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하루 만에 유튜브로 여행하는 법

안녕, 코로나19만 끝나면 얼른 외국에 나가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다 마찬가지일 거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면서 해외로 떠나는 휴가에 대한...
안녕, 코로나19만 끝나면 얼른 외국에 나가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다 마찬가지일…

2021. 06. 09

안녕, 코로나19만 끝나면 얼른 외국에 나가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다 마찬가지일 거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면서 해외로 떠나는 휴가에 대한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대체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다닐 날을 고대하며 잠시 유튜브의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이든 만날 수 있는, 스마트폰 안의 작은 세계. 유튜브만 열심히 제대로 찾아봐도 세계여행하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하루 만에 유튜브로 여행하는 법. 이전에 ‘하루 만에 [       ]을 여행하는 법’ 시리즈를 재밌게 봤던 분들이라면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따라와 보시길.


[1]
keyword : 배낭여행
“핵인싸 여행자가 전해주는 로컬 이야기”
뜨랑낄로 Trankilo

1400_trankl

여행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가장 쉬운 방법. 나 대신 여행을 떠난 모험가들의 유튜브를 구독하는 것. 근데 여행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구독하는 배낭여행 채널이 없었다. 영화보다는 영상미가 떨어지고, 다큐멘터리에 비해서는 풍부한 문화 이야기가 부족하다고 느꼈으니까.

그런 내가 ‘뜨랑낄로’를 만난 거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지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핵인싸 형님의 유랑기. 최근 우연히 알고리즘이 띄운 영상 하나를 보고는 홀린 듯 빠져들어 고민 없이 구독 버튼을 눌렀다.

뜨랑낄로에 단숨에 매료된 건 나뿐만이 아니다. 첫 영상이 2020년 7월이니 아직 1년도 채 안 된 채널인데 벌써 구독자가 22만 명에 가깝다. 특히 올해 3월 3일에 업로드된 ‘메데진 우범 지역에서 만원으로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 메데진 우범지역 탐험 – 세계여행 콜롬비아 🇨🇴’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 수를 터뜨렸고, 이 영상으로 인해 급속도로 빠르게 구독자가 유입됐다.

마약 거래의 온상으로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메데진의 우범 지역 Barrio de Antioquia. 이곳을 하루 동안 돌아다니는 이 심장 쫄깃해지는 영상은 특유의 현장감과 날것의 현지 이야기를 한데 담은 뜨랑낄로 채널의 정수로 꼽힌다. 메데진 뿐만 아니라 ‘보고타 만원 살기’, ‘깔리 만원 살기’ 같은 시리즈를 선보이며 구질구질해 보이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간접 체험과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준다.

뛰어난 언어 능력과 놀라운 친화력을 앞세워 로컬 피플로부터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내는 것. 뜨랑낄로가 여행 유튜버로서 가진 가장 큰 매력 아닐까. 감각적인 영상 편집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그 나라와 도시의 현실적인 생활 모습을 현지인이 직접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가 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요소 외에도 콜롬비아 마약 문제나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의 폐해 등 실재하는 사회문제 또한 생생하게 전달해 여행지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던져준다.

그는 현재는 실시간으로 미국 로드트립 중이다. 필라델피아 친구 집에서 신세 지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중고차를 사서 서부로 횡단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오래된 중고차 때문에 생기는 크고 작은 사건과 스쳐 가는 수많은 사람과의 다채로운 대화가 흥미진진하다. 현재진행형 여행이다 보니 코시국의 미국은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모험가적 기질과 소탈한 성향, 박학다식함까지 갖춰 자기만의 독특한 여행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뜨랑낄로를 응원한다. 부디 안전하게, 오래 여행해주세요.

  • 뜨랑낄로 Trankilo
  • 구독자 수 | 22.9 (2021. 6.10 기준)
  • 인스타그램 | @kyu.joe

[2]
keyword : 카페
“랜선으로 떠나는 커피 투어”
Global Coffee Festival

1400_coffee 12.08.08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여행 가면 그 지역의 좋은 카페부터 돌아보고 싶은 사람. 내 얘기다. 얼른 코로나19가 끝나고 포틀랜드로, 멜버른으로, 도쿄로 커피 투어를 떠나고 싶다. 내 말에 공감하는 카페 마니아 독자도 많겠지?

모두가 그렇듯 커피씬 역시 팬데믹을 피하지 못했다. 활발하게 열렸던 전 세계 커피 페스티벌도 올 스톱. 그렇다고 아쉬움만 토로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지난해 ‘Global Coffee Festival’이란 것이 만들어졌다. 비대면으로라도 커피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커피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가상 플랫폼이다.

