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혹시 대구 미식 투어 1편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우선 ‘이것’부터 읽고 다시 오는 걸 추천한다. 이번 글에서는 2박 3일 대구 여행 중 둘째, 셋째 날에 먹은 음식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야끼우동, 찜갈비, 양념오뎅, 대창 김치필라프부터 뉴욕통닭까지.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음식 문화가 조금씩 섞여 있다. 그럼 시작한다.
[1]
“야끼우동의 원조”
중화반점
대구 여행 두 번째 날, 첫 끼는 야끼우동으로 정했다. 야끼는 일본어로 굽다, 볶다는 뜻이니 볶음 우동인 셈이다.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볶음 우동이라고 부르는 것의 뿌리가 바로 중화반점의 야끼우동이다.
중화반점의 창업주이자 화교 출신인 고 장유청은 1954년 대구에 정착해 중화원을 오픈했다. 그리고 1974년에 야끼우동을 처음 개발했다. 중국식 볶음국수 차오미엔을 대구 사람들이 좋아하는 입맛으로 바꾼 것인데, 기름의 양을 줄이고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한 맛을 더한 방식이다.
중화반점에 들어가면 기름진 짜장면 향보다는 매콤한 야끼우동 향이 풍긴다.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전부 야끼우동을 먹고 있었다. 비주얼을 보면 볶음짬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막상 먹어보니 다르다. 전분물을 푼 듯 국물은 약간 걸쭉하다.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의 퀄리티도 좋아서 저렴한 중국집의 데코레이션 해산물과는 차이가 크다. 첫맛은 생각보다 매웠는데 몇 입 먹어도 매움이 중첩되지 않는다. 첫 매움이 최대치의 매움이고 그 후로도 기분 좋은 매콤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참고로 대구에는 야끼우동 외에 중화비빔밥도 인기가 많다. 간단히 설명하면 야끼우동에 면 대신 밥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 중화반점
- 대구 중구 중앙대로 406-12
- 11:30-21:00(BT 16:00-17:30)
[2]
“김치와 대창을 함께 볶았나니”
버닝 레스토랑
대구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붉은색 벽돌에 초록색 대문이 멋스러워 보였는데, 내가 외관만 보고 들어가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여긴 대창 김치필라프라는 이색적인 메뉴가 있다.
왼쪽 메뉴가 대창 김치필라프, 오른쪽 메뉴가 칠리치즈 스파게티다. 대부분 손님이 김치필라프를 기본으로 주문하고 다른 메뉴를 추가 주문하더라. 나는 김치필라프만 먹으려 하다가 기왕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거 조금 욕심내서 칠리치즈 스파게티까지 추가 주문했다.
나는 ‘대구 10미’도 좋지만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해석한 대구스러운 음식도 궁금했다. 대구를 대표할 만한 식재료를 쓰고, 대구 사람들이 좋아하는 입맛으로 요리를 한 퓨전 음식이 없을까 싶었는데 대창 김치필라프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대구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막창골목’이라고 말하면 알 정도로 유명한 막창에 김치의 매운맛을 가미했다.
대창 기름에 김치, 밥을 볶아서인지 밥알 하나하나가 묵직하다. 뭐랄까. 이 무게감은 이틀 동안 밥을 안 먹어도 될 정도로 헤비하다. 매콤하고 짠맛은 혀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런데 맛있다. 사실 대창, 김치, 밥을 볶았는데 맛없기는 힘들지.
칠리치즈 스파게티는 치즈가 잔뜩 올라갔고, 그 아래에는 라구소스가 강을 이루고 있다. 이것도 김치필라프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음식이다. 치즈가 올라간 비주얼이 굉장히 인스타그래머블한데,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먹기에도 좋아서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라구소스를 퍼먹었다. 치즈가 잔뜩 들어가서 느끼할 것 같지만 칠리소스, 토마토소스 덕분에 느끼한 맛은 강하지 않다.
- 버닝 레스토랑
- 대구 중구 공평로 79
- 12:00-21:00(BT 15:00-17:00)
[3]
“마늘 몬스터를 위한 찜갈비”
낙영찜갈비
두 번째 날 마지막 식사는 동인동 찜갈비로 정했다. 동인동 찜갈비는 예스러운 양푼에 마늘과 고추로 양념한 소갈비찜이 나오는 스타일을 말한다. 찜갈비 골목에 많은 가게가 원조임을 주장하고 있고, 후기를 찾아보니 큰 편차는 없는 것 같아서 가장 유명한 낙영찜갈비에 들어갔다. 오후 4시쯤에 방문했고, 찜갈비에 소주를 기울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다. 찜갈비는 수입산 갈비가 1만 8,000원, 한우 갈비가 2만 8,000원이다.
