슨 영화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단지,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두 사람의 눈빛과 빨간색 차량이 주는 미장센이 강렬하게 이끌렸다. 사실 이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줄거리를 아는 사람도 많을 거다. 작년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고,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는 등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상을 쓸어 담았던 이 영화를 왓챠에서 독점으로 선보인다. 오늘 밤에는 이 영화를 봐야겠다.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2022.04.28
<평평남녀>
회사 일에 치여서 연애할 시간은 없고, 능력은 있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33살 만년 대리 영진(이태경)이 주인공이다. 고달프게 반복되는 그의 삶에 어느 날 뉴 페이스가 등장한다. 능력도 없고 ‘빽’만 있는 낙하산 준설(이한주)이다. 영화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준설이 너무너무 싫었던 영진이지만 이상하게 준설이 조금씩 좋아지고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영진의 사랑이 순조롭게만 진행되면 영화가 아니지. 남자친구 준설은 영진의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빼앗고도 뻔뻔하기만 하다.
- 감독 김수정
- 출연 이태경, 이한주, 이봄, 서갑숙
2022.04.28
<전체관람가+: 숏버스터>
내가 좋아하던 예능은 <무한도전>이 마지막이었고, 그 이후로는 어떤 예능도 챙겨보지 않았다, 라고 쓰려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아니다. 나는 JTBC의 수많은 예능을 좋아했다. <마녀사냥>, <썰전>, <비정상회담>, <속사정쌀롱>, <크라임씬>, <냉장고를 부탁해> 그리고 <전체관람가>. <전체관람가>는 지금껏 예능에서 다룬 적 없는 ‘단편영화’를 소재로 만든 감독 경쟁 예능이었다. 이명세, 이경미, 봉만대, 양익준 등 참여한 감독도 다양했다. JTBC가 아닌 티빙에서 선보이는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의 출연자를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독특한 유머 코드의 윤성호 그리고 곽경택, 조현철까지. 지난 시즌에는 이영애, 전도연 같은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했는데, 이번엔 어떤 배우가 나올지도 관전 포인트.
- 진행 윤종신, 문소리, 노홍철
- 출연 곽경택, 김곡, 김선, 윤성호, 홍석재, 김초희, 류덕환, 주동민, 조현철, 이태안
- 플랫폼 티빙
2022.04.29
<샤이닝 걸스>
애플TV+의 <샤이닝 걸스>는 2015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하퍼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미스터리한 집을 발견한다. 하지만 시간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소녀들을 죽여야 한다(그 소녀들이 ‘샤이닝 걸스’). 하퍼는 시간을 넘나들며 소녀들을 죽이고, 그중 커비라는 한 명의 소녀가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커비는 신문사에 취직하고 선배 기자와 함께 자신을 살해하려 한 살인마 하퍼의 뒤를 쫓는다.
- 감독 미셸 맥라렌, 엘리자베스 모스, 데이나 레이드
- 출연 엘리자베스 모스, 제이미 벨, 와그너 모라
- 플랫폼 애플TV+
2022.05.04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마블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밑밥을 깔던 ‘멀티버스’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제목에 등장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대한 진입 장벽은 높다. 일단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빌런으로 등장하는 완다의 서사를 알기 위해서는 디즈니플러스 <완다비전>을 시청해야 한다. 멀티버스를 조금 더 자세히 공부하기 위해서는 디즈니플러스 <로키>를 봐야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1편,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을 봐야 하는 건 당연하고, 엑스맨 쪽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루머가 있으니 엑스맨 시리즈까지 챙겨봐야 한다. 물론 나는 이 모든 작품을 다 봤고,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이 모든 걸 볼 시간이 없고 딱 한 편 정도 볼 수 있다면 <완다비전>을 추천한다.