여러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건 [Coffee Cities] 시리즈. 이탈리아 밀라노부터 LA, 서울, 뉴욕, 암스테르담, 런던, 시드니, 파리, 상파울루, 케이프타운까지 세계 각지의 도시별 훌륭한 카페를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다. 해당 나라/도시에서 활동하는 커피 업계 종사자가 호스트로 나와 여러 카페의 대표와 매니저를 만나 인터뷰한다.

당장 가볼 수는 없지만 훗날을 위한 아주 유용한 정보다. 여행 가서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맛보고 싶은 분들, 커피씬 내에서도 인정받는 탁월한 실력과 고유한 개성을 가진 카페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은 잘 저장해두자. 그토록 갈망하던 여행지에 도착하는 그날, 어느 카페부터 들러볼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될 거다.

  • Global Coffee Festival
  • 구독자 수 | 5,400명(2021. 6.10 기준)
  • 인스타그램 | @globalcoffeefestival

[3]
keyword : 디제잉
“자전거에 올라탄 디제이”
Dom Whiting

1400_domdj 12.08.26

팬데믹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공연의 기회를 잃어버린 뮤지션들, 뜨거운 열기 가득한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틀어야 하는 DJ들도 착잡한 건 마찬가지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이 험난한 시기의 돌파구를 마련 중일 텐데, 지금 소개하는 런던 기반의 DJ Dom Whiting의 활동은 단연 두드러진다. 그는 영국 곳곳을 자전거로 누비며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다.

짐을 실을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삼륜 자전거. Dom Whiting은 여기에 디제잉 장비를 싣고 카메라를 달았다. 그리고 직접 페달을 밟으며 믹스셋을 플레이한다. 런던 하이드파크를 비롯해 옥스포드, 브리스톨, 브라이튼, 메이든헤드, 비콘스필드 등을 누비는 그의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로 송출된다. 마음껏 음악을 틀고 거리의 사람들과 호흡하는 Dom 뒤로 영국 곳곳의 거리 풍경이 펼쳐져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살짝 걱정도 된다. 안전 문제는 없는 건지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작 본인은 중간중간 마이크를 들어 멘트도 날리고 행인들에게 인사도 건네는 등 여유만만이지만. 다른 걸 다 떠나 음악을 들려주며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고픈 열망이 팬데믹 시대를 어떻게 통과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발한 상상력 앞에서 무대는 객석을 갖춘 공연장을 넘어 끝없이 확장된다.

평소에 구글 맵 등을 통해 세계 곳곳을 구경하길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다. 이전에 까탈로그에서 소개하기도 했던 드라이브 & 리슨이나 윈도우스왑과 함께 묶어서 즐긴다면 잠깐의 대리만족이라도 선사해줄 수 있겠지?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까지 나오니 얼마나 좋은가.

  • Dom Whiting
  • 구독자 수 | 7만 명(2021. 6.10 기준)
  • 인스타그램 | @dom_whiting

[4]
keyword : 캠핑
“눈도 마음도 정화되는 힐링 캠핑”
morinone

1400_mori 12.08.57

도시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여행을 선호한다면 채널 ‘morinone’를 추천한다. 일본 오이타 현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아빠 모리노네. 카메라와 커피, 오래된 차를 사랑하는 그가 일본의 숲과 바다, 들판과 강가로 혼자만의 캠핑을 떠난다.

보고만 있어도 눈과 귀가 정화되는 것 같다. 압도적인 풍광과 생생하게 전해지는 자연의 소리들. 그 고요함 속에 들어앉아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리고 불을 피우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요즘은 잘 안 쓰는 말이지만, 그야말로 반박 불가한 ‘힐링’ 영상이다.

이 채널을 보다 보면 여기가 내가 알던 일본이 맞나 싶다(물론 아직 못 가봐서 할 말은 없지만…). 내가 궁금해했던 도쿄나 교토의 풍경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에 관심이 더 커졌다. 후지가와치 계곡이나 이케야마 수원지 같은 곳은 단순히 예쁜 수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한 장면을 보여준다. 나도 이 정도로 느끼는데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기대감은 말할 것도 없겠지?

잠이 들기 전 모리노네의 영상을 틀어놔도 좋겠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뒤, 종일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혔던 걱정거리를 잠시 내려놓고서. 오롯이 화면 속 풍경에 집중해보거나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당장 떠날 순 없어도 잠깐의 쉼을 선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 morinone
  • 구독자 수 | 23만 명(2021. 6. 10 기준)
  • 인스타그램 | @morino.ne

junghyun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