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도깨비>에 나오는 이 대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확도가 낮은 기상청에 대한 관대한 마음을 가지자? 아니다. 날씨는 핑계라는 거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흐리든, 눈이 오든 다 좋다는 뜻이다. 반대로 옆에 있는 사람이 싫다면 모든 게 그 사람 탓처럼 느껴질 거다. 비가 오는 것도 그 사람 탓, 흐린 것도 그 사람 탓.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간사하다. 그러니 중요한 건 마음이다. 굉장히 뜬금없지만 쇼핑도 그렇다. 나처럼 맥시멀리스트는 쇼핑을 하면서 온갖 핑계와 변명, 근거로 사야 할 구실을 생각하지만 결국 본질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욕구’ 그것 말고는 사족이다. 사고 싶을 땐 모든 것이 사야 할 이유처럼 보이고, 사고 싶지 않을 땐 모든 것이 사지 말아야 할 이유처럼 보인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같은 말과 함께, 디에디트 에디터들이 이번 달에는 어떤 제품에 하트를 켰을지 지켜보자.
<Editor B> 틈새맛김치
팔도가 틈새맛 김치를 출시했다. 틈새라면의 매운맛과 김치를 콜라보한 거다. 그렇지 않아도 매운맛뿐인 한국인의 밥상에 ‘매운맛 김치’까지 올라가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매운지 궁금한 걸 보니 나는 역시 한국인이다. 국내산 배추에 베트남 하늘초로 강렬한 매운맛을 냈다고 한다. 박항서 매직 같은 매운맛이 날 것 같다. 제품 상세 페이지를 보니 김치볶음밥, 김치전, 김치찌개로 만들어 먹으면 매콤하니 맛있을 거라는 제안을 한다. 그것참 솔깃한 제안이다. 그래서 하트는 ON. 가격은 2kg에 2만 7,900원.
<Editor M> mini 라임향 왕뚜껑
왕뚜껑에 라임향을 더한 신제품이 나왔다. 혹시 당신은 이걸 봤을 때 입안에 침이 고이는 사람인지, 아니면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인지 궁금하다. 똠얌꿍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전자다. 게다가 나는 왕뚜껑을 무척이나 좋아하거든. 이 제품에서 두 가지 정도 걸리는 게 있는데, 하나는 일반 사이즈가 아닌 ‘mini’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은은한 라임향’인데, 어차피 신맛 국물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해 만든 제품인 만큼 아예 강하게 맛을 내는 것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해당 제품은 팔도 공식몰을 비롯 오픈 마켓 등 온라인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내 심장이 반응하니 일단 하트는 켠다.
<Editor B> 모나미X아더에러 블루펜
모나미가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와 협업한 ‘블루펜’을 출시했다. 무광 메탈 소재의 모나미 153에 아더에러를 상징하는 컬러를 사용한 것이 유일한 특징인데, 로고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을 파란색으로 적용해서 누가 봐도 아더에러처럼 보인다. 하지만 패키지 디자인이 별로다. 패키지에 들어간 블루펜을 꺼내기 위해서 우리는 ‘ADER’라는 글자를 몇 번이나 봐야 한다. 모든 면에 브랜드명을 써놓아서, 굉장히 멋이 없다. 진정한 멋쟁이는 자기소개를 크게 할 필요가 없는 법이다(소개하지 않아도 알아준다). 아더에러를 좋아한다면 갖고 싶겠지만, 아더에러 웹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 어디에도 들어가 본 적도 없는 나는 하트를 끈다. 가격은 2만 9,000원.
<Editor M> 동서 한잔용 보리차
보리차는 추억이다. 어린 시절 냉장고 안 델몬트 오렌지 쥬스 병에 담겨있는 보리차를 마셨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요즘은 집에서 물을 끓여 먹지도 않고, 나 혼자서는 많은 양의 보리차를 소화할 자신이 없으니 잘 마실 기회가 없어 참 아쉽다. 그런데 오늘 동서식품이 한잔용 보리차를 출시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번 신제품은 소비자의 의견에 적극 귀기울여 탄생한 제품이다. 기존에 2L용 보리차 제품에 대신, 머그컵으로도 마실 수 있도록 작은 티백 형태로 만들었고, 찬물에도 잘 우러나온다고. 티백 20개가 담긴 한 팩의 가격은 1,520원. 올겨울엔 따듯한 보리차를 한 잔씩 마셔봐야겠다. 하트는 ON.