- 감독 샘 레이미
-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베네딕트 웡, 레이첼 맥아담스, 치웨텔 에지오포, 스탠 리
2022.05.04
<우연과 상상>
또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그 감독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우연과 상상>은 옴니버스 영화다. ‘마법’, ‘문을 열어 둔 채로’, ‘한 번 더’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하나의 줄거리가 도발적이다. 우연히 만난 친구가 첫눈에 반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가 전 남친이거나(마법), 자신에게 낙제점을 준 교수를 유혹해달라는 섹스 파트너의 부탁을 들어준다(문을 열어 둔 채로). 무엇이 우연이고, 어떤 것이 상상인지 극장에서 빨리 확인하고 싶다.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후루카와 코토네, 현리, 나카지마 아유무, 모리 카츠키, 시부카와 키요히코
2022.05.06
<안나라수마나라>
하일권 작가의 2010년 작품 <안나라수마나라>가 드라마로 돌아왔다. 나도 이 제목이 너무 헷갈린다. 안나라수나마라인지 안나라수마나라인지. 방금도 줄거리를 복기하기 위해서 네이버 검색창에 ‘안나라수나마라’라고 쳤다가 네이버 틀렸다고 알려줬다. 아무튼 너무 오래전에 봐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다. 이상하다는 소문이 무성한 마술사 리을(지창욱)과 꿈이 없고 시궁창 같은 현실을 사는 두 학생(최성은, 황인엽)의 밀고 끄는 우정이 주된 줄거리. 사실 이 웹툰이 드라마가 된다면 조금 오그라들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최성은 때문에 본다. 예전 [월간B추천]에서 추천한 <십개월의 미래>의 주인공이자 최근엔 드라마 <괴물>에 출연했던 배우다. 예고편만 봐도 혼자 연기 너무 잘한다는 게 느껴질 거다.
- 감독 김성윤
- 출연 지창욱, 최성은, 황인엽
- 플랫폼 넷플릭스
2022.05.12
<민스미트 작전>
파도 파도 소재가 마르지 않는 2차 세계대전 영화가 또 개봉한다. 이번에는 민스미트 작전이다. 시칠리아로 상륙해 독일로 진격하려했던 영국군은 시칠리아에 배치된 독일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그래서 실행한 게 민스미트 작전이다. 시체 한 구를 구해 영국군 군복을 입히고 윌리엄 마틴 소령이라는 가짜 신분증과 함께 연합군이 그리스로 상륙한다는 거짓 정보를 넣는다. 그리고 그 시체를 독일군을 돕는 스페인 해안으로 흘러가도록 바다에서 떠내려 보내는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자세한 성공담은 영화로 확인하자.
- 감독 존 매든
- 출연 콜린 퍼스, 매튜 맥퍼딘, 켈리 맥도날드
2022.05.12
<파리, 13구>
네 사람이 등장한다.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 사랑이 두려운 노라, 사랑이 값비싼 앰버 스위트, 사랑을 몰랐던 카미유. 파리 13구에 사는 네 청춘은 사랑 때문에 불안해하고 흔들린다. 영화, 드라마, 노래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가 사랑인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사랑 얘기가 지겹게 느껴진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도, 구원하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언제나 사랑이었으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통해 이름을 알린 프랑스 배우 노에미 메를랑이 노라 역을 맡았다.
- 감독 자크 오디아르
- 출연 노에미 메를랑, 루시 장, 마키타 삼바, 제니 베스
2022.05.18
<범죄도시2>
5년 만에 <범죄도시>가 2탄으로 돌아왔다. 5년 동안 마동석의 위상이 변했다. <부산행>에서 좀비를 상대로 갈고 닦은 마동석의 펀치는 장첸을 때려눕히고 헐리우드까지 진출했다. 21인치의 어마어마한 팔뚝이 보여주는 쾌감은 한동안 유행하던 액션과는 꽤 다르다. 보통 액션영화에서 빠르고 날렵한 액션이 나온다. 발차기와 점프가 쉴 새 없이 오간다. 하지만 마동석의 액션은 굼뜨다. 하지만 그 굼뜬 움직임이 마동석 액션의 핵심이다. 악당이 구석에 몰린 순간 관객들의 기대치는 최대치를 찍으니까. <범죄도시2>의 악당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범죄자 강해상(손석구)이다. 아직 영화를 안 봤지만 미리 감상평을 할 수 있다. ‘손석구 너무 불쌍하다’
- 감독 이상용
- 출연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