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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와인 아울렛 4

안녕, 디에디트의 객원 필자 김은아다. 한두 병씩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엑셀 파일이 생성된다. ‘와인가격.xlsx’. 자주 마시는 와인들의가격이...
안녕, 디에디트의 객원 필자 김은아다. 한두 병씩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2022. 03. 10

안녕, 디에디트의 객원 필자 김은아다. 한두 병씩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엑셀 파일이 생성된다. ‘와인가격.xlsx’. 자주 마시는 와인들의가격이 각인되면서 소위 ‘시세’라는 것을 파악하기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선뜻 병을 집어 들기가 망설여진다. 가격표를 보면 마치 <무한도전>의 정총무라도 된 것처럼 ‘이 와인은 다른 마트에서 더 쌌는데’ ‘저번 장터 가격보다 너무 비싼데’ 하고 계산기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많고 많은 와인 가격을 외우고 일일이 비교할 수는없는 일. 그럴 때는 와인 아울렛을 찾아보자.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구입할 수 있고, 다양한 라인업으로 새로운 와인도 만나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들을 소개한다.


[1]
떼루아와인아울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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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아울렛’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처음 알려진 전통의 아울렛.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요즘은 동네에서도 와인 보틀숍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으로만 거슬러 가도 상황은 사뭇 달랐다. 대형마트의 와인 매대조차 옹졸한 크기에 그쳤으니까. 그때 사람들은 김포로 향하곤 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폭넓은 라인업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어 ‘와인 좀 마신다’는 얘기 좀 하려면 꼭 들러야 하는 성지로 꼽혔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랜 시간을 함께한 단골손님들이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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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와인 아울렛이 생겨나는 요즘에도 떼루아는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주말이면 일찌감치 임시 주차장까지 꽉 찰 정도니, 붐비는 시간을 피해 방문하는 것도 요령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구대륙) 와인을 폭넓게 갖추고 있다는 것. 일반 와인숍들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칠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와인에도 넉넉한 공간을 내어주었다. 단, 미국 와인의 경우 종류도 빈약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 자신이 선호하는 와인 국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가격은 평소에도 일반 와인숍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와인 장터를 진행할 때는 파격적인 가격을 만날 수도 있으니 방문 시점을 잘 맞출 것.

떼루아와인아울렛

  • 경기 김포시 고촌읍 은행영사정로 87

[2]
새마을구판장, 조양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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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쯤 됐을까? 마니아들 사이에 홀연히 와인의 성지로 떠오른 지역이 있다. 바로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이쪽에 양꼬치 골목이 있다는 건 알아도 와인숍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 소식이라고? 그럴 수밖에. 새마을구판장, 조양마트 두 곳은 보틀숍이 아닌 슈퍼마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슈퍼마켓과는 다르게, 과일 매대보다 와인 매대가 훨씬 넓다. 들여놓은 와인의 종류 또한 웬만한 전문숍보다 한 수 위다. 떼루아의 와인 라인업이 하나의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써놓은 보고서 같다면, 두 슈퍼마켓은 귀신같이 중요한 부분만 추려놓은 모범생의 요약 노트 같다. 품질과 인지도에서 확실한 장점을 가진 와인들로만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라인업의 기준 또한 외국 평론가가 아닌, 한국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여부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덕분에 어느 와인을 고르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낮고, 라벨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을 때 ‘오, 나도 이 와인 마셔보고 싶었어’라는 댓글을 받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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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코너의 직원들의 프로페셔널한 대응 또한 이곳의 장점. 와인 소개부터 입맛에 따른 추천까지,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서 선택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곳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는 가격이다. 거의 대부분 와인이 시중가보다 저렴하고, 최저가 수준의 가격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와인에 따라 가격의 일부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추가 할인을 지급하기도 하고, 제로페이 앱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결제할 때 사용하면 10% 추가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새마을구판장

  • 서울 광진구 자양로13나길 14

조양마트

  •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30길 39

[3]
라빈리커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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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리커스토어는 자유로 옆에 자리 잡은 아울렛으로 무려 3층에 걸친 널찍한 공간에 다양한 주류를 채워두었다. 웬만한 아울렛에서도 선반 한두 칸 정도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오스트리아, 독일 와인조차 당당하게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니, 다른 국가의 라인업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할 터. 무엇보다 내추럴와인에도 넓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어서 내추럴 마니아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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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뿐 아니라 위스키와 사케, 백주, 전통주, 맥주까지 갖가지 주류를 골고루 비치해둔 덕분에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특히 사케는 전용 냉장고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구성을 만나볼 수 있다. 카페 공간도 있어 구입한 술을 맛보거나, 간단한 간식을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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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가격은 ‘단짠단짠‘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평균이거나 살짝 비싼 편인데, 중간중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섞여 있다. 라벨만 봐도 대략적인 가격대를 알고 있는 ‘인간 계산기’ 친구가 있다면 꼭 데려오자.

라빈리커스토어

  •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로17번길 42-4

[4]
보틀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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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 벙커는 지난 12월 롯데마트가 야심 차게 연 대형 와인 전문점이다. ‘이곳에서 구할 수 없는 와인이라면 국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를 자신 있게 슬로건으로 내세웠을 만큼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굳이 숫자를 꺼내자면 400평 규모의 매장에 4000여 종 이상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고. 이 너른 공간에 와인병이 빼곡하게 진열된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와인 글래스는 물론이고 다양한 와인 용품, 이국적인 식료품 등을 함께 갖춰두어 흥미를 더한다. 와인숍이라기보다 와인 테마파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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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있다. 여러 종류의 와인을 갖춰 놓은 것은 좋지만, 큐레이션보다는 단순 진열에 가까워 특정 와인을 구입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난감하다. 숍에서 제공하는 설명이나 직원들의 추천 또한 단순한 소개에 가까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와인 가격 또한 저렴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 다만 다양한 와인과 관련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와인 테마파크’의 입장료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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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한편에 마련된 ‘테이스팅 탭’ 섹션에서 80여 종의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다. 팔찌에 금액을 충전해 원하는 와인을 50mL씩 맛보는 방식으로, 고급 빈티지 와인부터 캐주얼한 와인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이중에는 세계적인 명품 와인으로 꼽히는 ‘샤또 무똥 로칠드’도 있다. 겨우 두 모금이 될까말까한 시음 와인이 6만 3,000원이지만, 한 병 가격이 백만 원에 이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싸다기보다는 럭셔리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기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보틀벙커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40 제타플렉스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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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일로 여행하고, 취미로 술을 씁니다. 여행 매거진 SRT매거진 기자, 술 전문 뉴스레터 뉴술레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