<Editor B> 프릳츠X삼립호빵 호찌머그
호찌머그는 호빵찜기와 머그컵을 신박하게 결합한 아이템이다. 나는 처음에 이 머그컵을 보고 ‘머그컵처럼 생긴 플라스틱 찜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도자기로 만든 머그컵이더라(뚜껑, 채반은 PP재질). 지름이 10cm 정도로 넓은 편이라 시리얼, 수프를 먹기에도 좋고 활용도가 높겠다. 가격은 2만 2,900원인데 호빵 12개와 패키지 구성이라 따지고 보면 비싼 가격은 아니다. 올겨울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친구가 있다면 선물해줘도 좋지 않을까. 하트는 ON.
<Editor H> LG One:Quick
LG전자가 올인원 스크린 솔루션을 표방하는 흥미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사람들이 일하고, 공부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비대면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것. LG 원킥은 4K UHD 해상도에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전자칠판 등의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Web OS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윈도우10 IoT를 내장해 윈도우 기반 PC에 익숙한 사람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LCD 셀에 터치 센서를 내장하는 인셀 터치 기술을 적용해 터치감과 반응성이 뛰어난 것도 특징. 원하는 설치 형태에 따라 이동식 스탠드, 데스크형 스탠드, 벽걸이 등을 모두 지원한다. 특히 바퀴가 달린 이동식 스탠드의 경우에는 이동이 쉽고 화면을 세로로 돌려서 사용할 수도 있다. 제품은 55인치 화면의 ‘원퀵 프로’와 스타트업이나 중소형 사무실을 겨냥한 43인치의 일반형 모델 ‘원퀵’으로 나뉘어 출시된다. 원퀵 프로의 경우 발화자 지향성 마이크를 내장해 최대 6m 거리에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깨끗하게 전달해주고, 카메라는 4K 해상도에 120도 광각을 지원해 참여자가 많은 미팅에서도 유용하다. 심지어 4배 디지털 줌도 가능하다. 회의하던 도중에 내 얼굴만 4배 줌이 된다면 조금 무섭긴 하겠다. 더불어 회의 도중 메모한 내용이나 녹음한 자료는 바로 이메일로 공유할 수 있다고. 화상 회의 솔루션으로서도 꽤 유용해 보인다. 시기적절하다는 면에서 하트 ON.
<Editor B> 80YS 더 라스트 오퍼레이션 컬렉션
‘더 라스트 오퍼레이션’은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joojaebum), 펜 드로잉 작가 설동주(@skinheduck) 그리고 편집샵 십화점의 디렉터 손준철, 패션 브랜드 큐컴버스 디자이너 변호민이 함께하는 80YS에서 만든 컬렉션이다. 낯선 이름이 많이 등장해서 읽어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거다. 80YS(Eighty’s Boys)는 80년대의 만화, 게임 등 문화를 공유하는 네 사람이 만든 프로젝트 디자인 그룹으로, 80년대가 떠오르는 이미지를 모티브로 패션 아이템을 제작한다. 언뜻 보면 정말 있을 것 같은 만화의 한 장면 같아서 흥미롭다. 참고로 왼쪽 스웻셔츠의 아트웍은 <기동전사 건담ZZ>의 한 장면을 오마주한 것. 정가는 9만 8,000원이며, 무신사에서는 20% 할인 중이고, 십화점에서는 30% 할인 중이니 십화점에서 사는 걸 추천한다. 그레이와 블랙 스웻셔츠가 갖고 싶어서 하트를 켠다.