양념에 가려져 갈비가 몇 개인지 자세히 보이지 않을 텐데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정도가 있다. 고기 사이즈가 큰 것도 아니어서 ‘이게 정말 1만 8,000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구 미식 투어를 한다면 낙영찜갈비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다른 가게는 안 가봤으니 모르겠다). 마늘 향이 굉장히 강한데, 향이 강하다 보니 고기의 맛을 느끼기 힘들었다. 나는 양념이 다른 식재료의 맛을 끌어올려 줄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고 보는데, 강한 마늘 향이 모든 재료의 맛을 누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세상엔 다양한 입맛이 존재하니 마늘 맛을 정말 좋아한다면 낙영찜갈비를 좋아할 수는 있겠다. 분명 호불호가 강할 수 있다는 음식이라는 점은 참고하면 좋겠다. 두 번째 날 여행은 여기까지.
[4]
“밸런스 좋은 양념오뎅”
교동할매 양념오뎅 납작만두
대구 여행 마지막 날 오전, 뉴욕통닭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홀 예약할 수 있나요?” “지금은 안되고 12시쯤에는 가능해요” “네 그럼 12시에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예약할게요” 그전까지 50분 정도 시간이 떠서 양념오뎅을 먹으러 갔다. ‘교동할매 양념오뎅 납작만두’라는 곳이다.
생김새를 보면 첫날에 먹었던 양념오뎅과 비슷하지만 여긴 김치로 육수를 내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맛도 다르다. 미성당 납작만두에서 먹은 어묵 국물은 짜서 한두 번 먹고 말았는데, 이 곳 국물은 얼큰한 쪽이다. 적당히 매콤하고 어묵 국물의 시원함도 충분히 느껴진다. 내 취향은 미성당 납작만두보다는 이쪽이다.
한 가지 특이했던 건 양념오뎅을 빨간색 소스에 찍어 먹는다는 거다. ‘이미 오뎅이 빨간데, 이걸 또 양념에 찍어먹는다구요?’ 고춧가루, 간장과 비법소스를 섞은 듯하다. 대구 사람들의 빨간 맛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그런데 먹으면 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조합이다. 가장 많이 먹는 메뉴는 떡볶이, 양념오뎅, 납작만두. “이모 3종 주세요”하면 이 조합으로 나온다.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창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다른 테이블에는 휴가 나온 군인 아들과 엄마가 있었다. 3일 동안 들렀던 대부분의 가게는 유명 맛집이어서 예약하는 것도 어려웠고, 분위기도 어수선했는데 교동할매는 조용해서 좋았다. 2박 3일의 대구 여행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 교동할매양념오뎅납작만두
- 대구 중구 동성로 70-8
[5]
“무조건 양념치킨으로”
뉴욕통닭
12시에 맞춰 뉴욕통닭에 방문했다. 뉴욕통닭 역시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던 곳이다. 개업한 지 40년이 지난 곳으로 하루에 오직 80마리만 튀긴다는 영업 원칙이 있다. 덕분에 예약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후라이드 튀김옷은 두꺼운 편이고, 짠맛이 느껴지지 않고 바삭바삭하고 심심한 편. 소금에 찍어 먹어야 간이 맞다. 후라이드가 괜찮은 정도였다면, 양념치킨은 훌륭하다.뉴욕통닭에 가면 반드시 양념치킨을 주문하길 권한다. 이건 정말 새롭다. 물엿이 보통 양념치킨 보다 많이 들어간 듯한데 튀김옷이 단단해서 닭강정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옆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면 과자를 먹는 것 같은 바삭바삭 소리가 날 정도다. 양념치킨이지만 매콤한 맛은 거의 없고, 단짠이 강하다. 뉴욕통닭 외에 원주통닭, 진주통닭, 대구통닭도 대구에서 유명한 치킨집이다. 시간 관계상 한 군데밖에 가지 못한 게 아쉽다.
- 뉴욕통닭
- 대구 중구 종로 12
- 11:30-20:00
[6]
“기념품 사세요”
대구근대골목단팥빵&삼송빵집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목에는 항상 기념품 가게가 있다. 대구의 기념품은 빵이다. KTX 동대구역에는 삼송빵집, 대구근대골목단판빵, 빵장수 등 유명 베이커리가 지점을 내고 영업 중이다. 그러니 굳이 대구 시내를 힘들게 돌아다니지말고 역에서 구매하자.
물론 삼송빵집은 서울에도 지점이 있고,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은 인터넷으로도 구매 가능하니 꼭 대구에서 사지 않아도 좋다. 추천하는 빵은 삼송빵집의 옥수수빵, 근대골목단판빵의 단팥빵. 쏟아져 나오는 신인들 사이에서도, 클래식은 영원한 법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아쉽게 못 먹은 음식을 떠올렸다. 진주식당의 닭곱창볶음, 왕거미식당의 뭉티기, 미성복어불고기, 꼬꼬하우스의 닭똥집튀김. 대구 미식 투어를 언제 또 다시 가게 될지 모르니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내가 대구 음식을 일반화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오늘 소개한 음식에 대한 감상 설명 중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에 내가 맛집 투어를 갈 만한 미식의 도시가 있다면 추천도 부탁드린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