<Editor M> GS25 반려동물 기초수습 키트
GS25가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21그램과 협력해 반려동물 기초수습 키트를 선보였다. 키트에는 이별 준비 가이드북, 기초 수습 도구, 운구용 방수 가방 등이 들어있다. 한마디로 가정에서도 반려동물을 잘 떠내 보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돕는 키트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10월 12일(화)부터 10월 25일(월)까지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데, 신청은 GS25 나만의 내장고 앱에서 할 수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 및 경기 지역 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키트의 가격은 9,900원. 이별이란 것은 언제나 낯설고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존재의 마지막이 초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 같으니까. 하트는 켠다.
<Editor B> 애플 광택용 천
애플이 광택용 천을 출시했다. 가격은 2만 5,000원이다. ‘화면 닦는 데 쓰는 천을 2만 5,000원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이 광택용 천은 일반 천과 용도가 다르다. 애플 프로 디스플레이 XDR에 포함되는 기본 구성품 중에 하나로, 나노 텍스처 글래스 전용 천이다. 애플은 그동안 나노 텍스처 글래스의 먼지나 얼룩을 닦을 때 다른 천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애플 광택용 천을 잃어버리면 그동안은 애플에 문의를 통해 주문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한 거다. 기본 구성품이었던 걸 2만 5,000원에 판다는 비판과, 화면닦이용 천에 애플 로고를 넣어서 비싸게 판다는 비판엔 이러한 정보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프로디스플레이 XDR이 없다면 이 광택용 천을 구매할 필요도 없고, 나도 역시 그렇다. 그래서 하트는 끈다.
<Editor H> 소니 LSPX-S3
소니가 조명과 음악을 겸하는 크리스탈 사운드 스피커 LSPX-S3을 출시했다. 소니가 이런 조명 스피커를 출시한 이후 시장에 엇비슷한 제품이 몇몇 보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니 제품을 가장 추천한다. 사운드가 좋기 때문이다. 신제품은 탁월한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최첨단 버티컬 드라이브 기술을 적용했다고. 오가닉 글래스 가장자리에 부착된 3개의 구동축이 트위터 전체를 진동 시켜 생생하고 청명한 고음을 재현해주며, 어느 방향에서도 동일한 소리를 구현해주는 고품질 무지향 사운드가 매력이다. 심지어 조명으로서도 아주 훌륭하다. 32단계로 밝기 조절을 할 수 있으며, 슬립 타이머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자기 전에 사용하기도 좋다. 내가 제일 탐내는 건 실제 촛불 같은 조명을 구현해주는 ‘촛불 모드’. 음악에 맞춰 초가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 캠핑장에서의 불멍 못지않은 감성이 연출된다. 배터리 시간은 최대 8시간이며, 2개를 구입하면 스테레오 페어링도 가능하다. 전작에서는 마이크로 USB를 지원해서 안타까웠는데, 신제품은 드디어 USB-C 충전 단자를 지원한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은 LSPX-S2가 조금 더 감성적이었던 것 같지만, 신제품에서 가격이 대폭 떨어졌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 LSPX-S3의 가격은 39만 9,000원. 여전히 비싸다고? LSPX-S2는 57만 9,000원이었다. 흑흑. 하트 ON!!!
<Editor B> 하겐다즈 트위스트 아이스크림
요즘 술자리 공식 질문 두 가지 ‘스우파에서 누가 제일 좋아?’, ‘그 댄서가 가장 멋있었던 장면은? 나는 훅의 아이키를 가장 좋아하고, 명장면은 훅 멤버가 워스트 댄서로 지목되자 리더 아이키가 “저희 윤경이, 제가 본 것 중에 제일 섹시했습니다”라고 말한 것. 내가 리더였다면 그렇게 멋지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훅이 하겐다즈 신제품 모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제품의 이름은 트위스트 아이이스크림. 초콜릿-딸기, 초콜릿-바닐라, 이렇게 두 가지 맛을 섞은 제품인데, 초코도 먹고 싶고 딸기도 먹고 싶고, 같이도 먹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런 경우 보통 두 가지 맛을 다 사는 편이지만, 세상엔 위가 작은 사람도 있으니까 이해한다. 감기는 걸렸지만,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어서 하트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